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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_ 개성 있는 개성 음식
들어가는 글 _ 개성 음식의 맛은 무엇인가? 짜지도 심심하지도 않은 중간 맛 | 다양한 식재료가 조화롭게 빚어내는 풍요로운 맛 | 고려 왕조의 역사를 담아낸 맛 | 발효 음식의 발효미로부터 나온 감칠맛 | 개성상인의 넉넉한 맛 | 정교하고 깔끔한 불교의 맛 | 화려한 자유의 맛 | 국제교류도시의 개방적인 맛 1부. 고려 수도, 개경의 음식 문화 1. 개경, 고려인들은 무얼 먹었나? 고려 수도, 개성이 가지는 의미 | 개성 음식의 원천 | 고려인들은 무엇을 어떻게 먹었을까? | 고려 왕실의 음식 문화 | 귀족들이 누렸던 식문화의 위세 | 서민과 천민들의 식생활 2. 고려 개성, 국제 교류 음식 도시 음식과 문화를 교류하다 | 고려 고기 문화의 부활 | 원에 유행한 고려 풍속 | 고려라는 이름의 음식들 | 고려의 송상松商이 현대의 개성상인으로 3. 다문화사회, 개경이 노래한 쌍화점 주막에 모여 회음하다 | 쌍화雙花란 무엇인가 | 쌍화점에 등장하는 술은? 4. 고려와 개성 사람들의 차 이야기 고려의 찬란한 차문화 | 개경 시내 찻집, 다점茶店 | 고려 왕실과 귀족들의 차茶문화와 그 폐단 5. 고려, 개성 사람들이 즐긴 술 문화 다양한 술 문화를 향유하다 | 술그릇으로 사용된 금은주기金銀酒器 6. 개경 음식을 담은 판도라의 상자, 태안 마도선 천년의 세월동안 잠들어 있던 난파선 | 곡물과 먹거리를 실은 태안 마도 1호선 | 꿀과 참기름을 담은 매병이 실려 있던 태안 마도 2호선 | 고려 식문화를 실은 태안 마도 3호선 7. 고려 사람들이 사용했던 아름다운 식기 이야기 실용적인 식기로 쓰였던 청자 | 은과 청동으로 만든 식기를 사용하다 | 태안선에서 발견된 청자 발우 | 상상력을 자극하는 청자 구절판 8. 고려 주신酒神 이규보, 고려 음식 문화를 읊다 시인 이규보의 노래 | 이규보, 채마밭을 가꾸다 | 가포육영, 집 안 채마菜麻밭 여섯 노래 | 고려 주신酒神, 이규보 9. 목은 이색이 노래한 개경음식 목은 이색과 『목은집』 | 쌀과 밥에 관한 목은의 생각을 읽다 | 목은의 점심, 국수 | 최고의 반찬, 두부 | 목은의 유별난 팥죽 사랑 | 과일 향내 가득한 목은의 시 | 목은 이색이 사랑한 술 | 선물로 받은 음식에 감사하며 | 선물받은 침채장, 장김치 10. 송나라 사신 서긍의 눈으로 본 개성 음식 서긍, 송도에서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다 | 고려 땅에서 생산되는 토산품 | 해산물이 넉넉한 풍경 | 방자가 몰래 먹던 방자구이 | 고려에서 산출되는 과실과 인삼 | 술과 단술을 중히 여긴 고려 | 고려의 기명 11. 세시풍속으로 본 음식 문화 고려 시대의 세시풍속 | 풍속을 즐기며 읊다 12. 만월대, 잔치가 열리다 만월대를 돌아보며 | 김홍도의 만월대 잔치그림, 「기로세연계도」 | 황진이가 노래한 만월대 | 강세황의 『송도기행첩』 2부. 개성 음식의 미학 1. 소담한 모양을 자랑하는 개성 만두, 편수 세계인의 음식, 만두 | 만두의 등장 | 쌍화점에 등장하는 상화부터 개성편수까지 | 편수에 대한 개성인의 구술 | 천하진미 개성의 편수 | 조선에 둘도 없는 최신 요리책에 나오는 편수 | 식도락의 황홀경, 편수 2. 개성 명물 김치, 보褓김치를 논하다 보쌈김치가 아닌 보褓김치 | 고려 시대 개성 김치의 진화 | 고수가 들어간 개성김치 3. 개성인의 소울 푸드, 개성 장땡이 장떡? 장땡이가 무엇일까? | 개성 장땡이의 원조를 찾아서 | 지역에 따라 제각기 만들어 먹었던 장떡 | 깊은 발효의 맛, 전통 개성 장땡이 4. 눈이 내리는 날, 고기를 굽다 설야멱적의 고향 | 집산적 | 너비아니와 방자구이 5. 삶과 애환을 담은 설렁탕 운수 좋은 날의 설렁탕 | 거슬러 올라가 만난 설렁탕의 기원 | 설롱탕, 셜넝탕, 설렁탕 6. 닭볶음탕이 개성 음식이라고? 세계인이 좋아하는 닭고기 | 도리탕부터 닭볶음탕까지 | 문헌에 기록된 도리탕과 도이탕 | 닭의 변신은 무죄다 7. 국수 천국, 북한 국수 열전 인류 최초의 국수 | 역사 속 국수 | 우리 민족의 국수 사랑 | 다양한 음식 언어 | 꿈에 그리는 해주냉면의 맛 8. 인삼의 고향에서 만난 음식들 인삼의 고향, 고려 개경 | 삼계탕의 시작, 인삼가루를 넣은 닭국 | 박완서의 소설 속 개성 인삼 | 몸을 보補하는 인삼탕 | 위를 달래주는 인삼죽 | 영조, 인삼정과를 금지하다 | 귀한 대용차, 인삼차 | 달달한 인삼당 | 보양식으로 진상하였던 인삼속미음 9. 원조 순대, 개성 절창 한반도의 순대 문화 | 순대의 기원 | 개성 순대, 절창을 아시나요? | 국민 음식, 순대 10. 특별한 채소요리, 개성나물 산나물을 시로 읊은 신숙주 | 곶감이 들어간 개성 채나물 | 개성 나물은 무나물 | 나물로 만드는 차례 비빔밥과 토란국 | 신숙주와 숙주나물 11. 과자를 즐겼던 개성 사람들 과일을 본떠 만든 과자 | 개성주악, 우메기 | 개성모약과 | 송도 밤엿, 율당 | 송도 팥경단 | 알싸한 맛, 개성 엿강정 | 조랑 정과, 아가배 정과 12. 개성 사람들의 유별난 떡국, 조랭이 떡국 우리 역사 속 떡국 | 설음식도 지역 따라, 조랭이떡 이야기 | 조랭이 떡국 만들기 13. 송도 식혜 이야기 전통 음료의 대명사, 식혜 | 『소문사설』에 등장하는 식해 | 식혜와 식해는 어떻게 다를까 | 식혜에 담은 진심 14. 