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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떠난 거리

별빛이 떠난 거리

: 코로나 시대의 뉴욕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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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222g | 120*189*20mm
ISBN13 9791159923180
ISBN10 1159923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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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동안, 이 도시가 변해가는 모습을 내가 사는 아파트의 창문을 통해 내 눈으로 지켜봤다. 낮 시간인데도 8번 애비뉴가 텅텅 비어서, 몇몇 커플이 14번 스트리트에서 센트럴파크 남단에 이르기까지?오십 블록이 넘는 길을?손을 잡고 길 한복판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차들만 다니던 길을 스케이트보드와 자전거를 탄 이들이 달려갔다. 어떤 면에서는 꿈결 같고 사랑스러운 풍경이다. 하지만 그때 얼굴을 덮고 있는 수술용 마스크들, 사람들이 유지하고 있는 간격이 눈에 들어오고, 나는 고개를 돌려야만 한다. 이건 그냥 옳지 않다. 그냥 옳지 않다. 나는 드러눕는다.
--- p.24

사진이 변화의 급박함을 기록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아는 사실인데, 또 한 가지 분명해지고 있는 것은 내가 여태 해온 거리 사진이 앞으로는 절대 전과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진지하게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뉴욕으로 옮긴 직후부터였다. (…) 뉴욕의 밤은 완전히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지난 12월 말 사진으로 찍었던, 차량들로 꽉꽉 메워진 저녁 여섯 시 무렵 8번 애비뉴의 전형적인 모습, 그 빨간 불의 바다?나는 언젠가 이 풍경을 “맨하탄 거리의 타는 듯한 붉은 은하수”라고 묘사했던 적이 있다?는 이제 그 자리에 있지 않다. 지금 내가 창문으로 내다보는 8번 애비뉴의 모습은 별빛을 꺼버린 하늘 같다.
--- p.43~44

제시로부터 온 문자.

“안녕.”
“안녕.”
“당신을 잃어버리고 있는 중인 것 같아.”
“아냐. 안 잃어버렸어. 난 여기 있어.” 내가 말한다.

우린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부두에서 만나기로 한다. 우린 어떤 규칙도 어기지 않는다. 사람들이 걷고, 운동하고, 공공장소 에서 만나는 건 허가된 일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는 한. 기다리고 기다린다. 마침내 그가 블록 저 끄트머리에서 후디에 코트를 걸쳐 입고 발을 끄는 듯한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정말 춥고 바람이 부는 날이다. 사랑스럽다.

자동반사적으로 제시가 날 안으려 몸을 숙이고?제시는 나보다 적어도 15센티미터는 더 크다?나 역시 그를 안고 싶지만?그를 좀 따뜻하게 해주고 싶다?부드럽게 밀어낸다. “아니, 아니, 안 돼. 안는 건 안 돼. 잊지 마. 키스도 안 되고. 아직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나는 죄책감이 들고, 슬프고, 잔인한 것 같고, 예민하고, 바보 같고, 늙은이 같은 느낌이 든다. 그보다 서른세 살 더.

제시는 미소를 지으며 몇 걸음 물러서고, 우리는 부두의 끝까지 걸어가면서 만족스러운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무언가를?누군가를?너무나 가까이에 두고 싶은데, 그리고 정말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 하지 않을 것이고, 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을 기회가 다시 올지 알 수 없다는 것.
--- p.113~114

백십오 년 역사상 처음으로, 뉴욕의 지하철이 이십사 시간 운행을 멈추게 됐다. 오늘부터 모든 지하철 노선이 새벽 한 시부터 다섯 시까지 운행을 멈추고 소독 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개심술開心術이었다. 이 수술 장면을 참관할 기회가 한 번 있었는데, 매혹적이긴 했지만 몇 시간이나 걸리는 끔찍한 수술이었다. 의사들은 환자의 심장을 일시적으로 멈추고(그 기능은 기계가 대신하게 된다), 손상된 동맥에 대한 목숨을 구하는 수선 작업에 들어간다. 그때도 알고 있었고 지금도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지만, 심장의 작동을 멈췄는데도 사람을 살려놓을 수 있다는 그 아이디어는 어딘가 사람을 매우 불편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 심장은 리부팅을 하고 나면 다시 작동할 수도 있고?새것처럼 혹은 그것보다 더 잘?그렇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영원히 제대로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 p.191~192

왜냐면 지금이 어떤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어땠던가 하는 건 지금의 뉴욕에서는 널 우울하게 만들 뿐이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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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랑 이야기다. 팬데믹의 시대가 시작된 것과 동시에 사랑에 빠지게 된 한 사내를 위한 사랑 이야기다. 여태 겪어본 적이 없는 충격의 시절을 감당해내고 있는 뉴욕시와 거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사랑 이야기다. 언어가 할 수 있는 일, 흑백으로 포착한 그림자와 빛을 담은 거리 사진을 위한 사랑 이야기다.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마주치고 목격하는 일, 한 도시의 진정한 시민이 된다는 일과 거리를 사는 사람이 된다는 일을 위한 사랑 이야기다.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서 물러서야 하는 바로 그 순간에조차 이 책은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저자)
텅 빈 거리와 지하철의 이미지들은 헤이스의 사랑 이야기와 그가 만난 동료 뉴요커들에 대한 아기자기한 이야기들과 나란히 놓이면서 놀랍도록 강력한 대조를 이뤄내고, 코로나 이전의 세계가 얼마나 갑작스럽게 오늘날의 ‘뉴노멀new normal’의 세계로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


- [퍼블리셔스위클리]
이 책의 사진들은 지금껏 겪어본 적이 없는 시간에 대한 강렬한 기록이다.
- [커커스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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