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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자가 의사를 만든다
악수_김원석 거즈 유감_김창우 마음 읽어 가기_이상환 돌아오지 않는 강_조석현 세 번째 만남_이용찬 조금은 특별했던 이별_김윤성 세 번의 눈물_고성준 교감_이수영 2 아픈 이들에게도 삶이 있다 오기로 똘똘 뭉친 사나이_이은정 혈액형_김진태 사랑으로 자식을 품는다는 것_이재명 오줌싸기_김창우 목화송이 한 바구니_신종찬 그들을 이해하는 방법_이근만 용설란_허원주 11월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닌 달_최은석 3 죽음 앞에 서서 묻다 죽음에 관하여_남궁인 생명의 의미_이정진 선생님, 우유를 먹여도 될까요?_이동원 배관공의 소망_홍범식 죽음을 배우다_이근만 라면 한 그릇_박관석 죽음에 대하여_조용수 길어도 길지 않은 시간_이정은 4 더 나은 세상 속 우리이기를 내 마음속의 선물_김동환 군의관 K의 일상_김창우 들고양이와 날개_배승민 그와 그녀의 이야기_전현태 비타민_김대동 봄날 오후의 폭풍_배승민 연리지_황종하 어느 시인_여운갑 5 그래도 희망은 있기에 제자리_오흥권 부디_박민 다리를 찾아 주세요_문윤수 옹이구멍_조안영 부성애_이효석 어느 날 슬픔이 찾아올 때_박선철 쌍둥이_곽재혁 크리스마스의 기적_이정진 15회 심사평 16회 심사평 17회 심사평 심사위원 소개 한미수필문학상 제정 취지 및 선정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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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력의 법칙을 깨닫고 벌거벗은 채 목욕탕을 뛰쳐나와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의 기분이 이랬을까? 처음으로 우리는 ‘완치’란 단어를 입에 올렸다.
--- p.12 말기 암 환자이자 사진작가인 그 앞에서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무척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그가 사진기를 내리고 말했다. “원장님, 좀 웃으세요. 원장님이 말기 암 환자 같아요.” 그제야 나는 긴장을 풀고 웃으며 편히 포즈를 취했다. 죽음을 앞두고도 작품을 포기하지 않는 최고의 사진작가에게 최고의 모델이 되어 보려고. --- p.29 왜 나는 할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던 걸까?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날 중환자실 한가운데서 텅 빈 공간으로 터져 나간 나의 눈물을 이해할 수 없다. 뜻밖에 울고 있는 인턴을 발견한 중환자실 간호사가 나에게 티슈를 한가득 뽑아 가져다주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인턴이 해야 할 일감이 밀려 있었다. 중환자실 간호사는 이 불쌍한 풋내기 인턴을 차마 직접 부르지 못하고, 뻔히 보이는 저쪽 구석에서 아직도 울고 있는 인턴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평소와 같은 어투로 밀린 일감을 상기시켜 주어 내 눈물을 멎게 했다. --- p.48-49 장 씨의 눈에서도 물이 흘러내렸다. 처음에 두어 방울, 한 줄기 내리던 것이 마침내 소변 줄기만큼이나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장 씨 자신도 무슨 의미인지 모른 채 그냥 쏟아져 내렸다. 9년 전 신부전을 진단받은 게 서러웠는지, 투석을 시작하며 쫓겨나다시피 나온 마트에 서운했던 건지, 남편이 떠나갈 때도 되려 미안해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이 불쌍하게 여겨진 건지, 아니면 이렇게 오래 기다린 끝에 혼자 끙끙대며 짐을 싸서 입원하고 수술까지 받은 스스로가 안타깝고도 대견했는지,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는지 몰랐다. 오줌 싸면서 울고 있는 장 씨 본인도 몰랐고, 콧날이 시큰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괜스레 가운 주머니 안의 볼펜을 만지작거리던 나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 p.86-87 지금보다 젊고 팔팔하던 시절에는 책상을 쾅쾅 내리치며 환자에게 소리 지른 적도 있다. “이게 맨날 무슨 꼴입니까? 가족들을 생각해 보세요!” 객기였다. 설사병 환자에게 똥을 참으라 하다니. 지금은, 후회한다. 처음에는 알코올 중독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들이 처음에는 한심해 보였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안쓰러워졌고, 지금은 그게 인생이지 않은가 싶다. 나약한 정신, 마음대로 안 되는 육체. 쉽게 무너지고, 쉽게 포기하는 모습. 인간의 본래 모습이지 않은가? --- p.97 이럴 때 필요한 게 영업사원의 마인드다. 