개성의 진귀한 음식, 홍해삼 귀중한 식재료로 만들어 보배롭게 쓰인 음식 | 의례 음식으로 준비하는 홍해삼 | 홍해삼 들여다보기 15. 무의 화려한 변신, 개성 무찜 많고 많은 채소 중에서도 왜 무였을까? | 맛과 영양, 색도 조화로운 개성 무찜 | 개성무찜 만들기 | 개성무찜이 개성에 자리잡은 사연 16. 찌개용 김치, 호박김치 서민들이 마음 편히 먹던 김치 | 서리 맞은 호박의 변신 | 호박김치 담그기 | 아버지와 호박김치 17. 젓갈을 즐긴 개성 사람들 새우젓으로 간을 하는 개성 음식 | 밥 도둑놈, 참게로 담근 그이장 | 태안 마도선, 개성 젓갈을 나르다 | 개경에서 즐긴 남도 전복젓갈 | 개경에서 즐긴 남도 홍합해 3부. 우리 곁의 개성 음식 1. 소설 『미망』과 개성 음식 『미망』의 음식 문화 연구 | 사회 구성원에 대한 배려의 마음 | 돼지고기를 많이 먹었던 개성 사람들 | 인삼의 본고장 | 탕 음식으로 나누는 개성 사람들의 마음 | 발효음식의 그윽한 맛과 영양 | 개성 음식에 담긴 철학 | 개성 인삼과 송상松商정신 | 개성 잔치음식과 공동체 의식 | 결혼식 장면과 손님접대 2. 마해송이 들려주는 개성 음식 이야기 마해송과 개성 | 여름, 복달임을 위하여 | 보쌈김치와 오이선에 대한 오해 | 마해송 선생의 글을 통해 만난 개성 음식 3. 개성 음식을 다룬 요리책 요리책을 연구하다 | 『개성요리』, 고향의 맛과 향기를 찾아서 | 윤숙자 선생의 개성 음식 이야기 | 간송가 며느리 김은영 선생의 요리 노트 | 전원주의 개성요리 | 용수산 최상옥 할머니의 개성 음식 비법 | 김영호 여사의 앞치마에 담긴 보람 4. 개성식당들을 둘러보면서 최고의 개성 만두집, 인사동 궁 | 개성식당의 대명사, 용수산 | 이제는 사라진 석란과 마리 | 용두동 개성집은 어디에 4부. 통일식당에서 차리는 개성밥상 1. 문인 이규보에게 전하는 밥상 고려를 상징하는 문인을 위한 정갈한 밥상 | 달큰한 아욱국과 담백한 꿩찜 | 게장 한 입, 오이선 한 입 | 가지로 만든 가지가지 요리 | 여름에는 무장아찌, 겨울에는 동치미 | 움파산적을 아시나요? | 소박한 박나물과 솔향 가득 송이산적 | 향기로운 봉래주 한 잔 2. 목은 이색을 위한 유학자 밥상 수많은 시를 남긴 유학자 목은 이색 | 푸른 청자 속 팥죽 | 여름철 점심으로 향기로운 백면 한 그릇 | 입안에는 토란이, 뜨락에는 가을 경치 가득 | 목은이 사랑한 두부로 만드는 두부전골 | 시원하게 넘어가는 자박한 물김치 | 청어 가득 청어 요리상 | 흰 달 같은 백설기와 뚤뚤 뭉친 찹쌀밥 | 곱디 고운 둥근 구슬, 앵도를 읊다 | 목은의 상에 빠뜨릴 수 없을 죽엽주 3. 황진이의 다채로운 기방 밥상 송도의 빼어난 인물, 황진이 | 눈 내리는 밤, 잘 익은 고기구이 한 입 | 한식의 대표주자, 열구자탕 | 화려함 속 부드러움, 개성무찜 | 연회상의 꽃, 전유화煎油花가 빠질쏘냐 | 홍합과 해삼을 주인공으로 한 홍해삼 | 기방상의 주연, 품격 있는 보김치 | 여름 기방에서 즐기는 냉면 한 그릇 |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구절판 | 후식으로 먹어볼까? 개성경단 | 개성 대표 약과, 네모 네모 모약과 | 우메기 빠진 잔치는 없다 | 풍미를 자랑하는 가향주 4. 쌍화점에서 즐기는 쌍화 차림 고려 주점, 쌍화점 | 정성 가득 개성 상화 | 식사로도 안주로도 좋은 개성 절창 | 면법 | 깔끔한 증류주, 소주 5. 소설가 박완서를 위한 고향 밥상 소설 『미망』의 작가, 박완서 | 설날 아침에 차리는 조랭이 떡국 | 국밥으로 한 끼 뚝딱 | 뭉근하게 끓여 먹는 호박김치찌개 | 모듬식 개성나물 | 새우젓국에 찍어 먹는 제육편육 | 주목해야 할 발효의 맛, 그이장 | 개성인의 소울 푸드, 개성장땡이 | 별미 중의 별미, 인삼정과 | 유자 향이 번지는 식혜 한 모금 | 알록달록 차 과자, 다식 | 미각을 자극하는 고려 인삼주 | 개성을 살아간 인물, 5인의 개성밥상을 차리다 에필로그 _ 음식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며 미주 참고문헌 기타 출처 및 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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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는 ‘만두’와 유사한 음식으로 볼 수 있다. 건국 초기부터 이슬람 상인들과 교역하기 시작한 고려는 원의 침략 이후 서역과의 교류가 증대된다. 이로 인해 서역의 음식 문화는 고려 음식 문화에 영향을 주게 된다. 밀가루로 만든 피에 소를 넣어 만드는 음식으로는 터키와 중앙아시아에서 주로 먹는 만티manti 외에 삼사samsa를 들 수 있다. 페르시아가 기원인 삼사는 일종의 군만두로 세모뿔 모양이다. 『고려사』의 팔관회 기록에 등장하는 ‘쌍하雙下’는 식사 마지막에 왕에게만 바치는 귀한 음식이었다. 그러나 점차 고려에 정착한 서역인이 증가하면서 ‘쌍하’ 혹은 ‘쌍화’ 전문점이 생기고, 이 음식이 고려인에게도 익숙해졌다. 다만 가루가 귀했고 끓이거나 찌는 것에 익숙한 한국인의 식습관으로 인해, 기름에 튀기거나 구워야 하는 방식보다는 찌거나 삶는 형태의 만두가 친숙하게 자리잡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 「다문화사회, 개경이 노래한 쌍화점」 중에서 지난 2007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충남 태안군 대섬 인근 해역에서 고려 시대 선박 1척을 발굴했다. 