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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는 습관

예술하는 습관

GD(Graphic Dionysus)이동
앨런 버넷 저 / 장종완 그림 / 고영범 | 알마 | 2021년 11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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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218g | 114*189*13mm
ISBN13 9791159923517
ISBN10 115992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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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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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에 오든이 사망했을 때, 내게는 그의 죽음이 시문학의 상실 ─ 시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 이라기보다는 지식의 상실이라고 여겨졌다. 오든은 그 자신이 도서관이었는데, 이제 그 도서관 안에 들어 있던 모든 것들 ─ 읽을거리, 분류, 그것들의 조합 ─ 이 그 위대한 목록 작성자, 잿빛의 거한과 함께 사라져버린 것이다. 오든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들의 상당 부분을 강의나 서평의 형태로 쓰고 출판했지만, 그것들 말고도 얼마든지 더 있었다. 그의 사망과 거의 동시에 쏟아져 나온 회고록과 시인 자신의 기억, 그가 했던 말들, 그의 삶에 관한 증언들뿐만 아니라 그가 대화과정에서 내뱉은 지혜의 편린들 ─ 그리고 무지함들까지 ─ 을 수습해보려는 시도들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 p.6~7


브리튼과 오든의 작품들은 두 사람의 생애보다 더 고상했다. 오든은 이렇게 썼다. “진짜 예술가들은 좋은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의 최선의 감정들은 작품으로 가고, 실제 삶에 남은 것은 찌꺼기뿐이다.
--- p.7


브리튼에게 있어서 검열이란 아주 익숙한 것이었고, 브리튼한테 항상 붙어 있는 경찰관은 절대로 쉬는 법이 없었다. 무대검열 그 자체는 내가 처음 작품을 발표한 1968년에 폐지되었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내가 심각한 불편을 겪은 적은 없다. 불편을 겪기는커녕, 내 경우에는 검열의 폐지로 인해서 희곡작가의 무기가 상당히 줄어든 것 같아 매우 유감이다. 검열이 있을 때에는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에 선이 분명히 있었고, ‘작가가 얼마나 노골적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가’ 하는 관심 때문에 그 선에 가까이 갈수록 긴장이 높아졌더랬다. 저 사내들이 입을 맞출 것인가, 아니면 저 여자들이 서로를 애무할 것인가? 하는 따위 말이다. 검열이 폐지되고 나자 극작가들은 스스로 긴장을 만들어내야 하게끔 되었다.
--- p.9


메이는 싱크대 냄새를 맡아본다. 그동안 보일은 바지를 침실에 던져 넣는다.

메이│더러운 인간.
보일│내가 궁금한 건, 거기다 손을 씻고 나면 그 손은 어디 가서 다시 씻을 거냐는 거요. 하기야 그자는 그걸 숨기려 들지도 않지. 지난주에 창립기념일 만찬이 끝나고 나서 그 사람들이 다들 휴
게실에 모였는데 말이지, 다들 포트 와인이니 마데이라 와인을 들고 말이요. 은식기들이며 촛
불까지 벌여놓고는 와인 잔이며 초콜릿이 쭉 돌았죠. 그러고들 있는데, 우리의 이자가 윤리철
학 분야의 노 명예교수한테 한다는 소리가, 혹시 싱크대에 소변보지 않느냐는 거요. 그 교수가 자긴 그렇게 하지 않는다니까, 이자가 하는 말이 ‘난 당신 말 안 믿소’ 이러는 거예요. ‘난 당신 말 안 믿소.’ 윤리철학 분야의 노 명예교수한테 말이야. 그러더니 하는 소리가 ‘뭐, 난 싱크대에 오줌 쌉니다. 그리고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요.’ 이러는 거예요. 어느 날 밤에는─왜냐면 이게 하루 이틀 있었던 일이 아니거든요─글쎄, 부총장한테 어디다 쉬하느냐고 묻더라니까. 그리고 그 동네에 관해서 또 한 가지 맨날 떠드는 주제가 있어요. 화장지.

