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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 의심을 생산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철학적 대화 실험

리뷰 총점9.0 리뷰 3건 | 판매지수 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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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732g | 145*225*26mm
ISBN13 9791168125001
ISBN10 116812500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머리말

1 평평한 지구 학회에서 배운 것
2 과학 부정론이란 무엇인가?
3 남의 생각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4 다가올 미래가 아닌 눈앞의 현실, 기후변화
5 탄광 속의 카나리아
6 유전자변형생물체: 진보 성향의 과학 부정론자도 존재할까?
7 진실을 무기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
8 코로나바이러스와 앞으로의 세상

맺음말
감사의 말
후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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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고백건대, 2018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 등록 테이블에서 흰 가운을 입고 미소로 참석자들을 응대하는 젊은 여성에게서 출입증을 건네받아 목에 거는 순간 잠시 멈칫했다. 혹시라도 누군가 아는 체할까 걱정되었고 그가 사진을 찍지나 않을까 우려되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 가능성은 없잖은가? 나는 지난 15년 동안 연구실만을 오가며 과학 부정론을 연구한 사람이다. 플란넬 셔츠와 배지를 착용한 나는 그들의 일원으로 전혀 손색이 없어 보였다. 그 복장은 앞으로 스물네 시간 이상 잠복할 한 과학철학자에게 유용한 ‘투명 망토’가 되어줄 터였다.
그리고 스물네 시간이 지난 이후에는 상황을 보고 적절히 처신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어깨에 손을 대는 느낌이 들어 돌아보니 검은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하는 게 아닌가. 그의 셔츠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나사(NASA)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리 선생님, 반가워요. 우리 단체에는 어떻게 가입하게 되셨나요?”
--- p.11~12

드디어 내가 거의 쓰러질 뻔한 질문이 던져졌다. 정말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냉정함을 유지해왔고 지난밤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냉정함을 잃으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그 질문은 옆에 대여섯 살쯤 돼 보이는 작은 여자아이를 둔 어느 남자가 던졌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 딸이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성인이고 많은 일들을 감당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신념 때문에 고통받고 있어요.” 이 말을 듣자 내 마음도 몹시 아팠다. 학회에서 아이들을 몇 명 보기는 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그제야 느꼈다. 남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자신들도 모두 둥근 지구론자들이었지만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평평한 지구를 믿게 되었다. 그들이 한 차례 세계관을 바꿨다면 이를 되돌리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컬트 집단에서 자랐다면 어떤 기회가 있었을까? 과학을 믿지 않고 날마다 음모론에 빠져 지내는 가정에서 성장했다면? 저 작은 소녀 역시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연사의 대답을 기다리는 내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먼저 청중은 자신의 신념을 굳게 지키는 어린 소녀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러고 나서 연사는 얼굴에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이들은 순종을 보여주는 최선의 존재들입니다.” 그는 수업 시간에 평평한 지구 이야기를 하면 교사가 주의를 줄 테니 교사가 없는 놀이터에 나가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라고 조언했다. “어떤 아이들은 기꺼이 배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처럼 별난 생각을 하는 사람은 1퍼센트도 안 돼 보였다. 내가 만일 손을 들고 목청껏 “엉터리 같은 소리!”라고 외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p.72~73

과학 부정론자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의 내용 가운데 마찬가지로 불필요하거나 적어도 수정 가능한 부분이 있을까? 내가 2018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서 대화를 나눈 평평한 지구론자들이 자신의 신념으로 완전히 동기부여가 되어 있던 이유가 그 이론이 그들에게 그렇게 이해됐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그들의 마음에 나 있는 몇몇 구멍을 막아줬기 때문이라면? 평평한 지구론은 그들에게 응원할 팀을 제공했고 그들의 불만감을 충족시켜주었다. 또한 아마도 그들이 사회와 ‘보편적’ 신념으로부터 소외된 상황에 대해 더 기분 좋아지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제 서로에게 동조하며 자신들이 옳다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누군가가 그 집단에 속하고자 한다면 아마도 그들 신념의 내용은 그에 합류하기 위해 자동으로 딸려 나올 것이다. 증거를 가지고 과학 부정론자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어떤 의미에서 증거가 그들의 신념과 관계가 없기 때문은 아닐까? 신념의 내용이 그것이 제공하는 사회적 정체성만큼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 p.121