선박에는 2만 7천여 점의 청자가 실려 있었으며 도자기에 묶여 있거나 도자기 옆에 놓여 있던 목간을 통해 이 배가 전남 강진에서 개경에 있는 귀족과 하급 무관 등에게 전달하기 위한 도자기를 나르던 도자기 운반선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수중에서 발견된 수만 점에 이르는 고려청자 중에서도 눈에 띈 청자는 바로 발우鉢盂였다. (중략) 태안선에서는 청자로 만든 발우가 40벌도 넘게 발견되었다. 이는 대개 3개 또는 4개의 크기가 다른 그릇으로 한 조를 이루며,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제일 큰 그릇 안에 작은 것들을 차곡차곡 포개 놓는 형태로 보관한다. 발우의 형태는 큰 대접과 비슷하지만 일반 대접과는 달리 굽을 따로 만들지 않고 편평하게 처리하였다. 가장 작은 1점의 안쪽 면에는 음각으로 모란덩쿨 무늬를 새겨 넣었으며 나머지 3점에는 안쪽 입구 아래에 1줄의 음각선을 둘렀을 뿐 다른 무늬는 없다. 오늘날 스님들은 대개 목기 발우를 사용한다. 옻칠을 한 나무 발우는 가볍고 아름다워 나도 소장하고 있다. 그런데 오래전 고려 개경으로 가던 선박에서 발견된 수십조의 청자발우靑磁鉢盂를 보는 순간, 너무 아름다워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저런 고운 그릇에는 어떤 아름다운 음식이 담겼을까? (중략) 고려는 해마다 2월이면 연등회를 성대하게 개최하는 등 불교 의례를 중시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러한 대규모 행사에는 식사접대가 중요하다. 승려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행사를 반승飯僧이라 하였으며, 『고려사』에는 총 140여 회의 반승을 실제로 행한 기록이 적혀 있다. 그러니 음식 접대에 이전에 식기를 마련해야 했을 테니 스님들이 사용하던 발우를 준비해두어야 했을 것이다. --- 「태안선에서 발견된 청자 발우」 중에서 요즘 ‘혼밥’ ‘혼술’은 젊은이들에게 일상적인 일이 되어가고 있다. 고려 시대 사람들도 혼술을 하고는 했는지, 그 역시 혼자서도 술을 즐겼고 이를 시로 남겼다. 짙은 술 익자 친구 기다려지는데 濃?始熟待交親 어떤 사람이 이런 산인 찾아줄까 肯有何人訪散人 홀로 술잔 기울인다 웃지 마오 莫笑孤斟猶得醉 손이 주인 노릇하고 입이 손님 노릇하는 것을 手能爲主口爲賓 이 시는 「남헌南軒에서 홀로 술 마시며 희롱삼아 짓다」55라는 시로, ‘손이 주인 노릇하고 입이 손님 노릇한다’는 표현이 참으로 주신의 경지답다. --- 「고려 주신酒神, 이규보」 중에서 조선시대 왕실 도화서 화원?員이었던 김홍도는 만월대에서 열린 잔치를 묘사한 그림을 남겼다. 이것이 바로 「기로세연계도」다. 조선 왕실에서 열었던 기로연耆老宴은 70세 이상의 원로 신하들을 위해 베푼 잔치이다. 여기서 ‘기耆’는 연고후덕年高厚德의 뜻을 지녀 나이 70이 되면 기, 80이 되면 ‘노老’라고 하여 기로소에 입소한 고령의 문신들을 예우하고자 하였으며 매년 봄 상사上巳(음력 3월 3일)와 가을 중양重陽(9월 9일)에 열렸다. (중략) 사실 김홍도는 계회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말년에 이를 시각적으로 재현해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림의 아래에는 계회에 참석하였던 64인 기로들의 성명과 관직이 적혀 있다. (중략) 그림은 64인을 비롯하여 257인이나 되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계회장의 모습을 묘사했다. 그러나 공간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여 오히려 넉넉함마저 느껴진다. 송악산을 배경으로 한 이 복잡한 잔치 장면 속에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삶의 단면들이 펼쳐진다. 거지가 동냥을 하자 손을 내저으며 거절하는 모습, 초동이 나무 지게를 내려놓고 황급히 잔치 장소로 달려가는 모습,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추태를 부리는 장면과 함께 사람들이 흥에 겨워 춤을 추는 장면, 한쪽에 노상주점을 차려 놓은 모습 등 잔치 주변에서 벌어지는 풍속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냈다. 여기서도 술은 빠지지 않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상 주점이 차려져 있으며 술에 취한 사람도 눈에 띈다. (중략) 음력 9월은 ‘국추菊秋’라 할 만큼 국화가 만발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이때에는 계절주로 국화주가 대유행했다. 이미 고려 시대부터 술의 신인 주신酒神이라 불렸던 이규보가 읊기를 ‘젊었을 때는 중양절 만나면 부지런히 황국을 찾았었네, 좋은 술 나쁜 술 따지지도 않고 이것 띄우니 향내 풍기더라’라고 했다. 이처럼 당시 사람들은 중양절이면 국화를 감상하거나 국화를 따다가 술을 담고 화전을 부쳐 먹었다. 국화주는 그 향기가 좋아 많은 사람들이 즐겼다. 