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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의 에티카

: 문학은 몰락 이후의 첫 번째 표정이다

리뷰 총점9.7 리뷰 10건 | 판매지수 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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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창작/이론 19위 | 비평/창작/이론 top20 7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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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08년 12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721쪽 | 912g | 153*225*40mm
ISBN13 9788954607315
ISBN10 895460731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문학은 몰락의 에티카(윤리)다

시인과 소설가들이 환영하는 젊고 발랄한 비평가가 출현했다. '제2의 김현'이라는, 귀가 솔깃하다 못해 자리를 박차고 직접 확인해보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극찬이 들려온다. 비평이 더 이상 창작에 열등감을 갖지 않게 된 것도 그의 덕이라는 놀라운 찬사도.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다른 것일까. '혜성과도 같은 신예'라는 수식어와는 달리 등단한 지 4년이 되어서야 그의 첫 평론집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쉽고 친절하며, 재미있기까지 한데다 아주 유려한 문체를 구사한다는 그의 비평을 확인하는 것은 하나의 '의무'로까지 느껴진다.

저자는 시와 소설, 근대와 현대, 작품과 장르를 넘나들며, 우리가 한국문학과 소통할 수 있는 접점들을 곳곳에 마련한다. 김영하, 강영숙, 박민규, 김훈, 박상원, 배수아의 작품을 통해 90년대 이후 이념이 사라진 한국문학계에 어떤 삶이 진실하고 아름다운 삶인지를 묻는 윤리학의 출현을 살피고 있으며, 2000년대에 등장한 젊은 시인들의 모험을 옹호하기도 한다. 한국 현대시사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이상, 윤동주, 김수영, 황지우, 오생근, 김혜순의 시 혹은 시론을 다루기도 하며, 그간 단행본에 수록된 해설들을 적절히 골라 묶기도 하였다.

이렇게 정리된 한 권의 책을 읽고나면, 저자가 문학에 걸고 있는 희망과 애정, 의미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것을 한 문자으로 정리한 것이 '몰락의 에티카'이다. 온세계가 성공을 말할 때 문학은 몰락을 선택한 자들을 내세워 삶을 바꿔야 한다고, 세계는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 이것이 몰락 이후 문학이 보여줄 첫 번째 표정이다. 이것이 바로 문학의 에티카(윤리)다. “윤리적으로 급진적인 소설들이 문학적으로도 훌륭하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머리에

프롤로그 - 몰락의 에티카_21세기 문학 사용법

제1부 만유인력의 서사학

만유인력의 소설학 - 김영하 강영숙 박민규의 장편을 통해 본 ´소설과 현실´
속지 않는 자가 방황한다 - 김훈 소설에 대한 단상
오이디푸스 누아르 - 영화 「올드보이」를 위한 10개의 주석
수음하는 오디세우스, 노래하는 세이렌 - 「무진기행」의 한 읽기
아포리아의 제국 - 박성원의 소설
당신의 X, 그것은 에티카 - 김영하의 90년대와 배수아의 2000년대
보유 - 우리가 ´소설의 윤리´를 말할 때 너무 많이 한 말과 거의 안 한 말_세 편의 평론에 대한 노트

제2부 전복을 전복하는 전복

문제는 서정이 아니다 - 웰컴, 뉴웨이브
진실은 앓는 자들의 편에 - 2005년, 뉴웨이브 진단 소견
스키조와 아나키 - 2000년대 한국시의 정치학
시적인 것들의 분광(分光), 코스모스에서 카오스까지 - 2006년 여름의 한국시
전복을 전복하는 전복 - 뉴웨이브 총론
보유 - 미니마 퍼스펙티비아_시의 ´깊이´에 대한 단상
감각이여, 다시 한번 - 김경주의 시에 대한 단상
보유 시인들이 거기에 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_필연성과 가능성에 대한 두 개의 단상

제3부 열세번째 사도들

열세 번째 사도의 슬픈 헛것들 - 남진우,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시뮬라크르를 사랑해 - 김행숙,『이별의 능력』
어제의 상처, 오늘의 놀이, 내일의 침묵 - 이민하, 『음악처럼 스캔들처럼』
어쩐지 록 스피릿! - 문혜진, 『검은 표범 여인』
이렇게 헤어짐을 짓는다 - 이병률, 『바람의 사생활』
감춤을 드러내고 드러냄을 감추는 일 - 장석남의 시
애도하는 오르페우스, 그리고 그 이후 - 김근의 시

