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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아버지의 여행 준비맑고 따사로운 날. 배낭을 메고 어디론가 여행 갈 준비를 마친 할아버지의 유쾌한 표정과 옆에 꼬마 유령 같은 조그마한 존재가 함께 서 있는 표지가 인상적인 이 책은 할아버지의 여행을 주제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할아버지의 집에 어느 날 밤늦은 시각 손님이 찾아온다. 할아버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손님을 반기고, 부지런히 여행 준비를 시작한다. 먼 길을 가야 하니 달걀도 넉넉히 삶고, 깨끗이 씻고, 수염도 말끔히 면도한다. 그리고 아끼던 양복을 꺼내 입고, 장롱 밑에 깊숙이 넣어둔 동전들도 모아 여비도 준비한다.어디인지는 모르지만 할아버지도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먼 곳으로, 낯선 손님을 따라 여행을 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그리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여행을 떠나는 마음이 편안하고 가볍다.이 책은 할아버지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상상으로 죽음을 이야기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죽음을 두렵고 무서운 것으로만 생각하게 하기보다는, 자연의 섭리로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준다.담담해서 더 가슴 찡한 할아버지의 편지책은 처음과 마지막에 아이가 등장해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진행된다. 하지만 글을 이끌어가는 것은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여행을 안내할 손님이다. 할아버지는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반기며, 정말 여행을 떠나듯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를 한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쉼 없이 지나오며 이젠 모든 걸 내려놓을 때가 온 것을 알고, 자연의 이치로서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조금은 슬플 수도 있지만 할아버지는 전혀 슬프지 않다고 한다. 남아 있는 자식들이 걱정할까 봐 미안할 뿐……. 이 모든 과정을 할아버지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이야기는 시종 담백하게 서술되어 오히려 더 묵직한 여운을 준다.보통의 어른들은 죽음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몰랐으면 한다. 아이들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알려고 하는 자체에 불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죽음의 의미와 삶의 유한함에 대해 이야기해 줘야 육체의 소중함을 깨닫고, 상실의 슬픔을 제대로 극복하며 바른 감성을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죽음을 감추려 하고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고, 자신의 주변에서 죽음을 맞닥뜨렸을 때 충분히 슬퍼하고, 극복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작가 역시 아이들이 죽음을 막연히 무섭고 두려워하기보다는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고, 인생의 한 여정으로서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그리운 사람과의 만남을 꿈꾸는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 책은 작가 서영이 할머니의 죽음을 겪은 뒤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9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살아생전 잘해 드리지 못했다는 자책에 매일을 후회로 울며 보냈는데, 어느 날 꿈에 할머니가 나와 그곳에서 할아버지를 만났다고 했단다. 그때 작가는 어쩌면 우리 할머니는 40여 년간 보지 못했던 할아버지를 만나 지난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며 계실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되었단다. 죽음이라는 이름으로 잘려 나갔던 끈 조각이 어딘가 버려지지 않고, 새로운 삶으로 탄생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작가는 아무도 삶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기에, 어쩌면 죽음이란 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날 때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매우 설레듯이, 책 속 할아버지도 새로 시작되는 여행에 설레며 준비할 수도 있겠다고.할아버지가 여행을 떠난 뒤, 벚나무 아래 할아버지의 파란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가 등장한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먼 여행을 떠나셨다고 전하는 아이의 모습이 찡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천진한 아이의 표정에서 정말 여행을 떠나서 그리운 사람을 만나 회포를 풀고 있을 것만 같은 상상을 펼쳐 보게 된다.죽음을 단지 슬프고 어두운 것만이 아닌 자연의 섭리임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싹을 틔우고, 잎이 자라고, 언젠가는 지는 나무처럼 사람의 생명 역시 자연의 섭리대로 피고 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깨닫게 헤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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