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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말하지 않으면 늦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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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앞둔 28인의 마지막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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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344g | 130*200*20mm
ISBN13 9791165341770
ISBN10 1165341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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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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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가 잇따라 오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편지는 점점 많아지기 시작해 거의 매일, 하루에 한 통에서 많게는 7~8통이 왔다. 편지를 보낸 사람 중에는 대학교수, 택시 운전사, 대기업 총수, 에이즈 환자, 가정주부, 심지어 맨해튼에 오랫동안 은둔한 할리우드 배우까지 있었다. 매번 편지를 열어볼 때마다 그 기분은 정말 뭐라 형언하기가 어려웠다.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가 적지 않은 탓도 있지만, 마치 낯선 사람들의 영혼과 만나는 기분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연은 수년 동안 숨겨온 비밀이었고, 또 어떤 사연은 그보다 훨씬 오래된, 털어놓기 어려웠을 누군가의 콤플렉스였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어떤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거나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는 이야기였다.
--- p.11

어떤 사람은 사랑과 감정이 헛된 것이고, 재산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생전에 모아둔 재산을 가져갈 방법이 없습니다. 그저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거라고는 기억 저편에 자리 잡은 순진무구한 감정, 재산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랑입니다. 어떻게 해도 자연히 사라질 수 없는 것들 말입니다. 결국 그것들이야말로 인생에 남은 유일하고도 진정한 재산이 아닐까요.
--- p.21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나에게 더 이상 시간 낭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창밖에서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짹짹거리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맑고 촉촉한 공기를 가만히 음미하고 있으면,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다고 느낍니다.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해 살고 있다고 말이지요.
--- p.25

나는 피치 덕분에 내가 구제불능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 틈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골칫덩어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피치가 그것을 증명해주었기 때문이지요. 이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사는 동안 내게 주어진 가장 큰 행복은 내가 틀림없이 어떤 존재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단지 나를 사랑한 건 사람이 아닐 뿐이지요.
--- p.34

그동안 살면서 아내와 아이가 있고 매일 일하고 주말에 쉬는 삶이야말로 완벽한 생활이라고 굳게 믿었어요. 그런데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런 삶은 그저 하나의 선택지에 불과하며, 그 생활이 전부라고 믿었던 것이야말로 편협한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요. 우물 안 개구리였던 셈이지요. 이는 안정된 삶만을 살았던 저의 짧은 생각이었고 난생처음 진정으로 나를 위해 살았던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만약 뭐든지 할 수 있게 된다면, 저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여행을 할 겁니다. 더 이상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돈을 버는 것만이 제가 살아갈 이유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가족을 책임진다는 것은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그 못지않게 한 번뿐인 자기 인생을 책임지는 것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요.
--- p.195~196

만약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저는 평생 살 떨리게 했던 어머니의 그 날카로운 눈빛에 반항해볼 거예요. 늘 불만이 가득한 눈빛, 공포를 심어주었던 수많은 이야기에 대해 “그만하세요.”라고 말할 거예요. 그 대가와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요. 제가 뭘 원하는지, 그리고 뭘 싫어하는지, 왜 분노하는지 알아낼 거예요. 화를 내고 기뻐하는 법도 배우고요. 무엇보다 어머니 눈치를 보느라 스스로 억압한다거나 조건 없이 타협하는 일 따위는 절대로 하지 않을 거예요. 정말 이상하죠. 어린아이처럼 모래 장난하는 즐거움을 누려보는 게 죽기 전 소원이라니요. 모든 소원을 다 제치고 말이죠! 하지만 이건 정말로 제가 가장 원하는 소원이랍니다. 제가 과연 모래를 가지고 놀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p.206~207

내가 이번 생애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뭔 줄 아시오? 나 같은 놈 때문에 아무 잘못 없는 두 사람과 그 집안 식구들이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오. 이 죄스러움이 줄곧 나를 따라다니며 내 삶을 고독하게 만들었고 내 영혼은 매일 후회로 갉아 먹혔지. 여러 해 동안 속죄하는 마음으로 가장 힘든 일만 골라 가며 했지만, 이것으로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아오. 한참 부족할 테지…. (중략) 나는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이 없어서, 여태 쭉 혼자 살았소. 하지만 내가 왜 그렇게 살았는지 내 부모도, 아무도 모르지. 아마 당신이 내 죄를 아는 첫 번째 사람이자 유일한 사람일 거요. 내가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어떻게 털어놓을 수 있었을 것 같소? 아마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리고 앞으로도 볼 일 없는 낯선 사람이라서 그럴 거요.
--- p.229~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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