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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실종 귀환 부활 파국 결전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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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문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예배당 문은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거기에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모두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아니다. 그들은 그저 고개를 뒤로 한껏 젖히고 있을 뿐이었다. 예배당 의자에 앉아 고개를 젖힌 채 모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입을 한껏 벌리고 있었다. 거품을 물고서. 누군가는 손을 축 늘어뜨렸고 누군가는 가슴 근처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그 동작 그대로 딱 멈췄다. 얼음 땡 놀이를 할 때처럼. 그중에는 소년의 부모도 있었다. 고개가 홱 꺾여 마치 소년의 고장난 로봇 장난감처럼 보였다. 머리가 덜렁거려 끝내 버려야 했던 로봇.
“엄마…… 아빠…….” 소년이 부모님을 향해 홀린 듯 몇 발을 내딛었을 때 천장에서 무언가가 훅 떨어졌다. “악!” 소년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고개를 든 소년의 눈에 대롱대롱 매달린 한 쌍의 다리가 들어왔다. 맨발이었다. 발톱이 길게 자라 있었다. 그 맨발을 타고 싯누런 액체가 흘러내렸다. “으으…….” 너무 놀란 소년은 신음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 p.15 단순히 난방이 안 돼 추운 것과는 달랐다. 차갑고 섬뜩한 기운이 선우의 목덜미를 훑었고 보이지 않는 뭔가가 심장 안으로 쑥 들어와 사정없이 틀어쥐는 것 같았다. 저절로 턱이 떨리며 이가 딱딱 마주쳤다.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운동화 바닥을 뚫고 한기가 올라왔다. “선우야, 빨리 문 열어줘.” 동수의 말이 들리기는 했지만 멀리, 아주 저 멀리, 아예 다른 차원에서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순간, 선우는 철저히 혼자였다. 선우는 디지털 벽시계의 빨간색 숫자가 00:00에서 멈춰 있는 걸 발견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냉장고가 돌아가는 웅웅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멈춰 있는 TV였다. 꺼진 게 아니라 그야말로 멈춰 있었다. 예능의 한 장면이 TV 화면에 싸구려 그림처럼 고정된 채 걸려 있었다. 이곳에는 시간 자체가 아예 흐르지 않는 것 같았다. “선우야!” 다시 동수 목소리가 들렸지만 선우는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 --- p.123 “넌 예전에 죽었어야 해. 괴물 같은 새끼. 가족들 앞서 보내고 혼자 살아나온 악귀 같은 놈!” 할머니가 얼마 남지도 않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저주를 쏟아낼 때 선우는 떨고만 있었다. 칼을 막고 있던 손에도 힘이 빠졌다. 이대로…… 이대로 그냥 찔려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펐다. 정말로 자신이 저주스러웠다. “할머니, 할머니 마음대로 해.” 선우는 결국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그 순간 할머니가 입이 찢어질 듯 큼지막한 미소를 짓는 것과 동시에 한 마디를 물었다. “너 이 새끼 이름이 뭐야?” “이름?” 기시감이 들었다. 춘식이 일전에 했던 말은 물론이고 바로 어제 호수에서 겪었던 그 일이 퍼뜩 떠올랐다. 이름을 알려주는 건 자기 몸에 들어와도 된다고 허락하는 거나 마찬가지거든. --- p.1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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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릴러소설 브랜드 케이스릴러 시즌2 작품
전건우 작가의 신작 호러 소설 마귀의 뒤를 쫓는 무녀, 마귀의 존재를 알아챈 소년, 그리고 마귀와 맞서 싸우는 말단 순경의 추적 심령 스릴러 겨울이 되면 눈에 파묻혀 고립되어 버리는 강원도 산골 마을 소복리. 첫눈이 내릴 무렵, 소복리 위쪽에 자리한 붉은 별장에 외지인들이 찾아온다. 누구도 그들의 정체를 모르는데, 공교롭게 같은 시기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실종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실종된 현장에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양이 반복해서 발견된다. 소리 없이 쌓이는 눈처럼 소복리의 공포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단순 가출이라 여기던 사람들도, 실종이 계속되자 불길한 느낌에 사로잡혀 수색을 시작하는데…. 하지만 소복리에는 이런 말이 내려온다. ‘겨울이 지나고 눈이 녹아야 비로소 진실이 드러난다.’ 어릴 적 겪은 사고로 인해 불길한 일을 감지해내는 능력을 가진 문제아 소년 선우, 그리고 노력 끝에 순경이 된 소복리 출신 말단 형사 동수. 두 사람은 실종된 사람들의 흔적을 쫓던 중 마주치게 되고, 이내 힘을 합친다. 두 사람은 사건의 배후에 외지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선량한 얼굴의 외지인은 불안에 떠는 마을 사람들을 위로하며 서서히 소복리 전체를 장악해 가고……. “나갈 수도 없고, 들어올 수도 없는 마을. 그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오직 자신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작가 인터뷰 중에서 케이스릴러 PD : 기괴한 설정으로 호러소설의 구조를 유지하는 건 이제 한물간 느낌이 듭니다. 공포성이 내재된 기발한 설정이 대세라고 보는데, 영화에서는 [어스]나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나타났다. 소리 내면 죽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마귀』에서는 어떤 설정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까요? 전건우 작가 :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설정들을 빼고 말씀드리자면 저는 소복리라는 배경이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러 소설로는 드물게 여름이 아니라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폭설로 고립된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이라는 것 자체가 기괴함을 넘은 기발한 설정이 아닐까요? 나갈 수도 없고, 들어올 수도 없는 마을. 그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오직 자신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 이런 것이 제가 설정한 『마귀』의 차별점입니다. 케이스릴러 PD : 미지의 힘에 대적하는 산간마을 소복리의 어벤저스는 볼품이 없습니다. 사고뭉치에다 반항적인 고등학생, 지서에 투입된 지 얼마 안 되는 말단 경찰,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녀, 읍내 만화가게 주인. 과연 이들이 악의 힘에 대항해 주민들을 구해낼 수 있을까 싶은데요, 이렇게 능력치를 낮춰 인물들을 구성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전건우 작가 : 제가 쓴 작품들에는 대단한 힘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늘 오합지졸들이 뭉쳐 사건을 해결하곤 했죠. 제가 이런 식으로 인물들을 구성하는 이유는 작가인 저 스스로가 별로 대단하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런 인물들을 그릴 때 훨씬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느끼죠. 다만 그들이 단합했을 때는 강대한 적을 상대할 정도의 힘이 생겨나는데, 저는 이것을 ‘보통의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평범한 이들, 혹은 평범보다 못한 이들이 고난을 이겨내고 승리했을 때 독자들 역시 훨씬 더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작가인 제가 감정 이입하기도 좋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