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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깊은 슬픔이 말을 걸 때

리뷰 총점9.1 리뷰 19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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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5년 11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52g | 136*224*7mm
ISBN13 9791186688199
ISBN10 11866881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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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여자 사람’의 시

‘고즈넉하면서도 연둣빛 새살’ 같은 한순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출판 편집자 경력이 거의 30년 되어 가는 54세에 내는 첫 시집이다. 편집자로, 아내로, 엄마로 그간 ‘마음이 흐르고 번지고 스며들어간 시간의 흔적’들을 오랜 시간 묵혔다가 시집으로 엮었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서문
추천사

1장
겹꽃의 자락 / 해바라기 풍금 / 중심을 수선하고 / 깊은 산방 / 철쭉의 파장 / 카페와 큰 나무 사이 / 빗줄기 연꽃에 떨어질 때 / 말은 없었다 / 어떤 원시 / 막膜 / 연잎 아래 감 두 알 / 흑백사진 / 식물 띠 / 잠, 오래된 / 산목련 / 유리창 그림자 / 빌딩의 밤 / 봄의 등 / 해독되지 않는 오후 / 저문 비 / 달개비 / 봄비를 신고 / 눈물에게 / 처서處暑 / 별의 허물 / 허공이 자란다 / 가을 기억 / 오래된 습관 / 세모歲暮

2장
혹시 시 / 편집실 오후 / 편집자 일기 / 돌이 자란다 / 상추와 비 / 뜨끈한 싸움 / 듯 / 달의 무대 / 시인 1 / 시인 2 / 김치찌개 / 자꾸만 귀가 젖는다 / 투명 미장원 / 우수雨水 / 일상 소나타 / 토란잎에게 / 미니어처 / 개망초 1 / 개망초 2 / 낯설어지는 새벽 / 빈 달 / 느림 / 들켰다, 참새 떼

3장
하얀 새 / 빗소리 음 / 붉은 말 한 송이 / 백로白露 / 내 남자가 쉬고 있다 / 돌아온 꽃잎 / 도선사 / 같이 가자 / 아버지의 노을 / 비구상의 계절 / 개망초 3 / 꽤 쓸쓸한 깃털 / 살냄새 / 마루의 눈 / 형제 / 연둣빛 불안 / 경칩驚蟄 / 내 안에 남자 있다 / 울음의 법칙 / 마지막 달력을 뜯다

해설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한순
1960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며 (주)도서출판 나무생각 대표이사다. 격월간 《정신과 표현》에 〈중심을 수선하고〉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하였고, 계간 《시평》에 〈내 안에 남자 있다〉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잡지 《서대문》에서 에세이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5년 문화체육부장관으로부터 출판공로상을 받았다. 첫 시집 《내 안의 깊은 슬픔이 말을 걸 때》와 함께 한순 노래 모음 《돌이 자란다》를 발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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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은 봄이 오고 있어요 // 이 봄이 마지막인 듯 / 화사한, 꽃들 // 웃지 말아요 // 그 봄과 그 봄 사이 / 색은 바래고 // 승복을 입은 당신이 끌고 온 / 주름진 햇빛 // 늙은 봄이 오고 있어요 // 꽃을 슬퍼하는 건 / 내 오래된 지병 // 아버지 그림자로 핀 겹복사꽃 / 꿈속의 꿈을 꾸어요 ---「겹꾳의 자락」중에서


저렇게 농익을 때까지 / 한자리에 얼마나 앉아 있었던 것인가 // 비명도 지나가고 / 한숨도 지나가고 // 너를 낳아준 어머니의 한숨이야 말할 것 없겠고 // 터질 것처럼 붉은 해 두 알 / 업보를 다 덮어줄 푸른 손바닥 // 때 된 것들의 만남 / 향기가 낭자하다 ---「연잎 아래 감 두 알」중에서


1.
두 겹으로 보인 것은 다행이었다 / 깍두기를 항우울제처럼 / 입안에 넣는 여인 // 설렁탕, 해장국, 도가니탕 / 뭇매를 맞은 / 포유류의 살갗 같은 메뉴 / 미끄덩한 물기가 있는 곳으로 // 겹친 차가 후진을 하고 / 두 겹의 부부가 / 설렁탕집으로 들어간다 /

2.
나와 나 사이의 완충지대 / 저 투명한 막 // 그대와 나를 간신히 살려주는 / 저 얇은 막 // 아프다고 생각했다, / 맞닿을 수 없음이 // 문득 무서웠다, / 수면처럼 잔잔한 막 너머 / 저편 죽음 // 들여다보던 살이 살 속으로 / 아, 그 태초를 감싸는 양수의 / 막膜
---「막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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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사람’의 시

‘고즈넉하면서도 연둣빛 새살’ 같은 한순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출판 편집자 경력이 거의 30년 되어 가는 54세에 내는 첫 시집이다. 편집자로, 아내로, 엄마로 그간 ‘마음이 흐르고 번지고 스며들어간 시간의 흔적’들을 오랜 시간 묵혔다가 시집으로 엮었다.