서민들은 막걸리에다가도 노란 국화를 띄워 마시면서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그러니 이날 기로연에서 노인과 서민들이 즐기고 취한 술은 아마도 국화주였을 가능성이 크다. --- 「만월대, 잔치가 열리다」 중에서 강세황의 문집인 『표암유고豹菴遺稿』에는 ‘박연(박연폭포)에서 놀고 돌아왔다’는 기록이 있으나 시기를 밝히지는 않아 송도 방문 시기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런데 그의 각별한 친구 허필(許?, 1709~1768)이 그린 「묘길상도」에 적혀 있는 글에서 강세황이 45세가 되던 1757년 7월(음력)에 개성을 여행한 사실이 기록되었다. 그림 속 녹음이 우거지고 물이 가득한 개울에서 인물들은 웃옷을 벗고 탁족을 하는 풍경 또한 음력 7월에 아주 잘 어울린다. 마지막으로 음식은 항상 풍경과 함께하니, 그의 『송도기행첩』을 통해 개성 풍경을 만나보자. --- 「강세황의 『송도기행첩』」 중에서 만두는 오늘날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식으로, 인류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음식이라 할 만하다. 중국의 딤섬은 물론, 이탈리아의 라비올리ravioli, 시베리아의 펠메니pelmeni, 그리고 페르시아의 조슈파라, 러시아와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에서 즐기는 피에로기pierogi나 터키의 만티manti처럼 대부분의 북반구 국가에서 만두와 같은 형태의 음식을 즐긴다. 한국에서 만두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북쪽 지역에서만 주로 즐겼다. 설에도 북쪽에서는 만둣국을 먹고 남쪽에서는 떡국을 먹었다. 만두의 재료인 메밀이나 밀이 주로 북쪽에서 잘 재배되었던 반면, 떡국 떡의 주재료인 쌀은 주로 남쪽에서 재배가 잘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만두는 전 국민이 사랑하는 국민음식이 된 듯하다. 만두는 외식업의 중심 메뉴가 되었고,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냉동만두를 비롯한 다양한 만두가공식품이 개발되어 세계적으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은 언제부터 한반도에서 만두를 먹어왔을까? (중략) 편수의 재료인 밀은 특히 황해도에서 특출나게 생산량이 많았다. 또한 황해도에서 재배하는 밀은 품질도 좋았다. 이에 개성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밀가루를 구해 피를 만들어 편수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편수는 여름에 차갑게 해서 먹고는 하였으며 소의 식감을 만끽하기 위해 보통 초장에 찍어 먹었다. 여기서, 초장은 간장에 초를 치고 깨소금이나 잣가루를 뿌려 만든 것을 말하는데 잣이나 깨를 쓰지 않고 간장에 초만 친 것도 초장이라 부른다. --- 「소담한 모양을 자랑하는 개성 만두, 편수」 중에서 지인들에게 개성 음식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이야기하면, 대부분 “개성 음식은 역시 보쌈김치지”라고 반응한다. 다들 생각보다 개성 음식에 관심도 많고, 특히 보쌈김치에 대해서는 일가견을 보이는 듯싶다. 역시 ‘김치의 민족’답다고 할까? 그런데 그들이 이야기하는 보쌈김치에 대해 가만히 들어보면, 정작 개성 보쌈김치를 제대로 먹어본 사람도 없고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었다. 김치 종주국이라는 한국에서 보쌈김치는 개성을 넘어선 한국 김치의 대명사로 등극한 듯하지만 사실 보쌈김치는 허명이 높다. 많은 사람들이 그저 통배추에 여러 가지 해물이나 재료를 넣어 싸 놓기만 하면 보쌈김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통 보쌈김치는 이와는 전혀 다른 김치다. (중략) 예로부터 개성에는 보김치가 있었다. 여기서 ‘보褓’는 포대기를 뜻하며, 둘러 말아 쌌다는 의미로 ‘쌈김치’라고도 불렀다. 개성 출신 사람들 역시 말하기를, 보쌈김치라는 말은 개성 본고장 말이 아니라고 한다. 어쩌다가 보쌈김치란 이름이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개성에서는 ‘보김치’ 혹은 ‘쌈김치’라고 한다는 것이다. 쌈김치가 보쌈김치로 이름이 바뀌듯 맛이나 법도도 차츰 변했다. 본디 개성에는 속이 연하고 길며 맛이 고소한 ‘개성배추’라는 종자가 따로 있어 개성 보김치는 이 개성배추로 담가야 제격이라 한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에 홍선표가 지은 요리서인 『조선요리학』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조선요리학』에는 당시 유명했던 통김치 중에서도 경성(서울)의 ‘육상궁 통김치’와 개성의 ‘보김치’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를 다음과 같이 원문 그대로 옮겨보았다. --- 「개성 명물 김치, 보褓김치를 논하다」 중에서 세계인들이 쉽게 접하고 즐기는 닭고기 요리 중에는 고유한 전통 음식인 에스닉 푸드ethnic food도 많다. 