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청소년은 범죄자이기 전에, 피해자이기 전에 하나의 ‘청소년’이다. 그리고 청소년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배우고 경험해가는 존재다. 그 배움과 경험의 절대치는 성인에게서 나온다. 즉, 청소년의 어떠한 행동 뒤에는 반드시 ‘어른’이 존재한다. 청소년을 이해하려 할 때 그들 뒤에 있는 어른, 우리 사회를 바라보지 못한다면 그것은 청소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다.
---「들어가며, 5쪽」중에서
대부분의 청소년이 직간접적으로 일상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니 세심한 치유와 회복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폭력의 기억은 왜곡되어 다시 그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모든 위기청소년 뒤에는 위기 가정과 위기 사회가 있다. 사회와 가정이 안정적이라면 청소년도 안정적일 것이다. 이들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라면 그 누가 안전할 수 있을까.
---「프롤로그, 12쪽」중에서
범죄는 범죄자 개인의 문제임과 동시에 사회적 현상이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성장해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는 범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범죄의 사회적 성격은 청소년에게서 더욱 도드라진다. 우리 사회에서 건전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덕목을 배워가는 시기가 청소년기다. 청소년은 경험에 의지해 행동하기보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영향을 받아 행동하는 경향이 크다. 그렇기에 청소년의 행동 이면에는 그의 가정이, 학교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있다.
---「1장 그 소년을 거리로 내몬 것은 누구일까, 27쪽」중에서
그런데도 청소년을 자신들의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성인들은 마치 개인회생이 모든 빚을 없애주는 희년禧年이라도 되는 것처럼 유혹한다. “괜찮아. 나중에 개인회생으로 한 번에 정리하면 돼”라는 무책임한 말에 많은 청소년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
---「3장 가난에 몸도 마음도 멍들다, 55쪽」중에서
우리 사회는 청소년 성 착취를 조장하면서 동시에 그들을 처벌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채팅 앱들은 제도적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미성년자의 접근을 차단하거나 대화 내용을 필터링하는 것만으로도 응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제재조차 하지 않으면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가담함으로써 성범죄가 발생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식으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한다.
---「4장 누구를 위한 법인가, 64쪽」중에서
현장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는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가정폭력이 청소년 비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은다. 영문도 모른 채 아버지한테 흠씬 두드려 맞은 아이에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학교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는 것이 가능할까. 눈만 뜨면 손찌검을 하는 부모를 피해 집을 나온, 가출이 아닌 탈출을 한 청소년에게 길거리에서 생활하더라도 법질서는 꼭 지키라고 말할 수 있을까. 평생 아버지에게 맞고 자란 아들이 아버지보다 힘이 세졌을 때,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르더라도 부모니 맞서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
---「6장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낳다, 97쪽」중에서
누범 청소년들의 특징 중 하나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처음 범죄를 시작한 나이가 어릴수록 누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다시 말해 평생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만성적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9장 이처럼 화려한 범죄 기록을 본 적이 없다, 133쪽」중에서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모범생과 비행청소년으로 양분하는 집단 무의식에 빠진 것 같다. 하지만 모범생과 비행청소년은 청소년 중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게다가 모든 청소년이 모범생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모범생이 아닌 청소년이 모두 비행청소년인 것도 아니다.
---「10장 범죄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다, 143~144쪽」중에서
반성하지 않고 계속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에게 소년법은 지나친 관용일 뿐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주변 환경은 그대로인데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그저 범죄의 수렁에 밀어 넣음으로써 만성적 범죄자를 양산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보다는 그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어 우리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교화를 시도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15장 소년범은 왜 성인범이 되었을까, 225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