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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영혼의 편지

: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유대인 여의사 릴리가 남긴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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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0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603g | 148*210*30mm
ISBN13 9788996295150
ISBN10 899629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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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안네의 일기'보다 더 많은 유럽인을 감동시킨 홀로코스트의 생생한 증언

『상처 입은 영혼의 편지』는 홀로코스트 시대에 한 독일계 유대인 가족의 비극적인 운명을 기록한 책이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일본 등 20개국에서 출간되어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을 감동시킨 이 책은, 독일 나치스의 반유대주의 정책으로 다섯 명의 어린 자녀들만 남겨둔 채 브라이테나우 노동교정수용소에 수감,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유대인 여의사 릴리가 자녀들과 가족, 지인들과 주고받은 550여 통의 편지를 엮은 것이다.

이 책에는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 어머니의 고통과 어머니를 근심하는 어린 자녀들의 공포, 그리고 이방인에 대한 증오가 낳은 엄청난 결과들이다. 어떤 사회가, 어떤 피부색이 그런 일을 당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느 누구도 출신이나 종교나 정치사상 때문에 비난을 받거나 차별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렇듯 이 책이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시작하는 글

쾰른의 유대인 가족
우리는 들떠 있습니다 | 릴리의 유년기와 청소년기
우리는 어떻게 될까? | 사랑의 기쁨과 슬픔
내가 누구인지 좀 이해해 줘! | 의사,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물은 아직도 아주 깊어! | 릴리 부모의 결혼 반대
안달이 나서 못 참겠어 | 랍비의 축복을 받은 결혼식

임멘하우젠에서의 박해의 나날
나를 위한 당신의 감동적인 배려 | 젊은 가족
우리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어요 | 국가사회주의자들의 권력 장악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 | 릴리와 가족의 고립
유대인 할머니 | 릴리의 사촌 올가에 대한 오마주
사랑은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아니하니 | 릴리와 에른스트의 결혼이 파국을 맞다
한없이 외롭고 쓸쓸한 | 한 지붕 아래의 별거 생활

카셀로의 추방
이별은 몹시 힘들어요 | 임멘하우젠에서 추방된 릴리와 아이들
새로운 혼란 속에서 | 게슈타포에 체포되다

브라이테나우 노동교정수용소
빵 조금, 소금 약간 | 시설에서 겪은 굶주림과 추위
그리움이 점점 커져 | 아이들에게 보낸 릴리의 비밀 편지
헨스헨이 겁을 내요 | 공중전이 임박하다
삶을 위한 질주 | 1943년 10월 22일의 폭격
엄마, 힘들 때가 많아요 | 아이들이 그들만의 생활을 꾸리다
아주 조심해야 한다! | 비밀 만남을 계획하다
자루 같은 옷과 나막신 | 노동교정수용소에서 엄마를 만나다
엄마는 많이 울지 않을 거야 | 1943/44년 전환기
엄마가 우리 곁으로 돌아오신다면 | 릴리의 소식을 기다리는 아이들
내가 곧 풀려나도록 도와주렴! | 에른스트는 게슈타포에 청원서를 보냈나?

아우슈비츠에서의 죽음
나는 계속 씩씩할 거야 | 동쪽으로의 강제 이송
내 마음은 모두의 곁에 있어요 | 강제수용소에서 보낸 최후의 몇 달

맺는 글

릴리 얀의 생애 | 감사의 글 | 옮긴이의 글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마르틴 되리 Martin Doerry
릴리의 외손자로 1955년에 태어났으며, 튀빙겐과 취리히 대학에서 독문학과 역사학을 공부했다. 1987년부터 《슈피겔》에서 일했고, 1998년부터 지금까지 부편집장을 맡고 있다.
역자 : 조경수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을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어느 멋진 날』『거짓말의 딜레마』『자본주의 250년의 역사』『넥타르와 암브로시아』『우리 시대의 아이』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 세계 20개국에서 번역 출간
‘안네의 일기’보다 더 많은 유럽인을 감동시킨
홀로코스트의 생생한 증언

“열다섯 소녀에게는 엄마가 간절히 필요했다”
수용소 담장을 오고간 수백 통의 편지,
갇힌 엄마와 남겨진 아이들의 애절한 가족 이야기!

