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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광무(光武) 11년(1907년) 7월
2부 광서(光緖) 14년(1888년) 6월 3부 융희(隆熙) 원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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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이상한 게 있었습니다.”
“그게 무언가?” “제 아이는 아홉 조각으로 잘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치 다 익은 배가 나무에서 떨어진 것처럼 그렇게 잘려 있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상세히 좀 말해보게.” “잘린 부위의 뼈가 전혀 상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당시의 참혹한 모습이 떠올랐는지 사내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확실한가?” 사내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휘청거리듯 끄덕였다. “확실합니다. 매장하려고 시신을 맞췄을 때 온전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지만,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괴로움이 느껴졌다. 범인은 시신을 아홉 조각으로 자르면서 뼈를 상하게 하지 않았다. 눈으로 보이는 살을 자르는 것은 누구나 능히 할 수 있는 일. 그러나 보이지 않는 뼈를 건드리지 않고 자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p.55 “누굽니까? 이 아이들은.” “세 번째와 네 번째로 희생된 아이들일세.” 민사성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우연히 살해당한 아이가 찍혔을 리는 없다. “사진기 주인은 누구입니까?” “미국 공사관에서 일하는 자로, 이름은 찰리 롱이라고 하네. 포졸을 보냈으니, 곧 만날 수 있을 거야.” 민사성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찰리 롱을 기다리며 생각에 빠졌다. 그는 살해당한 아이 두 명을 사진기로 찍었다. 과연 이것이 우연일까? 잠시 후 포졸이 민사성에게 와서 찰리 롱을 데려왔다고 알렸다. 외지에서 귀양살이를 하는 바람에 서양인과 대면한 적은 없다. 사람들 입을 통해 들은 서양인의 외형은 머리카락이 누렇고, 눈동자가 푸르다는 것 정도였다. 그러나 실제로 본 찰리 롱은 머리카락과 눈동자의 차이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모습이었다. --- p.99 피를 뿌리며 쓰러진 청년을 보자 사람들은 순식간에 광폭하게 변했다. 몇 겹으로 쌓여 있는 인파가 거세게 몰려들었다. 분노와 두려움이 섞인 고함이 귀를 날카롭게 찌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것을 목도한 미군이 허공에 총을 발포했다. 그 소리가 백성들의 뜨거운 감정을 찔러 터트리고 말았다. 폭도로 변한 백성들, 총을 허공이 아니라 정면으로 조준하기 시작한 미군들. 그리고 둘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영입하지 못하는 포졸들.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졌고, 바닥은 피로 물들었다. 광란의 현장에서 나는 당혹스러운 감정으로 사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가세. 여긴 위험해!” 민사성이 내 손을 잡고 달렸다. --- p.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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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소개된, 역사 미제 사건
‘대한제국 영아 연쇄살인사건’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제1회 케이스릴러 작가 공모전 당선작 대한제국 1888년, 아이들이 사라진다! “근래에 서양인들이 영아를 납치하여 잡아먹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에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아이를 납치하여 잔학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 서양인을 알고 있는 자는 관아에 고하라” 1888년 6월. 조선 왕실은 세간에 돌고 있는 영아 살인사건에 대해 위와 같은 포고령을 내렸다. 개화의 거센 물결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정말로 이런 사건이 있었던 것일까? 그러나 수사가 시작된 지 한 달 후, 고종은 다시 어명을 내린다. “조사 결과 서양인들이 영아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모두 낭설로 밝혀졌다. 향후 이런 풍문을 입 밖에 내는 자들은 극형으로 다스릴 것이다. 또한 풍문에 휘둘려 서양인을 공격하는 자들에게도 중벌을 내릴 것이다” 조선 왕실은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 것일까? 대체 누가 아이들을 아홉 조각으로 자르는가? 미국 공사관에서 서기로 일하고 있는 찰리 롱의 가방에서 수상한 필름이 발견된다. 필름 안에 있는 두 아이는 얼마 전 누군가에게 납치당해서 잔혹하게 살해당한 아이들이다. 특별 수사관 김대정은 찰리 롱을 조사하지만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해 그를 풀어준다. 이후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누군가가 아이를 납치해 정교하게 아홉 조각으로 잘라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놔둔 것이다. 그러자 조선 백성 사이에서는 잔악한 이 행동이 서양인들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성난 백성은 서양인이 운영하는 고아원, 성당, 병원 등을 공격하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데……. “지금은 이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었는지 아니면 풍문이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작가 인터뷰 중에서 케이스릴러 PD : 19세기 후반, 대한제국 당시에 일어났던 영아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평면적인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작가님의 입체적인 해석은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 이성진 작가 : 평면적인 이유는 서양 열강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두려움과 반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감정의 근본적인 원인은 당시 사회의 내부적인 문제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문제가 무엇일지 계속 생각하며 집필했습니다. 다만, 그걸 알려드리면 소설의 중요한 지점을 말씀드리게 되는 거라 여기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케이스릴러 PD : 연쇄 살인사건의 추적 끝에 이른 절망이 역사적인 절망이라는 데 이 작품의 비범한 가치가 있습니다. 혹시 세계의 역사에서 유사한 사례나, 참고한 자료들이 있는지요? 이성진 작가 : 영국에서 일어난 ‘잭 더 리퍼’입니다. 우연히 다큐멘터리에서 이 사건을 접하고 관심이 생겨 자료를 조사했습니다. 1888년에 이렇게 충격적인 연쇄살인이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는데, 이 사건을 조사하다가 문득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미제 연쇄살인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런 이유로 조사를 해보니, 같은 해인 1888년에 우리나라에도 영아소동이라는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물론 잭 더 리퍼 사건이 일어났을 무렵 영국은 빅토리아 여왕 시대였고, 대한제국은 나라가 망해가는 시기였지만 잔혹한 연쇄살인마가 끝내 잡히지 않고 시대의 그림자 속으로 숨어버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영아소동의 경우 잭 더 리퍼와 달리 나라가 망해가는 시기였기에 사건 자체가 묻혀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었는지 아니면 풍문이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점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