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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

: 스몰 마인드 자기 긍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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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53쪽 | 428g | 148*210*15mm
ISBN13 9791196757397
ISBN10 1196757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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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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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평하다. 그녀는 생얼마저 예뻤다. 게다가 착했다. 예쁜 여자가 착하기까지 하면 어쩌란 말인가. 나보다 한 살이 어린 그녀는 계속 “언니, 말 놓으세요”라고 말했다. 나로 말할 거 같으면 처음 만난 사이여도 “나이도 더 많으신데 말 놓으세요” 하는 순간 “그럴까?” 하면서 말을 놓는 스타일이다. 이상하게 존댓말을 쓰는 것이 불편하다. 역시나 그녀의 제안에 “그럼 그럴게” 했지만, 이상하다. 자꾸 존댓말이 나온다. 내 평생 이런 일은 없었는데, 자꾸 존댓말이 나오는 내가 너무 웃겼다. 나는 그녀의 예쁜 외모에 쫄았던 것이다. --- p.15 「그녀에게 말을 놓지 못한 이유」 중에서

가끔은 상상을 해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대체 무엇으로 유명해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책도 쓰고 TV나 라디오 같은 방송에도 출연한다. 그런 짜릿한 기분 좋은 일이 이어지는데, 문득 턱! 걸리는 것이 있으니 과거의 인연들이다. 정말 갑자기 과거의 내가 떠오르면서 함께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들이 유명해진 나를 보고 ‘쟤 저 정도 아니야. 저거 순 가식이야’라고 말하면 어쩌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 p.53 「유명해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중에서

스마트폰 속 배달앱은 바로 날 위해 준비된 것만 같았다. 굳이 이것저것 시나리오를 준비해서 말하지 않아도 된다. 친절하게 모든 메뉴가 적혀 있고, 변경할 수 있는 메뉴는 따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게다가 ‘젓가락 안 주셔도 돼요’라는 말을 못하는 나를 위해 일회용품을 안 받겠다는 체크도 할 수 있다. 그것도 모자라 마지막에는 사장님에게 요청사항을 적을 수 있도록 해놓았으니, 이 꼼꼼하고 세심한 배려는 놀라울 따름이다. 전화로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말 ‘상추 대신 깻잎을 더 많이 주세요’라든가 ‘탕수육을 조금 더 바싹 튀겨주세요’ 이런 말을 쓰면서 나는 행복했다. --- p.57 「프로소심러가 스마트폰을 만났을 때」 중에서

나는 정말로, 세상의 모든 사람이 나를 보고 있다고 믿었다. 정말이다. 그러니 그 어디에서도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빈 좌석을 발견했을 때도 허겁지겁 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느리고 우아하게 걸어갔다. 그러다 성급하고 우악스러운 아줌마들에게 자리를 뺏기는 일도 허다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허둥지둥 자리를 찾으러 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우아하게 서서 가는 것이 훨씬 더 마음이 편했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다리가 아픈 것도 참았다. 그게 그동안 세상을 살아온 내 방식이었다. --- p.70 「넌 세상의 주인공이야. 단 너의 세상에서만」 중에서

웬만해서는 화가 나지 않는다. 소심해서 버럭! 순간적으로 화내지 못하는 이유도 있고, 화내기에 앞서 상대방이 이해가 되기 때문에 화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심한 사람들은 생각이 깊다. 정확히 생각의 깊이가 깊다고는 할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어쨌든 생각이 많고 그 갈래도 여러 방향이다. 물론 그러다 보니 종종 엉뚱한 방향으로 뻗어 나가서 할 필요 없는 걱정까지 하게 되는 건데, 생각이 그렇게 여러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동안 당연히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을 할 타이밍을 놓치는 사이, 화가 좀 가라앉는다고 해야 할까. --- p.91 「남편에게만 못된 여자」 중에서

음식점에 가는 순간 우선 ‘오픈 마인드’가 된다고 해야 할까? 내가 음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너그러워진 마음은 뭘 먹어도 ‘오! 굿!’. 게다가 이 음식을 한 사람은 분명히 나보다는 전문가일 거라는 생각이 드니, 웬만해서는 맛있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니 나에게는 남들이 말하는 ‘취향’이라는 것이 별로 없다. 흔히 ‘아무거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짜증난다고 하고,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들이 ‘아무거나’라고 말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아무거나’ 다 괜찮은 것이 진짜 내 마음이다. 그 무엇을 먹어도 맛있고 그 무엇을 봐도 재밌다. --- p.151 「취향은 없지만 투시력이 있습니다」 중에서

나에게는 안테나가 있다. 소심한 사람을 알아보는 본능. 하긴 뭐, 능력이라고 할 것까진 없겠다. 소심한 사람은 어떻게든 티가 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유독 그런 사람들을 더욱 잘 알아보고, 또 그들에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소심안테나가 준 또 하나의 부수적인 능력이 있는데, 바로 ‘술잔을 채우는 능력’이다. 술자리에서 술잔이 빈 사람을 귀신같이 알아낸다. 그리고 척척, 적절한 타이밍에 알아서 그의 술잔을 채워주곤 했다. 물론, 술을 좋아하는 것과는 달리 술이 약한 내가 취하기 전까지만 가능하지만 말이다.
--- p.182 「소심안테나가 작동을 시작합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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