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통해서 필자가 무엇보다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이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방대한 분야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틀”, 혹은 프레임워크이다. (중략) 이 분야는 너무도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결국 이 책에 소개된 세부적인 사례나 수치는 책을 집어 드는 순간 이미 과거의 것이 된다. 하지만 이 분야를 바라보는 큰 틀 자체는 시간이 흘러도 그리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 p.8
앞서 한국에서 지난 몇 년 동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언급하였으나, 아직 갈 길은 여전히 멀고도 멀다. 이 분야는 산업계, 의료계, 관련 정부 부처, 시민단체 등 유난히 많은 이해관계자의 극도로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몇 년째 공회전만 반복하고 있다. 원격의료와 같이 한국 특유의 의료 시스템과 규제에 묶여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DTC 개인 유전정보 분석과 같이 한국만의 독자적 규제를 만들어 글로벌 괴리가 계속 커지는 분야도 있다.
--- p.10
하지만 지금 의료가 맞닥뜨린 변혁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중략) 지금 의료가 맞이하고 있는 파괴적인 변혁은 의학과는 완전히 별개로 간주되던 외부에서 시작되었다. 그 변혁의 진원지는 바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다.
--- p.29
나는 현재 우리가 의료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흥분되는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 p.37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를 가능하게 한다. 일상에서도 환자에게서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얻고, 이를 분석함으로써 발병, 혹은 질병의 진행을 조기에 파악하여 예측, 예방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데이터의 측정에는 웨어러블이나 사물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다양한 센서뿐만 아니라, SNS 데이터 등도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다양한 종류의,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서 결국 우리는 인공지능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 p.72
필자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규제를 위해 들이댄 잣대 자체가 FDA 등 글로벌 규제 기조나 산업계에서 통용되는 기준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복지부의 2016년 고시 및 2019년 발표에 나오는 유전자의 목록을 들여다보면, 앞서 23andMe를 예시로 설명한 질병?약물?보인자?웰니스?조상 분석 등의 업계에서 받아들여지는 분류와는 기준이 전혀 다르다.
--- p.179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패턴으로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을까? 최근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그 사람이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소셜 네트워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만 보더라도 건강 상태나 질병의 유무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 p.185
필자가 애플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완전한 그림을 갖추고 있다’ 고 하는 의미는, 데이터의 측정-통합-분석 즉, ‘디지털 헬스케어의 3단계’에 모두 애플이 여러 방식으로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 p.233
국내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이슈가 불거지거나, 논의가 진행될 때는, 안타깝게도 용어 정립도 잘되어 있지 않으며, 이 분야가 정말 어디까지 발전했으며, 얼마나 연구가 진행되었는지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중략) 이렇게 원격의료를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어찌 되었건 원격의료라는 분야 자체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
--- p.285
원격의료만큼 국내 의료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뜨거운 감자도 없다. 또한 원격의료가 명시적이고 전면적으로 금지된 나라도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과 같이 원격의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국가나, 유럽, 중국이나 일본 등의 사례를 보면, 유독 왜 한국에서만 원격의료가 전면 금지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과연 무엇이 문제이기에 이런 논란만 계속 되풀이되는 것일까. 우리는 원격의료 문제의 실마리를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
--- p.327
이렇게 연속적인 데이터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총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결국 인공 지능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지금도 다양한 의료 분야에 인공지능의 연구 결과가 쏟아지고 있지만, 향후 건강관리와 의료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데이터의 측정-통합-분석을 통해서 완성되는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인공지능은 화룡점정의 역할을 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 p.339
그런데 이제는 한 가지 종류의 약을 추가해야 한다. 바로 ‘디지털 치료제’라는 새로운 종류의 약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디지털 치료제는 말 그대로, 디지털 기술 그 자체를 환자를 치료하는 약으로 사용하겠다는 분야이다.
--- p.370
필자는 한국의 대기업이 지난 몇 년 동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과감하게 뛰어들지 못하고, 소위 ‘간’만 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필자가 만나본 대기업은 전자, 제조, 제약, 보험, 상거래, 식자재 등을 막론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자체를 오랫동안 고민하면서도 아무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잘못된 가정하에서 잘못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 p.545
한국의 대기업이 정말 디지털 헬스케어를 하려는 의지가 있다 면, 구글처럼 해보면 좋으리라 생각한다.
--- p.545
여러 산업 중에 제약회사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스마트폰, 웨어러블, 유전정보 분석, 디지털 표현형, 인공지능 등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신약개발 프로세스의 모든 단계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하면 신약개발의 시간을 단축시키고, 비용을 줄이며, 성공 확률까지 높일 수 있다. 더 나아가 디지털 치료제는 약의 개념 자체를 더 확장시키고 있다.
--- p.546
이 모든 것이 결국 보험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기존에 보험은 사후적, 수동적이었다. 가입자가 사고가 나거나, 병에 걸리거나, 치료를 받은 이후에야 보험사가 개입한다. 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하면 선제적, 능동적 보험으로 변모할 수 있다. 이는 실로 근본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 p.570
다만, 여기서는 이것만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한국의 고유한 의료 시스템, 예를 들어, 의료전달체계, 단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신의료기술평가, 문재인 케어, 3분 진료 등이 당신의 사업에 영향을 주는지의 여부, 혹은 영향을 어떻게 얼마나 미칠지의 여부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당신은 준비가 덜 되어도 한참 덜 된 것이다.
--- p.605
더 단적으로 언급하자면, 해외의 많은 혁신 사례들이 한국에서는 그저 불법이다. 이 책에서 앞서 이야기했던 원격진료, 원격 환자 모니터링, 의약품 배송, 유전자 DTC 검사 등이 그러하다. (중략) 한마디로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미국에서 잘 되는 사업이라고, 한국에서 그대로 들여오면 대부분 불법이라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 p.607
실리콘밸리의 유니콘들도, 미국의 ‘새로운 시대의 스타트업’도 결코 정부 주도로 탄생하지 않았다. 민간이 투자하고, 민간이 창업했으며, 정부는 그저 토양을 가꾸었을 뿐이다. 한국의 관련 부처도 토양만 가꿔주면 된다. 규제를 혁신하여, 합리화, 명확화, 일관화하고, 국제 규제와 너무 동떨어지지 않은, ‘동조화된’ 규제를 만들어주면 된다. 또한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앞장서서 조율해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혁신은 어디서 무엇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혁신이다. 그 혁신을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것 자체가 오만이며 무지이다.
--- p.620
한국의 규제기관은 전문성을 질적, 양적으로 확충하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 더 나아가, FDA와 같이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조직 구조상에서의 변화도 필요하다. 이는 매우 시급하면서도 중요한 일이다.
--- p.634
우리가 진정으로 미래로 나아가려고 한다면, 이러한 근본적인 이슈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구상하기도 어렵고, 실행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현실에서 쉽게 실행 가능한 임시방편의 미봉책만으로는 지금까지 그러했듯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데는 실패할 것이다.
--- p.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