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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006
1부 아빠가 떠났다 ° 016 엄마가 밥은 차려 주크라 ° 022 고해주 씨 큰딸은 방송작가입니다 ° 027 엄마가 사라졌다 ° 032 가족사진 ° 037 한 집에 암 환자 두 명은 너무한 거 아니오! ° 041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김밥 ° 045 딸 가진 엄마들의 특권, 목욕탕 ° 049 김정미 여행사 오픈합니다 ° 053 2부 오늘부터 ‘꽃보다 엄마’ 촬영 중 ° 062 비행기 좌석을 업그레이드 받는 방법 ° 069 사랑해요 루프트한자 ° 076 10유로의 사기 ° 083 오른쪽 자리를 사수하라 ° 088 커피 맛 요구르트 먹어본 사람 손! ° 095 책에서 배웠어, 폼페이! ° 098 내가 사랑한 포지타노 ° 103 8,970km를 날아간 옥수수 수염차 ° 110 내가 핸드폰을 바꾸는 이유 ° 116 3부 이탈리아산 신발이 단돈 10유로 ° 128 엄마에게 로마는 oo이다 ° 133 모녀 싸움에 방귀가 미치는 효과 ° 141 도전! 골든벨 ° 155 이번 여행의 수수료는 버버리입니다 ° 162 이탈리아에도 팥빙수 팔아? ° 169 이탈리아에서는 잠시 엄마를 버려도 좋습니다 ° 173 베네치아와 제주도의 공통점 ° 179 내 여행 시나리오에 ‘기차 놓쳤을 때’는 없었다 ° 188 딸을 위대하게 만드는 방법 ° 193 왔노라, 보았노라, 우리가 도착했노라! ° 201 고산병? 그게 뭐예요? ° 209 돈 줍는 날 ° 224 신은 나에게 리기산을 주지 않았다 ° 235 어서 와, 베른은 처음이지? ° 241 4부 파리의 중심에서 싸대기를 맞다 ° 252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피하는 방법 ° 257 1유로의 행복 ° 263 만약 아빠가 있었더라면 ° 270 바토무슈는 엄마도 춤추게 한다 ° 275 엄마, 아파서 미안해 ° 281 벨기에의 패셔니스타 ° 286 내 최고의 여행 메이트는 엄마였어 ° 294 엄마와 여행을 떠나는 딸에게 ° 300 딸과 여행을 떠나는 엄마에게 ° 306 에필로그 ° 엄마, 잘했어! ° 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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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작가 하면서 힘들었을 때, 딱 한 번 엄마한테 울면서 전화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 일이었다. 무시해버리면 그만이었던 것을 그날은 그게 뭐라고 서러움이 북받쳤다. 엄마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부터 쏟아졌다. “엄마, 나 못 하겠어.” 엄마는 놀라지도, 화내지도 않고 차분히 말했다. “그냥 제주도 내려와. 엄마가 밥은 차려주크라(차려줄 테니). 쉬면서 다른 일 찾아보면 되지게. 어떵 안 해(괜찮아).”
--- p.25 나이가 들수록 문득문득 엄마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너무나 갑자기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 세 명의 자식들을 건사하며 살아온 엄마. 엄마가 그 힘든 시기를 어떻게 버텼는지 궁금해졌다. 혹여 나쁜 생각이 들 만큼 힘들진 않았느냐고, 주저앉고 싶은 순간은 없었느냐고, 아빠가 보고 싶은 적은 없었느냐고.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엄마의 마음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딸이 돼주었을 텐데. 나도 그땐 어렸다는 핑계를 대본다. --- p.36 사랑하는 엄마와 사랑하는 포지타노에서 함께 찍은 사진들. 얼굴이 못생기게 나오면 어떻고, 포즈가 마음에 안 들면 또 어떤가. 엄마와 함께 내가 한 프레임 안에서 웃고 있다는 게 중요하지! 순식간에 사라질 순간을 사진으로나마 남겨본다. 엄마와 나는 포지타노의 그 찬란하고 활기찬 분위기 속으로 더 깊이 빠져보기로 했다. --- p.106 강원도나 부산, 심지어 수학여행의 핵심인 경주조차도 제주도에 사는 엄마에게는 너무나 먼 곳이었다. 아빠의 부재 이후 엄마는 더 바쁘고 고단하게 사셨다. 자식들은 비싼 옷을 입히고 좋은 것만 먹이면서도 당신은 흔한 금반지 하나 없이, 아니 만 원짜리 티셔츠 한 장 새로 사는 법 없이 자식만 바라보고 열심히 사셨다. 그런 엄마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주도 촌년이 이탈리아까지 와그냉(와서) 콜로세움 봐시난 출세했쪄이(출세했다!)” --- p.118 여행 계획부터 길을 찾고 통역을 하고 사진을 찍고 돈 관리까지 나 혼자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엄마가 없었으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2주 동안 엄마는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잘 따라와주었고 무엇보다 내가 계획한 여행을 적극적으로 즐겨줬으니 이보다 잘 맞는 여행 메이트가 또 있을까. --- p.2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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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단둘이 여행해 본 적 있나요?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 아나요? 엄마와 떠나고 싶은 이에게 용기를 주고 엄마가 그리운 이에게 위로를 주고 엄마와 대화를 시작하고 싶은 이에게 기회를 주는 책 세상 모든 딸들이 엄마와 친한 건 아니다. 세상 모든 딸들이 엄마에게 살가운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수많은 이 땅의 딸들은 엄마에게 무뚝뚝하고 엄마에게 불친절하다. 어딜 가든 싹싹하고 상냥하다는 칭찬을 받는 사람이라도 자기 엄마한테만은 쉽게 툴툴대고 짜증 내기 일쑤다. 한가하다 못해 심심해 죽겠다가도 이상하게 엄마가 뭐 좀 같이 하자고 하면 갑자기 바빠진다. 