물건을 안 사 주더라도 자꾸 얼굴을 비춰서, 필요할 때 그 사람이 우선 생각나도록 하는. 만약 거만하고 바쁜 척하던 의사가 어느 날부터 사랑에 빠진 듯 밝은 표정으로 환자 앞에서 시간을 오래 쓰고 하루에 두 번 이상 회진을 돌고 있다면, 그 환자는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게 거의 확실하다. --- p.250 다행히도, 힘들게 나왔지만 이제 안정되고 있다고 보호자에게 말해 줄 수 있는 아침이라니.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할 수 있는 아침에 감사하다. 이 아기가, 예전의 우리들이, 그리고 우리의 아기들이 그 모든 위험에서 빠져나온 기적을 살고 있다. 그것을 떠올리게 해 준 크리스마스라 다행이다. 신생아 심폐소생술 책의 첫 문장대로 탄생이라는 것은 아름답고, 기적적이며, 아마도 우리가 삶에서 맞닥뜨리는 가장 위험한 사건일 테니까. --- p.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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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펜을 든 의사들
의사는 누구보다 아픈 이들과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죽음을 거치면서 점차 그에 무뎌지고, 때로는 자신이 인간으로서의 공감 능력까지 잃은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의사들이 펜을 들었다. 때론 억울한 죽음 앞에 고통스러운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때론 그 환자를 잊지 않기 위해, 때론 더 섬세한 마음으로 아픔을 바라보기 위해……. 사건을 기록하고 사람을 기억하면서, 점차 환자의 마음까지 읽어 낼 수 있기를 소망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았다. ─누군가의 죽음을 소재로 글을 쓰기가 고민되어 펜 들기를 주저했다. 고인의 숭고한 죽음을 모독하거나, 내가 모르는 그 삶의 의미를 훼손하거나 폄하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하지만 그의 죽음을 섬세하게 바라보며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강한 충동이 밀려왔다. 어쩌면 그건 내가 잠시 잊고 살았던 삶의 의미를 되찾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p.45) 의사가 만난 사건, 사람들의 이야기 의사들은 병원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어떤 마음의 변화를 겪었을까? 손에 사마귀가 주렁주렁 달린 환자가 내심 다른 의사에게 갔으면 했던 피부과 의사 이야기, 중환자실 한가운데서 울음을 터뜨렸던 어떤 인턴의 다짐, 병원비를 낼 돈이 없는 환자를 밤중에 몰래 병원에서 탈출시켰던 작전, 진료 중 갑작스레 환자에게서 받았던 공격, 환자의 엑스레이 사진에서 수술 중 사용했던 거즈가 발견되었던 아찔했던 사건, 오진으로 환자 앞에서 쩔쩔맸던 일 등……. 병원에서 환자들과 함께하는 의사들의 솔직한 에피소드, 때로는 묵직한 사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다시금 돌이켜 보게 만드는 이야기들. ─어느 날 할아버지는 기관절개관을 자신의 손으로 막고 나에게 말했다. “의사 양반! 내 다리 찾아 줘. 어디다 숨겨 놓지 말고 이제 찾아 줘. 나 이제 다 나아서 내 다리로 집에 가야 혀…….” 순간 나는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하고 이 상황을 피해야 할지. 할아버지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나의 입을 똑바로 쳐다보며, 내가 지금이라도 당신의 두 다리를 가져다주겠다는 말만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할머니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가득 맺혔다. (p.268) 의료계의 신춘문예 ‘한미수필문학상’ 여섯 번째 작품집 제15회, 제16회, 제17회의 한미수필문학상 수상작 40편이 실려 있다. 의약분업이 한창이던 2000년, 환자와 의사 간 신뢰관계 회복을 위해 탄생한 한미수필문학상은 매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성장해 왔다. 이번 작품집은 정호승 시인을 비롯한 심사위원들로부터 “우리가 사는 세계가 날로 궁핍해져 가고 있으나, 그럴수록 누군가는 온기를 불어넣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는 인간의 존엄을 지켜 짐승으로 굴러떨어지고 마는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응모작들은 모두 따뜻하기 이를 데 없다. 만만치 않은 심사였으나 줄곧 훈훈했던 까닭은 바로 거기에 있을 게다.”는 극찬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