신경림 시인은 추천사에서,

한순의 시는 한 마디로 농익었다. 아무리 덮고 싸도 시에서 나는 짙은 향은 감추어지지 않는다. “저렇게 농익을 때까지 한자리에 얼마나 앉아 있었”〈연잎 아래 감 두 알〉을까 라는 탄식은 바로 자기 시를 나타내는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그 짙은 향은 ‘향기롭다’라는 한 마디에 담아낼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소박한 내용의 것이 아니다. “새색시” 같은 맑고 깨끗한 것이 있는가 하면 “전쟁” 같은 파괴와 죽음이 있고, “미친년” 같은 광기와 혼돈이 있는가 하면 “지옥” 같은 원색의 절규가 있다. 그러나 한순의 시를 읽는 재미는 그것을 굳이 가리고 따지고 해가면서 읽는 데 있지 않다. 그 농익은 향을 가슴 깊이 마시면 된다. “저렇게 농익을 때까지” 한자리에 앉아 있었을 그 세월을 생각하면서.

‘농익은 향을 가슴 깊이 마시면 된다’고 시집 속에 고인 세월의 깊이를 눈여겨 봐주었다.
또한 시평에서 장석주 시인은 한순의 시를 “여자 사람”의 시라고 명명한다. 한순의 시에서 발견되는 ‘식물성 시학’은 평화주의적 공존에 가 닿는다고 표현한다. ‘한순은 그렇게 비문을 새기듯 한 자 한자를 적어나간 끝에 시를 완성’한다고 하면서 ‘그 일은 지난하지만 숭고하고, 그것을 쓰는 자에겐 지복’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여자 사람”은 “아들도 자고 남편도 자고 / 혼자 삶은 밤을 소리 없이 파먹”〈해독되지 않는 오후〉는다. 이 “여자 사람”은 혼자 목감기를 앓고, 혼자 고궁 나들이에 나서기도 한다. 자족적이고 자립적인 감정생활을 하는 여자라는 암시다. 이 자족과 자립의 근거는 ‘간격’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들 마음의 간격”〈카페와 큰 나무 사이〉이다. (……)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고 슬픈 사람으로 살아가는 “여자 사람”의 내면 깊은 곳에는 “원색의 괴로운 파장”〈철쭉의 파장〉이 있다. 그 파장 때문에 “여자 사람”은 자주 흔들린다. 이 내면의 파장이 시를 낳게 했으리라. 그랬으니 제 영혼에 “말이 도착하는 순간 / [영혼이] 파장이 이는 수신기”로 바뀐다고 썼을 것이다.〈편집자 일기〉

“여자 사람”으로서의 우아함과 깊은 시선을 최윤 소설가도 포착하여 추천의 글에 이렇게 첨언하였다.

그 내적 풍경은 자연 속에서 조응을 찾는다. 자연은 그녀의 일부가 된다. 그것은 무슨 현학적인 시론, 아니, 어쩌면 가장 고매한 시론으로밖에는 설명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삶과 자연이 만나는 사랑의 시론 말이다. 안타까움, 연민, 따사함, 안쓰러움, 결여, 스산함, 다시 안타까움…… 그 풍경들의 배후에서 울려나오는 것들은 이름은 다 달라도 사랑의 시선만이 포착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성이 사그라들면서 삶 자체의 공허와 맞서는 여자! 그 여자의 무기는 물기이다. 한순의 시에서 식물과 자연을 응축하여 한 겹 더 내려가 보면, 그곳에는 생명의 원천인 물, 물 한 방울, 안개, 속눈썹을 적시는 물기 등 생명의 원천인 물을 정서의 배태인 용서, 화해, 생명의 응시로 나타낸다.

언제부터 증발한 것인지 / 드러나버린 바닥에 소리 없이 금 가 있다 / 생강꽃 필 때까지 / 기다린다더니 / 겨우내 참다가 실금을 남겼다 / 안전장치는 아무 소용이 없고 / 깊은 밤 홀로 깨어도 눈물은 나지 않는다 / 흐르는 계곡에게 물어도 / 젖무덤 같은 산봉우리를 안고 있는 하늘에 물어도 / 그들은 답하지 않기로 약속한 듯했다 / 산을 그 자리에 / 계곡을 제자리에 다시 앉혀놓고 / 올려다본 하늘 / 차갑지는 않았다 / 그제야 겨울을 그렁이던 한 방울 / 실금 타고 / 고인다
〈눈물에게〉 中에서

사랑과 연민의 시선으로 삶과 자연을 하나로 연결 짓고 빈속을 채우는 여자! 내면의 깊은 슬픔은 또 다른 정서적 배태이다.