제4부 그가 누웠던 자리

시선의 정치학, 거울의 주체론 - 이상의 시
그가 누웠던 자리 - 윤동주의 「병원」과 서정시의 윤리학
이 사랑을 계속 변주해 나갈 수 있을까 - 김수영의 "사랑"에 대한 단상
시적인 것, 실재적인 것, 증상적인 것 - 황지우의 시론
반성적 에피큐리언의 초상 - 오생근의 시론
불타는 사랑기계들의 연대기 - 김혜순의 연애시
시는 섹스를 한다 - 한국시, 체위의 역사

제5부 고독한 인간의 지도

거대한 고독, 인간의 지도 - 은희경,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아담 - 이기호,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욕망에서 사랑으로 - 천운영, 『그녀의 눈물 사용법』
섬뜩하게 보기 - 편혜영, 『사육장 쪽으로』
남근이여, 안녕 - 오현종,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
소녀는 스피노자를 읽는다 - 김애란, 『달려라 아비』
현실의 비관주의, 문학의 낙관주의 - 김영찬, 『비평극장의 유령들』

에필로그 - 울음 없이 젖은 눈 - 김소진에 대해 말하지 않기

발표 지면

저자 소개 (1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신형철의 첫 평론집

“약력은 짧다. 본인 말마따나 아직 박사학위도 없고, 책 한 권 낸 적 없다. 그런데 실하다 싶은 시집, 소설책의 뒷면에는 수월찮게 그의 해설이 실려 있다. 그에게서 해설을 받으려는 시인, 작가가 줄을 섰다는 소문도 들린다. ‘제2의 김현’이라는, 듣는 이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찬사도 들린다.”(한국일보 2007년 1월 4일자)

지난 2007년, 한 언론은 신형철을 소개하는 기사를 이렇게 시작했다. 당시 그는 데뷔한 지 채 2년도 안 된 신예 평론가였다. 대체 무엇이 그를 한국 문학비평의 신화로 불리는 김현에 견주게 했을까?
그는 『문학동네』 2005년 봄호에 평론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오래전부터 문학의 위기와 비평의 죽음이 심상하게 이야기되던 때였다. 특히 자기들만의 세계에 갇혀 독자, 작가들과의 소통을 게을리 했던 비평계는 이제 형식적 권위만 남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무겁고 팍팍하던 비평계에 그의 등장은 신선한 활기를 몰고 왔다.
우선 그의 비평은 독자들과 벽을 쌓고 지냈던 그간의 비평들과는 달리, ‘소통’을 내세웠다. 무엇보다 그의 비평은 쉽고 친절했으며 재미있기까지 했다. 게다가 평론가로는 보기 드물게 자기 문체를 가졌다는 평을 들을 만큼 스타일이 유려했다. 70~80년대 비평의 시대가 지나간 이후로 침체되었던 비평계에서 단연 발군이었던 것이다.

이 젊고 발랄한 비평가의 출현에 맨 먼저 시인과 소설가들이 환영했다. 위의 기사에서 보듯, 웬만한 시집과 소설책 뒤에는 그의 해설이 실려 있었다. 이를 증명하듯, 그는 2007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해설을 씀으로써 ‘가장 인기 있는 해설가’로 꼽히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한국일보 2008년 2월 3일자)
그렇게 독자, 작가들과의 소통을 중심으로 활발한 비평활동을 펼쳐오던 그가 등단한 지 4년이 되어서야 첫 평론집을 펴낸다. 그의 비평처럼 평론집의 출간 또한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던 것일까. 비슷한 시기에 등단한 평론가들과 비교해도 한참 늦다. 이제까지 썼던 글들을 추려 모은 것이라 분량도 여타 평론집의 두 배가량(724쪽)이다. 이 섬세한 평론가가 4년 동안 이뤄온 자신의 비평세계를 어떻게 담아냈을까. 여기 그의 소통의 흔적들이 “부풀어오른 빵처럼 수북이” 담겨 있다.

