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내가 완벽할 리 없다.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은 어제의 나 역시 볼품없다. 일주일 전의 나도 그렇고, 1년 전 나도 그렇다. 그런데 그 모자란 듯한 내가, 하루를 살아 내고 일주일을 살아 내고 1년을 살아 낸 다음, 몇 년이 지나서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훌쩍 성장해 있다.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오늘이라고 오늘을 살지 않고 어제에 머물러 있지 않기를 바란다. 내일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내일을 포기하지도 않기를 바란다. 오늘을 살아야 한다. 그 날이 그 날 같고,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아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 같지만,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1년이 되고 10년이 되어 나를 만든다. 느려도 괜찮으니 오늘의 나를 열심히 살아 내길 바란다. 어느 날은 망한 듯하고, 어느 날은 빗나간 듯하고, 어느 날은 다 포기해 버리고 싶어지더라도, 나를 지켜 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 서른 살을 나답게 살아 내면, 마흔 살엔 더 단단해진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구글의 업적 평가 시스템은 사람 피 말리기로 유명하다. 일단 화려한 글솜씨로 자기 평가서를 써내고, 6~7명의 동료 평가자를 지목한다. 그 뒤에 이어지는 절차는 더욱 산 넘어 산이다. 매니저들끼리 모여서 조정이란 걸 하는데, 왜 A가 이 점수를 받아야 하는지, 왜 B는 안 되는지 치열한 신경전과 공방전이 펼쳐진다. 거의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이 과정은 특히 언어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훈련되어 있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정말 고역스러운 여정이다. 이 과정을 지나고 나면 위축되고, 주눅 들고, 자존감에 상처가 난다.
2020년 평가 프로세스가 시작된다는 이메일을 받고, 2019년에 처음으로 업적 평가를 겪으면서 멘붕을 겪은 일이 생각났다. 그래서 이 힘든 과정에서 우리는 성과를 내기 위한 공장의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점, 평가가 ‘나’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와 함께 ‘우물 안 개구리’라는 제목의 글을 구글 전체 디자인 그룹에 공유했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개구리들의 커밍아웃이 이어졌다. 나는 그저 나의 지나온 고군분투를 밝히며 개구리인 걸로도 충분히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했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개구리 커밍아웃을 보게 될 줄이야!
그렇다. 혼자가 아니다. 나만 아등바등하는 게 아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로가 된다. 모두 함께 힘내자!
--- 「나 혼자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중에서
구글에서 신규 인력 채용하는 일에 종종 참여한다. 2019년에 접수된 이력서가 330만 통이라고 한다. 수많은 지원자 중 합격 통지서를 받는 이들은 자신의 색을 지니고 있고 그 색을 잘 보여 주는 사람들이다. 커리어에서 필요한 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통하는 필살기만이 아니다. 각자가 지닌 개성 또한 자신만의 색이 될 수 있다. 조화를 잘 이루는 사람, 리더십이 있는 사람, 남들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 위로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사람, 잘 웃는 사람, 엉뚱한 상상을 잘하는 사람 등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색이 있다(난 모든 사람은 자신의 고유색을 지니고 태어난다고 믿는 편이다). 나를 잘 들여다보고, 나는 무슨 색의 사람인지 알아채고, 내 위에 덮인 얼룩을 걷어 내고, 내 본연의 색을 아름답고 단단하게 만들어 가면 된다. 그럼 돌덩이도 보석이 된다.
--- 「330만 통의 이력서 중에서 나를 돋보이게 하는 법」 중에서
주니어 시절엔 밤새 달리는 술자리나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흡연 자리에 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나만 모르는 고급 정보라도 오가는 게 아닌지, 아니면 나만 끈끈한(아니, 끈적거리는) 관계를 못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그도 아니면 나라는 사람을 아예 모르는 건 아닌지 등등의 불안감.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인맥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익 관계로 만들어진 인맥은 결국 서로의 이익이 사라지면 끝나 버린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라는 말을 농담처럼 하곤 하지만, 이게 진짜다. 가장 단단한 인맥을 쌓는 방법은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착하게 사는 것이다. 바보 같고 단순한 말이지만, 25년이 지난 지금 그것을 넘어서는 요령을 아무리 생각해 보려고 해도 그것 말고는 묘수가 없다.
--- 「기업들이 일 잘하는 사람보다 태도 좋은 사람을 찾는 이유」 중에서
내가 이렇게 나의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주저리주저리 쓰는 건 딱히 해 줄 조언이 없어서다. 아이를 낳기로 했다면 넘어갈 수 없는 과정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던가. 입 다물라. 피할 수는 있되, 즐길 수는 없는 게 임신과 출산이다. 그저 혼자 맞는 매가 아닌 걸 알면 조금은 덜 억울한 맘이 생길까. 내가 잘못해서 당하는 게 아니라고 누군가 말해 주면 위로가 될까. 그러니 외로워하지 말라고, 혼자 버티고 견뎌야 하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렇게 버티고 살아남은 전우들을 곧 만나게 될 거라고…… 그러니 조금만 더 힘내라고……. 부디 나의 응원이 누군가에게 닿기를…….
--- 「워킹맘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 1」 중에서
“해외에서 경험을 쌓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서 종종 듣는 질문이다. 내 대답은 항상 똑같다.
“일단 어디든 지원을 하세요. 갈지 말지 고민은 붙은 다음에 하는 거예요. 지금은 그 선택권이 여러분에게 없어요. 여러분에게 지금 있는 옵션은 지원하는 것, 그리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우리는 고민이 너무 많다. 게다가 앞선 고민이 너무 많다. 유학을 갈지 말지는 일단 입학 허가서를 받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은 고민이다. 그런데 99퍼센트가 마치 지금 내 손에 입학 허가서를 받은 양 고민을 한다. 내게 커리어 조언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종종 공을 손에 들고만 있지 말고 일단 던지라고 말해 준다. 여러 번 공을 던져서 그 공이 어떻게 되돌아오는지 보라고. 그렇게 돌아오는 공을 받아 치다 보면 어느새 상상도 못 하던 곳에 가 있기도 하고, 계획에 없던 일을 해내기도 하고, 그도 아니면 공을 던지는 데 내공이 쌓여 더 멀리 공을 던질 수 있게 된다고.
--- 「고민은 짧게, 행동은 빠르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