모두가 알고 있듯 모든 과학은 반론에 열려 있다. 사실로 판명될 수 있는 대립가설도 언제나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정설이 정당성을 훼손당하지는 않는다. 지구온난화를 인간이 초래했다는 증거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기후변화에 대한 증거가 오늘날 99.9999퍼센트 신뢰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도한 로이터의 기사를 기억하는가? 압도적 증거를 눈앞에 두고도 대안 이론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주류 이론을 믿지 않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남극에 줄무늬 유니콘이 있을까? 그곳에 가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안단 말인가? 하지만 이는 또다시 평평한 지구 논쟁으로 회귀하는 상황이다. 방대한 양의 과학적 증거와 합의를 거부하는 것은 회의론이 아니라 부정론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화석연료 이해관계자들과 보수 정치인들이 과학적 논증에서 심각한 오류라도 발견했다는 듯 작은 의구심을 그토록 효과적으로 이용하도록 내버려두었을까? 이런 상황을 되돌릴 때가 되었다. 기후변화 부정론자에 대한 치료제는 그들의 재정적, 이념적 부패 행각의 전반적인 본질을 폭로하는 것이며, 진화와 백신과 지구 모양에 대한 다른 날조된 부정론 운동에서 사용된 논쟁적 전략과의 유사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 p.185~186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든 개인 차원에서든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우리가 서로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나는 과학 부정론에 맞서 싸우기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서 개인적인 면대면 만남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신뢰와 존중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이 대인관계를 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정체성, 가치, 개인적 감정 등이 모두 믿음을 형성하는 데 관여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가질지 결정하는 일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기후변화 문제를 통해, 우리는 전 지구적 해결책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경로가 기후변화 부정론자들과 개인적으로 대화를 하여 신념을 바꿔놓는 일이 아닐 수도 있음을 확인했다. 그 대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이슈에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을 기울인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처방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의 마음이나 가치관을 바꾸고자 한다면 그에게 접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들이 아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진다. 그들은 자신들이 본 적 있는 장소에 관심을 가진다. 사람들의 관심사를 펜실베이니아 석탄 광부나 몰디브 어부에게까지 확대할 수 있다면 이것이 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어떤 단계에서는 누군가의 신념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그들이 관심을 갖는 대상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여전히 대화가 훌륭한 방안이라 해도, 이를 위한 이상적인 논쟁 전략은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우리가 사일로 안에만 머무른다면 문제는 더욱 악화되기만 할 것이다.
--- p.240~241

즉시 나는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네가 취하는 입장이 백신 거부자와 뭐가 달라? 백신도 ‘부자연’스럽기는 매한가지잖아. ‘안전하다고 확증’할 수 없지. 백신도 반대하는 거야?” 나는 그가 백신 거부자들에 대해 “공감하는 측면이 있다”는 어제의 입장에 설명이 더해지기를 바랐다.
그는 좋은 질문이라면서도 우리는 언제나 혜택과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백신에는 개인적인 위험이 존재한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질병에 걸릴 수 있다. 물론 공적인 위험도 존재한다. 다른 사람들까지 아프게 만들 수 있다. 만일 백신에 혜택이 없다면 아무도 접종을 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백신에는 혜택이 있고 그것은 위험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가 이제 핵심을 찌를 준비가 되었다는 듯 말했다. “GMO를 먹지 않으면 위험이 없어져. 난 유기농식품을 사 먹을 정도의 능력은 있어. 만약에 너무 가난해서 생존을 위해 GMO를 먹어야 한다면 아마도 그렇게 하겠지. 하지만 나는 GMO를 안 먹는다고 해서 문제 될 게 없어.”
“하지만 테드.” 나는 그의 말에 끼어들었다. “그건 크나큰 특권에서 나온 지위 아니야? 동아시아에는 굶주린 아이들이 많고, 어떤 애들은 황금쌀을 못 구해서 비타민A 결핍증으로 시력을 잃기도 해. 그건 몬산토에서 만든 게 아니야. 대학 연구의 결과물이지. 하지만 그린피스는 여전히 그걸 반대해. 내가 너와 그 아이들 사이의 점들을 연결해볼게. 넌 GMO를 지지하지 않고 그게 너에게 이로워. 하지만 유기농식품만 사고 그린피스에 후원금을 보내는 너 같은 사람만 있으면 아시아에 있는 그 아이들은 굶주리고 눈이 멀겠지. 그래서 GMO 반대에 문제 될 게 있다는 거야. 너에게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네가 아까 얘기한 백신 거부 이슈와 비슷해. GMO 지지를 반대하는 것만으로 너는 공적인 해를 일으키고 있어.”
--- p.297~298