문학은 몰락의 에티카다

그는 ‘책머리에’에서 “전부인 하나를 지키기 위해 그 하나를 제외한 전부를 포기”하는 몰락한 자들의 숭고한 표정에 매료된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 몰락 이후의 첫번째 표정이야말로 ‘문학’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평론집의 제목이 ‘몰락의 에티카’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몰락의 에티카다. 온세계가 성공을 말할 때 문학은 몰락을 선택한 자들을 내세워 삶을 바꿔야 한다고 세계는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문학이 이런 것이라서 그토록 아껴왔거니와, 시정의 의론(議論)들이 아무리 흉흉해도 나는 문학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가지런해지던 날 나는 책을 묶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책의 제목은 그때 정해졌고 결국 바뀌지 않았다. 그 책을 이제야 낸다. _‘책머리에’에서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소설에 대한 글들을 묶은 것이다. 90년대 이후 이념이 사라진 한국문학계에 어떤 삶이 진실하고 아름다운 삶인지를 묻는 윤리학의 출현을 살피고 있다. 김영하, 강영숙, 박민규의 장편을 통해 본 소설과 현실의 관계, 김훈의 유물론, 박성원의 소설을 특징짓는 아포리아(길 없음, 논리적 궁지)의 재구성,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한국문학의 윤리를 가장 급진적으로 보여준 김영하의 경영학과 배수아의 언어학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윤리적으로 급진적인 소설들이 문학적으로도 훌륭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사람의 동료 평론가들의 비평을 언급하며 소설의 윤리를 주제로 한 일반론으로 나아가자는 글로 결론을 맺으며 또다른 서론을 열고 있다.

2부에는 2000년대에 등장한 젊은 시인들에 대한 글들을 모았다. “70년대 산(産) 2000년대 발(發)” 젊은 시인들의 시는 이제껏 한국문학이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매혹을 품고 있었다. 그 새로운 흐름을 혹자는 ‘미래파’(권혁웅)라고 명했고, 혹자는 ‘다른 서정들’(이장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뉴웨이브’라고 명명했다. 그는 김민정, 황병승, 김경주, 이민하, 김행숙 등의 시에 나타나는 새로운 에너지의 가능성과 미학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 그들의 모험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의 비평은 이 새로운 흐름을 방해하는 보수적인 목소리를 만났을 때는 차가운 결기를 내뿜기도 했다. 이 새로운 흐름에 대한 주목을 “성급하게 새로움을 강조하는” “호들갑”이라고 비판한 비평가에게 김수영의 말을 끌어와 예술사의 전진은 아주 작은 ‘차이’에서 비롯되고, 그 차이에 대한 감각이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난무하는 서브포에트”를 폄하하는 비평가에게는 시에서 중요한 것은 문법을 지키는 게 아니라 ‘시적인 것’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신랄한 일침을 가한다.

그가 한국시사의 초안처럼 읽어달라고 당부하는 4부에서는 한국 현대시사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이상, 윤동주, 김수영, 황지우, 오생근, 김혜순의 시 혹은 시론을 다루고 있다. 4부 마지막에 지젝의 ‘체위의 이데올로기’라는 말에서 계기를 얻어 한국시를 ‘섹스’의 측면에서 부각시켜 바라본 글(「시는 섹스를 한다」)은 특히나 흥미롭다.

3부와 5부는 그간 단행본에 수록했던 해설들을 골라 묶었다. 작품 끝자락에 들어가는 해설은 “평론가가 소진하는 장소”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지만, 그는 독자, 작가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자 해설 쓰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 자신 고등학생 때부터 문학평론가를 꿈꾸었을 만큼 오랜 시간 훌륭한 해설들의 애독자이기도 했다. 그의 해설이 독자뿐만 아니라 시인, 소설가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작가에 대한 이해와 공감, 텍스트에 대한 애정, 상대방과 대화하려는 겸허한 태도에서 시작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보기 드물게 시와 소설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도 그의 비평의 특장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시평을 아끼는 것은, 그 비평이 한 글자 한 글자 아껴서 읽어야 할 정도로 섬세하고 정밀해서 오히려 시를 더 시적이게 하는, 어떤 면에서 몸으로 애정으로 시를 껴안은 채로 뛰어넘어서는(비상하는!) 미덕 때문이다. 작가와 비평가, 서로의 가슴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느끼지 않을 때 문학은 새로운 의미를 입지 않는가.
(…)
그는 분명 비평의 자존심을 회복시킨 평론가다. 평론가의 업이 시선으로 문단을 풍요롭게 해주어야 하며, 진득한 애정으로 문단을 일으켜야 하는 일이라면 신형철 비평의 품격은 오래도록 졸고 있는 문단의 칙칙함을 깨우기에 충분하단 생각이다.” _이병률(시인)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이 책에 완결성을 부여했다. 프롤로그에서는 “설사 시집과 소설책이 더이상 제작되지 않고 팔리지 않는 22세기가 온다 해도” 비평가는 “어디서든 ‘시적인 것’과 ‘소설적인 것’을 찾아낼 것이고 그것을 비평할 것”이고, 문학은 “진실의 윤리학”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에필로그는 『소진의 기억』(문학동네, 2007)에 실렸던 글이다. “그에 대해서는 쓰지 않고 버티면서 그를 잊지 않겠다”는 말이 가슴 먹먹하게 전해온다.

