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0년 05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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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72쪽 | 190g | 110*178*20mm |
ISBN13 | 9791188343317 |
ISBN10 | 1188343319 |
출간일 | 2020년 05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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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72쪽 | 190g | 110*178*20mm |
ISBN13 | 9791188343317 |
ISBN10 | 1188343319 |
휴가, 수영, 낮술, 머슬 셔츠, 전 애인… 여름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 아무튼 시리즈의 서른 번째 책.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등으로 많은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김신회 작가의 신작으로, 1년 내내 여름만 기다리며 사는 그가 마치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때로는 수줍게 때로는 뜨겁게 써내려간 스물두 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책 속에는 휴가, 여행, 수영, 낮술, 머슬 셔츠, 전 애인 등 여름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로 그득하다. 여름이 왜 좋냐는 물음에 ‘그냥’이라고 얼버무리기 싫어서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애호하는 마음’이 낸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잊고 지낸 이 계절의 감각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
이야기의 시작 ― 여름은 힘이 세다 여름 한철 연애하기 ― 플링 알중 아니고 옥중 ― 초당옥수수 대한민국 비공식 지정 여름 음료 ― 수입 맥주 만 원에 네 캔 입고 싶은 옷을 입는다는 것 ― 머슬 셔츠 여름만 되면 엄습하는 패배감이 있다 ― 수영 특별한 날에는 백화점 과일 코너에 간다 ― 샤인머스캣 우리의 여름방학 ― 호캉스 여름으로부터 온 사람 ― 전 애인 하늘이랑 바다 빼면 없다 ― 괌 나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 ― 식물 책은 일종의 안주다 ― 혼술 평양냉면도 아니고 함흥냉면도 아닌 ― 옥천냉면 여름을 완성하는 것 ― 치앙마이 이런 예능을 기다려왔어 ― 「삼시세끼 산촌 편」 라라라 라라라라라 날 좋아한다고 ― 덩굴장미 한고은 씨에게 이 영광을 돌릴게요 ― 레몬 소주 발리에는 이모가 있다 ― 사누르 일단 대자로 드러눕기 ― 대나무 돗자리 최고의 생맥 ― 낮술 결핍으로부터 시작된 여행 ― 여름휴가 계절의 끝 ― 근사한 추억 없이도 여름을 사랑할 수 있다 |
마냥 아이 같다가도 결국은 어른스러운 계절. / p.17
계절을 크게 안 타는 편이지만 유독 여름 보내는 것을 힘들어하는 편이다. 봄과 가을, 겨울은 그럭저럭 어떻게든 물 흐르듯이 보내고 있지만 여름이 오는 것만큼은 누구보다 몸으로 체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 겨울도 체감할 수 있는 추위이기는 하지만 옷이라도 껴입을 수 있으니까 그나마 낫다. 여름에 제한없이 옷을 입을 수 있다면, 그런 세상이었다면 아마 3개월은 선사시대의 조상들처럼 거의 나체에 가깝게 다녔을 것이다.
올해 여름도 참 누구보다 힘들게 버티는 중이다. 장마 시즌인 지금은 나의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책들의 상태까지 생각을 하다 보니 말이 아니게 정신이 없다. 선풍기 두 대와 셀 수 없이 많은 습기제거제들 사이에서 하루하루 버티고는 있지만 이러한 습기가 얼른 사라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다른 계절은 유난히 기다리는 일이 많아도 여름만큼은 오지 말라고 하늘에 빌고 싶다.
이 책은 김신회 작가님의 여름에 대한 에세이이다. 서두에 이야기를 풀었던 것과 같이 여름을 극도로 싫어하는 편이다. 심지어 여름에 나오는 옥수수와 수박마저도 내 스타일이 아닐 정도로 여름과 참 안 맞는 사람이다. 그런데 주위에서 이 에세이를 읽으면 여름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사랑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조금이나마 여름과 가까워지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이다. 적어도 거리가 가까워져야 이 무더운 여름도 버틸 힘이 생길 테니까 말이다.