‘상처 입은 영혼’, 릴리를 기억하며: 『상처 입은 영혼의 편지』가 출판되기까지
홀로코스트 시대에 한 독일계 유대인 가족의 비극적인 운명을 기록한 신간 『상처 입은 영혼의 편지』가 출간되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일본 등 20개국에서 출간되어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을 감동시킨 이 책은, 독일 나치스의 반유대주의 정책으로 다섯 명의 어린 자녀들만 남겨둔 채 브라이테나우 노동교정수용소에 수감,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유대인 여의사 릴리가 자녀들과 가족, 지인들과 주고받은 550여 통의 편지를 엮은 것이다.

『상처 입은 영혼의 편지』가 출판되기까지의 과정은 다소 특별하다. 릴리의 외손자이자 《슈피겔》 부편집장인 저자 마르틴 되리는 1998년 세상을 떠난 외숙부 게르하르트 얀(릴리의 장남이며, 빌리 브란트 정부에서 독일 법무장관을 지냈다)의 유품 속에서 외할머니 릴리가 1943~44년 사이에 수용소에서 자녀들과 주고받은 250여 통의 편지를 발견했다.
릴리에 대한 기억은 일종의 금기였고 가족의 트라우마였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유대인 아내와 이혼해 학살의 톱니바퀴로 아내를 밀어 넣은 사람이 바로 외할아버지이자 릴리의 남편인 에른스트였기 때문이다. 가족은 나치스의 희생자였지만 한편으로는 공범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편지들이 발견되면서 저자는 외할머니의 일생을 추적할 수 있는 다른 자료들을 찾기 시작했고, 릴리가 1918~44년 사이에 남편과 친구, 자녀들에게 보낸 300여 통의 편지를 추가로 발견했다. 너무나 사적인 이 편지들이 낯선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가족을 1년 이상 설득해 평범했던 한 인생의 상처 입은 삶을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한 어머니의 고통과 어머니를 근심하는 어린 자녀들의 공포, 그리고 이방인에 대한 증오가 낳은 엄청난 결과들입니다. 어떤 사회가, 어떤 피부색이 그런 일을 당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책이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어느 누구도 출신이나 종교나 정치사상 때문에 비난을 받거나 차별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한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단 한 가지는 타인과 이방인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 한국 독자들을 위한 낭독회 ‘저자의 글’ 중에서

우리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어요!: 나치스의 권력 장악과 박해의 나날
릴리는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1900년 쾰른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공장주였던 유대인 가정에서 성장한 릴리는 자의식 강한 여성이었고, 의사이자 1920~30년대 독일을 주의 깊게 관찰한 시대의 증인이었으며, 철학과 신학, 문학과 예술에 심취한 지식인이었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독교인 에른스트 얀과 결혼한 릴리는 카셀 근교의 소도시 임멘하우젠에서 남편과 함께 병원을 개업한다.
1933년 1월 30일 힌덴부르크 제국대통령은 아돌프 히틀러를 제국총리로 임명했고, 이후 국가사회주의당(나치스)이 집권하자 국가사회주의 정책의 독이 차츰 릴리의 삶을 잠식한다. 1933년 4월 1일자로 독일 전역의 유대인 상점, 변호사, 의사가 보이콧을 당했다. 에른스트 역시 처음으로 유대인과의 결혼에 대한 벌을 공공연하게 받았다. 릴리는 친구인 한네와 레오 바르트 부부에게 이날의 소식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레오는 에른스트의 대학 친구이며 만하임에서 신문기자로 일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친구들! 우리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어요! 내 기분이 어떤지 상상할 수 있겠죠? 내 마음이 얼마나 무겁고 이 모든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해할 수 있겠죠? 그래서 미래에 대한 기쁨이 완전히 사라져버렸어요. 아마데(에른스트)가 나를, 유대인을 아내로 두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어제 그이한테도 보이콧을 행사했지 뭐예요!! 그 일로 내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말이 안 나올 정도예요. 게다가 이제는 이 일이 우리한테 계속 또 영향을 미칠까, 라는 심히 불안한 걱정까지 생겨요. 그 이상 생각할 엄두도 못 내겠어요.
― ‘국가사회주의자들의 권력 장악’(99쪽)