코로나19 위기는 또한 돈의 엄청난 중요성을 매우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경제적 고려는100년 만에 인류의 건강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한 대상에 맞서 공중보건상의 결정을 내릴 때 중차대한 영향을 미쳤다. 경기둔화가 예방 가능한 수십만 명의 사망보다 더 나쁜 것이 되는 현실에서 우리는 “치료제가 질병보다 나쁠 수는 없다”라는 구호를 듣는다. 트럼프가 ‘미국 재개방’을 자꾸만 외치는 것은 사람들이 너무 오랫동안 집에 머무르고 경기가 둔화된다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은 물론 자신이 대표하는 부유층의 이익에도 좋지 않으리라는 생각에서 나온 노골적 대응이라 볼 수 있다. 트럼프의 측근인 댄 패트릭 텍사스 부지사는 나이 든 미국인들이 국가 경제를 위해 자원해서 죽는 것도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일 우리가 기꺼이 그렇게 한다면, 경제적 고통과 실직과 낮은 GDP를 견디는 것보다 수십만 명의 목숨을 희생하는 쪽을 택하기로 결정한다면, 나는 미국인들이 IPCC의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 배출량을 낮추는 데 필요한 생활 방식과 소비 습관을 바꾸는 일종의 최소한의 자기희생을 기꺼이 감내하리라는 희망을 버릴 것이다.
--- p.335~336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과 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 2018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 참석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을 만나다
*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석탄 광부들과 저녁 식사 자리를 만들다
* 기후위기를 실시간으로 체감 중인 몰디브로 직접 떠나 현지인의 삶을 조사하다
* GMO(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명하는 친구들과 토론하다

★ 〈스켑틱〉 발행인 마이클 셔머 추천
★ 2022 노틸러스 북 어워드 과학·우주론 부문 금상
★ 2021 인디 북 어워드 정치·사회과학 부문 은상
★ 2021 넥스트 빅 아이디어 클럽 최고의 논픽션 선정

21세기에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다니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었길래 저러는 걸까?


“지구는 사실 평평하다.” “기후변화는 사기에 불과하다.” “백신은 몸에 해롭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세상에 넘쳐나는 가운데, 보고 싶은 것만 보게끔 하는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을 통해 황당한 주장을 접하고 가짜 전문가에게 설득당하며 음모론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탈진실의 시대에 과학적 태도로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20년 가까이 깊이 연구하며 『포스트트루스』 『과학적 태도』 등의 책을 집필한 철학자 리 매킨타이어는 독자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과학을 부정하고 이성적 대화를 거부하는 이들에게 반박하려면 무슨 말을 해야 하나요? 이들을 올바른 신념으로 인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실을 믿지 않는 이들의 생각을 바꿔서 진실을 인정하게 하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나요? 이런 질문들에 언제나 그들을 일대일로 만나 진지한 대화를 나누라고 조언한 저자는 어느 날 문득 다음과 같은 의문에 사로잡힌다. ‘그러고 보니 정작 나는 왜 그들과 직접 만나서 대화해볼 생각을 못 했을까?’ 그리하여 저자는 2018년 11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크라운 플라자 호텔에서 개최된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그때의 복잡한 심정은 오래전 아리스타르코스나 코페르니쿠스가 정말로 지구가 둥근지 스스로에게 되묻던 때의 외로운 마음에 비할 정도였다.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과학 부정론을 연구한 내가 지금은 지구상에서(아니… 세상에서) 가장 눈총받는 과학 부정론자들 무리에 섞여 앉아 있으니, 한편으로는 야수의 배 속에 들어와 앉아 있는 느낌도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하필 평평한 지구론부터 시작했을까? 최악 가운데서도 최악을 고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른 과학 부정론자들마저 불편하게 여기는 유형의 과학 부정론자들을 가장 먼저 대면하는 편이 재밌을 것 같았다. (본문 중에서)

