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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강 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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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00g | 135*200*20mm
ISBN13 979116157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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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8, 지크자우어.” 그는 이 무기를 알았다. 그 사실을 반영하듯이 목소리는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총은 미국 군용 표준 권총이었다. 17발 장전 가능. 유효 사거리는 50미터. 하지만 그 순간 무엇보다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사실은 그가 권총의 이름은 알면서, 자신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 p.13

“무슨 이상한 실험 같은 건가 봐.” 헉슬리가 제안했다. “기억을 지운 다음 무기를 장전한 배에 태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는 거지.” […]
“기억이라는 게 뇌의 깔끔한 개별 영역에 은밀하게 들어앉아 있는 게 아니거든. 개인사를 기억하는 능력은 없애버리고 축적된 지식과 기술은 그대로 남겨둔다, 그건 내가 지금껏 읽은 모든 신경과학 저널에서 주장하는 이론을 다 뛰어넘는 거야.” 그녀는 눈을 감고 한숨을 쉬었다. “아니면 내가 읽었다고 생각하는 저널이겠지. 지금은 단 한 건의 검사나 환자 상담도 기억해낼 수 없지만, 어쨌든 난 내가 그런 일을 했었다는 걸 알아.”
--- p.27~28

“와서 봐.” 그들은 핀천을 따라 푹신한 좌석이 놓인 곳으로 갔고, 핀천은 좌석 사이로 손을 뻗어 계기반 중앙에 있는 회색 강철 패널을 손으로 두드렸다. “라이트급 경비정은 여기에 있는 조이스틱과 스로틀 배열로 조종해. 그런데 보시다시피 그게 없어. 이 배는 자동 조종장치로 운항되는 거야.” 그는 검은 화면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게다가 디스플레이도 없어. […]”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면 안 되나 봐.” 헉슬리가 결론지었다.
--- p.31

꿈은 기억이라는 직물로 짜여 있으므로 그들은 꿈을 꾸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꿈을 꾸었다. 색깔이 변하는 모호하고 덧없는 꿈이었다. 파란색과 금색이 중첩된 안개, 그의 시야를 가로질러 움직이는 흰색의 유령 같은 형상. 그는 바닷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선체에 철썩이며 부딪히는 물소리가 아닌, 바다에서 부서지는 파도 소리였다. 그리고 더 가까이서 더 생생하게 들리는 목소리,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p.50~51

“이 안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헉슬리는 자신의 무기를 낮추고 분홍빛 안개 쪽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내 말은, 자연스럽지 않잖아, 안 그래? 안개는 이렇게 오래 머물지 않거든. 그리고 색깔도…….”
“난 기상학자가 아니라서.” 핀천은 인상을 찌푸리다가 조준경에서 시선을 들어 올렸다. “어쩌면 그게 콘래드의 전문 분야였을지도 모르지. 누가 알겠어?”
--- p.59

“좀 미친 짓 같지 않아?” 골딩이 말했다. 그의 얼굴은 미심쩍음으로 잔뜩 찌푸려져 있었고,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내 말은, 저들이 우리와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건 너무도 분명하잖아. 그런데 왜 굳이 우리가 가는 길에 부표를 떨어뜨리고 그걸 살펴보라고 명령하는데? 그냥 우리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말해주면 안 되는 건가?”
“이건 테스트야.” 플라스가 말했다. “기본적인 추론과 인지 능력을 보려는 거지. 메시지를 읽고, 모터를 찾아서 고무보트에 고정하고, 부표까지 가게 하려는 거야. 우리가 아직 살아 있고 지시를 따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어.”
--- p.62

“사적인 기억을 떠올리는 구성원은 무조건 위험 요소로 간주해야 합니다. 배로 돌아가 그녀를 사살하십시오.”
“그럴 순 없어.” 헉슬리는 전화기를 꽉 움켜쥐고 입술에 바짝 가져다 댔다. 분노가 신중함을 넘어 폭발하면서 침이 튀기 시작했다. “잘 들어, 대답을 들을 때까지는 우리 중 누구도 아무 짓도 하지 않을…….”
배에서 울려 퍼진 소리는 굉음과 건조한 균열이 뒤섞여 있었지만, 그 출처만은 분명했다. 총소리였다.
“배로 돌아가십시오.” 목소리가 전과 마찬가지로 단조롭게 말했다. “그녀를 사살하십시오.”
--- p.68~69