인도의 유명한 닭 카레(chicken tikka masala)나 탄두리 치킨(tandoori chicken), 미국 남부 흑인들로부터 시작해 전 세계를 평정하기도 했던 후라이드 치킨 브랜드 KFC(Kentucky Fried Chicken)뿐만 아니라 중국의 사천요리를 대표하는 궁바오지딩도 닭을 사용한 요리로, 닭고기를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 볶은 요리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닭고기 꼬치구이 요리인 아얌 사테(ayam sate, satay)는 인도네시아에서 빈부를 가리지 않고 먹을뿐더러 인근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쳐 싱가폴에 ‘사테 거리’가 있을 정도다. 한국인의 삶에서도 닭고기는 빠질 수 없다. 이제 한국은 일명 ‘치맥’의 나라가 되어 맥주와 함께 먹는 간장치킨과 각종 양념치킨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음식이 되었다. 닭은 예로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이에 닭을 이용한 요리도 다양하게 발달하여 전통적으로는 영계찜, 찜닭, 닭젓국, 초계탕, 닭김치를 비롯하여 오늘날에도 즐겨 먹는 삼계탕까지 여러 방법으로 닭요리를 즐겨왔다. (중략) 그럼, 닭볶음은 언제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아야 할까? 18세기 말에 쓰인 농업기술서인 『해동농서海東農書』에는 ‘초계炒鷄’가 등장한다. 이 초계는 중국 조리서인 『신은지神隱志』(1400~1450년경)와 『거가필용居家必用』(1560)에서 인용한 음식이다. ‘초炒‘는 볶는다는 의미이고 ‘계鷄’는 닭을 뜻하니 닭을 볶은 요리, 즉 닭볶음이라는 말이다. 이를 통해 닭을 볶아 만드는 요리는 1400년경부터 존재하였음을 추정할 수 있다. 『거가필용』의 한 대목을 보자. (중략) 우리나라에서 양계산업이 발달하면서 1960년대에는 전기구이 통닭이 식당에 등장하였고, 1970년대부터는 음식점에서 닭도리탕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닭도리탕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성에 잘 맞아 인기 메뉴로 급부상하였다. 한편, ‘닭도리탕’의 이름에 들어간 ‘도리’가 조류나 닭을 일컫는 일본어 토리[鳥, tori]라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국립국어원은 이를 받아들여 1997년에 일본어투 생활 용어를 고시하여 ‘닭도리탕’을 ‘닭볶음탕’으로 순화하여 사용할 것을 권하였다. --- 「닭볶음탕이 개성 음식이라고?」 중에서 우리 민족의 국수 사랑은 유별나다. 국수를 사용한 음식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각종 찌개와 볶음에도 국수 사리를 넣어 먹는다. 부대찌개에 빠지면 서운한 라면 사리, 찜닭에 들어가는 당면 사리, 떡볶이에 들어가는 쫄면 사리, 어죽에 넣어 먹는 칼국수 사리 등 사리로 들어가는 국수의 종류도 다양하다. 남북한 교류에서 냉면은 뜻하지 않게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평양냉면 붐이 일어나 역사가 깊은 유명 평양냉면집에는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이 또한 근본적으로는 우리 민족의 국수 사랑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국수를 좋아하는 것은 북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평양에 있는 옥류관에서도 냉면과 온면은 북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다. 냉면 외에도 북한에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국수들이 너무나도 많다. 관련 문헌들을 살펴보면, 북한의 국수 이름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수의 이름만 보아도 어떤 맛일지 호기심이 생긴다. 과거 북한에서는 남한에 비해 국수를 더 많이 먹었는데, 여기엔 지리적인 특성이 작용한다. 북쪽에서는 메밀과 옥수수 재배가 활발하였다. 그래서 이를 활용해 녹말綠末(북한어로는 ‘농마’)을 만들어 국수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부산 밀면이나 여타 지역별로 유명한 국수가 생겨난 것은 해방 이후 미국 잉여 농작물인 밀가루의 원조로 이루어낸 결과이지 역사적인 산물은 아니다. (중략) 그다음으로는 옥수수 가루로 만든 강냉이 국수와 밀가루로 만든 밀국수가 특징적이다. 와중에 ‘분탕국수’라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분탕粉湯은 흔히 잡채에 사용되는 마른국수인 당면唐麵을 뜻하니 남북의 언어 쓰임새가 이처럼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 「국수 천국, 북한 국수 열전」 중에서 대한민국 현대 사회에서 ‘전통 음료’로 처음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바로 식혜다. 