평평한 지구론자를 시작으로 저자는 기후변화 부정론자, 백신 거부자, GMO 반대자 등 다양한 과학 부정론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과 진정한 대화를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험에 나선다. 과학 부정론자들의 논리 속 맹점을 찾아서 지적하는 편이 나을까? 실제로 만나보면 그들은 과학 부정론자가 아니라 회의론자일지도 모른다. 증거로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논거가 부족한지 보여주면 어떨까? 이 책은 이런 저자의 문제의식들을 토대로 몇 년간 벌인 대화 도전의 여정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평평한 지구론자부터 기후위기 시대의 석탄 광부, GMO에 저항하는 오랜 친구까지
과학 부정론자들과 함께한 대화 도전의 여정


저자는 과학 부정론자들과의 대화 실험에 임하는 한편으로, 과학 부정론자에 대응하는 법을 논하는 연구들 또한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2019년 6월에 〈네이처 인간 행동〉에 실린 필리프 슈미트와 코넬리아 베슈의 기념비적 논문은 과학 부정론자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두 가지 접근법을 시도했는데, 첫 번째는 전문가가 과학적인 사실을 알려주는 내용 반박(content rebuttal)이었고, 두 번째는 과학 부정론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논증 오류에 대한 기술 반박(technique rebuttal)이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접근법은 과학 부정론에 깊이 경도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로 유효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이미 과학 부정론에 깊이 빠져든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놓으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러한 이론과 주장을 시험해보기 위해 책과 문헌이 가득한 연구실을 벗어나 현실에서 살아 숨 쉬는 과학 부정론자들을 직접 찾아 나선다.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 참석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을 만나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석탄 광부들과 모이는 자리를 만들며, 몰디브에 가서 기후위기를 실시간으로 체감 중인 현지인의 삶을 조사하고, GMO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명하는 오랜 친구들과 논쟁을 벌인다.

하지만 이 대화 도전의 여정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저자의 뜻대로 일이 술술 풀린 적이라곤 거의 없었으며 언제나 예상치 못한 장벽에 부딪히고 좌절을 맛보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곤 했다. 일례로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증거를 토대로 한 과학적 논쟁에는 실상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증거가 아니라 정체성이었다. 어떤 이념이나 신념을 믿느냐보다 경험적으로 어떤 편에 속하게 되었는지, 어떤 정체성을 선택했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을 설명해주는 식으로는 그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이 부정당할 상황임을 직감했을 때 더 강하게 저항하는 한편 상대 논리가 완벽하지 않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스스로를 정당화했다.

더구나 실제로 맞닥뜨려 보니 기후변화 부정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과는 별개로, 개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기후위기를 둘러싸고 상반된 상황에 처해 있는 두 집단(몰디브인과 석탄 광부)만 봐도 그렇다. 기후위기는 머지않아 섬이 가라앉을 위험에 직면한 몰디브인에게는 다가올 미래가 아닌 눈앞의 현실이지만,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진위 여부를 다투며 소모적인 논쟁을 벌인다. 저자가 직접 만난 몰디브 소년은 “몰디브 바깥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죠”라는 말을 남겼다. 반면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과정에서 당장 생계를 위협받는 석탄 광부들은 어떤 입장일까? 예상 외로 저자가 만난 석탄 광부들은 대부분 기후위기의 존재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송두리째 바꿔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불안과 우려를 표했다.

