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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쥐의 윤회

슬픈 쥐의 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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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9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614g | 152*222*27mm
ISBN13 9788982641404
ISBN10 898264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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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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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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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일본인의 후다쯔노카오二つの顔, 즉 두개의 얼굴이었다. 아메리카진은 푸른하늘이었고, 쵸오센진은 썩은 시궁창이었다. 쵸오센진인 나로서는 일본인에게 존대받기는 어려웠지만 일본인이 존대하는 아메리카진으로부터 존대받는 일이란 과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일본 유학을 가기전에 이미 평화봉사단원들과 오랫동안 동거同居를 했기 때문에 영어가 자유로왔고 미국인들을 나의 자연스러운 벗으로 느꼈다.
--- p.16~17

아마도 그는 육감적으로 이제 다시 나를 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얼근하게 취한 그의 얼굴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리고 내 손을 잡은 그의 손은 몹시 따스했다. 나는 되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때마침 정다웁던 인사동골목은 하수도 공사로 다 파헤쳐져 어수선했다. 봄시샘의 차거운 기운이 을씨년스럽게 나를 휘감았다.
--- p.73

일본어에는 “나카마仲間”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사실 “패거리”니 “동아리”니 하는 말이 있어도 나카마라는 말의 의미만큼 선명한 경계를 지니지 않는다. 그런데 닭들의 세계는 나카마의식이 매우 선명하게 유지되는 사회이다. 그러니까 일본사회는 인간의 동물적 원시성을 매우 극명하게 보존하고 있는 사회인 것이다. “나카마”도 그렇고, “이지메”도 그렇듯이, 닭들의 세계에서는 같이 자란 나카마 이외의 나카마와 섞이는 법이 없다.
--- p.83

닭들은 평화롭게 자라났고, 어미닭이 새끼 병아리를 데리고 계림 산보를 나와도 한 번도 고양이가 범접한 적이 없었다. …… 그러나 자연이란 순환의 체계다. 위기상황이라는 것도 순환하게 마련이다. 평화도 결코 평화로써만 유지되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 p.92

“남편이랑 사별이라두 했다는 겐가?”
“남편은 살아있지.”
“그럼”
“4년 전 이혼했지.”
에구구, 괜히 안 건드릴 보따리를 건드린 듯 난 좀 후회가 되었다. 그런데 이씨는 속시원하다는 듯이 지난 얘기를 막 해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 p.129~130

나는 그때 관절염을 지독하게 앓았고 거동이 불편했다. 그리고 온 관절이 시베리아의 설풍의 혹한보다 더 으시시하게 시리기만 했다. 얼음칼날이 관절 속을 쑤시고 지나가는 듯한 그 고통을 나는 잠시도 망각할 수가 없었다. 그 고통의 망각으로 고안해낸 유일한 해결책이 독서였다. 그러니까 나의 독서는 지적 호기심의 충족이라든가 진리의 탐구라든가 도덕적 이상의 추구라든가 하는 따위의 안일한 선업과는 번지수가 멀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죽느냐, 사느냐 하는 벼랑길에서의 선택이었다. 저 황천길의 나락보다도 더 음산한 육신의 고통 을 모면해보려는 처절한 본능의 탈출로였다.
--- p.186

“그래도 그 남자는 첫사랑이었군요.”
“첫사랑에 넣을 수도 없는 가벼운 해프닝일 뿐이었어요.”
“그렇게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신 당사자가 왜 그렇게 고통을 당하고 사십니까? 너무 자신에게 가혹한 것이 아닙니까?”
--- p.274

“어떻게 그렇게 늙어서까지 시를 많이 쓰십니까?”
“마음이 젊으면 돼.”
“마음은 어떻게 하면 젊어지나요?”
“그냥 놓고 살면 돼. 뭐든지 소유를 하면 늙어버려. 그냥 잡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살면 마음은 젊어져.”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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