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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권태와 청춘 | 이성민 1. 낭만주의적 공헌 2. 청춘의 연장 3. 세계의 권태 4. 무의미의 시간들 지루함의 철학 ― 데카르트, 스피노자의 자연학과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접근 | 이종주 1. 지루함에 대한 미학적, 종교적 접근: 파스칼, 키르케고르 그리고 쇼펜하우어 2. 지루함에 대한 자연학적 접근: 데카르트, 스피노자 3. 주지주의적 정념론에서 지루함의 분석 4. 지루함의 실존론적-존재론적 해석학: 하이데거 - 지루함에 대한 주정주의적 접근 - 지루해짐 - 지루해함 - 그냥 아무튼 지루함 5. 지루함의 자연학과 해석학의 존재론적, 윤리학적 함의 근대의 증상으로서 지루함 | 김종갑 1. 과잉 자극과 지루함 2. 게으름, 따분함, 지루함 3. 구한말 조선 사람들의 게으름 4. 근대의 지루함 5. 지루함에서 의미의 창조로 우리는 왜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가 ― 재미중독 사회와 권태의 재발견 | 김운하 1. 신기한 거울 나라의 앨리스 2. 우리는 모두 디지털 노예인가 3. 재미와 재미중독 사회의 도래 4. 테크놀로지의 매트릭스 속에서 길을 잃는 인간 5. 깊은 권태의 재발견 6. 탈접속하기 그리고 자기 자신 만나기 사대부의 권태, 그 문명 비판적 의미 ― 이규보의 「용풍」, 성간의 「용부전」, 성현의 「조용」을 대상으로 | 황혜진 1. 사대부도 권태를 느꼈다 2. 권태로운 삶의 문학적 형상 3. 권태에 대한 사대부들의 생각 4. 유교문명사회에서 권태가 갖는 의미 5. 권태로운 사대부가 던지는 물음 ‘취집’Y의 선배가 후배들에게 ― 19세기 여성의 권태 | 최하영 1. 들어가며 2. 욕망이 없음으로 욕망의 대상이 되다 3. 먼지처럼 쌓이는 권태 4. 이름이 없는 문제 권태와 폭력성에 관한 연구 | 황은주 1. 권태는 어떤 감정인가 2. 폭력의 일상화 3. 수동적 레저문화의 문제점과 내적자원의 결핍 4. 폭력과 지루함에 내포된 정치학 5. 간과할 수 없는 장난: 폭력 권태로운 대중문화 | 송치만 1. 권태의 여유 2. 대중문화의 과잉 기호 3. 다르면서 같은 아이돌 그룹 4. 건강한 문화 생태계를 위하여 권태 죽이기와 죽도록 즐기기 | 손석춘 1. 똥 누는 놀이 2. 대중매체와 권태 죽이기 3. 텔레비전중독과 중독의 권태 4. 죽도록 즐기기와 인터넷 5. 권태의 힘, 창조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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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의 가장 주된 첫째 증상은 시간을 의식하는 데 있다. 이때 ‘시간’뿐 아니라 ‘의식’도 의식되는 것이다. 어떤 일에 흥이 오르면 거기에 심취해서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른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속담이 이러한 상태를 잘 말해준다. 무엇에 너무 빠져 있으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도 의식하지 못하는 정도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권태에 잠기는 순간에 이러한 시간과 일, 의식의 관계가 역전된다. 이제 시간은 굼벵이처럼 느릿느릿, 그것도 오뉴월 엿가락처럼 축 늘어져 하품만 나게 한다. 시간이 시간으로서 의식되는 것이다.--- p.10
오늘날의 주체들에게는 아이와 어른을 나누는 청소년기나 청춘기라는 것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권태의 주체가 있다면 무엇보다도 그들을 가리킬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이 시기는 권태의 시기이면서 또한 이른바 ‘질풍노도’의 시기기도 하다. 알다시피 오늘날 이 시기는 어느 순간, 즉 성인이 되는 순간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서 계속해서 연장된다. ‘우리, 낭만주의자들’은 성인이 되는 것보다는 어린이의 세계에 남는 것을 선호하며 현실적으로 어린이의 세계에 남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어른이 되지 않는 것을, 청춘으로 남는 것을 선호한다.--- p.26 하이데거의 주정주의적 관점에서 지루함의 해석학이 우리에게 주는 윤리학적 이상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해석으로는 단순히 기분으로서 깊은 지루함만을 느끼기보다는 가장 극단적인 무관심, 아무래도 좋음, 상관없음은 이미 어떤 강한 갈망, 충동임을 깨달아야 한다. 다시 말해 기분은 기분-충동임을 알아야 한다. 그때에만 비로소 자신의 본래적 현존재의 존재가능에로 결단할 수 있게 된다.--- p.58 지루함은 일 자체가 아니라 무의미한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 자의식에서 발생하는 감정이다. 지루한 주체는 이래도 흥 저래도 흥하며 만사가 시큰둥하고 흥이 나지 않으며 의욕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일을 하든지 하지 않든지 차이가 없으며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이유와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어중간한 상태다. 이는 일을 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도 일하기 싫어서 손 놓고 쉬고 있는 게으름과는 다른 감정이다.--- p.70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만이 사유하는 존재라고 규정했다. 