한편 저자는 과학 부정론이 정치적 우파의 전유물이라고 속단해버리는 흐름에도 의구심을 표한다. 과연 좌파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를 견지할까? 그 주장을 반증하는 사례가 GMO에 저항하는 진보적 환경론자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우고 직접 대화에 나선다. GMO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GMO가 안전하다는 과학적 합의가 정말로 존재하는지 의심하고, 몬산토 같은 부패한 생명공학 회사가 농업 산업을 지배하기 위해 GMO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번에는 2018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서 얻은 교훈들을 거름 삼아 GMO 반대자들과 진지한 일대일 대화를 나눠 보기로 마음먹고 GMO를 의심하는 오랜 친구들과 심층 토론을 벌였다. 과연 그 대화는 어떻게 끝났을까? 저자는 그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을까?

그래도 우리는 그들과 소통해야 한다
하나뿐인 지구에서 한 번뿐인 인생을 더불어 잘 살고 싶다면!


뼛속까지 과학 부정론에 깊이 빠져들어 있는 사람들을 대할 때 이론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이 바로 ‘신뢰를 구축하는 단계’다. 과학 부정론자였다가 전향한 이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자신을 믿어준 단 한 사람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음을 고백한다. 다시 말해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작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과학 부정론자의 입장을 존중하고 기본적인 신뢰를 표하며 따뜻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잘못된 정보를 교정해주려는 집요한 노력이 필요하다. 공감, 존중, 경청이야말로 우리가 서로의 믿음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하는 유일한 덕목이다.

내가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서 아무도 전향시키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직접 그곳에 가기로 마음먹은 건 옳은 선택이었지만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였어야 했다. 그리고 한 번 이상을 방문했어야 했고, 그들과 더 많이 어울렸어야 했다. 심리학 문헌들이 반박하기 위해 사실과 논증 전략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그토록 제한된 성공만 보여준 것도 당연했다. 이것들은 실험 환경에서 보통은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일회성 만남으로 도출된 결론이다. 물론, 이것도 유효할 수 있지만 더 풍부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그것들을 직접 사용했다면 얼마나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만일 우리가 상당한 수준의 신뢰를 쌓으려고 노력했다면?

나는 이것이야말로 진짜 과학 부정론자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경우 기후변화나 백신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과정에서 전망이 매우 암울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가능한 것 가운데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것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과학의 진실과 가치를 위한 험난한 과정을 통해 과학 부정론자들을 무시하고 그들과 교류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만 상대하려는 선택을 가슴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자신 또한 과학 부정론자들과 어울리기 위해 여러 차례 여행을 다녀온 후 무시와 좌절로 인한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과학 부정론자와의 대화 시도에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사람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권한다.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존중과 배려가 가득한 자세로 그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자. 그것만이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인류와 지구를 구해줄 유일한 해결책이니 말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리 매킨타이어는 최근 범람하는 유사 과학과 미신, 가짜 뉴스, 대안적 사실 등에 맞서 싸우는 가장 강력한 목소리 중 하나다. 과학 부정론자들의 생각을 바꾸려면 사실(facts)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이미 명백해졌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는 믿음의 심리학과 관련해 우리가 알고 있는 문헌들을 검토하고, 실행 전략을 모색하며, 과학 부정론자들과 대화를 나눈 다채로운 모험담도 들려준다. 이 책은 분명히 고전이 될 것이다.
- 마이클 셔머 ([스켑틱] 발행인, 채프먼대학교 겸임교수,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저자)
유려한 문장과 흥미로운 열의가 가득한 이 책에서 리 매킨타이어는 과학 부정론 이면에 숨겨진 잘못된 논증을 폭로하고 사람들이 왜 미혹에 빠지는지 알려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참을성 있게 과학에 대해 토론하며 상호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그들이 진짜 과학적 논증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여정을 직접 보여준다는 점이다. 과학 부정론자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거나 그럴 필요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필독서다.
- 엘리자베스 앤더슨 (미시간대학교 철학 및 여성학 교수)
과학 부정론이 팽배한 요즘 같은 시대에 리 매킨타이어는 인식론적 건전함을 대변하는 목소리다. 그는 이 놀라운 책에서 우리 시대의 절박한 질문을 던진다. 그의 대답은 전략적이면서도 인간적이다. 그가 강조하듯 우리는 과학 부정론자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며 이를 통해 보편적 인류애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가슴속에 새겨야 한다. 매우 중요한 책이니 일독을 권한다!
- 콰심 카삼 (워릭대학교 철학과 교수)
건강한 심리학에 기반한 시의적절한 책. 혼돈이 가득한 시대의 필독서.
- 포어워드 리뷰
탁월한 논증을 통해 전반적으로 기상천외한 통찰을 제공한다.
- 커커스 리뷰

