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3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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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2쪽 | 530g | 152*210*30mm |
ISBN13 | 9788936456955 |
ISBN10 | 8936456954 |
발행일 | 2020년 03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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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2쪽 | 530g | 152*210*30mm |
ISBN13 | 9788936456955 |
ISBN10 | 8936456954 |
1917년, 어진말 거울 속 여자, 사진 속 남자 알로하, 포와 5월의 신부들 삶의 터전 떠나온 사람들 에와 묘지 소식 1919년 호놀룰루의 바람 떠도는 삶 윗동네, 아랫동네 와히아와의 무지개 판도라 상자 나의 엄마들 작가의 말 참고 자료 |
도서명/ 저자: 알로하, 나의 엄마들 / 이금이
추천이유: 위의 책은 우리 역사의 여성의 참혹한 부분을 잘 알 수 있을 뿐 더러, 우리가 몰랐던 근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알게 된다. 숲속 구석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어떠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차별만 받으며 사는 한국 여성들이 사진 한 장에 평생의 운명을 걸고 하와이로 떠난 18세 여자 3명의 이야기이다. 버들, 홍주, 그리고 무당의 딸인 송화. 백여 년 전 일제 강점기 시대의 하와이라는 미국문화에 솔깃하여 거기 가면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고 무엇보다 일본에 눌린 우리나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떠난 여성들이다. 거기서 이민 1세대 재외동포와 결혼을 하고 생활을 꾸려가는 세 여자의 삶이 나오는데 지금으로 우리의 할머니들 세대이다. 그들이 하와이 행 '사진 결혼'을 하려고 김해에서 부산, 일본, 하와이 까지 몇달이 걸려 배를 타고 또 타고, 그 여정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졌다. 그렇게 도착한 하와이에서 만난 사진 속 남편은 할아버지, 혹은 도박쟁이, 나쁜놈들이였고 망연자실했지만, 강인한 우리 이 여성들은 포기할 법도 한 하와이의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생을 포기 하지 않고 견뎌 온 그 모든 날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며 무엇보다 주인공의 심리를 눈앞에 보이는 것 처럼 묘사한 점이 이 책을 한번 잡고 놓지 않게 한다. 나 역이 이 책을 아침에 잡아서 끼니를 잊을 만큼 집중해서 읽었으며 읽는 내내 송화의 삶에 눈물이 났고 심장이 고동치었다.
나의 할머니 역시, 일제시대에 일본으로 가서 장사를 했다. 장사라기 보다 뛰어난 손재주로 뜨개질을 하셔서 모자를 팔았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물론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혼인 후에, 독립투사인 할아버지 따라 간거지만),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지금 근근히 생을 아직도 일제강점기 시대의 이야기를 아이가 읊조리듯 하신다. 아마 이 책에서 홍주의 삶이 할머니의 삶이 아니였을까, 라고 읽는 내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요즘에 시골에 국제결혼이 왕왕 있다. 어린 신부가 한국 남자를 만나 친정에 돈을 보태겠다고 결혼해서 오는데, 물론 하와이 '사진 결혼'처럼 억울하지는 않아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동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아시아계 다문화 어머니들을 보면, 아 그들도 홍주와 버들이처럼 그렇지 않을까, 하고 그들에게 좀 더 배려하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4월에 격리를 하는 동안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동안 이 책을 함께하게 되서 참 반가웠다. 읽는 동안은 몰입의 힘을 느껴 일상에서 도피가 이루어졌다. 가끔 독서를 통한 나의 힐링이 이렇게나 즐거울 수가 없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버들이기도, 홍주이기도, 송화이기도 했다.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늙어갔다. 책을 읽는 그 시간만큼은 '한 여자의 일생'에 조금 더 심취했었다. 그 당시의 시대상이라던가, 결혼이민의 현실 같은 것은 뒷전이었다.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생생히 떠오르는 장면 묘사도 한몫 했고, 매 챕터를 끊어내는 대목의 쫄깃함마저 인기 연속극만큼이나 찰졌기 때문. 신나게 속도를 내어 완독을 하고 책을 덮고서야 저 멀리서 아득히, 감정의 찌꺼기들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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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부라는 말은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를 읽으며 접했던 터였다. 독서회를 하면서, 그리고 여러 영상과 자료를 뒤쫓으면서 맞닥들인 당시 그녀들의 삶은 내가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있는 범주 너머의 무엇이었다. 소설임에도 마음 저릿한 순간들이 많았거들, 실제 그들의 이야기는 어떠했을까. 차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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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방문해 본 적 없는 꿈 같은 휴양지 하와이, 포와. 이제 내게 하와이는 (내가 주제넘게 이렇게 말해도 될까) 또다른 고향 같기도 하다. 한강 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서 제주를 아무런 생각없이 오갔던 지난 시간이 잠시간 부끄러웠다. 그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하와이만큼은, 적어도, 지금의 앎과 함께 방문할 수 있어 다행이라 마음을 쓸어내린다. 사진 신부였던 세 여인이 담긴 사진 한 장에서 출발했다는 이 소설에 감사를 보낸다. 이금이 작가님과의 만남이 벌써 기다려진다.
