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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돌아온 밤, 내 방을 찾은 어머니는 나에게 스스로 주사 놓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이후로도 그녀가 날 위해 주사를 놓는 일 따윈 없다는 의미였다. 이로 인해 이 집을 떠나야 되는 걸까 염려스러웠던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머니, 혹시 이 병에 걸린 게 제 탓일까요?”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다만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풀이하면 이랬다. ‘너를 입양하기 전에. 너를 이 집에 데려오기 전에. 네가 나를 어머니라고 부르고 너를 내 딸이라고 말하기 전에 너의 병력을 알았더라면 나는 너로 인해 이토록 당황스럽고 귀찮은 일 따윈 생기지 않았을 텐데 무척 아쉽구나’라고.
--- p.23 “엄마, 그냥 두고 엄마 식사하세요. 쟤 좀 봐. 혼자서도 잘하잖아.” 아들의 말이 맞다. 은율은 또래의 아이들이 그렇듯 입 주변으로 지저분하게 소스를 묻히거나 테이블 위로 음식을 흘리거나 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바짝 붙은 선주 때문에 아이는 애써 불편함을 감추고 있었다. 그제야 선주는 깨달았다. 자신의 시선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오히려 시선과 관심을 요구하는 쪽은 언제나 자신이라는 것을. 암만 곁을 내줘도 눈치채지 못하는 아이. 챙겨주지 않아도 혼자 잘하는 아이. 함께 있으면 불편해지는 아이. 함께 지낸 6개월 동안 선주를 단 한 번 엄마라고 부른 아이. 가만히 놔둬도 스스로 자라 어른이 될 것 같은 아이. 선주가 필요하지 않은 아이. 선주는 그날 이후 이 손님 같은 아이가 얄미워졌다. --- p.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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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주는 폭력을 넘어선
관계의 부재에서 오는 불가피한 폭력 미스터리 스릴러 『아무도 돌보지 않은』은 서스펜스의 새로운 종(種)을 개척한 소설이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은 입술을 깨물게 만드는 범죄 묘사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추격전도, 흔하디흔한 가해자와 피해자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무도 돌보지 않고 버림받은 아이와 버림받았던 어른이 서로를 마주하고 서 있을 뿐이다. 이처럼 미스터리 스릴러의 기본적인 요소가 전무한 『아무도 돌보지 않은』은 그럼에도 매 순간 입술을 깨물게 만들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은 정형화된 폭력을 버리고 관계가 주는 폭력의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과감히 한 걸음을 더 나아간다. 관계의 부재 그 자체가 폭력일 수 있는 가족관계를 통해서 말이다. 결국 『아무도 돌보지 않은』은 어떠한 폭력도 관계도 존재하지 않음으로 관계의 부재라는 원초적인 폭력에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아무도 돌보지 않은』을 읽는 독자들은 관계의 부재가 주는 분노, 공포, 슬픔 등 복합적인 감정을 동시에 전달받는다. 아홉 살의 아이가 아홉 살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삼십 세의 어른이 삼십 세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게 되고, 그 힘에는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것이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아이가 어떻게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중요하다지만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소중한 것은 아니다. 아버지 어깨에서 목마를 타고 놀이동산의 퍼레이드를 즐기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놀이동산의 회전목마 앞에서 자신의 손을 뿌리치고 떠나는 보호자의 뒷모습을 회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 어린 시절은 그 자체로 끔찍한 악몽이다. 당연한 사랑이 사치이며, 사랑이 부재한 돌봄으로 상처받는다. 누군가의 동정만, 외면만, 버림만 받으면서 자라온, 그렇게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아이는 과연 우리가 말하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아무도 돌보지 않은』은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의 고통과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어른의 고통을 묘사하며 사랑이 부재한 성장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아이가 과연 어른이 될 수 있냐고 목놓아 울부짖는 어린 여주인공에게 그녀의 고통스러운 유년기를 설핏 보았던 독자들은 선뜻 답해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돌보지 않은』은 그러한 성장 과정을 겪은 두 여성이 모여 서로의 유년기를 돌아보고 채워주는 과정을 통해 끝끝내 슬픔을 거대한 행복으로 승화시킨다. 마치 초봄에 얼어붙은 눈밭이 녹아내리는 순간 아름다운 꽃잎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아이러니처럼, 누구도 돌보지 않아 고통으로만 점철되었던 유년기가 치유되는 순간 독자들은 어디서도 읽지 못했던 그녀들의 눈빛을 읽으며 전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눈빛은 우리에게 선뜻 답하지 못했던 질문에 명확한 답을 준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아이가 과연 어른이 될 수 있냐는 그 질문. 독자들은 그녀들의 눈빛을 떠올리며 답할 것이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아이도 어른이 될 수 있다고. 한국 장르문학의 새로운 비전 케이스릴러 벌써 시즌3 개막!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와 드라마 계약!’ ‘일본, 프랑스, 대만 등 세계 7개국 수출!’ ‘영화, 드라마, 웹툰 다수 계약!’ 2015년 시작된 고즈넉이엔티의 스릴러 소설 브랜드 ‘케이스릴러’는 20번째 작품까지 출간되며 그동안 믿을 수 없는 성과를 거두었다. 비등단 작가들이 성취해낸 케이스릴러 소설들의 놀라운 성취는 한국 장르문학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리메이크 미국 드라마 [굿닥터]의 총괄프로듀서 린지 고프만은 ‘케이스릴러 브랜드의 작품들은 뛰어난 감각과 획기적인 스토리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청계산장의 재판』과 같은 숨겨진 보석들로 가득 차 있다’라고 케이스릴러의 가치를 인정했다. 대만의 오픈북도 기사에서는 대만 출판시장에 대한 문제점을 고찰하며 해당 문제를 극복하고 성과를 창출한 사례로 고즈넉이엔티의 케이스릴러 브랜드를 꼽았다. 2020년 11월에 케이스릴러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찾고 싶다』와 함께 『향수에 젖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줌 인』, 『증발된 여자』을 비롯해 케이스릴러 시즌 3에 해당하는 열 작품이 순차적으로 출간된다. 매년 10~15 작품이 한 시즌에 묶여 출간될 예정이며, 2025년까지 100번째 작품을 출간하고, 소설 한류를 이끌어 유럽과 영미권 서점의 서가에 장식되도록 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