오늘날 식혜의 대명사가 된 ‘비락식혜’는 1993년에 처음 출시되었다. 식혜는 잔칫날이나 명절이 되어야 먹을 수 있었던 손이 아주 많이 가는 전통 음청류였지만 비락식혜가 출시된 이래로 언제든지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중략) 그가 전해들은 식혜를 맛있게 만드는 ‘꿀팁’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밥을 식힌 다음에는 차가운 물에 씻어 알알이 말려야 한다. 그리고 꿀을 많이 섞어 만들기도 하였으며, 과일을 많이 넣으면 도리어 잡다한 맛이 들어가 맛이 좋지 않게 되니 오로지 크고 좋은 유자를 통째로 밥 속에 넣는다. 그러면 밥이 알알이 온전하며 색깔도 희고 깨끗하면서 달달한 식혜가 된다고 하였다. 식혜에 유자를 통으로 넣고 그 향을 배가시켰다니, 참으로 특별하고도 유용한 정보다. (중략) 이렇게 역사 속 식혜를 살펴보다 보면 자연히 오늘날의 식혜를 둘러보게 된다. 우리 조상들은 식혜 하나에도 여러 조리법을 두고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할지 고민을 많이 하였다. 그러나 정작 지금 우리 주변에 있는 식혜의 맛은 천편일률적이다. 식품회사에서는 우리가 식혜를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도리어 다양한 식혜를 만나보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였다. 몇몇 솜씨 좋은 가정집이나 식당에서 후식으로 내는 호박식혜가 도리어 입맛을 돋운다. (중략) 음료 시장에서 우리 전통음료가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이다. 콜라나 사이다 같은 외국음료가 점령한 대한민국 음료 시장에서 식혜는 꿋꿋하게 전통음료로 버티고 살아남았다. 중요한 것은 지금, 그리고 앞으로다. 외국 음료에 길들여진 젊은이들의 입맛을 공략하고, 나아가 세계인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식혜를 개발하려는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 전통 음료 시장은 달라질 수 있다. --- 「송도 식혜 이야기」 중에서 생원댁에서 쉰둥이, 즉 쉰이 넘어 귀한 아이를 보았지만 젖이 잘 나오지 않아 젖이 잘 돌게 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보양식을 구해 먹이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에는 전복, 홍합, 쇠꼬리, 돼지족발, 펄펄 뛰는 잉어, 숭어, 늙은 청둥호박, 심산유곡의 석청 등 온갖 음식들이 있다. 출산은 가족의 경사일 뿐만 아니라 사회를 지속시키는 데에도 중요하고 성스러운 의례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사회 구성원에 대한 배려는 지역과 인종을 넘어선 본능이다. 더군다나 경제와 상업의 요충지였던 개성에서는 산후에 젖이 잘 나오도록 온갖 귀중한 음식들을 산모에게 구해 먹이는 것은 너무나도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장면이다. 조선 초기 어의 전순의가 쓴 식이요법서인 『식료찬요』에서도 이러한 전통을 엿볼 수 있다. 호박과 석청은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 생리활성물질이 풍부하여 산후 회복에도 매우 좋은 보양식이다. --- 「소설 『미망』과 개성 음식」 중에서 마해송 선생이 이야기하는 개성 음식 중에서도 오늘날 잘못 알려져 있는 개성 음식에 대해 본격적으로 한번 둘러보자. 그는 대표적으로 ‘보쌈김치’와 ‘오이선’을 들었다. 보쌈김치는 쌈김치이지 보쌈이 아니다. 특히 보쌈이라는 말은 사람을 보자기에 씌워 ‘보쌈해 오는’ 좋지 못한 풍습에서 연유하므로, 이를 두고 ‘보쌈김치’라 부르는 것은 잘못된 말이라 하면서 바른 음식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파하였다. (중략) 그는 큼직한 사기대접이나 유리대접에 담긴 쌈김치는 백목련이나 함박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라 하면서 한식의 고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였다. 희멀건 식혜에 올린 새빨간 석류알 고명이나 꺼먼 수정과에 동동 띄운 하얀 잣, 육회에 뿌린 잣가루와 달걀 황백지단, 실고추. 이러한 ‘고명 문화’가 천 년 전부터 우리 민족의 예술 감각을 살려온 것이라 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앞서 『미망』에서도 웃고명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강조한 바 있다. --- 「마해송이 들려주는 개성 음식 이야기」 중에서 요리책은 매력적이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잘 팔리는 책은 바로 요리책일 것이다. 