릴리는 이제 현관문에 에른스트와 나란히 붙여두었던 병원 문패를 떼어내야 했다. 더 이상 물의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의사 일을 포기했다. 릴리와 가족들은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되었고, 릴리는 아주 가까운 가족의 테두리 안에 은거할 수밖에 없었다. 릴리의 자녀들은 소위 ‘반쪽 유대인’으로 낙인찍혀 거의 모든 인생의 기회를 빼앗겼다.
국가사회주의자들은 1935년 9월, 유대인의 시민권 박탈, 유대인과 독일인의 결혼 금지, 유대인의 공무담임권을 박탈하는 뉘른베르크법을 제정했다. 또한 1938년 11월 9일에는 나치스 돌격대가 독일 전역에서 수천 개의 유대인 상점과 시나고그(유대교 회당)를 불태워 파괴하고 약탈한 이른바 제국 수정의 밤(깨진 유리가 밤중에 수정처럼 반짝였다 해서 붙은 이름) 사건이 있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과 함께 유대인들은 공공행사, 무엇보다도 연극과 음악회의 관람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릴리에게는 심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1938년 12월 31일에 릴리는 대문자 “J”가 적힌 신분증을 받았는데, 이 신분증은 모든 유대계 독일인들에게 의무적인 문서가 되었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유대인 여성들은 “자라”라는, 남성들은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추가로 써야했다. 릴리는 임멘하우젠에서 발행한 증명서에 “릴리 자라 얀”이라고 서명했고, 왼손과 오른손 약지 지문까지 찍어야 했다. 이후 1942년 1월에는 임멘하우젠 시 지구당 부위원장인 카를 그로스가 상관에게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NSDAP 호프가이스마르 군 지구당 위원장 귀하
특권을 가진 혼합 결혼 가정에 대한 1942년 1월 17일자 위원장님의 서한 138/42호와 관련해 이곳 의사의 처(순수 유대인)가 유대인 별을 달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주민들이 매우 흥분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그 유대인 여자는 이런 점을 십분 이용해 기차 2등석에 타고 자주 카셀에 가며 별을 달지 않고도 방해받지 않고 여행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가 시정될 수 있다면 온 주민이 매우 환영할 것입니다. 더불어 이곳 유대인 여자의 남편(의사)이 아리아계 여의사와 불륜 관계이고 그 여의사가 몇 주 후면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기 때문에 유대인 여자의 추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유대인 여자를 추방할 경우 아리아계 여의사가 의사 얀의 집안 살림을 맡아 할 수 있을 겁니다. 보고한 상황에 대해 개인 면담을 하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그렇게 하면 이곳에 거주하는 유일한 유대인이 이곳을 떠나게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일 히틀러!
― ‘릴리와 에른스트의 결혼이 파국을 맞다’(142~143쪽)

릴리를 위협하는 강제추방의 운명뿐 아니라 불행한 사생활까지도 엿볼 수 있는 편지다. 릴리는 서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존엄성을 잃어갔다. 1942년 10월, 에른스트와 릴리는 이혼했고, 릴리와 다섯 명의 아이들은 임멘하우젠에서 추방되어 카셀로 갔다. 그리고 릴리는 1943년 8월 30일 무렵 경찰령 위반혐의로 게슈타포에 체포되어 카셀 경찰청에 구금되었다. 현관에 “릴리 얀 박사”라는 명함을 두었는데, 유대인이 ‘박사’라는 칭호를 쓰는 것은 오래전에 금지된 사항이었고, 유대인 여성이면서 이름에 ‘자라’를 넣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1943년 9월 3일 릴리는 브라이테나우 노동교정수용소에 수감되었다.

“존경받던 유대인 의사이자 다섯 아이의 엄마인 릴리가
어느 날 아무런 이유도 설명도 없이 감금되었다”

게슈타포는 제국 전역에 수용소를 설치했고 1940년에는 200개가 넘는 노동교정수용소가 생겨났다. 릴리가 수감된 브라이테나우 노동교정수용소는 옛 베네딕트 수도원을 개조한 것으로 ‘강제수용소의 전 단계’로 여겨졌다. 하루 열두 시간씩 노동해야 했고, 급식은 턱없이 부족했으며, 잠은 나무판자 위나 짚을 깔고 자야 했다.