한때 한국은 아주 살기 어려웠다. 나라는 일본에 빼앗기고 많은 사람이 겨우 하루하루 살았겠지. 그런 때 좋은 말이 떠돌았다. 포와는 살기 좋고 돈을 쓰레받기로 쓸어담고 옷이나 여러 가지가 나무에 달렸다고. 그런 말을 믿다니. 난 세상에 쉽게 얻을 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말 믿지 않았을 텐데. 그때는 여자를 그런 말로 꾀었다. 여자라고 했지만 나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십대후반에서 이십대초반인 사람이 많았겠지. 그 사람들이 한국에 있었다면 얼마 뒤 다른 험한 일을 겪었겠지만. 이래저래 안 좋은 시대였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 간 사람도 있고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가기도 했을 거다. 그런 말한 사람은 그걸 정말 믿었을까, 아니면 돈을 받고 그런 말을 했을까.
예전에 조선 사람이 멕시코에 간 이야기 본 적 있다. 조선 사람은 멕시코뿐 아니라 하와이에도 갔다. 하와이를 옛날에는 포와라 했다. 한국 사람이 미국으로 이민가서 많이 한 게 세탁소였는데, 그 역사는 하와이 이민 1세대 때부터였나 보다. 1917년은 일제강점기여서 조선이 망하고 대한 제국이었다. 양반은 없어지고. 그렇다 해도 돈 많은 사람은 아주 많이 힘들지 않았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돈 없는 사람은 나라가 없으면 언제나 가난하게 사니 여기가 아닌 다른 데 가면 나을까 하고 가겠다. 하와이로 돈 벌러 간 남자는 결혼하고 싶었다. 그때 사진으로 신부를 구했다. 그건 한국 사람만 하지는 않았다. 일본 사람도 했다. 사진만 보고 결혼하기로 하다니, 아무리 살기 힘들다고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다니. 조선이 조금이라도 살기 좋았다면 그러지 않았겠지.
버들은 양반이었는데 아버지가 의병활동을 하다 죽었다. 홍주는 한번 결혼했는데 남편이 일찍 죽어서 친정으로 돌아왔다. 송화는 외할머니가 무당이었다. 지금도 평등하다고 하기 어렵겠지만 그나마 옛날보다는 낫다. 딸이어서 공부 못하지 않고 한번 결혼한 게 큰 일은 아니다. 무당 피가 흐르면 또 어떤가. 예전에는 아니었다. 버들은 사진 속 사람이 지주고 거기 가면 공부도 하게 해준다는 말에 자신보다 아홉살 많은 사람과 결혼하기로 한다. 홍주와 송화도 사진 신부가 되었다. 셋은 새롭고 멋진 세상을 꿈꾸었는데 현실은 아주 달랐다. 그나마 버들이 결혼하기로 한 서태완은 나이를 속이지 않았는데 홍주와 송화 남편 될 사람은 나이를 속였다. 어떻게 그런 일을. 많은 사람이 속고도 어쩔 수 없이 살았다. 돌아가고 싶어도 돈이 없으니.
태완을 보고 버들은 다행이다 여겼지만 태완은 어쩐지 쌀쌀했다. 나중에 들으니 태완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고 결혼할 마음이 없었다. 태완 아버지가 태완을 결혼시키려 한 거였다. 곧 버들은 태완이 지주가 아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건 중간에서 거짓말 한 거였다. 거짓말이라기보다 말을 잘 못 알아들었나 보다. 사탕수수농장에서 일할 때는 괜찮았는데, 태완은 독립운동에 관심이 있었다. 예전에는 독립운동하고 그걸 도운 사람이 여기저기에 있었다. 하와이는 박용만과 이승만으로 나뉘기도 하다니. 그건 참 아쉽구나. 무슨 일이든 그렇게 되는 것도 같다. 일본에서 나라가 독립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았지만 그 뒤에 북한과 남한으로 나뉜다. 여기에는 거기까지는 나오지 않는구나.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했을 때까지 일이 나온다.
미국에 있던 한인 2세는 국적이 조선이 아닌 일본이었다니. 어떤 드라마에서는 미국으로 이민 간 일본 사람이 진주만 일이 일어나고 미군에 들어갔다. 한인 2세도 그런 사람 많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금 든다. 한국 사람이지만 일본 사람으로 오해 받았을 테니 말이다. 자기 나라 힘이 없으면 다른 나라에 가도 사는 게 쉽지 않구나. 그건 지금도 다르지 않겠다. 나라와 상관없이 그 사람을 보면 좋을 텐데 그러지 않겠지. 한국 사람도 못사는 나라 사람을 깔보기도 하는구나. 오래전 한국 사람이 겪은 일을 다른 나라 사람한테 돌려주다니. 비슷한 처지였던 걸 잊지 않으면 좋겠지만, 세대가 다르니 그건 바랄 수 없겠다. 어쩌다 이런 말을 하게 됐는지.
세 사람 버들 홍주 송화는 서로 다른 곳에 살아서 자주 만나지 못했는데 나중에는 함께 산다. 셋이 있어서 사는 게 좀 낫지 않았을까 싶다. 여성이 마음을 모아 살면 좋은 듯하다. 나라 독립도 중요하지만. 버들 남편 태완은 아이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 했는데, 열해 만에 집으로 돌아오고는 첫째와는 어색하게 지냈다. 뒤에서는 펄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런 부분이 조금 나오기도 하다니. 펄은 엄마를 생각하면 버들뿐 아니라 홍주 송화도 떠올렸다. 이 책 제목에 나오는 엄마구나. 처음에 책 제목 보고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보고 난 한 아이를 셋이 기르는 건가 했다. 책을 보면 그러면서도 그렇지 않다. 힘든 시대를 산 여성 이야기는 슬프기도 하고 마음 따듯하기도 하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