흐르고 번지며 스며들어간 시간의 흔적들

신경림 시인은 그의 추천사에서 “한순의 시는 한 마디로 농익었다. 아무리 덮고 싸도 시에서 나는 짙은 향은 감추어지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시인은 하루하루 농익을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린 것이다. 기다리다 보면 돌이 자라는 것도 볼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믿음 때문이었을까.

몇 날 동안 시 한 편 못 쓴 것이 / 어찌 내 탓이랴 / 그건 팔랑이는 나비의 떨림, / 물결 져 흐르는 하얀 데이지의 출렁임 때문 / 단단한 아파트 창틀 너머 / 청태 묻은 흰 구름이 오가고 / 나는 얇은 옷을 입은 채 / 그들의 들고 남을 혼자 바라볼 뿐 / 시가 써지지 않는 밤 그들이 / 하릴없이 문 열어놓고 / 나를 바라보고 있었듯 / 그저 기다리는 밤이었듯 / 기다린다, / 돌이 자라기를 / 내 엄마의 엄마가 그랬듯이 〈돌이 자란다〉

한순의 시들을 읽으면 감정의 교감이 깊고 원활하며, 삶의 안팎을 살피는 지극한 시선이 엿보인다. 장석주 시인은 한순의 시에 대해 “슬픈 정념은 있지만 신파는 없다.”고 말하며 “(삶이라는) ‘아름다운 질병’을 향한 담담한 관조와 깊이를 낳는 시적 숙고만이 오롯할 뿐이”라고 말한다. “문질러지고, 헹구어지고, 봄볕에 말라 부서져 사라져가”〈비구상의 계절〉는 것들을 따라가며 펼치는 시적 사유가 놀라움을 자아내는 이유다.
이뿐인가? 시집에는 수식 없이 삶을 담담하게 성찰한 결과를 내보이는 〈흑백사진〉 같은 시들이 있는가 하면, 시인의 마음에 뿌리를 내린 들꽃의 미약하면서도 끈질긴 숨결을 노래한 시들도 있다. 나이 지긋한 “여자 사람”에게 간혹 진득한 정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것이 시인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짙은 향을 뿜어내니 매료될 수밖에 없다.
한순이 오십이 넘어서 펴낸 이 첫 시집은 “그 마음이 움직여 나아간 궤적들, 마음이 흐르고 번지고 스며들어간 시간의 흔적들”〈장석주 ‘해설’ 中에서〉을 담아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시집 출간과 함께 한순의 첫 음반 《돌이 자란다》도 동시 발매되었다. 《내 안의 깊은 슬픔이 말을 걸 때》에 수록된 시에 멜로디를 얹은 노래들이다. 음반 전체에 연민, 사랑, 공감의 감정이 짙게 흐르는 게 이번 앨범의 특색인데, 편집자이자, 엄마, 아내, 딸의 감정들이 잘 스며 있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한순의 시는 한 마디로 농익었다. 아무리 덮고 싸도 시에서 나는 짙은 향은 감추어지지 않는다. “저렇게 농익을 때까지 한자리에 얼마나 앉아 있었”〈연잎 아래 감 두 알〉을까 라는 탄식은 바로 자기 시를 나타내는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그 짙은 향은 ‘향기롭다’라는 한 마디에 담아낼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소박한 내용의 것이 아니다. “새색시” 같은 맑고 깨끗한 것이 있는가 하면 “전쟁” 같은 파괴와 죽음이 있고, “미친년” 같은 광기와 혼돈이 있는가 하면 “지옥” 같은 원색의 절규가 있다. 그러나 한순의 시를 읽는 재미는 그것을 굳이 가리고 따지고 해가면서 읽는 데 있지 않다. 그 농익은 향을 가슴 깊이 마시면 된다. “저렇게 농익을 때까지” 한자리에 앉아 있었을 그 세월을 생각하면서.
- 신경림 (시인)

시인은 서술적 이미지로, 사생하듯이 대상을 그렸다. 대부분의 이미지들은 어떤 관념을 표현하려는 도구가 아니다. 목적이나 의도가 없는 카메라의 피사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독자는 각 시행에서 의미가 아닌 특수한 분위기, 순수 그 자체의 분위기를 탐닉하면 될 것이다.
- 이향아 (시인)