회원리뷰 (3건) 리뷰 총점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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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애매하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w****n | 2023.01.2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책 분량과 읽는데 드는 품에 비해 독서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적다는 느낌. 생각지도 못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느끼게 하는 효과는 있다. 책의 제목이나 마케팅 방향이 기대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흥미롭게 쓰려고 한 과학 대중서 같은데, 뭔가 포지션이 애매하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지만 사실상 결국 제목에 대한 답은 '답이 없음'에 가깝다. 아니면 무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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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분량과 읽는데 드는 품에 비해 독서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적다는 느낌.

생각지도 못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느끼게 하는 효과는 있다. 책의 제목이나 마케팅 방향이 기대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흥미롭게 쓰려고 한 과학 대중서 같은데, 뭔가 포지션이 애매하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지만 사실상 결국 제목에 대한 답은 '답이 없음'에 가깝다. 아니면 무한한 인내심과 전문 지식을 갖춘 설득자가 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해야 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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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이해받고 싶은 대로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수밖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p*****s | 2022.12.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인정할만한 권위라는 것이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한 사유의 결과는 아니지만 사람이 아닌 ‘학문(연구 결과)’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면 사회의 기반은 붕괴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해와 비판과 수용과 학습의 태도인데... 포기하고만 싶은 난제이다.   이성, 합리성, 체계, 소통 수단의 확대 등등 기대하던 것들의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로 거부되거나 무시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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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할만한 권위라는 것이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한 사유의 결과는 아니지만 사람이 아닌 학문(연구 결과)’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면 사회의 기반은 붕괴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해와 비판과 수용과 학습의 태도인데... 포기하고만 싶은 난제이다.

 

이성, 합리성, 체계, 소통 수단의 확대 등등 기대하던 것들의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로 거부되거나 무시되는 경우도 있고, 잘 모르고 오용되거나 악용되는 폐해도 상당하다. 정보 공개와 플랫폼이 확장된 시절... 진실로 접근이 아닌 괴이한 가짜뉴스의 득세를 볼 줄이야.

 

믿을 수 없겠지만 평평한 지구론이 다시 득세하고 있다.”

 




 

사용하지 않아 잘 모를 단톡방에서는 서로의 피드백과 먹이가 되어주는 갖가지 가짜뉴스와 음모론과 폭력적인 의견들이 교환되고 증폭되고 있다고 한다. 자기합리화와 입증은 때론 콘크리트보다 단단해져서 이 책의 제목처럼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이들도 현존하게 된다.

 

- 증거 존재 여부에 상관하지 않고 주장에만 집착한다

- 믿고 싶은 것과 일치하는 사실만 체리피킹한다

- 가짜전문가들의 의견만 수용한다

- 과학이 할 수 없는 자신들의 기대를 요구하고 실망한다

-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사고를 고집한다

 

스트레스에 약하고 비겁해서 대화 단절과 불가능한 소통 환경에서 가능한 피해보려는 생각만 하는 나는 이 대단한 프로젝트에 부끄럽고 저자의 행보가 너무나 존경스럽다. 반성과 학습의 기회로 삼아 감사히 읽어보았다. 정말 대화가 가능할까, 더구나 웃으며?!

