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는 와작와작 씹어 먹고, 눈알은 쪽쪽 빨아 먹어요.
하지만 나쁜 아이를 먹으면 폭풍 설사를 한다고요
괴물들은 사나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약한 모습을 감추고 있어요. 킹콩은 마음이 여리고, 드라큘라는 햇빛을 무서워하며, 거인은 다리가 부실하답니다. 그리고 우리의 야크는 위가 너무 예민해서 착한 아이의 살만 소화할 수 있어요. 말썽을 피우는 아이들은 실제로 몸의 화학 성분이 바뀐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어요. 아이가 못된 짓을 저지르면 심장에서 해로운 독이 나와 아이의 살이 그만 무시무시한 독사보다 더 고약한 독성을 띠게 되거든요. 믿거나 말거나이지만요. 어쨌거나 야크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착한 아이예요. 뼈는 와작와작, 손발가락은 오물오물 씹어 먹어요. 눈알은 쪽쪽, 뇌는 홀짝홀짝 빨아 먹고요. 가끔 배가 고프면 못된 아이들을 우적우적 씹어 먹고는 금세 땅을 치며 후회하지요. 거짓말쟁이를 먹으면 배가 아프고, 버릇없는 아이를 먹으면 뾰루지가 나고, 못돼 먹은 아이를 먹으면 이빨이 썩고, 남을 못살게 구는 아이를 먹으면 설사를 하고 마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착한 아이를 찾기 힘들어져서 어쩔 수 없이 굶고 있어요. 배고픔을 견디다 못한 야크는 착한 아이 명단을 얻기 위해 북극곰으로 위장해 산타 할아버지 집을 찾아가지요.
괴물계의 햄릿이 된 야크
본능을 따라야 할까요, 아니면 우정을 지켜야 할까요?
산타 할아버지에게 금세 정체를 들키는 바람에 된통 혼쭐이 나긴 하지만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데 성공한 야크는 배를 채우기 위해 착한 아이의 집으로 날아가요. 그러나 이 집 저 집에서 그만 뜻하지 않은 봉변을 연거푸 당하고 만신창이가 돼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이 마들렌을 만나 구사일생한 것도 잠시 마들렌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버리는 바람에 더욱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되고요. 괴물의 본능을 따를 수도, 마들렌과의 우정을 지킬 수도 없으니까요. 착한 아이들을 실컷 잡아먹고 살다가 천사 같은 아이 마들렌을 만나며 시도 때도 없이 마들렌을 먹고 싶은 마음과 아끼고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야크는 다름 아닌 우리의 자화상이에요. 한때 자기중심적이고 우주의 중심에 오로지 자신만을 두었지만 아낌없는 사랑을 받으며 마침내 사랑을 나누는 존재로 성장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지요. 그러니까 『야크』는 얼핏 보면 착한 아이만 잡아먹는 극악무도한 괴물의 요절복통 개과천선기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기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동화랍니다.
■ 수상 내역
★ 대한출판문화협회 &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선정 2015년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 2014년 프랑스의 킬랄뤼 상 수상
★ 2014년 벨기에의 베르나르 베르셀 상 수상
★ 2013년 프랑스의 미셸 투르니에 상 수상
★ 2012년 프랑스의 투케 상 수상
■ 〈베르트랑 상티니 컬렉션〉 시리즈 소개
베르트랑 상티니는 독특한 등장인물, 기발한 상상력, 탄탄한 기승전결 구조가 돋보이는 동화를 써내는 프랑스의 소설가예요. 인간을 잡아먹거나, 인간에게 버림받거나, 더는 인간이 아닌 존재를 위트와 유머로 조명해 감춰진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는 데 탁월하답니다. 베르트랑 상티니가 쓰고 로랑 가파이야르가 그려 낸 이 특별한 동화들을 시리즈로 한데 묶어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