이 두꺼운 책의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4년 동안 그가 써왔던 것도, 724쪽에 걸쳐 하고자 하는 말도, 결국엔 문학을 사랑한다는 고백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그는 4년 동안 한국문학과 함께 걸었고, 앞으로도 쭉 함께 걸어갈 것이다. 문학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이 따뜻한 비평가와 함께한 시간은 얼마나 즐거웠고, 또 얼마나 즐거울 것인가.

내가 나 자신을 혐오하지 않으면서 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진실이 있다면 이것이다. 나는 문학을 사랑한다. 문학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어쩔 수가 없다. _‘책머리에’에서

신형철이 내디딘 ‘그만의 한 걸음’

노래를 잘 부르던 신형철군이 첫번째 책 원고를 부풀어오른 빵처럼 수북이 내게 담아왔다. 내 일에 쫓겨 평소에 읽지 못했던 군의 다채로운 글들을 틈틈이 읽어보는 시간은 구수한 냄새 속에 있듯 향기로웠다. 그의 문체는 싱싱하고 그의 생각은 삶의 아득한 지평까지 헤매인다. 그가 만일 이 땅에 감추어져내려온 정신적 생태의 향료까지 거기 칠 수 있다면 그의 비평은 이 땅의 정신들을 꽃뿌리는 용루龍樓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_신범순(문학평론가)

비평가에게 주어진 운명은, 약속된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다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모세의 그것을 닮았다. 삶, 행복, 사랑, 이념, 역사, 세계, 이 모든 것을 비평가는 그리움에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고 또 바라볼 뿐이다. 그는 오직 언어라는, 텍스트라는, 담론이라는, 건널 수 없는 거리 이쪽에 남아서 저 너머를 가리켜 보일 수밖에 없다. 그 거리에 의해 약속의 땅은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의 빛에 감싸여 우리 앞에 찬연히 떠오르게 된다. 신형철의 비평엔 고독한 선지자의 이러한 운명을 누구보다 일찍 예감하고 누구보다 늦게까지 실천하고자 하는 정신의 명민함과 성실함과 치열함이 담겨 있다. 사방에서 약속의 땅은 존재하지 않으며 거기 이르는 길도 지워졌다는 아우성이 메아리쳐오는 동안에도 그는 묵묵히 걸어간다. 그는 없는 길을 만들면서 어느 미지의 땅 그 앞에 당도한다. _남진우(시인,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눈이 날카롭고 글 잘 쓰는, 믿을 만한 평론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도 물론 그렇게 말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데 한 권으로 정리된 글을 읽으니 그의 진정한 설득력은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몰락의 에티카’의 땅에서 만나자는 ‘동지로서의 굳센 맹서’ 말이다. 당연하기 때문에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의 냉철한 문맥 밑을 흐르는 뜨거움은 문학을 향한 경외와 순정이다. 그러기에 그의 글은 ‘비평이 정답을 쥐고 있다는 믿음과 비평의 책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책임감과 혼동하지 않’고 텍스트를 존중하는 온기를 품는 것이며, 이론의 치장과 허세와 유행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소재와 전언을 2차 담론으로 번역하는 일이 비평이라고 생각하는 주석가’들을 향해 ‘능동적 비평가’로서 결기를 내뿜을 수 있는 게 아닐까.
나는 문학이 죽었다는 선고에는 관심이 없다. 신형철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실업에 대한 불안 때문이 아니다. 내가 믿는 것은 문학은 ‘몰락 이후의 첫번째 표정’으로서, 죽음과는 거리가 먼 유일한 유기체라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신형철이 내디딘 ‘그만의 한 걸음’이 나를 비평의 윤리, 나아가 문학의 윤리라는 지평으로 데려다주었다. _은희경(소설가)

지식이 해박하면 문장이 거칠고, 문장이 유려하면 논리가 성글고, 논리가 치밀하면 애정이 결여된 저 비평과 비판의 악무한 속에서, 신형철의 글은 단연 빛난다. 비평이 더이상 창작에 열등감을 갖지 않게 된 것도 그의 덕이다. 독자를 깨우치는 게 아니라 울고 웃게 하는 비평이라니! 수많은 시인과 소설가가 그에게 의지하는 것도 그래서일 게다. 더욱이 이 젊고 성실하고 유능한 비평가는 적어도 수십 년간은 그들과 그들의 선생先生과 그들의 후생後生을 축복할 터이니, 아, 한국문학은 좋겠다. _권혁웅(시인, 문학평론가)