없는 듯 있는 미풍이 부는 숲속이나 외딴 정원을 걷고 난 후의 여운처럼 한 편 한 편이 향기롭다. 그 내적 풍경은 자연 속에서 조응을 찾는다. 자연은 그녀의 일부가 된다. 그것은 무슨 현학적인 시론, 아니, 어쩌면 가장 고매한 시론으로밖에는 설명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 최윤 (소설가)

어느 대목에서는 뭉클해지고 어느 대목에서는 놀란다. 삶의 안팎을 살피는 시선은 지극하고, 이미지들은 충분히 상상력의 부력浮力을 품고 있으며, 현실에 대한 조형력은 볼 만하였다.
장석주 (시인)

회원리뷰 (19건) 리뷰 총점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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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조련사의 담담한 위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활**독 | 2021.06.04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나는 식물에 별 관심이 없었다. 꽃을 봐도 무감각했다가 그 정반대의 내가 된 건 삼십 대 중반 무렵인 듯하다. 나도 아주 어릴 땐 그렇지 않았는데...   나는 타인은 물론이고 가족과도 잘 섞이지 않는 이방인의 삶을 오래 자청해왔다. 왜 그런지 가족만 생각하면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에 답답하고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런 삶에선 나 자신 외엔 그 무엇도 의미;
리뷰제목

 

나는 식물에 별 관심이 없었다. 꽃을 봐도 무감각했다가 그 정반대의 내가 된 건 삼십 대 중반 무렵인 듯하다. 나도 아주 어릴 땐 그렇지 않았는데...

 

나는 타인은 물론이고 가족과도 잘 섞이지 않는 이방인의 삶을 오래 자청해왔다. 왜 그런지 가족만 생각하면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에 답답하고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런 삶에선 나 자신 외엔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식물이든 그게 뭐든.

 

한순 시인은 내가 오래 잃고 살았던 위의 두 가지에 은은하게 촌철살인 하는 삶을 살았구나 싶다. 그래선지 시집을 다 읽고 난 후 여울지는 잔상으로 한동안 멍해 있었다. 생에 스민 잔잔한 슬픔에 비하면 고독쯤은 아무것도 아닌 듯한 느낌이랄까.

 

언니의 제삿날은/그래,/꽃잎이 난분분 떨어지는 때/손바닥 위로/분홍색 꽃잎 하나 팔랑이며 내려앉으면/나는 그 꽃잎 그늘에 엷게 숨어들었지//봄마다 언니는 환한 분홍으로 피어나/다시 흩날리고 있을 뿐//꽃의 길목에 서 있으면 떠났던 것들은 돌아온다는 것을/봄마다 새로 배운다 (내 안의 깊은 슬픔이 말을 걸 때, <돌아온 꽃잎>)

 

위의 시를 읽던 나도 문득 딸들만 줄줄이 낳다가 막둥이 아들을 낳고 어화둥둥 하던 어느 날 그 아들을 낳은 지 불과 2년 만에 하늘로 떠나보내야만 했던 부모님의 슬픔이 떠올라 콧날이 시큰해졌다. 이처럼 시 곳곳에서 부모님과 고인이 된 언니, 남편 등의 가족·친지를 향한 시인의 지극한 사랑이 전해졌는데, 그 안엔 짠한 안쓰러움, 비애 등의 감정도 포함된다. 이를테면 병원도, 서울 나들이도모두 거부하는 80대 노모를 하루라도 더 잡기 위해” “집요하게 그녀의 왼쪽을 노(<개망초 3>)리며 엄마 대신 아프고 싶어 한다거나 말을 지우고/탑 그림자를 밟고 발길을 옮긴 후 무겁게 젖어드는(<도선사>) 남편의 등이나 잠든 모습, “작은 의자에/휘어진 못처럼 앉아 있던 아버지(<아버지의 노을>)에게서 느끼는 가엾음과 같은. 그런 감정들을 덤덤하게 할퀴는 데서 오는 묘한 슬픔이 휠씬 더 오래 지속된다는 걸 본서의 시들에서 절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픔 조련사인 시인은 슬픔을 슬퍼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생의 순간순간 마주치는 불안마저도 매혹적으로 조감鳥瞰한다. “봄의 불안 속을 걷노라면/아버지의 생이 천천히 지나가고/이복 삼촌의 미안한 웃음이 비치고/비 오는 날 새끼 낳는 돼지와/말을 주고받던 엄마가 보이고/아름다운 것인지 슬픈 것인지/지나간다는 것인지/이 매혹적인 불안(<연둣빛 불안>) 그 모든 그림자의 의미를 포용하고 톡톡히 치러냄으로써 자가 치료와 자기 위무慰撫를 하게 되자, 그녀는 마침내 부지불식간에 기습하는 슬픔을 노련하게 대처하는 경지에 이른다.