엄마한테만은 항상 바빠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나 바쁘니까 건드리지 말라’는 무언의 선언인지도 모르겠다. “엄마, 나중에~” “엄마, 이따가~” 엄마의 부탁은 늘 맨 마지막으로 미뤄진다. 엄마와 단둘이 여행은 생각만 해도 벌써 힘들고 지친다. “환갑 때 해. 환갑 때 가. 환갑 때 사지 뭐.” 환갑으로 모든 걸 미뤘는데, 환갑이 되던 해에 엄마는 폐암 진단을 받는다. 엄마는 환갑 여행 대신 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십여 년 전, 간암으로 아빠를 황망히 떠나보냈던 터라 엄마마저 잃는 것은 아닌가 딸은 두려웠다. “이제 더 미루면 안 돼!” 잘 나가는 프로그램의 방송작가였던 딸은 백수가 된 기념으로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평생 제주도에서만 살아온 제주도 토박이 엄마. 유럽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엄마. 아빠 없이 삼 남매를 위해 힘든 시간을 잘 버텨준 엄마. 딸은 오직 엄마 한 사람만을 고객으로 하는 ‘김정미 여행사’의 문을 열기로 한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자식들에게 갑이 되어본 적 없는 엄마에게 철저히 을이 되어보기로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오래 뜸 들였던 이 한마디를 엄마에게 건넨다. “엄마, 나랑(나영) 고치(같이) 여행 가쿠가(갈래)?” 엄마와 함께 여행하고 싶은 딸들에게 우여곡절 끝에 업그레이드 받은 루프트한자 비행기 안에서 엄마는 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정미야~ 우리 가서 싸우지 말게이.” 엄마와 딸이 단둘이 떠난 여행, 꽃보다 아름다운 그들의 여행은 어땠을까? 과연 좋기만 했을까? 제대로 준비하고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지 않으면 여행 가서까지 엄마랑 티격태격 싸울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을 꼭 읽고 가야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엄마와 여행을 떠날 때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하는지 잘 배울 수 있다. 특별히 별책부록으로 〈엄마와 여행을 떠나는 딸들에게〉 알려주는 꿀팁을 챙겨 넣었다. ‘엄마와 여행 가서 싸우지 않고 돌아오려면 이것만 기억하세요.’라는 글귀가 재밌고 인상적이다.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보면 알게 된다. 엄마에게 지금껏 몰랐던 표정이 있다는 것을. 지금껏 알지 못했던 엄마의 취향과 습관을, 엄마의 언어를, 엄마가 아닌 한 사람을, 비로소 알게 된다. ‘아, 우리 엄마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새삼 새롭게 깨닫는다. 더 늦기 전에, 아주 더 늦어버리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엄마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그것은 단연코 여행이다. 이 땅의 엄마들은 솔직하게 말하는 법을 익히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게 있어도 바로바로 직접 말하는 것에 서툴다. 수능 영어 지문보다 더 어려운 엄마의 언어를 잘 이해해야 한다. “아니아니. 너 바쁘면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어디든 좋아. 너 편한 대로 해.” “아무거나 먹지 뭐. 난 다 좋아.” 엄마의 이런 말들을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된다. 괜찮다는 말이 안 괜찮은 걸 수도 있고, ‘아무거나’라고 말해도 콕 집어 ‘그게’ 먹고 싶은 것이었을 수도 있다. 때론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이 책의 엄마는 호텔에 물이 있다는데도 여행 캐리어에 제주 삼다수와 옥수수 수염차를 가득 챙겼다. 무겁게 생수를 왜 가지고 가냐고 아무리 말해봐도 소용없다. 그럴 땐 그냥 엄마에게 져주자. 엄마 고집을 꺾으려고 하지 말자. 답답하다고 화내지 말고 천천히 차근차근 기다리는 ‘을’의 자세를 갖자. 아주 오랜 시간 엄마가 자식들을 기다리며 ‘을’로 살았던 것처럼. 딸은 로마 스페인 광장 계단에서 오드리 햅번처럼 젤라토를 먹고 싶겠지만 엄마는 오드리 햅번이 누군지 모른다. 가이드북에 나오는 ‘머스트 두’ 따위는 엄마에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어딜 가든 그냥 엄마가 좋은 걸 하면 그만이다.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위의 성당 이름이 ‘사크레쾨르 대성당’이라고 아무리 말해줘도 엄마는 그 이름을 끝내 못 외운다. 엄마한테는 그냥 ‘몽마르트르 성당’일 뿐이다. 판테온보다, 트레비 분수보다 엄마는 길거리 매대에서 산 10유로짜리 운동화에 더 관심이 많다. 가이드의 설명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그래도 엄마는 중학교 때 배운 폼페이를 기억하고 있다. 사진 찍는 게 아니라 동영상을 찍는다는데도 자꾸만 카메라를 보면서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며 어색하게 웃는 엄마. 잘 때는 코골이가 되는 엄마. 한식보다 빵을 더 좋아하는 엄마.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은 것을 강요하기보다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따라가 주는 ‘을’의 자세로 효도 여행을 해보자. 그러면 엄마는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면 한국 환율로 빠르게 계산을 해주고, 길을 찾거나 이동할 때면 매의 눈으로 가방을 지켜주고, 내가 혹시 여행 중에 병이 나더라도 누구보다 나를 염려하며 내 옆을 지켜줄 것이다. 도시가 바뀔 때마다 초롱초롱 눈빛이 빛날 것이고, 새로운 경험에 도전해보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가장 자랑스러워 해줄 것이다. 그러니, 엄마야말로 최고의 여행 메이트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