회원리뷰 (10건) 리뷰 총점9.7

혜택 및 유의사항?
주간우수작 예의바른, 그리고 치열한 평론집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유*농 | 2009.02.26 | 추천5 | 댓글0 리뷰제목
비평이란 저 하늘 위에서 가시돋힌 잣대로 만인의 소중한 생각을 휘젓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작가가 고이 내어놓은 은밀한 무언가를 오만한 시선으로 공격하는 무언가. 사실 처음 이 책을 받아 들었을 때 가장 두려웠던 것은 제목만큼이나, 두께만큼이나 무거운 압박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옥죄진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면서 조금씩 몰랐던 사실을 깨닫고;
리뷰제목

비평이란 저 하늘 위에서 가시돋힌 잣대로 만인의 소중한 생각을 휘젓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작가가 고이 내어놓은 은밀한 무언가를 오만한 시선으로 공격하는 무언가. 사실 처음 이 책을 받아 들었을 때 가장 두려웠던 것은 제목만큼이나, 두께만큼이나 무거운 압박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옥죄진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면서 조금씩 몰랐던 사실을 깨닫고 감동받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신형철은 작가와 작품과 그가 그려내는 현실 이면의 '실재'를 어떻게 하면 적합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 흔적이 이 책 속에 빼곡이 녹아 있었던 것이다. 그가 가진 풍부한 인문사회학적 지식과 독창적인 시각이 그의 평론의 원동력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자칫 우월의식으로 빗나갈 수 있던 능력을 자신이 바라보는 대상에 대한 존중으로 돌린 데 그가 쓴 평론이 더욱 빛날 수 있었다. 그의 '예의바름'은 물론 그가 정의한 '에티카'와는 거리가 있을지언정, 참 윤리적이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통해 영화 <올드보이>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돋보인 '오이디푸스 누아르'와 말하기 어려운 주제이나 인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섹스'와 관련된 한국시를 '체위'와 연관지어 평론해 놓은 '시는 섹스를 한다' 이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이렇게 과감할 수 있구나, 이렇게 솔직할 수 있구나, 이렇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구나... 그의 평론을 읽으면서 새로운 '글'의 지평을 발견하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

 

책을 덮은 뒤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저 아래부터 꿈틀, 하고 변화했음을 느꼈다. 표면에 드러난 세계 너머의 세계를 보는 눈이 문학에서는 필수적일테다. 신형철이 말한 '에티카'가 우리가 흔히 아는 '윤리적 고리타분함'이 아님은 책을 읽는 순간 깨닫게 될 것이다. '에티카'는 치열한 고민이고 때문에 문학들을 넘나들며 '에티카'를 탐색하는 신형철도 치열하다. 그 치열함을 목격한 이상 나도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다. 왠지 끼어들어서는 안 될 세계에 발을 들인 것 같아 무섭지만, 사실은 아직 멀었다. 그가 쓴 글을 나는 아직 어렴풋이나마 이해한 것일테니. 살아가며 몇 번 더 읽어야 할 책이다. 아마 그 때마다 나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 0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구매 몰락의 에티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s*********s | 2021.01.1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신형철 문학평론가님께서 집필하신 <몰락의 에티카>(문학동네 출판, 2008년 12월 12일 출간) 리뷰입니다. 신형철 평론가님의 책은 거의 다 소장하고 있는데 <몰락의 에티카>는 중고 서적으로 한번 구해보려다가 실패한 후로 한참 잊고 있다가 최근에 생각이 나서 구매하여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믿고 읽는 신형철 평론가님의 글입니다. 전문적인 문학 평론 글이라 어렵지만 평론;
리뷰제목