 

그런가 하면 슬픔을 잘 다룰 줄 아는 시인은 자주 꽃(나무)를 보고 그를 껴안는다. 계절의 변화를 통해 생사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순환하는 꽃에게서 사람, 자신을 보기 때문이다.

 

나이 먹은 봄이 오고 있어요//이 봄이 마지막인 듯/화사한, 꽃들//웃지 말아요//그 봄과 그 봄 사이/색은 바래고//승복을 입은 당신이 끌고 온/주름진 햇빛//늙은 봄이 오고 있어요//꽃을 슬퍼하는 건/내 오래된 지병//아버지 그림자로 핀 겹복사꽃/꿈속의 꿈을 꾸어요 (<겹꽃의 자락>)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기에 희로애락도 어쩌면 자연이 선점한 건지 모른다. 시인은 그중에 슬픔을 인간과 자연의 대표 감정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모든 감정의 우위에 있는 슬픔은 그 외의 감정들마저 끌어안는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과도 비슷한 슬픔에게 기쁨, 화남, 즐거움은 그 자체로 어딘지 애처롭고 애틋해 보인다. 나이 먹어 늙고 병든 나를 나은 부모, 그 부모의 자식인 나의 자식들마저도 언젠가는 나이 들어 주름진 노인이 되는 삶의 순환을 시인은 슬픔으로 일갈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인이 봄과 화사한 꽃에서조차 슬픔을 읽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디 슬프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시로 놓고 간 사람 또한 한순. 나는 그녀가 아프다,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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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가 낭자하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바*왕 | 2017.05.0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향기가 낭자하다 저렇게 농익을 때까지 한자리에 얼마나 앉아 있었던 것인가 비명도 지나가고 한숨도 지나가고 너를 낳아준 어머니의 한숨이야 말할 것 없겠고 터질 것처럼 붉은 해 두 알 업보를 다 덮어줄 푸른 손바닥 때 된 것들의 만남 향기가;
리뷰제목
향기가 낭자하다

저렇게 농익을 때까지
한자리에 얼마나 앉아 있었던 것인가

비명도 지나가고
한숨도 지나가고

너를 낳아준 어머니의 한숨이야 말할 것 없겠고

터질 것처럼 붉은 해 두 알
업보를 다 덮어줄 푸른 손바닥

때 된 것들의 만남
향기가 낭자하다

- 한순의 시집《내안의 깊은 슬픔이 말을 걸 때》에 실린
                   시〈연잎 아래 감 두 알〉(전문)에서 -

* 시인의 시선은 놀랍습니다.
푸른 연잎에 떨어진 감 두 알을 보고
지난 시절의 비명과 한숨을 읽어냅니다.
인생도 다를 바 없습니다. 한 자리를 오래 지키기가
참 어렵습니다. 비바람과 천둥, 비명과 한숨이
수없이 교차합니다. 그 세월을 오래 견디면서
익을 만큼 익으면 저절로 내뿜는 향기가
사방에 가득합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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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깊은 슬픔이 말을 걸 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s******s | 2017.04.2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그때마다 조금씩 가벼워졌다 내 한숨을 먹으며 자란 토란잎은 내 근심거리보다 얼굴이 더 커졌다 저 넓은 잎에 무거운 마음을 많이 기대었다 녹색의 이파리는 내 어두운 얼굴을 이리저리 굴리다 바닥에 쏟아버리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조금씩 가;
리뷰제목
그때마다 조금씩 가벼워졌다

내 한숨을 먹으며 자란 토란잎은
내 근심거리보다 얼굴이 더 커졌다
저 넓은 잎에 무거운 마음을 많이 기대었다
녹색의 이파리는 내 어두운 얼굴을
이리저리 굴리다
바닥에 쏟아버리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조금씩 가벼워졌다


- 한순의 시집《내안의 깊은 슬픔이 말을 걸 때》에 실린
                 시〈토란잎에게〉(전문)에서 -


* 얼마나 간절했으면
토란잎을 보며 가벼워졌다 했을까요.
그래요. 몸도 마음도 가벼워져야 합니다.
그래야 일도 공부도 신나고 즐겁게 웃으면서
할 수 있습니다. 무거워지거든 토란잎을
바라보십시오. 꽃과 나무를 바라보세요.
그때마다 조금씩 가벼워질 것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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