내일이면 집을 떠난 지 벌써 7주가 돼요. 집이 그리워서 미칠 것 같은 때가 많아요. 제가 얼마나 더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게슈타포에게 문의해 볼 수 없나요? (……)불확실한 상황과 고통스러운 생각들 때문에 진이 빠져요. 물론 아이들 편지에 쓰는 것보다 훨씬 많이 힘들어요. 식사는 부족한 정도를 넘어서고 옷도 제대로 없어요. 외투도 재킷도 입을 수 없고 장갑도 못 껴요. 아침에는 기차가 연착을 많이 해 45분에서 1시간 동안 추위에 떨며 역에 서 있어야 하기 일쑤예요. 저녁에도 그렇고요. 건물에는 아직 난방이 안 들어와요. 무엇보다 갇혀 있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그게 어떤 건지 아무도 몰라요.
― ‘아이들에게 보낸 릴리의 비밀 편지’(230쪽)

릴리가 1938년 8월 17일자 경찰령 위반 혐의로 체포되었다면 4주 구금이었다. 하지만 릴리는 그 이상 수감되었다. 카셀에 남겨진 아이들은 엄마를 빼앗겼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었다. 열다섯인 일제가 엄마 역할을 떠맡고 아이들은 스스로 생활을 꾸려야 했다. 릴리가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될 때까지 수용소에 갇힌 엄마와 남겨진 아이들의 삶을 지탱하게 했던 유일한 희망은 편지였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가족을 되찾겠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고, 크고 작은 그들의 일상을 세세히 알렸다. 편지마다 걱정과 그리움을 구구절절 드러냈다.

우리 예쁜 일제, 엄마 걱정 너무 많이 하지 마. 나는 조심하며 지내고, 건강한 몸으로 곧 너희 곁으로 돌아갈 생각만 한단다. 도를레가 감기 걸렸니? 왜 깔창이 있어야 한다는 거야? 그럼 다른 신발도 살 거니? 도를레한테 옷이 더 필요하면 겨울옷 중에 오래된 하늘색 민소매 니트 원피스가 있으니 거기에 천으로 소매를 달아줘. 그럼 아직 입을 만할 거야. 마그다와 도를레의 외투는 그걸로 됐고, 도를레한테 각반 바지도 맞니? 그밖에 옷에 관한 질문에는 전부 동의한단다. 커다란 고급 모슬린 시트는 찬장 서랍에 들어 있어. 식당의 창문과 등화관제용 커튼은 멀쩡하니? 집과 가구에는 아무 피해도 없었어? 꼭 답해 주렴!
― ‘아이들에게 보낸 릴리의 비밀 편지’(227쪽)

1943년 10월, 500대가 넘는 영국 폭격기가 카셀을 공습했고 릴리의 아이들이 살던 모츠가 집도 화염방사로 파괴되었다. 정확한 피해목록을 작성하기 위해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브라이테나우를 방문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게슈타포에 청원해, 마침내 일제는 1943년 12월 12일에 브라이테나우에서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일제는 그날을 이렇게 기억한다.

나는 예쁘게 차려입었다. 비 내리는 어느 날 아침에 나는 나를 거부하고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는 낡은 감옥 담 앞에 서 있었다. 작고 어두운 방에서 엄마를 기다렸다. 여자 간수에게 호송되어 엄마가 들어섰다. 단정했던 엄마가 얼마나 달라 보였던지. 엄마는 거친 옷감으로 된 자루 같은 옷을 입고 맨발에 나막신을 신었고 어금니가 하나 없었다. 간수가 “시간은 십 분입니다”라고 말하고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우리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 꼭 껴안았다. 리버크네히트 부인은 엄마에게 더 이상 비밀 편지를 보내지 말라고 꼭 일러주라 당부했다. 발각되면 엄마가 아주 위험해질 거라고. 나는 이 임무를 완수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다시 바깥 큰 문 앞에 서 있었다.
― ‘노동교정수용소에서 엄마를 만나다’(303쪽)

