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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리듬

: 엘라 윌러 윌콕스 시집

리뷰 총점9.8 리뷰 9건 | 판매지수 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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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94g | 128*210*10mm
ISBN13 9791186643174
ISBN10 11866431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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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둥글다는데
아무래도 지구는 네모난가 보다,
모서리에 부딪쳤는지 우리에게
여기저기 작은 상처가 많은 걸 보면.
서녘을 여행하며 내가 발견한
인생의 큰 진리 하나는
우리에게 가장 큰 상처를 입히는 이는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란 걸.
--- 「인생의 상처들」중에서

웃어라, 그러면 세상이 너와 함께 웃는다
울어라, 그러면 너 혼자 울게 된다
이 후줄근한 세상은 근심거리가 차고 넘치지
그래서 어디선가 즐거움을 빌려야 한다
--- 「고독」중에서

오늘날 세상에는 두 부류가 있어요.
단 두 부류, 정말 둘뿐이죠.
성자와 죄인은 아니에요, 선인에게도 어둠이 있고
악인에게도 빛이 있다는 건 누구나 알죠.
부자와 빈자도 아니에요, 양심과 건강을 알아야
부자의 부(富)를 알 수 있으니까요.
교만한 자와 겸손한 자도 아니에요, 인생은 짧은데
허세를 부리는 자를 사람으로 칠 수는 없으니까요.
행복한 자와 슬픈 자도 아니에요, 쏜살같은 세월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웃음과 울음을 모두 가져다주니까요.
--- 「당신은 어느 쪽이죠?」중에서

당신이 인생의 바다에 던지는 것이 어리석음이 아닌지 주의하라
어리석은 짓들은 썰물에 실려 멀리 떠내려갈지라도
인과응보의 밀물에 도로 실려 들어와
원치 않는 날 당신의 집 문 앞에 던져질지 모른다
당신이 청춘의 바다에 던지는 것이 어리석음이 아닌지 주의하라
--- 「밀물과 썰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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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의심의 여지 없는 사랑시의 무덤이다. 윌콕스는 사랑에 대해 말한다. 아주 오랫동안, 다소 집요하게. 그러나 소박한 언어로 쓰여진 이 말들은 쉽게 읽히지만 만만히 삼켜지지 않는다. 윌콕스의 사랑은 우리의 사랑과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사방이 어긋나고 거의 모든 방향이 빗나간다. 과녁은 의도를 잃는다. 미동도 없이 굳은 눈으로 고통을 흘리고 사랑의 눈물을 말한다. 포기할 수 없음의 비참함을 쓴다. 사랑이 망가진 자리에 새로이 들어선, 태동 없는 괴로움. 간결하고 창백한 소실의 언어들. 표정이 사라진 시간의 얼굴 앞에서 외치는, 결코 죽음을 모르는 “이런 사랑”. 이 불멸의 사랑 끝에 윌콕스가 서 있다. 죽음을 모르는 채로. 끝없음의 끝없음. 어딘가에는 마지막이라는 장면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는 환상. 이성의 절벽에서 외치는 가여운 운명. 이 모든 것을 무한히 끌어안으면서, 맹렬히 복종하는 태도로, 그렇게 서 있다.

이것은 의심의 여지 없는 사랑의, 우리의 고약한 역사들이다. 우리는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졌다. 포기도 탈락도 망각도 모르는 채로, 그렇게. 안쓰러이 내던져졌다. 나는 이 징그러운 생의 연결이 답답했다. 종종 쓸모없다고도. 나를 지키기 위해 사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내가 단단해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세월의 살결을 입은 윌콕스의 시들을 읽으며 모든 것이 무화되었다.

윌콕스의 그리스도가 말한다. “나에게 오라, 나도 실패했노라”. 이제는 더이상 줄 마음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 소리가 나도 모르는 나의 심장에 울려 퍼질 것만 같다. 사랑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이 사랑이고 이것이 바로 윌콕스다. 나는 이제야 사랑을 조금 엿보았다. 겨우. 비로소.
- 박참새 (제42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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