오든│자. 바지를 벗어.
카펜터│왜요?
오든│왜라니? 서둘러. 벌써 반이 지났어.
카펜터│지금 저한테 뭘 하라는 거예요?
오든│자네한테 뭘 하라고 한 적 없어. 자넨 돈만 받아 가면 돼. 이건 거래야. 내가 자네 걸 빨 거고.
카펜터│하지만 전 BBC에서 일하는데요.
오든│그래? 할 수 없지. 개인적으로 바닥 출신을 선호하긴 하지만,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으니까.
뉴욕에서 본 남창 애 하나는 모건도서관에서 일하는 애였어.
카펜터│전 남창이 아녜요. 전 옥스퍼드 케블 칼리지 출신이에요.
오든│그렇군. 남창이 아니다… 거참. 내가 그걸 왜 몰랐을까. 그 회사의 경영자─포주가 정확한 용어겠지─그 사람이 전화상으로 말하기로는 자네가 ‘딱 바라졌다’고 했단 말이지. 그 사람 말투로 봐선 오스트레일리아 사람 같더군. 사람을 돌봐주는 서비스에서는 종종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치과 위생이라든지, 상담치료, 노인을 돌봐주는 일, 중년 사내들한테 마사지를 해주는 일 따위…. 이런 종류의 불쾌하지 않다고 말하기 어려운 일들은 대개 저 아래쪽 지방 사람들이 많이 한단 말이야. 어쨌든, 설마 자네 시를 읽어봐달라고 들고 오거나 한 건 아니겠지…. 혹시 그런 건가?
카펜터│그건 나중에 해도 되는 거고요. (녹음기를 꺼낸다) 이제 술하고 시간에 대한 건 이해가 가네요. 선생님이 〈성벽 없는 도시〉에 쓰신 것처럼 말이죠.
‘너무나 강박적인 의식주의자/ 즐거운 놀라움이/ 그를 화나게 한다./ 시계가 없으면/ 그는 언제 배가 고플지,/ 성욕을 느낄지 전혀 알지 못하리.’
오든 (말을 자르며) 그래, 맞아요.
--- p.46~48


오든│30년대가 지나가고 있었어요. 막 전쟁이 시작되었고, 나는 윈스턴 처칠의 계관시인이 되고 싶진 않았어요. 게다가, 내가 30년대 내내 써온 글들 중 어느 하나도 유태인들을 학살로부터 구해내거
나 전쟁을 5초라도 빨리 끝내게 할 수 없었어요. 진실을 말하자면, 난 이미 미국에 머무르고 있
었고 전쟁이 터졌을 때 돌아오지 않았을 뿐이에요. 내 몸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체스터 칼
만12하고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었어요.
카펜터│그 당시에는 왜 그 사실을 밝히지 않으셨나요?
오든│내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 말이요? 그랬으면 아마 날 감옥에 보냈을 거요.
카펜터│요즘도 쓰시나요?
오든│내가 죽었소? 난 일합니다. 난 예술하는 습관을 갖고 있어요.
카펜터│지금 쓰고 계신 게 있나요?
오든│토머스 하디가 모델이라고 할 수 있죠. 세월에 눌려 부서지고, 속이 텅 비고, 어떤 가지들은 이미 죽어버린 고목… (피츠로 돌아와서) 뭐였지?
무대조감독│(읽어준다) ‘하지만 봄이 오면….’
오든│하지만 봄이 오면 제일 끝의 작은 가지에서는 여전히 새 잎이 피어오르죠. (피츠로 돌아가서, 케이에게) 이 부분은 그냥 쭉 읽어야 될 것 같은데.
케이│(대수롭지 않게) 예, 그러세요.
오든│나한테 시라는 건 그게 예술이 그렇듯 어떤 기능이에요. 그리고 난 내가 쓸모 있는 걸 빚어낼
줄 안다는 걸 항상 자랑스러워했어요. 결혼에 대한 찬가, 죽은 자에 대한 만가, 건배사… 어떤 일도 하찮게 다루지 않았죠. 의사나 변호사들처럼 길거리에 작은 명패를 달아놓으라고 했으면 기꺼이 그렇게 했을 거요. W. H. 오든. 시인.
카펜터 오든은 모르고 있고, 사실은 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지만, 이때로부터 10년쯤 후에 내가 그의 전기를 쓰게 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기에는 지금이 가장 좋은 때인 것 같군요.
--- p.49~51