여름과 관련된 저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어? 내가 좋아하는 것도 있네.'라는 생각이 든 키워드가 있었다. 바로 술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용 중에서도 이 정도면 아무튼 술이라고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생각보다 술에 대한 비중이 높다. 수입 맥주 만 원에 네 캔, 혼술, 레몬 소주, 낮술이 그렇다. 개인적으로 <수입 맥주 만 원에 네 캔>이라는 이야기와 <혼술>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저자는 여름이 오는 신호를 맥주 맛으로 느끼기도 한다. 맥주의 맛이 없다고 느낄 때 정도 되면 가을로 넘어가고 있다는 증거.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았을 때에도, 운동하고 가는 길에도, 편의점에 들러 수입 맥주 네 캔을 사서 간다. 덕분에 여름에 분리수거함은 맥주캔으로 가득하다. 나 역시도 요즈음 같은 시기에 맥주가 떠오를 때 집앞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매해 책 읽으면서 홀짝홀짝 마실 때가 있는데 이렇게 여름을 즐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이 겨울에 휴가를 간다는 마지막 문장은 공감이 되면서도 내 간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또한, 혼술을 즐기는 것까지 공감이 되었다. 항상 독서하면서 맥주를 마시는 게 하나의 취미가 된 사람으로서 혼술은 뗄레야 뗄 수 없다. 집에서 책 읽으면서 맥주 마시는 것을 즐긴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무슨 맛으로 술을 마시냐는 말을 건네기도 하지만 이건 진짜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이것 또한 하나의 재미라는 것을 말이다. 저자의 말 한 마디가 전부 나에게는 그대로 내 심정을 옮겨놓은 것 같았고, 이러한 예찬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 외에도 여름 휴가로 보냈던 호캉스를 호텔에서 보내는 바캉스로 알았다는 이야기, 생각보다 먹을 것이 없어서 고생했지만 하늘과 바다만큼은 인상 깊었다는 괌에 대한 추억, 여름만 되면 걸리는 초당 옥수수 중독, 특별한 날에만 먹는 샤인머스캣 등 다채로운 여름에 관한 키워드가 나에게는 혼란스러움을 주기도 했다. 아, 이 정도면 여름을 즐기면서 애써 부정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 여름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지인의 말이 30% 정도는 맞았다. 여전히 습기로 짜증 지수는 오르고 있고, 만사 무기력해지는 여름의 날을 보내고 있지만 내가 의식하지 않았던 것일 뿐 생각보다 여름에 대한 추억들이 많다. 샤인머스캣이나 차가운 맥주, 기다리는 여름 휴가까지 말이다. 이러한 추억 조각들을 꺼내면 나 역시도 적어도 여름이 어서 지나가게 해 달라고 비는 일은 없지 않을까. 저자의 여름에 관한 추억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즐겼던 여름들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여름을 향한 마음 열어보기
<아무튼, 여름>을 읽고
여름을 좋아, 하지 않는다. 사계절 가운데서도 제일. 수만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하나만 들어보자면, 가장 좋아하는 겨울은 아무리 추워도 옷을 껴입으면 그만이지만 여름은 덥다고 무한정 옷을 벗을 수도 없을 뿐더러 다 벗는다 하여도 샘솟는 땀을 어찌할 방도가 없어서이다. “메뚜기도 ‘여름’이 한 철이다.”는 말처럼 메뚜기도, 여름도 제때가 정해져 있고 그때도 지나가기 마련이라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한 철이 길어지는 것도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튼, 여름>을 집어든 까닭은 여름이니까, 도 맞는 말이지만, 과연 왜 저자가 여름철 메뚜기마냥 그토록 여름을 좋아하는지가 궁금했다. 어쩌면 나도 여름을 향한 내 마음을 조금씩이나마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책장을 넘겨본다.
내게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여름날의 추억이 있다. 여름이 그 추억만큼 나를 키운 것이다. 여름은 담대하고, 뜨겁고, 즉흥적이고, 빠르고, 그러면서도 느긋하고 너그럽게 나를 지켜봐준다. 그래서 좋다. 마냥 아이 같다가도 결국은 어른스러운 계절. 내가 되고 싶은 사람도 여름 같은 사람이다.
(14~15쪽, 「이야기의 시작」 중에서)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을 다시 보면서 초록초록한 한여름을 떠올리고, 여름이 생각날 때마다 피아노로 영화 속 삽입곡인 「Summer」를 똥땅거린다는 저자가 인사를 건넨다. “나는 여름을 좋아해. 너는?” 내 목구멍 아래까지 “아니요!”라는 말이 차오르는 걸 간신히 억누르며 “이제부터 좋아해보려고요.”라고 답하고서는 책장을 계속 넘긴다. TV 코미디 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답게 마치 잘 짜여진 개그 콩트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술술 읽히는 필력을 선보인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여름 한철 사랑, 혹은 휴가지에서 하는 짧은 연애’를 뜻하는 ‘플링(fling)’을 처음 알게 되었다. 여러 차례의 플링 끝에 남은 건 여름이 오면 백지영의 「사랑 안해」를 부르며 인생이 코미디임을 자각하는 일뿐이라는 저자를 보면서 누군가 여름을 좋아하는 데에는 내가 감히 생각지도 못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여름하면 떠오르는 먹거리들, 이를테면 초당옥수수, 샤인머스켓, 옥천냉면에 관한 에피소드도 읽는 맛이 난다.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보다 더 넓어진다. 그저 덜 휘청거리며 살면 다행이라고 위로하면서 지내다 불현 듯 어떤 것에 마음이 가면, 그때부터 일상에 밀도가 생긴다. 납작했던 하루가 포동포동 말랑말랑 입체감을 띤다. 초당옥수수 덕분에 여름을 향한 내 마음의 농도는 더 짙어졌다.
