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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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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348g | 128*188*17mm
ISBN13 9791157954919
ISBN10 11579549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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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라는 것을 생각할 때도, 어두컴컴한 뒷골목이나 요릿집 같은 곳에 변장을 하고 출몰하거나 두 팔을 흔들고 정정당당하게 나타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있지만, 설마 내가 살고 있는 세계, 내방에 나타나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누나들도 밝은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 그녀들의 인품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닮았다고 생각되어질 때가 많았다. 나보다도 인간미가 있고 품행도 단정하여, 밝은 세계에서 올바르게 사는 사람으로서의 결점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다.
--- p.19

나는 다시 난폭한 짓을 당하는 꿈을 꾸었는데, 이번에는 내 얼굴에 침을 뱉고 내 등에 올라타는 것이 프란츠 크로머가 아니라 막스 데미안이었다. 이것은 지금까지도 내 기억에 깊이 새겨져 있는 점인데 상대방이 크로머였을 때는 고통과 치욕에서 벗어나려고 필사의 힘을 다해서 반항했고, 그러다 지치면 이를 악물고 그 고역을 참았지만, 나를 괴롭히는 상대가 데미안으로 바뀌고부터는 그것이 조금도 고통스럽지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런 고역을 당하는 것이 즐거움인지 슬픔인지조차 분간을 하지 못한 채 덮어놓고 하라는 대로 했던 것이다. 이런 꿈을 두 번 꾸고는 상대가 다시 크로머로 바뀌었다.
--- p.72

나는 마술에 걸린 사람처럼 멍청하게 앉아 있었다. 야겔트라는 여자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호기심 때문에 다른 것은 미처 생각할 사이가 없었다. 그 가게에서는 내가 지금까지 꿈을 꾸어 온 것과 같은 달콤한 일들이 샘물처럼 솟아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과장된 말이긴 했겠지만, 모든 것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연애보다 비속하고 평범했다. 그러나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고 생활이며 동시에 모험이었다. 그런 것들을 체험한 사나이가 내 앞에 앉아 있는 것이다.
--- p.143

“나는 고독 속에 빠져 갈피를 못 잡고 있었어요. 그런 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 날, 내 친구 생각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 친구는 머리도 영리하고 아는 것도 많은 사람이지요. 나는 그때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지구에서 빠져 나가려고 하는 새의 그림입니다. 몸의 절반가량이 지구에 파묻혀 있는 그 새의 그림을 친구한데 부쳐 줬는데, 그 일을 거의 잊어 갈 무렵에 한 장의 종이쪽지가 날아들었습니다. 거기에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버둥거린다. 그 알은 세계이다. 알에서 빠져 나오려면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의 곁으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 p.195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데미안의 키스를 입술에 느꼈다. 데미안의 입술을 통해서 에바 부인의 키스를 받은 나는 무아의 경지로 들어갔고,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누가 흔들어 깨우는 것 같아 눈을 떠 보니 아침이었다. 옆의 매트리스에는 낮선 사나이가 누워 있었다. 나는 치료를 받았다. 상처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고하는 것이 몹시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요행히도 열쇠를 찾아 내 마음의 문을 열고 나 자신 속으로 들어가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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