 

- 지구는 사실 평평하다.

- 여성이 구조적 약자라는 데이터들은 모두 조작이다.

- 기후 위기는 거짓이다.

 

노력의 결과로 배울 수 있는 해법이 뭉클하다. 알지만 노력하기 싫었던 바로 그 방법...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그 방법... 상대를 존중하고 다정하게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설명하려는 노력... 저자가 만난 이들의 생각은 정말로 변하였다. 대화가 단절되지 않았다.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논쟁arguments이 아닌 이야기stories”

 




 

물론 태도와 도전만으로 처음부터 성공만 거둔 것은 아니다. 저자의 행보를 관찰하고, 과학부정론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나는 새롭게 많이 배웠다. 인간은 이렇게 반응하고 이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지... 하는 새삼스러운 옛 기억이랄까...

 

믿음이 부족한 건 내 쪽이었나 싶기도 하다. 힘이 드니까, 귀찮으니까, 피곤하니까, 얼른 정리하고 판단하고 선을 탁 긋고 그쪽으론 이제 가지 않는다... 고 결정한 채 살았던. 내 태도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했다. 나는 바뀔 수 있을까...?

 

내 목표는 (...) 과학 부정론자들이 믿음을 포기하게끔 만드는 데 자신들이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태도와 사고로 돌아가야겠다. 누구라도 어떤 생각을 가졌다고 해도 무조건 미워하지 말고 비난하지 말고 공격하지 말고 끝까지 존중할 수 있도록... 잘 안될 가능성이 더 높지만 그래도 시도해보고 싶다.

 

결국 우리는, 누구도 전지(全知)하지도 전능(全能)하지도 못한 우리는, 이해받고 싶은 대로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서로 배워가며 소통하며 산다. 다른 비법은 없어 보인다. 혐오가 일상인 한국에서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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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남의 생각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인*캣 | 2022.12.13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제목을 보자마자 빵 터졌습니다. 우리 아들이요. 음모론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는데 자기도 꼭 읽어야겠다고 합니다. 이해 불가능한 사고방식으로 꼬투리를 잡으며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는 집단을 봐온 터라 저도 이 책에서 얻고 싶은 목표가 있었고요. 결론은 제목처럼 이뤄질 수 있다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 여정이 쉽지만은 않다는 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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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빵 터졌습니다. 우리 아들이요. 음모론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는데 자기도 꼭 읽어야겠다고 합니다. 이해 불가능한 사고방식으로 꼬투리를 잡으며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는 집단을 봐온 터라 저도 이 책에서 얻고 싶은 목표가 있었고요. 결론은 제목처럼 이뤄질 수 있다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 여정이 쉽지만은 않다는 거였습니다. 

 

과학철학자 리 매킨타이어는 <과학적 태도: 과학 부정론과 사기와 유사 과학으로부터 과학을 수호하기>라는 책도 쓴, 과학 부정론을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증거보다 감정, 이념을 앞세워 행동하는 과학 부정론자들과 이번에는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눕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는 웃지 못할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1950년대 대형 담배 회사들이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사실을 성공적인 여론몰이로 무력화하면서부터 시작된 과학 부정 현상. 다른 과학 부정론자들마저 불편하게 만든다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부터 진화론, 백신, 기후변화, GMO 문제 등 수많은 이슈에 과학 부정론자들이 생겨납니다. 문제는 이들이 워낙 강경해서, 혹은 단순히 무지해서 과학 부정론자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며 과학계나 주류에서 외면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잘못된 정보가 방치되면 오류가 가속화되면서 이를 바로잡지 않는 것이 결국 가장 나쁜 선택이 된다는 거죠. 이 책은 잘못된 사실을 믿는 이들을 설득하는 방법에 대한 책입니다.

