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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개정판 ] 설산 시리즈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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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2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566g | 135*196*28mm
ISBN13 9791138405034
ISBN10 113840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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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타는 머리를 숙이고 방을 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다급하게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네에, 라고 마쓰미야가 대답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다쓰미였다. 손에 종이 한 장을 들고 있었다.
“구라타 씨도 여기 계셨습니까. 마침 잘됐네요.”
“무슨 일이야?”
마쓰미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쓰미는 그에게 몇 걸음 다가갔다.
“홈페이지를 갱신하다 보니 이런 메일이 들어와 있었어요.”
그렇게 말하고 손에 든 종이를 마쓰미야 쪽으로 내밀었다.
마쓰미야는 다시 노안경을 집어 쓰고 종이를 받아들었다. 미간에 주름을 잡고 그곳에 인쇄된 글씨를 훑어보았다. 그 얼굴이 순식간에 바짝 굳어갔다.
--- pp.25~26 중에서

그곳에 줄줄이 적힌 문장을 구라타는 새삼 훑어보았다. 장난질이라고 생각하려는 나카가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도저히 멀쩡한 정신으로 썼다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신게쓰고원 스키장 관계자들에게, 라는 게 제목이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
(…)
‘하지만 그런 대규모 환경파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까지 이상기온이라는 천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실로 불공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에 따른 보상금을 청구할 것이다.
3일 이내에 3천만 엔을 준비하라. 현금이 준비되는 대로 곤돌라 산록역 지붕에 길이 1미터 이상의 노란색 깃발을 걸도록 하라. 또한 그 모습을 실시간 CCTV로 확인할 예정이니 카메라와 모니터가 고장 나지 않도록 사전에 점검하라.
위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 일어날 일들을 명기해둔다. 너희가 펄쩍 뛰며 기뻐했던 대로 충분한 적설량의 혜택을 누리는 겔렌데지만 그 밑에는 타이머가 달린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다. 눈이 내리기 전에 우리가 은밀히 설치해둔 것이다. 우리는 원격조종으로 언제 어디서든 타이머를 작동할 수 있다. 폭발물의 규모에 대해서는 상상에 맡기겠으나 설붕의 대비책으로 패트롤에서 사용하는 쩨쩨한 폭약이 아니라는 점은 단언해둔다. 폭발했을 때, 주변의 스키어와 스노보더가 어떻게 될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3일이 지나도 답이 없을 경우에는 거래 중지로 판단하고 우리는 타이머를 작동할 것이다. 미리 말해두겠는데 일단 작동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멈출 방도를 우리는 갖고 있지 않다.
경찰에 신고할 경우에도 거래 중지로 간주한다. 또한 폭발물은 압설 차량의 작업 정도로는 폭발하지 않을 구조로 설치했지만 불도저 등을 이용해 함부로 굴착했을 경우에 과연 어떻게 될지는 보증할 수 없다.’
--- pp.32~34 중에서

다급한 연락은 호쿠게쓰 구역의 패트롤 대원에게서 들어왔다. 연결 코스에서 호쿠게쓰 구역으로 합류하는 지점에서 사고가 났다는 것이었다.
(…)
“패트롤을 부른 건 누구…….”
거기까지 말한 참에 네즈는 목소리를 잃었다. 쓰러진 여자의 목에서 위쪽이 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주위를 둘러보니 몇 미터 위에서부터 구불구불한 피의 라인이 이어졌다. 계속 눈이 내려 쌓이는데도 이토록 또렷하게 남았다는 것은 출혈량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었다.
(…)
여자는 곧바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하고 얼마 뒤에 사망이 확인되었다. 경동맥 절단에 의한 과다출혈이 원인이었다.
(…)
그런 얘기를 들은 네즈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연결 코스를 이용하지 않고 규칙에 어긋나는 쇼트커트를 감행한 스노보더들이 정규 코스를 달리던 이리에 가스미를 그대로 들이받은 것이다. 게다가 엣지가 경동맥을 절단하고 마는 엄청난 사고를 일으켰다.
아무 잘못도 없는 피해자가 사망한 것도 물론 비극이었지만 네즈의 마음을 한층 더 암울하게 만든 것은 가해자인 스노보더들이 도주했다는 사실이었다. 설령 중대한 과실을 범했더라도 곧장 구조를 요청했다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다. 어쩌면 이리에 가스미의 목숨을 구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 pp.75~80 중에서

나카가키가 끄으응 신음 소리를 흘렸다.
“범인이 직접 돈을 받을 생각인 거야.”
“하지만 어떻게 하려는 걸까요? 범인이 모습을 드러낼 것 같지는 않은데요.” 구라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운반 담당자를 스키나 스노보드 경험자로 선정하라는 걸 보면 겔렌데 안을 이동하도록 할 계획인 모양인데요.”
“하지만…….” 다쓰미가 고개를 돌려 구라타를 올려다보았다. “이 시간대에는 스키를 탈 수 있는 슬로프가 몇 군데밖에 안 돼요.”
“아, 그건 그렇군.”
구라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우리끼리 이러니저러니 해봤자 별수도 없잖아. 아무튼 범인의 지시에 따르자고.” 나카가키가 내뱉듯이 말했다. “필요한 것들을 빠짐없이 준비해. 아, 가장 중요한 운반 담당자, 누구한테 맡겨야 하나?”
“당연히 그 친구들이죠. 그쪽에 부탁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구라타가 대답했다.
--- pp.132~13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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