요리책은 그 시대의 음식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음식을 먹고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한식에 대해서도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이는 전통 조리법이 담긴 조선시대 고조리서에 대한 활발한 연구로도 이어진다. 서구에서도 역시 인류학자를 포함한 사회과학자들이 식품생산과 소비, 식습관 등을 연구하는 데에 요리책과 가정의 요리 매뉴얼 등을 중요한 1차 사료로 이용한다. 음식을 연구하는 데에는 고조리서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조리서도 요긴한 자료가 된다. 개성 음식을 연구하기 위해 고조리서를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래에 발간된 개성 음식 요리서의 텍스트를 자료로 삼는 것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지금부터는 주로 개성 출신 저자가 쓴 요리서들을 통하여 개성 음식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보려 한다. --- 「요리책을 연구하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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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음식은 개성 있다!
시간과 이념을 초월한 고려, 개성의 음식을 만나다 음식에는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힘이 있다. 음식은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념, 체제 문화의 간격을 뛰어넘는 유일하고도 매력적인 매개체다. 또한 음식은 어떤 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는 영혼의 치료제이기도 하다. 흔히들 ‘이 시국’이라 부르는 요즈음, 정치·경제·사회·문화 대부분이 얼어붙어 있고 남북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경색되어 있다. 이토록 모두가 어려운 와중에도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은 음식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마주하고 경험하는 밥상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조선 시대를 살아간 조상들의 밥상이 그 근원일까? 우리가 오늘날 먹는 수많은 음식들은 고려의 밥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개성은 고려 왕조 500년의 도읍이라는 역사적인 연원이 있는 도시이며, 지리적으로도 한반도의 중간에 위치한다. 개성 음식은 한반도 남쪽의 짜고 매운 맛, 북쪽의 싱겁고 심심한 맛 그 가운데서 중립적인 맛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개성 음식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정서를 가장 정확하게 담아낸 문화이자 역사 그 자체다. 음식은 그 지역과 문화를 드러낸다. “개성 음식은 개성 있다”는 말처럼 개성 음식은 말 그대로 ‘개성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려 개경은 막혀 있는 불통의 도시가 아니었다. 각국에서 온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고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어 새로운 먹거리 문화가 형성되었다. 보김치, 편수, 개성 장땡이, 개성 주악, 홍해삼, 호박김치, 개성무찜 등 고려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다양한 개성 음식에서 우리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맛과 멋의 조화를 본다. ‘고려’하면 ‘청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청자는 고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고려청자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라는 점은 반박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은 고려청자를 두고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선대의 흔적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청자는 대부분 고려 사람들이 사용했던 ‘식기’다. 일상생활에서 밥과 국, 음료를 담아서 먹는 살림살이로 고려청자는 기명의 역할을 하였다. 그렇다면 이처럼 유려하고 고운 그릇에는 어떤 음식들이 담겼을까? 우리는 『통일식당 개성밥상』을 통해 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이 책에는 고려 시대, 태안에 침몰되었던 여러 호의 선박에서 출수된 도기들에도 주목했다. 