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마친 후 나도 모르게 내 주변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려보았다.
'혹시 그 선배가 남파된 간첩이 아닐까?' 하하하 결국 웃음이 난다.
작가의 치밀한 상상력은 한 치의 빈틈이 없다. 허구의 이야기 임에도 마치 옆에서 직접 사건을 겪은 이가 막힘없이 경험담을 뽑아내듯, 책은 속도감을 늦추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고개를 주억이게 하는 상황의 개연성, 구체적인 주인공의 심리와 행동 묘사는 극에 속도감을 부여하며 독자로 하여금 몰입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한다.
앎의 즐거움, 깨달음의 즐거움, 쾌락의 즐거움... 이 세가지가 있다지만, 내가 독서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몰입의 즐거움이다. 어찌보면 쾌락이 즐거움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희극적 요소에 의해 쾌락을 느끼는 것이 아닌, 독서라는 상황 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나만의 몰입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영하 작가는 내가 독서를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작가가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