사유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존재와 삶, 자기 자신 등에 관해 그것의 의미를 질문한다는 뜻이다.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의 답을 스스로 탐구하는 것이 바로 사유다. 그런 맥락에서 하이데거는 권태의 긍정적인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왜냐하면 속수무책으로 자기 자신을 강요하는 시간의 끔찍한 권태로움 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본래적 자아, 즉 사유를 통해서 인간적 자유를 되찾는 순간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p.95 권태를 바닥까지 파고들어 성찰하고 표현한 이규보, 성간, 성현 등은 관료 문인으로서 대단한 경력과 성취가 있는 인물들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권태를 절감한 이유는 첫째, 사대부가 감당해야 했던 유교문명의 과다한 요구로 인한 정신적 피로감 둘째, 자유로운 기질과 방달한 사유 등이다. 특히 후자로 유교문명과 화해로운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이들은 권태를 표현하고 긍정함으로써 문명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p.116 ‘취직’을 선택한 여성들의 삶은 행복하고 의미로 충만할 것이고, ‘취집’을 선택한 여성들의 삶은 결국은 권태롭고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이분법적 예언은 사실도 아니고 이 글의 요점도 아니다. 다만 200년 전 영국 여성들의 삶과 50년 전 베티 프리던이 『여성의 신비』에서 고찰한 미국 여성들의 삶이 보여주듯,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욕망에 대한 들여다봄 없이 살아가는 여성의 삶은 많은 경우 권태를 그 귀결점으로 한다. 유감스럽게도 이는 많은 것이 변한 21세기 한국 사회 여성의 삶에도 적용된다.--- p.132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폭력을 행사하는 그 순간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인 계급을 떠나 폭력을 당하는 사람에 비해 물리적으로 우월한 입장에 서듯이 내가 지루함을 느끼거나 누군가를 매우 지루한 사람이라고 명명하는 순간 나의 정치적인 위치는 상대보다 우월해진다. 따라서 폭력과 권태 모두 나르시시즘과도 연결된다.--- p.146 권태의 망각은 즐거움의 중독으로 이어지며 악순환을 이루기 때문에 권태를 정면으로 받아들여 그것을 창조적 열정으로 바꾸는 지혜가 우리에게 절실하다. 그 지혜는 단순히 어느 개인의 양심이나 선택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현상은 물론 구조와 촘촘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 p.1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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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는 언제든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삶에 녹아 있다
가장 인간적인 키워드 ‘권태’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해부한다 경계 간 글쓰기, 분과 간 학문하기, 한국 인문학의 새 지형도 하이브리드 총서 제12권 『권태 -지루함의 아나토미』. 이번 시리즈는 가장 본질의 인문학적 질문을 던진다. 누구나 할 일이 없고 무료해서 죽을 지경이었던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도 집중하고 관심을 갖거나 끝없이 미워하고 증오했던 것들이 무의미하고 남의 일 같던 느낌도 무엇인지 알 것이다. 우리는 인간적인 이런 상태를 ‘권태’라고 한다. 과연 이 권태라는 것의 본질은 무엇이고 어떤 형태로 우리 삶에 자리하는 것일까? 이 책은 인간의 본능인 권태로움에 대해 철학, 문학, 여성학, 역사, 대중문화 등 아홉 가지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해부한 인문 에세이다. 이성민은 ‘권태와 청춘’이라는 제목으로, 청춘기를 특징짓는 정서적 상태를 권태라 말하며 라르스 스벤젠과 가라타니 고진 등 학자의 시각을 바탕으로 권태로움을 독특하게 풀었고 이종주는 데카르트, 스피노자의 자연학과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접근으로 정통 철학의 관점에서 권태를 논했다. 또 김종갑은 과잉 자극의 사회가 된 현대의 모습과 과도기적 근대 사회의 모습을 비교하며 권태를 이야기했고 김운하는 테크놀로지의 재미중독 사회를 진단하며 권태의 순기능을 재조명했다. 한편 송치만은 현대 사회의 대중문화 속 권태에 대해 논했고 더불어 손석춘은 텔레비전과 인터넷문화로 현대인의 권태를 분석했다.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황은주의 권태와 폭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문제인 집단 따돌림, 테러 범죄 등을 권태와 정치적인 힘의 관계로 설명한 것은 사회적으로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는 논점이다. 철학적, 사회적 관점과는 조금 더 다르게 동서양의 고전 작품을 통해 권태를 논하는 글도 무척 재밌다. 황혜진은 이규보의 「용풍」, 성간의 「용부전」, 성현의 「조용」을 대상으로 사대부의 권태를 조명한 독특한 주제를 이야기했고 최하영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작품을 통해 19세기 여성의 권태에 대해 풀어가며 여성학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