카펜터│브리튼 씨랑 관련해서 보자면 말입니다. 그 양반은 누구한테 한번 빠지면 옛날 친구는 시체나 마찬가지죠. 두 번 다시 말도 하지 않아요. 그래도 여전히, 그 양반은 예술가죠.
오든│쓸데없는 소리. 예술은 절대 잔인함에 대한 핑계가 되질 않아요.
카펜터│그러니까 저한테 얘기해주실래요?
오든│지금 하고 있잖소.
카펜터│적절한 형식을 갖춰서요.
오든│싫소. 전기라는 건 쓸데없는 호기심을 채우자는 게 대부분이고, 누가 방을 비우고 있는 동안 그 사람의 사적인 편지를 들춰보는 것과 하나 다를 바 없는 짓이오. 그런데, 그 사람이 방을 비우고
가 있는 데가 무덤이라고 해서 그런 짓을 하는 게 윤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나?
아버지가 주교라니 당신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거요.
카펜터│(관객을 향해) 어떤 작가들은 자기 전기를 위협으로 받아들입니다. 이건 내가 더 배워야 할 문젭니다. 전기에 관한 한 시인들이 좀 더 취약한데, 그건 독자들이 시인이란 진실된 존재이며
자신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가장 솔직한 말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시인이 쓴 시와 그 시인 자신은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전기 작가가 드러내는 순간 시인은 위선자 취급을 받게 됩니다. 로버트 프로스트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죠.
팀│필립 라킨도요.
피츠│잠깐. 나 지금 헷갈리는데… 지금 스튜어트가 말하는 건가?
팀│아뇨, 죄송합니다. 저예요. 고등학교 학력고사 때 라킨을 읽어서 알거든요.
--- p.54~55


오든│(말을 자르며) 거 좀 그만둘 수 없소? 시인한테 본인의 시를 인용해서 들려주는 법은 없는 거요. 그건 신뢰를 깨는 행위요. 시란 곧 신뢰예요. 게다가, 내 시들 상당수가 내가 듣기엔 창피하단 말이지. 리비스 박사가 말한 대로, 진짜배기라는 느낌이 안 든단 말이야. 사람들은 내가 내 시를 검열한다고, 자꾸 고쳐 쓴다고, 아니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행들을 잘라낸다고 내게 뭐라고 한단 말이요. 난 더 이상 그런 특정한 감정들을 인정할 수 없어서 그런 거라고 말해주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그 부분들을 인용하는 게 짜증스러워서 그런 거거든. (아이러니컬하게) ‘우린 서로를 사랑하든지 아니면 죽어야 한다.’ (부르르 떤다) 결국에 가면 예술이란 맥주 한 잔 같은 거요. 인생에서 정말 심각한 건 생활비를 버는 것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거예요.
--- p.61~63


도널드│전지적 인간. 근데 전 제가 그냥 다른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 역할만 하는 것 같다는 거죠. 중간에 가로막고 서 가지고요.
피츠│왜냐면 실제로 그렇거든.
케이│아녜요, 선생님. 아녜요.
작가│자네가 오든을 짜증나게 하는 것 맞아, 동의해. 하지만 전기 작가들은 항상 자기 글의 대상을
짜증나게 하지.
도널드│만약 이게 TV라면, 전 그냥 목소리로만 나오고 사람들은 절 의식도 못하겠죠. (사이) 전 그냥… 전 제가 그냥… 하나의 장치인 것 같아요.
케이│장치? 아냐, 자기야. 아냐.
도널드│맞아요. 그거예요.
케이│장치가 아냐, 자기야. 난 자기 역할을 단순한 장치로 생각한 적 없어.
무대조감독│만약 장치라고 하더라도 아주 좋은 장치예요. 왜냐면 그 역할이 없으면 등장인물들이 각자가 알고 있는 것들을 서로에게 얘기해줘야 할 테니까요.
케이│바로 그거야. 장치는 좋은 거야.
헨리│어쨌거나, 장치라는 게 뭐야? 호레이시오도 장치야. 바보도 장치야. 그리고 코러스도…. 흠…
코러스야말로 장치지.
케이│(도널드에게 다가서며) 오, 자기야. 진작 말하지. 장치라니! 아냐.

