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념은 마음에 두고 걱정하거나 잊지 않는다는 뜻이다. ‘꺼림칙해하다’, ‘마음에 앙금이 남다’와도 비슷하다. 글자를 곰곰 뜯어보면 그 뜻이 분명해진다.
‘괘(掛)’는 ‘걸 괘’라 해서 걸어둔다는 뜻으로 원래는 손(?·수) 으로 점괘(卦·괘)를 기록해 걸어둔다는 뜻이다. 그리고 ‘점괘 괘(卦)’는 위는 둥글고 아래는 네모난 옥으로 만든 홀(圭·규)처럼, 점(卜·복)을 치면 반짝이며 나오는 점괘를 가리키는 글자다.
‘생각 념(念)’은 지금(今·금) 마음(心·심)에 있는 생각을 뜻하는 글자다. 그러니 이 두 글자가 합쳐진 말 괘념은 마음에 걸려 있는 그 무엇을 뜻한다.
생각해보자. 벽에 뭔가 걸려 있으면 자꾸 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잊히지 않는다. 결국 머리카락에 붙은 껌처럼 꺼림칙한 것이 바로 괘념인데, 보통 ‘괘념하다’라고 쓰이는 일은 드물고 ‘괘념치 말라’처럼 부정 화법으로 쓰인다.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는 뜻이다.
비슷한 말로 ‘개의(介意)’가 있다. 사람(人·인) 사이에 있는 모양을 그린 ‘끼일 개(介)’와, 소리(音·음)와 마음(心·심)이 합쳐진 ‘뜻 의(意)’가 만나 어떤 일을 마음에 두고 신경 쓴다는 뜻을 나타낸다. 괘념과 개의를 혼동해 ‘개념치 않다’거나 ‘괘의치 말라’고 잘못 쓰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 『한자어를 알면 개념 이해가 쉬워진다』중에서
시험을 왜 ‘전형(銓衡)’이라 하며, 전형은 무슨 뜻일까? 전형의 본뜻은 (무게를 재는) 저울이다. ‘저울질할 전’과 ‘저울대 형’으로 만들어진 낱말이기 때문이다.
‘전(銓)’은 금(金)이 온전(全·전)한지 무게를 달아본다는 뜻을 담았다. ‘형(衡)’은 물고기(魚·어)처럼 움직이는(行·행)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다. 옛날 저울은 막대와 쇠로 만든 추로 균형을 잡아 무게를 쟀는데, 이 추로 균형을 잡으려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물고기가 헤엄치듯 보인다 해서 이런 글자가 만들어졌다.
저울을 뜻하는 전형이 시험이란 뜻으로 사용된 데는 까닭이 있다. 인재를 뽑으려면 요모조모 따져봐야 하는데, 이것이 무게를 재는 일과 같다 해서 시험을 뜻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옛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능력이나 인품 등을 재는 일이 눈에 보이는 길이나 부피보다 보이지 않는 무게를 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 『한자어에 숨은 의미를 알면 문맥 파악이 빨라진다』중에서
전쟁의 시작을 알리며 쏘았던 ‘우는 화살’, 효시(嚆矢).
2,000여 년 전 중국 한나라 때는 전쟁을 알리는 신호로 대장군이 화살을 적진으로 쏘아 보냈다고 한다. 이 화살은 그 끝에 날카로운 촉 대신 속 빈 나무나 구멍 뚫린 사슴 뼈로 만든 소리통을 달아, 화살이 날 때 빠르게 공기를 통과하면서 우는(嚆·효) 소리를 내도록 한 특수 화살(矢·시)이었다. 이 우는 화살로 공격 개시를 알렸기에, 어떤 일의 시작을 효시라 일컫게 되었다.
--- 『한자어를 알면 역사가 바로 보인다』중에서
연극이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물로 분장하여 마치 그 사람인 양 연기하는 사람을 흔히 ‘배우(俳優)’라 한다. 요즘이야 배우들이 연기가 뛰어나서인지 한 사람이 비극이든 희극이든 가리지 않고 출연하는 경우가 많지만, 예전엔 연극뿐 아니라 무성영화 시대까지 희극 배우와 비극 배우의 구분이 분명했다고 한다. ‘광대 배(俳)’는 맹랑한 몸짓으로 보는 사람들을 웃기는 사람, 그러니까 희극 배우를 가리킨다. 반면 ‘배우 우(優)’는 슬픈 모습으로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비극 배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연기인을 두루 일컫는 말로 배우란 말이 쓰이게 되었다.
글자를 뜯어보면 ‘배(俳)’는 아니라는 뜻의 ‘비(非)’에 사람(人·인)이 붙은 모양이다. 즉 사람은 사람이되 실제가 아닌 행동을 꾸며내는 사람이란 뜻을 담고 있다. ‘우(優)’는 사람(人·인)이 근심한다(憂·우)는 뜻이지만, 걱정만 하는 게 아니라 노력하면 우수해진다 해서 ‘우수할 우’로도 쓰이고, 근심하면 망설이게 된다 해서 ‘머뭇거릴 우’라고도 한다. 여럿 가운데 뛰어나다는 ‘우수(優秀)’, 어물어물 망설이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優柔不斷)’ 등 여러 가지 표현에 쓰이는 까닭이다.
--- 『한자어를 알면 재미있는 상식, 몰랐던 세상이 보인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