고려인들의 일상은 태안 마도선에 실려 있던 청자와 목간, 죽찰에 새겨진 글과 그림, 식재료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흔적들은 우리를 고려인의 식생활로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개성 음식을 두고 ‘아름답고 문화적인 가치가 녹아 있다’고도 한다. 개성 음식은 시각적으로도 아름답고, 맛도 정갈하며, 이를 담아내는 손길마저 섬세하다. 고려 이후, 조선시대에 개성은 마치 섬에 고립된 것처럼 전통을 지켜나갔다. 고려의 맛을 그대로 간직한 조선시대 밥상은 한식의 특징을 형성하는 기틀이 되어주었다. 개성에서는 떡국 하나를 끓일 때에도 다른 지역과 달리 조롱박 모양으로 떡을 빚어내어 개성 있게 만들어 먹었다. 무작정 누군가를 모방하지 않고 새롭게 창조하면서 막대한 부를 쌓았던 개성 상인들은 음식 하나부터 새롭고 특색 있게 만들어 먹었으니, 이는 오늘날 음식을 하거나 가공음식을 만드는 사람들도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닐까? 개성 사람들과 개성 음식을 통해 우리는 ‘요리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만 한다. 문인들의 흔적에 담긴 한식의 맛과 멋을 따라서 우리 민족의 밥상으로 전하는 온화한 위로 우리는 일명 ‘박카스’라고도 불리는 서양 주신主神의 이름은 익히 들어봤어도 한국의 주신 이규보는 잘 모른다. 이규보는 고려 시대 문신이자 한국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또, 고려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고려 왕조의 마지막을 지켰던 목은 이색은 어떠한가? 우리는 다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이 아닌 김홍도의 기로세련계도를 알아야 하고 이규보의 시와 목은 이색의 글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문인들의 그림과 글에는 시대의 풍속과 풍류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또한 고려 개성 음식에는 문화적인 가치가 충만하다. 『통일식당 개성밥상』에서 주목한 문인들의 흔적으로부터 비로소 우리는 민족의 음식과, 술, 풍류를 느낄 수 있다. 글에 묻어나는 따뜻함에 문인들의 시와 그림, 그리고 유물들의 이미지가 더해져 저자는 우리에게 고려 밥상을 더욱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통일식당 개성밥상』 은 저자가 수년간 자료를 모으고 연구한 끝에 세상에 선을 보이는 역작이다. 이 따뜻한 밥상에는 다양하고 건강한 재료로 만든 담백한 음식 이야기는 물론, 그 음식들을 제 나름대로 즐겼던 고려의 문인 이규보, 목은 이색, 마해송 선생의 글과 함께 황진이와 개성 실향민이었던 박완서 선생을 위한 밥상을 정겹고 진솔하게 차려내었다. 저자 정혜경은 1990년대부터 서울의 식문화를 연구하기 시작하여 이후 30여 년간 한식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학자이자 교수다. 그녀는 한식의 역사와 문화, 조리법은 물론 음식에 얽힌 사소한 이야기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으며 세심하게 연구하였다. 저자는 그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 민족이 사랑해온 음식에 관해 기술하며 『밥의 인문학』 『고기의 인문학』 『채소의 인문학』을 펴냈다. 그리고 이제 독자 여러분 앞에 민족의 소울푸드인 ‘개성음식’을 소개하며 우리에게 의미 있는 밥상은 무엇이며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그 길을 찾아가는 나침반을 제공해 준다. 무엇보다도 『통일식당 개성밥상』에는 전국 각지에 숨어 있던 고려와 개성에 관련된 시각 자료들이 곳곳에 실려 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다채로운 자료들을 조명하면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하여금 우리는 개성 밥상을 눈앞에 구현해볼 수 있다. 보는 즐거움에 더하여 고려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진 우리 민족의 음식, 그 밥상을 이제는 우리가 고려 사람들을 위해 차려보는 귀중한 경험을 함께하기를 바란다. 30년을 음식 문화 연구가이자 교수로 살아온 저자가 발 벗고 나서서 연구한 우리 민족의 밥상, 통일밥상은 어떤 모습일까? 통일된 한반도에서 마주하게 될 밥상은 ‘서울밥상’도 ‘평양밥상’도 아닌 ‘개성밥상’이 될 것이다. 통일식당에서 만나는 개성밥상, 그 안에는 풍성한 음식 이야기와 함께 저자가 전하는 온화한 위로가 담겨 있다. 개성 음식에는 공감의 영혼이 있다. 마침내 남과 북은 음식을 통해 하나 될 것이다. 가장 빠른 통일의 실마리는 밥상에 있으니 음식이라는 이 아름답고도 강력한 매개체는 통일의 초석으로 남과 북을 연결해주는 교두보가 되어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