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 마라톤을 마치 100m 경주하듯 한다는 생각이 든다. 42.195km를 뛰어야 하는 마라톤을 100m 달리기 속도로 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트랙 한 바퀴를 돌기도 전에 지쳐 나자빠질 게 분명하다. 우리가 이렇게 살 아온 것이다. 속도를 더 내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경주마처럼 전속력으로 내 달려왔는데, 중년에 접어들어 ‘어디쯤 왔나?’ 고개를 들어보니 ‘대체 여기가 어딘지, 얼마만큼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상황이 이 지경이 되면, 지금까지 애써 뛰어온 것이 모두 헛수고처럼 느껴지고 다리에 힘이 빠져 털썩 주저앉게 된다. 불안한 마음과 의문들을 누른 채 다시 고개를 숙이고 달리려고 해도, 대체 어느 쪽을 향해서 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방향감각을 상실한 것이다. 잘못하면 달려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으니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그래서 인생에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중년에 사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허무해질 때 그때가 바로 인생 후반전을 위해 새로운 목표가 필요한 때다. 어디로 내달릴지 방향을 잡아야 한다. 힘들어도 목표와 희망이 있으면 발걸음은 가볍다.
---「1장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중에서
5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마음이 급해진다. 지금 이렇게 사무실에 앉아 키보드만 두드리고 있을 게 아니라, 당장이라도 어디론가 막 달려나가야 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을 꾸기도 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봤음 직한 대추격전이 꿈속에서 벌어진다. 아직 회사에서 쫓겨난 것도 아닌데, 일하면서도 불안감에 심장이 조여온다. 그러다 보니 입이 말라 연신 물을 들이켜게 된다. 이게 다 마음이 급해진 탓이다.
---「2장 우리들의 전성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중에서
중장년에 접어들면, 우선 무엇보다 ’성공’에 대한 재정의를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사격할 때마다 목표물을 정확히 조준하기 위해 원점조정을 해야 하듯이 인생 후반전에 들어서면 20∼30대 내렸던 성공의 정의를 재정립해야 한다. 시대도 상황도 달라졌고, 삶의 우선순위도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인생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3장 돈이 없으면, 돈이 인생의 전부가 된다」중에서
참고 산다고 잘사는 인생도 아닐뿐더러 누구 하나 알아주지도 않는다. 또 알아준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기나 한 것도 아니다. 한 번 사는 인생 귀하게 존중받고 사랑받고 이해받고 사는 것만큼 복된 것도 없다. 인간관계도 집과 같아서 정기적으로 정리를 해줘야 한다. 그러니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까지 할 만큼 했으니까 버려도 괜찮다. 그동안 참느라 너무 수고했다.
---「4장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필요 없다」중에서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실패할 것이 걱정되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들의 인생관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에이, 설마….’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다. 의외로 우리 주변에 잘하지 못할까 봐, 실패할까 봐 그 뒤탈이 겁이 나서 아예 시작조차 못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심리학자들은 과도한 완벽주의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한다. 곁에서 누구 하나 왈가불가할 수 없을 정도로 보란 듯이 깔끔하게 끝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것 같으니 아예 시작조차 않는다는 논리다. 남에게 자신의 허술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런단다. 내 생각으로는 완벽주의고 뭐고 그렇게 거창하게 레이블을 붙여줄 것이 아니라 그냥 겁이 많아서 못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쓸데없이 생각이 많아서 그런 것이다.
---「5장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핀다」중에서
돌이켜 보면, 우리도 젊었을 때 부모님 말씀 지지리도 안 들었고 속도 많이 상하게 해드렸다.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지금 모두 제 몫을 다하며 잘살고 있다. 그러니 자식들이 우리 기대에 미치지 못해 조금 부족해 보여 속이 상하려고 할 때는 무조건 우리 젊었을 때를 되돌아보면 된다. 그러면 아이들 마음도 보이고, 아이들이 하는 짓이 시간 낭비가 아니라 성장 과정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문제는 세상 모든 부모가 자기 어렸을 적, 젊었을 적 생각은 못 하고 언제나 전교 1등 해왔던 것처럼 자식들에게 강요한다는 것이다. 성숙한 부모라면, 지혜로운 부모라면, 자식들에게 “네가 세상을 몰라서 그런다”며 걱정하며 몰아붙일 게 아니라 따로 해주어야 할 게 있다.
---「6장 다 큰 자식은 더 이상 내 가족이 아니다」중에서
인생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너무 깊게 철학적으로 생각할 필요 없다. 죽는 날까지 행복하게 사는 거다. 그런데 그 행복은 가정에서 시작된다. 이제 우리 가정에는 부부 두 사람뿐이다. 자연스럽게 결론이 나왔다. 배우자에게 잘하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고, 인생의 본질을 얻는 지름길이다.
---「7장 “30년째 연인과 살고 있습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