 

재미있는 건 과학 부정론자들은 예외 없이 다섯 가지 일반 논증의 오류를 범한다고 합니다. 증거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음모론에 집착하고, 논리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믿고 싶은 것과 일치하는 사실만을 선별하는 체리피킹을 하고, 가짜 전문가들에 의존하고, 과학에 대해 불가능한 기대치를 주문하고, 비논리적인 사고를 고수합니다. 누군가의 신념을 바꾼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리 매킨타이어는 다섯 가지 오류를 바탕으로 과학 부정론자들과 대화할 수 있는 보편 전략을 직접 실행해 봅니다.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 참가하면서 말이죠. 

 

그곳에는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인종, 계층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확신에 찬 신념을 보이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합니다. 몇 명과 대화를 나눈 저자는 능력의 한계를 절감합니다. 그들이 과학적 사유에 전혀 근접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아무도 전향시키지 못하고 아내에게 줄 굿즈만 삽니다. 다행히 다시 태어난 기분이 들게 한 건 평평한 지구론을 설파하는 능력을 가진 인물을 만났을 때입니다. 그가 하려는 일이 바로 저자가 하려고 했던 일이니까요. 그는 조용히 들어주고, 존중을 보여주고, 대화에 호응하고, 신뢰를 쌓으며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들의 마음이 작동하는 모습을 관찰하게 된 셈입니다. 

 


 

 

과학 부정론은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믿음이 그들의 사회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작용을 이해해야 했습니다. 사람의 신념이 형성되는 방식을 알아야 했습니다. 단순히 정보만이 아니라 감정, 정체성, 가치 등이 결합되어 신념으로 굳어져 갑니다. 그렇기에 타인의 신념을 그의 의지에 반하는 방향으로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념은 변화할 수 있는 기회도 분명 있습니다. 그 사람의 정체성에 도전하는 일이기에 무시하고 창피를 주고 적대시해봤자 얻는 것은 없습니다. 많은 연구 결과에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오늘날 가장 크고 중요한 과학 부정론의 하나는 기후변화 부정론입니다. 이 역시 증거는 차고 찼으니 결국엔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자신들이 먹는 대부분의 음식이 유전적으로 변형된 식품이라는 걸 모른 채 GMO 반대자가 된 이들도 있습니다. 기후변화 이슈에는 확고한 과학적 주류이지만 GMO는 반대하는 과학자 친구와의 대화도 흥미진진합니다. 과학 부정론의 가장 최신 사례는 코로나19 팬데믹입니다. 백악관이 지휘하는 과학 부정론 캠페인이 어떻게 퍼져 나갔는지 실시간으로 우리는 봤습니다. 저자는 코로나19 부정론과의 싸움에서 유효했던 방법들을 하나씩 짚어보며 교훈을 건져올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불편해합니다. 이 책에서 등장한 과학 부정론자들을 보면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는 건 효과가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모욕, 창피 주는 일도 무익합니다.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도록 신뢰감을 쌓아 공감과 존중의 자세를 가지고 대화에 나설 때 그들에게 의심의 기회를 만들어주어 다른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도록 할 수 있다는 걸 저자가 직접 실천한 사례로 보여줍니다.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 참석하고, 석탄 광부들과 식사를 하고, 물에 잠기고 있는 몰디브로 가서 현지인들을 만나고, GMO를 불신하는 친구들과 토론하는 등 오늘날 중요시되고 있는 이슈에 몸소 뛰어들어 그들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나간 저자의 여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 책입니다. 과학 부정론자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결국 이 책은 우리가 소통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기도 합니다. 온갖 미디어의 가짜 뉴스가 판치고 정치적 왜곡이 일어나는 불신의 문화 속에서 살아남는 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최악의 선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그저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며 외면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하등 도움 되지 않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말이죠.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다면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 그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짚어줍니다. 좌절도 하면서 지난한 여정이 되겠지만, 제목처럼 생산적인 대화를 끌어낼 기회를 맛보고 싶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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