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미래가 보인다.
미래라고 해도 보이는 건 나쁜 일뿐이다. 어떤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에게 앞으로 일어날 ‘나쁜 일’이 영상으로 보인다. 나는 그것을 ‘미래 시력’이라고 말한다.
미래 시력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미래 시력은 모든 상황에 반드시 보이는 것은 아니다. 나쁜 일이 일어나기 전에 어떤 사람의 얼굴을 봤는데도, 미래 시력으로 보지 못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두 번째, 미래 시력으로 봤던 일이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장소나 시간은, 함께 보이는 것들에서 유추할 수밖에 없다. --- p.11~12
“그렇다기보단, 보여. 그 사람의 미래가.”
그 말에 심장이 덜컹했다.
‘얼굴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 그거, 미래 시력이랑 똑같잖아……!?’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당황해서 머릿속에서 지워 냈다. 미래가 보이다니, 분명 농담일 거야.
애초에 다키시마가 하는 건 ‘점’을 치는 것이니까. 미래 시력은 점하고는 달라.
다키시마는 빤히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앞머리가 긴 탓인지 표정을 잘 읽을 수가 없었다. 미래 시력이 보이지 않으니 다행이지만…… 이렇게 얼굴이 가까우면 역시 긴장이 됐다. --- p.47
나는 모두의 시선에서 도망치듯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사람 얼굴만 보고 미래가 보인다고 하면,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당당히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을 리…… 없잖아요.”
큰일 났다. 왜 그렇게 말했을까.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말해 봤자 의미도 없고, 이렇게 말하면 다키시마가 기분 나빠 할 텐데.
미술실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아아, 저질러 버렸어……. 어떡하지!’
나는 고개 숙인 채로 굳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 p.49
“괜찮아. 운명은 바꿀 수 있으니까.”
‘쿵.’
힘이 들어간 다키시마의 말에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무심코 고개를 들자, 다키시마와 시선이 마주쳤다. 예쁜 갈색 눈동자가 꿰뚫어 보듯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만 그 강렬한 시선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러니까 내일부터 잘 부탁해. 사와베, 기사라기.”
다키시마가 느릿하게 말하고는, 입가에 의문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 p.50~51
내 잘못으로 유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입혔다. 그리고 끝내 사과하지 못한 채 헤어지고 말았다. ‘다음’은 오지 않았고, 아마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나도 유키를 다치게 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슈가 다쳤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도 나는 ‘그때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하고 가끔 생각해 본다.
내가 한 일은, 잘못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누군가가 다쳐야만 하는 ‘운명’이었을지도 모르니까. --- p.60
“기사라기, 이건 운명이야.”
“응?”
두근. 심장이 뛰었다. ‘운명’이라는 강한 단어가 가슴속으로 깊게 꽂히는 것 같았다.
“우리의 만남은, 운명이라고.”
나를 바라보는 다키시마의 진지한 눈빛. 그 갈색 눈동자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데, 도저히 눈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이 마음에 대답해 줘.” --- p.101~102
“괜찮아. 나랑 둘이서 하면, 꼭 살릴 수 있어. 말했잖아. 강한 마음은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슈를 구하고 싶어, 기사라기와 함께.”
그렇게 말하는 다키시마의 눈은, 진지함 그 자체였다. 분홍색 의상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다키시마의 말 덕분에 아까보다 조금은 두려움이 엷어진 느낌이 들었다. 강한 마음이 운명을 바꾼다. 그렇다. 운명은 마음이 만드는 것이다. --- p.155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나 자신의 마음이다.
나는 미래 시력으로 누군가의 운명을 바꾸고, 도와주고 싶다. 돕고 싶어서 미미후와가 되었다. 내가 정말로 원 하는 것, 하고 싶은 것, 그것을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새로운 운명을, 내가 마음속으로 바라는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다.
--- p.20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