이 만남이 마지막이었다. 릴리는 1944년 3월 아우슈비츠로 강제 이송되었고 그해 10월에 가족들은 릴리의 사망통지서를 받았다. 사망일자가 1944년 6월 17일인지 아니면 19일인지 확인할 수 없었고, 사망원인에 대해서도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지금까지도 릴리의 자녀들은 어머니가 어떻게, 무슨 이유로 세상을 떠났는지 알지 못한다. 몸이 쇠약해져 병에 걸렸는지, 아니면 가스실에서인지.
엄밀하게 말한다면 릴리의 운명은 수백만에 달하는 홀로코스트 희생자들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모든 희생자들은 제각기 그들만의 삶의 기억과 사연이 있다. 수백만 명이라는 통계의 숫자로 대변되는 집단이 아니라 게르하르트와 일제의 어머니이자, 마르틴 되리의 외할머니, 릴리가 희생된 것이다.

회원리뷰 (16건) 리뷰 총점9.4

혜택 및 유의사항?
파워문화리뷰 시대 속에서 한 유대인 여인이 가진 아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나*이 | 2018.04.19 | 추천5 | 댓글8 리뷰제목
읽고 싶었던, 그리고 찾았던 책을 기회가 되어 만나게 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상처 입은 영혼의 편지’라는 이 책이 어떤 것이라는 사실은 대강을 알았다. 여러 글들을 통해서, 리뷰를 통해서 자세히는 몰라도 어느 시대를 배경으로 했고,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것등은 알았다. 제목을 보아도 대충 내용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 이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생각보;
리뷰제목

읽고 싶었던, 그리고 찾았던 책을 기회가 되어 만나게 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상처 입은 영혼의 편지’라는 이 책이 어떤 것이라는 사실은 대강을 알았다. 여러 글들을 통해서, 리뷰를 통해서 자세히는 몰라도 어느 시대를 배경으로 했고,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것등은 알았다. 제목을 보아도 대충 내용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 이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가슴 아릿하게 읽은 책이다.

 

아우슈비츠, 역사의 참혹한 현장 그 속에 있었던 한 사람이라는 것만으로도 세인의 관심거리가 됨은 모두가 인지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 책은 그 속에서 희생되어간 한 유대인 여의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의 삶을,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자손 중의 한 명에 의해 엮어 나갔다. 저자는 그녀의 손자가 되는 사람이다. 그가 기존에 있었던 편지글을 모아 정리하고 해설을 곁들여 보기 좋게 엮어 놓은 책이다. 그녀(릴리)의 가족이 이 책을 펴내는 데는 많은 고충과 힘겨움이 있었다고 얘기되고 있다. 가족의 이야기를, 그것도 시대에 희생된 한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면서 주변에서 받게 될 눈총과 억눌림을 감내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대의 아픔을 그려내는, 이미 있었던 많은 내용의 편지가 빛을 보는 일이 늦어지게 된 듯하다.

 

저자는 편지를 정리하면서 의문을 느끼게 되고 그 의문이 이 책을 엮게 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할머니는 유대인이고 할아버지는 비유대인이다. 그런데 그들은 결혼을 하고 5명의 자녀를 낳았다. 그리고 독일의 군국주의가 그 맹위를 떨칠 때 그들은 이혼을 하게 된다. 이혼을 하면 유대인인 할머니(릴리)가 어려움을 겪게 됨은 당연한 노릇이다. 그런데 왜 나치 독일의 그 치하에서 이혼을 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느끼게 되고, 많은 편지를 정리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 가운데 시대의 아픔이 절절히 묻어나는 많은 편지를 더 발견하게 되고 이 책이 엮여지게 되었다.

 

이 책은 그녀의 젊은 시절 부분에 상당한 면을 할애한다. 남편이 된 사람과 서신 왕래가 잦았고 그것이 흔적으로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용은 결혼 과정과 젊은 지식인으로서의 삶, 그리고 유대인과 비유대인의 결합, 그로인한 아픔 등이다. 약간은 이지적이고 냉정한 성품의 남편과 모든 면에 나서길 좋아하고 활달한 그녀의 삶은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의학을 같이 공부하는 입장에서 여자가 먼저 박사가 되고 앞서가는 것도 조금은 문제로 작용한 듯하다. 허나 그런 것은 사회적인 문제가 없다면 사소한 것으로 치부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유럽에서 군국주의의 발호로 인한 유대인에 대한 적개심이다. 그것이 유대인인 그녀와 살고 있는 그 가정에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오고, 남편에게도 위협과 모욕으로 부댓기도록 만드니 남편이 견딜 수가 없게 되었다. 심지어 집에 주위 사람들이 돌을 던지는 흉흉한 분위기까지 마련되고, 안온함을 잃어버린 가정은 고통으로 점철되었다. 이런 힘겨운 상황이 이성적인 남편의 결단을 재촉하여 이혼이 이루어지게 된 듯하다.