케이는 도널드의 손을 잡는다. 이 부분은 심하게 과장된 멜로드라마 같아야 한다.
--- p.79~80


브리튼│자넨 일 안 하나?
오든│매일. 일 말고는 아무 것도 안 해. 나한테는 예술하는 습관이 있어. 아늑한 가정사에 대한 시들을 쓰지. 달빛이 비추이는 내 안의 풍경을 바쁘게 가로질러 가는 몇 가닥 상한 감정들을 포착해보려는 그런 시들 말이야. 그래도 글을 쓰는 건 확실히 치유효과가 있어. 그게 요즘 사람들이 쓰는 말 아닌가? 치유효과가 있다는 거. 내가 젊었을 땐 토머스 하디의, 마치 독수리 같은 매서운 안목을 부러워했었지…. 아주 높은 곳에서 삶을 내려다보는 그 사람의 방식 말이야. 나도 그걸 시도해봤지.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까 나는 이미 지상에 내려와 있어. 그자가 내 입에서 말을 꺼내 갔어.
브리튼│누가?
오든│누가 됐든, 애초에 내 입에 말을 넣어준 바로 그자. 하지만 그래도 난 일을 해야 돼. 아니면 난 도대체 누구야? 내가 두려워하는 건, 심판의 날이 왔을 때 내가 제대로 살았더라면 썼을 법한
시를 하나님이 읊고 있는 걸 들어야 하는 벌을 받는 거야.
브리튼│자네하고 단 둘이 같이 있어본 게 벌써 30년은 됐는데, 딱 5분 지나니까 예전의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들어가는군. 그때처럼 말 한 마디 못하겠는 것도 그렇고. 난 지금, 넌 우체국 영화부 스튜디오에서 효과음과 사운드 믹싱 작업을 하고 있는 스물세 살짜리 신동이 아니다, 라고 되뇌고 있는 중이야. 너는 벤저민 브리튼이다. 옴.
오든│옴! 난 이따금씩 낭송회를 하지, 주로 미국에서. 거기 사람들은 항상 나를 좋아해. 영국인들은
좀 더… 신중하지. (사이) 피터는 어때?
--- p.94~97


오든│예술은 테니스가 아냐, 벤. 꼭 이기지 않아도 돼.
브리튼│그걸 잊고 있었군.
오든│뭘?
브리튼│자네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학교 선생님으로 변해서는 나를 벤이라고 부르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이름 말이야. 자넨 날 항상 벤지라고 불렀지. 그 친구는 사람은 괜찮은 데, 하지만 너무… 나약해.
오든│미안하지만, 누구 얘기지?
브리튼│티펫. 요즘 사람들은 내가 너무 건조하다고 생각해. 메말랐다는 거지. 나는 절제하고 있는 건
데, 메마른 게 아니라.
오든│사람들이 뭐라 생각하든 무슨 상관이 있나?
브리튼│난 누굴 놀래켜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전혀 없어. 새 곡이지만 전에 들어본 것 같다는 느낌을 주고, 그래서─심지어 그 음악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도─귀향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얻기를 바랄 뿐이야. 누구나 다. 어쨌거나, 난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입장이 아냐. 자네한테야 그게 반가운 소식이겠지.
오든│나한테? 왜?
브리튼│언젠가 한번 그랬잖은가. 그게 내가 원하는 거라고. 사랑받는 것.
오든│내가 그랬나?
브리튼│지금이야 간신히 매달려 있는 형국이지만.
오든│그건 오해야. 매달려 있다는 것.
브리튼│난 그렇다고 확신하네.
오든│우리가 인생을 가지고 있는 게 아냐. 인생이 우리를 품고 있는 거고, 때때로 자기 이빨 사이에
우릴 물고 있지. 이 노쇠하고 미치광이 같은 삶이 그 이빨로 우릴 물고 있는 거야…. 그 이빨들 사이의 틈이나 구멍에 끼어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여전히 그놈의 이빨인 거지. 인생이 우릴 먼저 풀어놓아주기 전에는 우리가 먼저 풀어놓을 방법은 없는 거야.
--- p.99~100


