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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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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 (큰글자도서)
[도서] 김약국의 딸들 (큰글자도서)
박경리 저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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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122*188*30mm
ISBN13 9791130699165
ISBN10 1130699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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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다 빛은 맑고 푸르다. 남해안 일대에 있어서 남해도와 쌍벽인 큰 섬 거제도가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현해탄의 거센 파도가 우회하므로 항만은 잔잔하고 사철은 온난하여 매우 살기 좋은 곳이다.
---「제1장 통영」중에서

용란이 시집가던 날은 바람이 세게 불었다. 모두 혼사 일로 우왕좌왕했으나 어장 일이 걱정되었다. 김약국은 어디 간다는 말도 없이 나가버렸다. 처음에는 집 안이 벌컥 뒤집어지게 김약국을 찾곤 했으나 결국 이 혼사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나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할 수 없이 중구 영감이 신부의 아버지를 대신하였다. 신랑은 비쩍 마르고 혈색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 신랑이 달아서 하는 혼사라 했건만 눈알이 풀어지고 통 생기가 없어 보인다.
---「제2장 바람이 세게 불었다」중에서

용숙은 방으로 들어가서 흐트러진 이부자리를 밀어붙이고 쭈그리고 앉는다.
“흥! 요조숙녀가 따로 있나? 남편이 있음 다 요조숙녀제.”
뇌까리며 사내가 남겨놓고 간 허리띠를 집어 돌돌 말아서 장롱 서랍 속에 넣는다. 용숙의 집에서 쫓아 나온 한실댁은 망짝골 굿바위에 올라가서 두 다리를 뻗고 울고 있었다. 울음소리는 솔바람에 실리어 멀리 사라진다.
---「제3장 요조숙녀」중에서

용숙은 아들 동훈이 늘 아프다 하여 여러 차례 왕진을 청하던 자애병원의 의사하고 정을 통해 오다가 임신을 했다는 것이다. 시동생이 쫓아냄으로써 그 많은 재산을 잃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는 아이를 낳자마자 죽여서 뒤란에 있는 연못에 빠뜨렸다는 것인데, 의사의 처가 시동생에게 달려가서 결국 사건은 크게 벌어지고, 의사와 용숙은 경찰서에 구속되었다는 것이다.
---「제4장 영아 살해 사건」중에서

“비상 묵고 죽은 구신아, 칼 맞아 죽은 구신아, 배고파 죽은 구신아, 청춘에 죽은 구신아, 물에 빠져 죽은 구신아…….”
무당은 쿵쿵 땅을 구르며 눈을 뒤집었다. 그러더니 마루로 훌쩍 뛰어올라 암탉을 문지방에 놓고 칼을 번쩍 들다가 휙 얼굴을 돌렸다. 연학이었다. 개글개글 웃고 있는 연학의 얼굴이었다.
“저눔이 언제 나왔노?”
연학이는 칼을 내리쳤다. 동강이 난 암탉의 대가리가 대굴대굴 마루 위에서 구른다. 대굴대굴 구르는 소리가 차츰 웃음으로 변하였고 그 웃음소리는 용란의 소리였다. 고개를 쳐들고 사람 속에서 발돋움을 하고 보니 암탉의 대가리는 용란의 대가리가 아닌가.
---「제5장 번개 치는 날의 흉사」중에서

“저의 아버지는 고아로 자라셨어요. 할머니는 자살을 하고 할아버지는 살인을 하고, 그리고 어디서 돌아갔는지 아무도 몰라요. 아버지는 딸을 다섯 두셨어요. 큰딸은 과부, 그리고 영아살해혐의로 경찰서까지 다녀왔어요. 저는 노처녀구요. 다음 동생이 발광했어요. 집에서 키운 머슴을 사랑했죠. 그것은 허용되지 못했습니다. 저 자신부터가 반대했으니까요. 그는 처녀가 아니라는 험 때문에 아편쟁이 부자 아들에게 시집을 갔어요. 결국 그 아편쟁이 남편은 어머니와 그 머슴을 도끼로 찍었습니다. 그 가엾은 동생은 미치광이가 됐죠. 다음 동생이 이번에 죽은 거예요. 오늘 아침에 그 편지를 받았습니다.”
---「제6장 안녕히 주무세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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