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절대 잊어버리는 일이 없다. 인터넷에 업로드된 디지털 기록은 영구적이다. 그 기록은 추억의 순간을 상기하고 싶을 때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불러낼 수 있는 축복이 되는가 하면, 우리가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 어떤 사악한 주체에 의해 소환될 때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바보 같은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에서부터 가장 은밀하고 사적인 행위를 담은 사진까지 되돌리고 싶은 행동이 담긴 자료의 유포를 통제하는 일이 디지털 시대에는 흔한 일이 되었다.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법적·윤리적 영역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표현하기도 쉽지 않은 이 파괴적인 힘은 ‘리벤지 포르노’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퍼져 나가고 있다. 리벤지 포르노는 이전 파트너가 복수를 목적으로 성적 노출 사진이나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는 행위를 일컫는다.
--- p.18, 「도입」중에서
리벤지 포르노그래피는 비교적 최근에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수년 전부터 존재했다. ‘리벤지 포르노그래피’ 또는 줄여서 ‘리벤지 포르노’라는 용어는 2000년대에 들어와 새롭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나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이러한 행위를 가담하기 시작한 지는 그보다 더 오래되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포르노그래피 잡지 『허슬러Hustler』는 “독자가 보낸 여성 누드 사진 경연인 비버 사냥Beaver Hunt을 시작했다. 비버 사냥에 나오는 여성의 사진에는 종종 자세한 정보가 같이 실리곤 했다. 여성의 취미, 성적 판타지, 심지어 이름이 나오기도 했다. 비버 사냥에 제출된 사진 중에는 훔친 사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전 파트너들이 응모한 것이었다.”
--- p.40, 「1장. 리벤지 포르노의 지형 파악하기」중에서
리벤지 포르노는 분명 복수, 구체적으로는 개인이 행하는 복수의 영역에 집어넣을 수 있다. 사실 복수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학자들은 개인적인 복수를 이해하려 시도해 왔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왜 사람들이 복수하길 원하며, 그것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고, 복수를 실행한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등을 연구했다. 복수는 실망, 상실감, 징벌, 수치심, 갈등과 반목 같은 감정과 사회적 관계를 다루고 대처하는 데 이용되는 정교하게 발전된 전략이자 전술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복수는 물질적으로 나타날 수 있고 상징적일 수도 있다. 복수는 어떤 사람이 스스로 상정한 ‘정의’를 이루고 물리적인 부산물 또는 그 이상의 것을 뽑아내는 직접적인 행위가 되거나, 아니면 어떤 특정한 말이나 표현으로서 좀 더 피상적이고 상징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복수를 실행하면 그에 따른 저항이 올 수 있으며 ‘눈에는 눈’이라는 표현처럼 복수에는 복수로 끝도 없이 무한정 이어질 수 있다.
몇몇 학자들은 복수가 두 가지 목적을 이룬다고 주장한다. 첫째, 복수는 종종 “트라우마와 상실에 대한 반응이고 통제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환상”이다. 둘째, 복수는 “상처 입거나 모욕당하는 행위를 동반하는 자기 파괴적 충동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안전밸브’”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피해를 표면화시켜 상처 입고 손상된 내면의 자존심과 정의가 복구되는 느낌을 받도록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 그러나 누군가의 이전 파트너의 노골적인 성적 노출 이미지를 공개하는 식의 복수는 순전한 앙심을 품은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따라서 리벤지 포르노를 올리는 사람들은 그들의 행위를 해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즉, 리벤지 포르노 게시자들은 피해자가 그런 성적 노출을 한 것을 비난하면서 “그들을 떠난 파트너를 벌주려고 성적인 관습에서의 이중 잣대를 제도화”한다.
--- p.101-102, 「3장. 리벤지 포르노의 특징」중에서
리벤지 포르노, 동의하지 않은 포르노그래피 그리고 복수 목적으로 온라인에 올린 동의하지 않은 포르노그래피는 젠더?성 폭력적 시각 문화의 핵심이다. 이 현상은 세상의 수많은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에워싸며 사회적 관계에 침투해 있다. 로리 페니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는 섹스의 가장 큰 특징은 그것이 카메라 앞에서 벌어진다는 것이다.”라고 확실하고 직접적으로 말한다. 성적 노출을 유발하는 셀카, 섹스팅, 성적 노출 게시물 올리기, 섹스?섹슈얼리티가 시각적이고 사회적으로 풍성해짐으로써 형성되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모든 성적 친밀함은 특히 사이버 세상에서 합의하지 않은 성적 학대, 괴롭힘, 착취, 성폭력과 포르노그래피, 리벤지 포르노를 위한 자원을 공급한다.
--- p.290, 「10장. 향후 실현 가능한 개입」중에서
이런 모든 점을 직면한 상황에서도 법적이고 기술적인 조치, 성폭행 피해자 지원, 가해자 처벌과 재교육 등 여러 가지 방식의 대응을 할 수 있다. 또한 폭넓은 정치적 활동, 젠더-섹스-페미니스트적 정치 행위와 변화를 지속하는 행동주의가 시급하다. 이는 폭력, 성폭력 그리고 (대부분의 형태의) 포르노그래피를 재생산해내는 젠더-섹스 권력 관계는 물론 인터넷, 사이버 세상의 젠더-섹스 페미니스트의 변화를 의미한다.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지배하고 그들에게 굴욕감을 주는 온라인의 (이성애적) 성차별주의 행위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한마디로 웹은 투쟁의 현장이다.
--- p.290-291, 「10장. 향후 실현 가능한 개입」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