작가│그럼요. 그런데 작가나 작곡가들은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지만, 배우들은
항상 그렇지는 않죠. 배우들은 대개 비슷비슷해요.
피츠│나도?
케이│그럼요, 선생님도요. 그리고 그건 어느 시대 어떤 배우건 대충 마찬가지예요. 공연마다 가서
자세히 관찰해보면 알게 돼요. 모두들 자기만의 연극 조리 도구를 담은 작은 상자를 하나씩 들고 있죠─래리의 갑작스런 포르티시모, 존 G의 트레몰로….
피츠│그게 바로 스타일이라는 거 아냐?
케이│알렉이 하는 걸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어요.
팀│어떤 알렉이요?
케이│어떤 특정한 대사 한 줄에서 다리를 살짝 떨곤 했었죠. 5년 후에 다시 같이 일을 하게 됐는데…
다른 작품에서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더군요. 멍청하게도 그걸 연출자에게 얘기해주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그 연출 역시 멍청하게도 그걸 알렉한테 얘기해준 거예요. 그 결과, 알렉은 나흘 동안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어쨌거나 다들 그런 게 있어요. 위대한 연기란 건 공구 상자예요.
피츠│도둑질당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군.
케이│꺼내서 쓰지 않으면 그렇게 할 거예요. (큐를 주며) ‘당신 왜 이러는 거요?’
브리튼│당신 왜 이러는 거요? 전기를 쓴다고? 당신 나름대로 뭘 하지, 왜 다른 사람의 인생에 묻어서가려는 거요?
오든│일정 정도의 자기비하가 개입되어 있는 것 때문이라 참고 봐주기가 어렵군. 전기 작가란 본인이 제아무리 일류급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이류가 될 수밖에 없는 존재지.
브리튼│말이 나왔으니, 누구의 인생이 더 좋은 읽을거리가 될까? 자네 거겠지, 아마도. 베를린. 뉴욕. 이스키아. 나는 뭐가 있지? 알브르.
카펜터 그리고 소년들이 있죠.
--- p.138~140


팀│제 옷을 벗나요?
피츠│아, 니기미 정말, 꼭 그래야 되는 거야? 그러면 관중들이 다른 건 아무것도 안 봐.
작가│스튜어트가 옷을 벗어야 돼요.
피츠│너무 구식이야.
헨리│그건 선배님이 신경 쓸 문제가 아니죠, 안 그래요? ‘내가 가진 건 이게 다예요’라는 대사가 있기 때문에 스튜어트가 벗어야 돼.
케이│오늘은 그런 거 다 좀 그대로 놔두고 대본에만 집중하면 안 될까요? (큐를 준다) ‘이렇게 해서 다시 한 번….’
오든│이렇게 해서 다시 한 번 칼리반이 관객들에게 이야기할 준비를 하는군.
스튜어트│아뇨, 칼리반이 아녜요. 그게 누군지 모르겠지만요. 헨리 제임스나 다른 사람의 언어를 빌리는 것도 아니고요. 아녜요. 그냥 나예요. 우리. 여기. 지금. 언제나 우리가 이걸 이해하고 우
리 할 말을 하게 될까요? 위대한 인간들의 삶은 후손들을 위해서 잘 포장이 됐어요. 하지만 우
린 뭐죠? 우린 언제 갈채를 받으면서 인사를 하죠? 전기를 통해서는 아닐 거예요. 심지어 일기
를 통해서도 아니고요. ‘콜보이가 찾아왔다. 언덕에서 태웠다. 머물지 않았다.’ ‘네 할아버지는 W. H. 오든이 오랄을 해준 적이 있단다.’ ‘벤저민 브리튼이 내가 목욕하고 있는 욕조 앞에 발가벗고 앉아 있었단다.’ 이런 게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면, 우린 최소한 어떤 기여를 한 거예요. 우린 예술하는 아이들로서 봉사하고 있었던 거예요. 어떤 독특한 사진이 있어도, 거기에 나오는 사람들이 누군지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누군지 밝히지 않거나, ‘성명 미상의 친구와 함께’라고 하고 말죠. 이름 없는 여자애들, 이름을 밝히기 곤란한 사내애들, 잠깐 데리고 놀던 애들, 속임수로 홀린 애들. 예술을 먹여 키우는 사료.
카펜터│그래서 원하는 게 뭔데? 언급? 각주?
스튜어트│난 판단하고 싶어요. 오든 선생님은 편안함이니, 영국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 계속 말하죠. 하지만 영국이 편안한 게 아녜요. 편안하게 해주는 건 예술이고, 문학이고, 그 사람이고, 당신이고, 당신들 패거리예요. 그 바깥에는 항상 누군가가 남겨져 있어요. 당신들은 다 지도를 가지고 있어요. 나한테는 지도가 없어요. 나는 내가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있어요. 나도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합류하고 싶어요. 나도 알고 싶어요.
오든│아냐. 자네는 알고 싶어하는 게 아냐.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더 이상 아무도 없어. 자네는 칼리반이 항상 원하던 걸 원하는 거야.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거지. 그건 우리가 도와줄
수 없어.