(32~33쪽, 「알중 아니고 옥중」 중에서)
한없이 가볍지도 또 무겁지도 않은 톤을 유지한 채 웃음과 슬픔을 한가득 넣어 치댄 여름 이야기들을, 그리고 그것들을 안주 삼아 본격적으로 맥주를 애정하는 저자의 이른바 <아무튼 술(집) 외전>이 펼쳐진다. 대한민국 비공식 지정 여름 음료인 만 원에 네 캔 하는 수입 맥주에서부터 임창정의 「소주 한 잔」만 들어도 속이 뒤틀릴 정도로 맥주파인 저자가 제주도 한여름 안에서 다시 소주를 맛보게 만든 레몬 소주, 어느 여름날 일본에서 낮술하면서 찾아낸 인생 생맥(주), 한국과 일본을 가리지 않고 혼술하면서 (씹어먹을 용도는 아닌) 책을 안주로 한 책맥의 경지까지, 그의 바람대로 중쇄가 나온다면 <아무튼, 여름>의 부제를 “내가 그리워 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술’이었다.”로 고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내 마음을 알아주고 다독여주는 술친구와도 같은 책, 여름밤 즐기는 치맥도 좋지만 올 여름에는 책맥을 하면서 여름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일렁인다.
문고본은 여행의 필수품이다. 특히 나는 대체로 혼자 여행을 떠나 시간이 넘친다. 그러니 가져간 책은 마치 함께 여행하는 친구 같은 존재다. 그 책이 나에게(혹은 여행하는 장소에) 맞지 않으면 약간 비참한 기분이 든다. 방대한 시간, 나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불안과 고독이 뒤섞인 기분을 계속 질질 끌고 가게 된다.
-가쿠타 미쓰요, 『보통의 책읽기』에서
(99쪽, 「책은 일종의 안주다」 중에서)
여름은 휴가(여행)의 계절이기도 하다. <아무튼, 여름>에는 아무튼 시리즈에서 언젠가 출간되리라는 합리적 의심을 품게 만드는 <아무튼, 여행>의 (여름)향기가 물씬 난다. 어릴 적 가족과 제대로 된 여름휴가를 보낸 적이 없었다는 저자는 어쩌면 그때의 결핍이 어른이 되고나서 여름만 되면 기를 쓰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구로 표출되는 것 같다고 고백한다. 아무리 먹고살기 바빠도 부모님처럼 여름휴가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그때 그시절에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역시 잊지 않는다.
각 시대마다 여행에도 트렌드가 있는 법, 펜데믹 시대에는 더워서가 아니라 바이러스와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비대면(언택트) 관광이 각광을 받았는데 그 중 호텔에서 하는 바캉스를 뜻하는 호캉스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저자 역시 유행에 발맞춰 낯익고도 낯선 서울로 호캉스를 떠난다. 나중에서야 같이 간 친구들을 통해 호캉스가 호사스러운 바캉스가 아님을 알게 된 저자는 쿨하게 인정한다. 비록 호텔에서 잠만 자고 하루종일 찜통 더위 속을 헤맸던 호환마마 같은 바캉스였지만, 그의 곁에는 늘 변함 없는 친구들이 있고 또 그들과 함께 다시 진정한 여름 호캉스를 떠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시절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여름만 되면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 하는 나, 왠지 모르게 근사해 보이는 나, 온갖 고민과 불안 따위는 저 멀리 치워두고 그 계절만큼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겨울인 사람은 여름 나라에서도 겨울을 산다. 손 닿는 것 모두 얼음으로 만들어버리는 <겨울왕국>의 엘사처럼, 싸늘한 마음은 뜨거운 계절조차 차갑게 만들어버린다.
(116쪽, 「여름을 완성하는 것」 중에서)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나(그)는 여름(너)을 사랑하지 않아'라는 나의 외침을 듣기라도 한 것일까. 저자가 한동안 방황하던 시기를 회상하며 쓴 글이지만 왠지 여름을 대하는 내 마음에게 건네는 말 같기도 하다. 굳게 닫혔던 여름을 향한 마음을 서서히 열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그 역시 여름 덕분에 깨달았다. 여름을 완성하는 건 계절이 아닌 마음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제 곧 장마를 시작으로 여름 한 철이 시작되려 한다. 벌써부터 가을이 기다려지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지만, 올 여름은 지난 여름들과는 아주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아무튼, 여름>을 통해 여름을 즐기는 데 필요한 건 조건이 아니라 마음이라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