지금까지 들었던 비명 중에 가장 격렬한 불협화음으로 해독이 불가능했다. 적어도 십여 개의 목구멍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이라고 할 수 없는 길게 늘어진 단어들이 혼란과 고통과 불가사의한 황홀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고조된 감정과 공명하며 울려 퍼졌다. 불협화음임에도 불구하고 헉슬리는 그 소리에 기묘한 통일성이 깃들어 있음을 느꼈다. 물론 음색에 일관성이라고는 없었다. 하지만 각 음량은 마치 합창단이 각자 다른 노래를 부르고 있음에도 같은 지휘자를 따르는 것처럼 조화를 이루면서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다.
--- p.148

“[…] 기억이 없다면 우린 대체 뭔데? 아무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우린 기원도 없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이유가 무엇이든 계속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우리는 죽은 거나 다름없어. […] 어쩌면 내가 이런 일을 당해도 싼 사람일 수 있어. 내가 몹시 나쁜 사람일 수도 있고 자네도 마찬가지일지 몰라. 이 빌어먹을 악몽이 전부 다 합당한 처벌일 수도 있는 거야. 왜냐하면,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우리는 모두 아주 역겨운 게임의 희생자에 불과할 테니까.”
--- p.159

“이 사람들 흉터는 우리 것과 달라.” 헉슬리는 손전등 빛을 여자의 면도한 두개골 쪽으로 더 가까이 움직여 귀 위쪽에 봉합된 2.5센티미터짜리 절개 부위를 비추었다. […]
“그렇다면 이름은?”
리스는 손전등으로 여자의 팔뚝을 비추었다. 살점이 여기저기 변색된 탓에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지만, 리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문신을 해독했다. “칼로.” 남자의 것은 좀 더 알아보기 쉬웠는데, 리스는 피가 그의 팔이 아닌 양손에 응고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터너.”
--- p.181~182

“우리가 어떤 목적으로 여기에 왔든.” 리스가 말을 이었다. “그게 연구나 자료 수집, 또는 정찰은 아니야. 우리는 뭔가 다른 목적으로 여기 있는 거야. 살아 있어야만 이룰 수 있는 목적. 적어도 당분간은.”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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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서사가 돋보이는 괴물 같은 아포칼립스 스릴러. 세심한 캐릭터 설정, 익숙한 주제의 혁신적 변형으로 감탄사를 터지게 하는 경이로운 호러 작품.
- [퍼블리셔스 위클리]
잘 그려진 등장인물, 몰입도 높은 서사, 장엄한 결말. 이 작품은 하나의 업적이다.
- [북리스트]
논스톱 액션 라이드.
- [그림다크 매거진]
밀실 미스터리에서 시작되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포칼립스 스릴러로 거듭나는 소설. 손에서 놓을 수 없으며 끝내주게 재미있다.
- 크레이그 디루이 (『에피소드 13Episode Thirteen』 작가)
영화 [월드 워 Z]와 [버드 박스]가 장르를 교란하는 『붉은 강 세븐』에서 만났다. 밀실 미스터리, 숨 가쁜 스릴러, 공포의 호러 쇼가 미친 듯이 결합해 마지막 장이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독자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할 것이다.
- 필립 프라카시 (『보이스 인 더 밸리Boys in the Valley』 작가)
공포에 젖고 안개에 휩싸인 채 단숨에 읽어 내려갈 책. 인류 절멸에 임박한 세상의 어두운 심장부로 향해 주저 없이, 독창적인 경로로 질주한다. 말 그대로 ‘종말이 지금’인 시대에 맞게 변형되어 계류장에서 뜯겨 나온 ‘지옥의 묵시록’이다.
- 앤디 마리노 (『창백한 말을 탄다It Rides a Pale Horse』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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