신형철 문학평론가님께서 집필하신 <몰락의 에티카>(문학동네 출판, 2008년 12월 12일 출간) 리뷰입니다. 신형철 평론가님의 책은 거의 다 소장하고 있는데 <몰락의 에티카>는 중고 서적으로 한번 구해보려다가 실패한 후로 한참 잊고 있다가 최근에 생각이 나서 구매하여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믿고 읽는 신형철 평론가님의 글입니다. 전문적인 문학 평론 글이라 어렵지만 평론가님의 글을 읽으면 책을 추천받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모르는 책이지만 한번 읽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마구마구 듭니다. 신형철 평론가님의 평론도 매력적인데 원글은 얼마나 또 매력적일까 하는 기대가 생기는 것이지요. 아마 저는 <몰락의 에티카>를 평생 곁에 두고 읽으면서 평론가님께서 쓰신 문장의 깊이를 이해하려 노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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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의 에티카』: 몰라도 되지만 알면 더 좋은 이야기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겨*내 | 2020.11.0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자아에 대한 어떤 규범에 지배되지 않는 삶, 유동중이고 생성중인 자아가 어느 순간 취하게 되는 어떤 개별성은 '너는 누구냐?'라는 물음에 대해 이를테면 "나는 오후 다섯시의 바람이다"(『천 개의 고원』)라고 대답한다. 김행숙 시의 자아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비인칭적 개별성을 산다. 그들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냥 '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에 대해서 정확한 건 없었다";
리뷰제목

  자아에 대한 어떤 규범에 지배되지 않는 삶, 유동중이고 생성중인 자아가 어느 순간 취하게 되는 어떤 개별성은 '너는 누구냐?'라는 물음에 대해 이를테면 "나는 오후 다섯시의 바람이다"(『천 개의 고원』)라고 대답한다. 김행숙 시의 자아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비인칭적 개별성을 산다. 그들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냥 '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에 대해서 정확한 건 없었다". " '학교'가 되었다가 '뒷문'이 되었다가 '주차장'이 되었다가 '기둥'이 된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름 따위는 무의미하다. 그것은 고작 "붙였다, 뗐다, 붙였다"하는 "투명 테이프" 같은 것이어서 금방 버려지고 만다. - 본문 362쪽


  누군가에 대해서 속단하여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제의 '나'가 오늘의 '나'가 아닐 수도 있고, 오늘의 '나'가 내일의 '나'가 아닐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꼬리표를 붙여버리면 그 사람은 꼬리표가 된다. 거기서 벗어나기 어려워지게 된다. '나'는 항상 같은 '나'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보다 더 설득력 있는 말은 '당신이 한 말이 누군가를 박제시켜 버릴 수도 있다'가 아닐까. 이 책의 192쪽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자아의 위력이 놀라운 것은 여하한 종류의 타인들에게서도 자신의 거울상을 찾아내는 능력 때문이다. 언제나 자아는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 이 경우 타인과의 만남을 규정하는 공식은 1+1=2가 아니라 1+1=1이 된다. 이것은 사랑의 메커니즘에 대한 가장 쓸쓸한 설명 중의 하나일 것이다. - 본문 192쪽


  우리가 타인의 모습, 행동에서 유독 보고 싶은 점만을 본다면 우리가 과연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안다고 말하는 게 가능할까.(그 사람에 대해서 속단하여 말해도 되는 걸까.) 당신은 당신의 직관을 확신하나.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이 모든 일에 있어서 능사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표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에 귀기울이는 일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 속단하려 드는 직관보다 탐색, 관찰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어쩌면 항상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더불어 그 사람이 하지 않은 말에도 귀기울일 줄 안다면 더욱 좋을텐데, 내가 생각하기에 그런 일에 많은 노력을 쏫아붓고 있다면 그이는 아무래도 '사랑'에 빠진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은 사랑할 때조차 타인에게서 자기 자신을 찾는 경우가 흔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사랑하고 있었던 것을 타인에게서 찾아내고 그이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며, 그이에게서 자신이 사랑할 수 없는 부분을 찾아냈을 때 그 모습마저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몰락의 에티카』에 실린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을 몇년 전에 샀었는데 책의 초반부인 소설론은 재밌게 읽다가 시론이 읽기에 어려워서 중도 포기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다시 읽었는데, 왜 진작 읽지 않았을까, 이제라도 읽어서 다행이란 안도감이 들었다. 페이지 수가 700쪽이 넘어가고 시론에서 어려운 단어나 이론이 많아 모든 사람들이 읽기에 쉽지 않은 책이긴 하다. 누군가가 할 수만 있다면 이 책에서 현대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을 추린 다음에 비교적 읽기 쉽게 편집해서 책 한 권을 새로 내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책에는 유익하고, 재밌는 글이 많다. 평소에 평론은 잘 읽지 않지만 신형철 평론가의 글은 다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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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6건) 한줄평 총점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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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신형철 평론가님의 글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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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 | 2021.01.10
구매 평점5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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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 2020.04.07
구매 평점5점
신형철님 책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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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모 |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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