피아노가 ‘내게 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를 연주한다.
--- p.160~162


작가│연기를 하신 줄은 몰랐네요.
케이│했죠. 얼마나 좋아했는데.
작가│그런데 어떻게 됐어요?
케이 아무렇게도 안 됐죠. 그게 문제였어요.
작가│오늘 오후엔 아주 잘했어요.
케이│배우들은 병사들이나 마찬가지예요. 병사들은 적군을 무서워하잖아요. 배우들은 관객을 무서
워해요.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대사를 잊는 것에 대한 두려움, 예술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거죠. 올리비에는 은퇴할 즈음에는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어요. 맨 앞줄에 앉아 있으면 그분이 덜덜 떨고 있는 게 보였어요. 그리고 그런 것들 말고도, 이 건물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로널드 아이어하고 한두 번 같이 일한 적이 있어요. 쉽지 않은 사람이죠. 그리고 다른 최고 수준의 연출자들이나 마찬가지로 전직 교사 출신이었어요. 로널드는 두려움이 뭔지 알고 있었어요…. 그분은 로열 셰익스피어에서 일하다가 여기 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리로 왔어요. 오프닝 날은, 당연히, 대재앙이었죠. 그분은 그 즉시로 여길 나가야 된다고 하고는 올드 빅 극장으로 돌아가서 거길 빌렸어요. 그리고는 여기 국립극장─올리비에 극장은 스케이트장으로, 코트슬로 극장은 당구장으로, 그리고 리틀턴 극장은 권투 경기장으로 바꿔버렸어요. 그러고 나서 20년이 넘게 소박하고 단순한 위락시설로 사용되는 동안 낡고 쇠락하고 문화적인 분위기가 싹 빠져나가고 난 다음에, 그렇게 해서 공연한 겉치레가 완전히 사라지고 난 다음에야, 소리 소문 없이 슬그머니 돌아와서는 가끔씩 공연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이젠 아무도 겁먹을 필요가 없었죠. 물론 배우들은 빼놓고요. 그런데 로널드 아이어가 한 것도 정답은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이곳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두들겨서 무디게 만들고, 광택을 벗겨서 때를 묻히고 위협적인 요소를 제거한 건 바로 연극이었거든요. 연극은 노골적이고, 연극은 보잘것없고, 연극은 불합리하고, 연극은 죄를 씻는 일이고, 연극은 빛이 나고, 연극은 타락했고… 하지만 연극은 고집스럽게 계속돼요. 연극, 연극, 연극. 예술하는 습관인 거죠.
작가│그 양반은 어떻게 됐어요?
케이│로널드요? 아, 그거야 뭐, 돌아가셨죠.
작가│(걸어 나가며) 하지만 우리 작품 말예요. 내가 옳아요. 그죠? 누군가는 항상 뒤에 남겨지게 되죠, 어떤 식으로든.
--- p.166~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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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앨런 버넷은 노회한 극작술로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비속함과 성스러움, 고상함과 비천함, 비범함과 평범함, 무지와 깨달음, 무자비함과 친절함을 세밀하게 직조한다. 그리고 그 노회한 극작술엔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은 유머가 배어 있다. 나는 이 작품을 개인적으로 “사막에 피는 꽃들”이라고 부른다. 이 이야기는 무자비한 사회구조 안에서 두려움을 지닌 채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사람들의 건강한 이야기이며,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은유하기 때문이다. 각양각색의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한 부분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 박정희 (연출가, [예술하는 습관] 한국 초연 연출)
섹스, 죽음, 창조성, 그리고 수많은 것들을 다루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다층적인 글쓰기.
- 마이클 빌링턴 ([가디언])
대가 앨런 버넷이 중층구조의 걸작으로 돌아왔다.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도발적이다. 협업의 의미, 인물 전기의 이중적인 가치 같은 문제들에 대한 내공, 깊은 지혜, 이따금씩 튀어나와 헛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터무니없이 허술한 인물들의 귀여움을 섞어놓고 있다.”
- 폴 테일러 ([인디펜던트])
“교묘하고, 흥미진진하고, 동시에 아주 지적이고 풍성하게 직조된 이 작품을 읽는 것만으로도 조금 더 똑똑해졌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예술하는 습관》은 창조적인 예술, 인물 전기의 상스러움, 성정체성, 평판이라는 것의 거품 같은 것들을 포함한 많은 것들에 대해 도발적인 생각을 담고 있으면서 깊이 있고, 동시에, 이따금씩 왠지 모르게 자서전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나는 어떤 종류의 예술가인가? 남길 수 있는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
- 크리스토퍼 하트 ([선데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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