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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 다시보기 들여다보기 그려보기 2. 서울 밤하늘의 별은 무수히 빛나더라 - 서울 밤하늘의 별은 무수히 빛나더라 - 스피커스 코너 - 그곳의 뚜껑이 열리면 로봇 태권브이가 출동한다 - 프로젝트 a - 프로젝트 b - 프로젝트 c 3. 어둠의 강을 건너 하데스의 왕국으로 - 언더월드 - 멸균 상태의 밀폐된 미로 - 롯데왕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프로젝트 a - 프로젝트 b - 프로젝트 c 4. 우리가 호출되는 방식 - 1 - 2 - 3 - 프로젝트 a - 프로젝트 b - 프로젝트 c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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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한 인덱스카드의 분량이 만여 장을 넘어서자 정리나 관리의 어려움을 느낀 그는 직접 연필을 들고 종이 위에 그 정보들의 다이어그램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는 정리와 추론을 거쳐 간단한 트리 구조의 스케치가 되었고, 그는 이 스케치가 자신의 가설 입증을 위해 수집한 정보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배열하는 방법인 동시에, 이 과정이 각 사실들을 연결하는 관계들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며 숨겨진 구조를 암시하는 촉매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롬바르디는 국제적 스캔들에 관한 차트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 p.21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안에서 그들이 오순도순 동료들과 부대끼며 자리하는 모습에 대한 관찰은, 그들이 실질적으로 어디에 거주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으로까지 나아갔다. 처음에 그것은 약간 바보 같은 질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전국의 지역구에서 선출된 그들이 당연히 당선된 지역구 어딘가에서 살지 다른 어디에서 산단 말인가?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격투 영상에서처럼 의정 활동 중에 본래 정해진 자신들의 자리가 때로는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하거나 뒤엉켜버리듯이, 이들이 사는 곳도 실제로는 어떨지 모를 일 아닌가. 물론 선관위에 이들이 제출한 주소지는 제각각 자신들의 지역구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창에 이들 의원들의 이름과 ‘자택’이라는 검색어를 함께 입력했을 때의 결과들은 사뭇 다르다. --- p.38 이제는 많은 이들이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치지만, 서울 도심의 모든 지하 공간의 출입구에는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대피소’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모든 지하철역의 출입구와 지하보도, 지하상가들에 빠짐없이 붙어 있는 이 표지판은, 이 공간들이 어떤 목적으로 처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 목적을 얼마나 완전히 잊고 사는지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 p.97 반면, 지금에 와서는 굳이 성을 사고자 하지 않더라도 그들과 마주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신 광고 기술은 항상 포르노 사이트가 제일 먼저 도입한다는 농담이 있지만, 농담으로 치부하기에는 이미 우리의 휴대 전화에는 하루에도 몇 개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많이 날아오는 성적 ‘제안’들로 가득하다. 실명 확인과 추천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 역시 어디서 어떻게 알고 들어왔는지 모를 이들의 광고에서 자유롭지 않다. --- p.1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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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물음, 시각언어의 실험이 구축한 지형도
하이브리드 총서 다섯 번째 책, 정진열ㆍ김형재의 『이면의 도시』는 우리 일상 주변에 명멸하는 수많은 텍스트와 이미지 등의 단편적인 정보들을 모아 그래픽, 도표, 지도 등 시각언어로 재현함으로써 도시의 감춰진 이면을 드러낸다. 도시와 개인과의 관계, 도시 공간의 기능 변화, 도시를 작동시키는 시스템의 정체 등 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물음은 시각언어로 형성된 도시의 지형도를 그리는 작업으로 완성된다. 우리의 일상에 잠복해 있거나 주위를 떠도는 파편화된 정보들을 하나의 방향성을 설정해 집결시키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거나, 보지 못한 것들이 부상한다. 우리는 필요 이상의 것으로 넘치고 변화하는 정보 속에 살고 있고 이 정보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건과 풍경과 기억들이 사실은 불투명하고 단편적인 추억이 만들어낸 도시의 환영일 뿐이거나, 하나의 기호로 단일화된 허상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이란 도시의 이미지는 개인적 경험이 누적되어 구축된다. 아파트 천국, 교통지옥, 솟아나는 건물, 급속한 변화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활력과 역동의 공간이라는 대외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거대한 메트로폴리탄 서울에 거주하는 개인이 체화한 서울의 이미지는 전세대란, 길거리 음식, 수많은 등산로, 전쟁 위협에 시달리는 위험한 도시 등 좀 더 개별적이고 세부적이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인다. 도시라는 공간과 이러한 개인의 ‘관계맺음’은 기술이 진보함으로써 더 확대되고 자유로워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역설적으로 기술의 진보에 따른 시스템 지배력의 강화로 이어지며 우리의 감각과 경험을 평준화시키고 제한적이고 의존적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서 말하는 시스템이란 작게는 우리에게 친절하게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에서부터 크게는 산업 자본주의 정책에 이르기까지 그 폭과 깊이가 다양하지만 우리는 이 시스템의 영향력을 간과하거나 무시하거나 심지어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과 우리의 관계, 시스템과 다른 시스템과의 전체적인 맥락을 짚어내지 못한다. 도시의 표상 너머에 존재하는 욕망의 시선을 시각화함으로써 도시의 숨겨진 질서를 드러내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이미지의 재생산이라는 익숙한 작업을 통해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시도한다. 한 지역의 CCTV 설치 분포도를 만들어보거나, 한국 지식인들의 이념 경향을 도표로 그려보는 등 구체적 의미를 갖기 어려운 일상적인 정보의 가닥들을 엮고 다양한 맥락에서 살피고 재현하면서 우리의 일상에 암묵적으로 관계하는 것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이처럼 저자들은 일상 속에 너무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하는 공간의 틈새를 드러냄으로써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광장이나 지하 공간, 사이버 공간 등 익숙한 공간의 면면을 들여다보면서 우리의 이미지와 감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대기업과 정부의 욕망이 어떻게 우리를 잠재적·무의식적으로 지배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008년 촛불집회 진행 과정이나 1인 시위가 일어나는 장소 등을 시각화함으로써 공공장소가 어떻게 공권력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지, 잠실역 주변 상가 조사 결과나 금융기관 대출 프로세스를 이미지화함으로써 자본주의 시스템이 어떻게 우리를 감독하고 관리하는지 알려준다. 이러한 작업은 우리에게 견고하고 안정적인 일상의 이면에 은폐된 상처와 상실을 일깨워줌으로써 익숙한 현상에 이질감을 부여한다. 우리는 공간과 그 공간을 지배하는 질서 속에서 끊임없이 관리 대상이 되거나 공략 또는 거래 대상이 된다. 집단 안에서 개성들은 사라지고, 산업화된 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들을 무의식적으로 수용하거나, 자본주의의 욕망에 따라 손쉬운 거래 대상자가 되는 등 자본의 욕망의 시선은 우리의 주위를 유령처럼 떠돈다. 이러한 표상 너머에 존재하는 정체와 그 시선은 분절되고 가공되고 재배열된 시각적 실험들을 통해 우리에게 도시의 시스템과 개인의 관계를 환기시키고, 우리가 관리당하고 거래의 대상이 되는 미미한 존재임을 마주보게 한다. 다시 말해 이런 시도는 우리에게 외부 세계에 열광하고 도취되길 경계하는 벤야민의 산책자처럼 예민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도시 곳곳의 구조와 상황을 살피는 눈을 제안함으로써 개인으로서의 의미를 되살리고 자본의 욕망에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