 

그것이 그녀를 더욱 어려운 지경으로 몰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유대인들에 대한 적개심을 가진 국가사회주의자들은 그녀의 가족을 삶의 터에서 몰아내고, 특히 그녀를 체포하기에 이른다. 하여 그녀의 수용소 생활이 시작된다. 노동교정수용소라는 이름의 수용소에서는 그래도 재생될 수 있는 기대감은 있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유대인 말살정책을 편 나치들의 뜻에 따라 그녀는 유대인이라는 하나의 사실 때문에 아우슈비츠로 이송되고, 결국 그곳에서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는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이 모든 내용이 그녀(릴리)의 편지로 우리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벗에게 보낸 편지,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 남편에게 보낸 편지 등을 시간에 맞게 재구성하여 제시하면서 그녀의 삶을 그려내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편지는 곳곳에 시대의 아픔이 묻어나 있고, 유대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세월이었던가를 잘 보여준다. 우리가 ‘안네의 일기’에서 읽었던 내용이나 다시 한 번 기억 속에 재생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당시의 불안한 사회, 그리고 인간의 이기 등이 가슴 저미게 사실적인 편지로 전달되었다. 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진 공간에 남은 인간의 모습을 생각해 보는 것은 고통이요, 절망이었다.

 

이 책은 그 시대를 증언하면서 우리에게 무수히, 이름 없이 사라져간 우리의 이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영웅들이 이끌어간 세상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서 세상을 통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삶은 고난 받으면서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라져간 많은 사람들의 대명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보통의 글들은 이러한 위기의 인물을 그려나가면 그 위기에서 어떤 형태로든 벗어나 긍정의 세상을 만나는 내용인데, 이 책은 그렇지가 않다. 많은 이름 없이 사라져간 그 사람들 중의 하나를 제시하면서 그녀가 겪은 생생한 삶의 모습과 심리를 자필로 제시해 나가고 있다. 가슴 가득히 그 쓰린 마음이 감동으로 밀려오는 책이다.

 

참 가까이 하고 싶었던 책이다. 극한 상황을 맞이하면서 어떻게 그 삶을 치열하게 바라보고 있는가?  시대가, 이념이 어떻게 인간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아픔을 공유하고, 이러한 상황이 이제는 이 지구상에서 절대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을 지녀 본다. 그리고 이 책이 널리 읽히면서 1900년대 전반 유럽에서 일어났던 국수주의로 인한 인간성 상실의 아픔을 공유하고, 읽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민족간의 화해를 담아나가는 초석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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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영혼의 편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맑**늘 | 2010.07.17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독일 나치 정권에 의해 참혹하게 희생된 한 유대인 여의사의 일대기를 접하면서 종교.이념의 갈등이 결국 한 종족을 절멸이라는 데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알고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보통 나치하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안네의 일기등이 떠오르는데 거기에서는 실제로 유대인을 비롯해 동유럽 국가들이 표적이 되어 죽음의 공포를 죽음의 순간까지 짚으로 만든 메트리스,나무 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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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나치 정권에 의해 참혹하게 희생된 한 유대인 여의사의 일대기를 접하면서 종교.이념의 갈등이 결국 한 종족을 절멸이라는 데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알고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보통 나치하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안네의 일기등이 떠오르는데 거기에서는 실제로 유대인을 비롯해 동유럽 국가들이 표적이 되어 죽음의 공포를 죽음의 순간까지 짚으로 만든 메트리스,나무 토막으로 얽은 비좁은 침상에서 몇 십명이 달라 붙어 먹을 것,입을 것을 인간 이하로 취급 당하면서 병들고 노약하고 노동이 불가된 상태에서 죽음의 공간,가스실로 향해 생을 마감케 하는 잔학하고 가증스러운 행위이며,일본이 731부대 이시이의 지휘하에 자행된 중국,한국인의 생체실험의 공포 현장이 오버랩 된다.

그런데 이 글은 히틀러가 1933년 나치즘을 선포하고 유대인들을 향해 절멸하겠다는 공포 정치에서 비롯되고 그 즈음 희생자 릴리는 반유대인 정책에 의거 게슈타포라는 경찰 조직에 의해 감시.체포되어 노동교정 수용소에서 7개월 남짓 수용소 생활 속에서 주로 자녀들과 편지글로 서로의 안부와 자신의 처지,요구를 주고 받는 게 특이한 점이고 이는 한 인간의 사적 생활의 면모일 뿐만이 아니라 나치즘 아래에서 생생하게 겪은 수난사를 그려낸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릴리는 유대인의 피를 물려 받고 제법 괜찮은 가정 환경 속에서 성장하고 의사 자격증까지 취득,의사로서 탄탄한 생활을 영위해 가면서 에른스트라는 남자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의 뜻을 편지로 전하는데,에른스트는 릴리에게 별로 마음이 없었던 거 같다.어렵사리 릴리의 어머님에게 딸을 잘 부탁한다는 전갈을 받고 결혼을 하게 되고,1935년 뉘른베르크법 제정되어 유대인들을 절멸한다는 내용으로 인종적 광기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릴리가 명함을 문패 삼아 끼워 둔 것이 화근 되었는데(의학 박사 릴리얀이라고 되어 있음),유대인은 박사라는 호칭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 아래 결국 게슈타포에 의해 체포가 되고,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게 된다.하지만 릴리가 노동교정수용소에 구류되어 있는 동안 자녀들과 서신 왈래로 가족들과 사랑을 확인하고 애틋한 그리움을 전하면서 무사히 돌아와 재회할 날만 고대한다.남편 에른스트는 릴리와 이혼한 데다가 릴리가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을 알고 제대로 지켜 주지 못한 것에 크게 양심에 가책을 느끼고 큰 딸 엘제의 성화에 못이겨 국가 경찰청에 어머니를 빼낼 수 있도록 청원서를 제출(?)하지만 성사가 되지 못하고 만다.

결국 릴리는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1944년 3월 아우슈비츠 절멸수용소로 보내지게 되고 동년 6월 쇠약증으로 죽음을 맞이한 거 같다.죽음 직전에도 릴리는 가족들과 삶이라는 희망과 가족과의 재회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전남편,자녀들,친척들과 자신의 처해진 상황과 안부를 주고 받는다.독일이 나치즘을 선언하면서 릴리라는 한 인간이 겪었던 전쟁.이념의 비극을 기록하고 전해 준 감동적이며 트라우마를 느끼게 하는 소중한 역사 자료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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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받은 편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선**사 | 2010.05.0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검열 받은 편지 1943년 9월 12일에 릴리는 처음으로 가족에게 편지를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앞장에는 검열을 실시한 여성 감시인의 메모가 있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 모두에게. 내 걱정은 하지 마. 나는 확실히 잘 지내고 있고 건강해. 너희들도 알잖아, 엄마는 항상 끄떡없이 일찍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당연히 너희들이 보고 싶고 집이 그리워진단다. 아빠는 어떻게 지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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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받은 편지


1943년 9월 12일에 릴리는 처음으로
가족에게 편지를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앞장에는 검열을 실시한 여성 감시인의 메모가 있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 모두에게. 내 걱정은 하지 마.
나는 확실히 잘 지내고 있고 건강해. 너희들도 알잖아,
엄마는 항상 끄떡없이 일찍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당연히 너희들이 보고 싶고 집이 그리워진단다.
아빠는 어떻게 지내시니?  어디 계셔?
무슨 일을 하시니?"


- 마르틴 되리의《상처입은 영혼의 편지》중에서 -


* 나치 죽음의 수용소에서
한 어머니가 자녀들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검열 때문에 '잘 지내고 건강하다'고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적어 보냈지만, 그 자녀들은 '행간'을 읽었습니다.
우리는 때로 서로의 행간을 읽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나 잘 지낸다'는 말을 곧이곧대로만 들으면
그의 아픔과 슬픔을 놓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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