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저는 제 삶이 어딘가에 갇혀 있다고 느꼈어요. 특히 직장에서요.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는데,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지만 마음 깊은 곳엔 갈증이 있었어요. 더이상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거든요.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기였어요. 그때 떠오른 아이디어입니다.”
---p.42 「〈키오스크〉 작가 인터뷰」 중에서
“올가는 키오스크 안에서 일하는 걸 좋아해요. 기쁜 마음으로 손님을 대하면서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죠. 그렇지만 올가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려요. 불행한 낙관주의자, 그게 올가예요. 어떤 상황에서든 좋은 점을 찾아내지만, 그저 괜찮은 척하는 걸 수도 있어요. 우리 주변에도 올가 같은 사람이 많잖아요. 행복하진 않지만, 그냥 편안한 공간에서 정체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두려워서 그대로 있는 사람들. 음, 어떤 면에서는 우리 모두 그런 사람 아닐까요?”
---p.45 「〈키오스크〉 작가 인터뷰」 중에서
휴, 불을 내뿜는 용을 안 키워서 다행이다 싶은가? 여기, 엄마의 감은 눈을 까뒤집는 사람 아기도 있다. 그리고 던지는 한 마디,“엄마, 자?” 새벽 3시, 겨우 잊었다 생각했던 옛 남친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 ‘자니?’보다 더 소름 돋는 이 문장을 어찌할꼬. 불같이 화내는 용과 끊임없는 질문으로 결국 새벽 동틀 무렵 잠이 드는 인간 아기 중 당신의 선택은?
---p.72 「‘그림책 밸런스 게임’」 중에서
앤서니 브라운은 르네 마그리트를 오마주한 그림을 다수 넣었는데, 르네 마그리트 재단은 이 작품(1997년 초판)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고 항의했다. 재단이 문제 삼은 것은 1쇄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첫 장면, 윌리의 소파 뒷벽에 걸려있는 「피레네의 성」 그림뿐이었지만, 앤서니 브라운은 다른 그림들도 함께 수정했다. 화가가 된 윌리가 그린 그림을 고흐의 작품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비너스 상을 그리고 있는 윌리의 모습은 여전히 마그리트의 「불가능한 것에 대한 시도」를 오마주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마그리트의 그림이 없는 2쇄를 번역해 출간했다.
---p.84 「‘그림책 디스패치’」 중에서
이 만두는 1998년 초판에서는 돼지고기 만두였다가 2014년 하반기부터는 버섯이 들어간 담백한 채소 만두로 변경되었다. 재료 준비 장면에서 ‘토끼와 같은 초식 동물도 함께 먹는 만두에 고기가 들어가는 장면이 이상하다.’, ‘설날 아침 만두를 먹고 다른 동물 친구들은 신나게 놀고 있는데 홀로 외양간에 갇혀 있는 소가 불쌍하다.’는 어린이 독자의 의견을 듣고 글 작가, 그림작가, 편집자, 출판 디자이너가 모두 수고를 한 것이 고맙다.
---p.86쪽 「‘그림책 디스패치’」 중에서
딱 감이 오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은 주로 대단할 것 없는 작은 시간 속에 숨어있다. 빛의 기억, 바람의 흔적이 서서히 만물에 새겨지듯, 돌아보면 빛나게 기억될 순간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 있다. 내겐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는 시간이 그렇다. 하루의 어떤 시간보다 더소중히 지키고 싶은 시간이다. 일과를 마치면 두 아이와 책장 가까이 있는 소파에 앉는다. 주로 셋이 함께 읽지만 가끔은 작은아이와 먼저 시작하기도 한다. 그러면, 저쪽에서 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도!” 아이는 재빨리 옆으로 와 앉는다. 좋아하는 순간이다. 그림책 읽어주는 목소리가 들리면 마치 자석처럼 끌려오는 시간. 열한 살, 여덟 살 아이들, 이 시간이 앞으로 그리 길지 않을 것을 알기에 더없이 소중하다.
---p.113 「‘그림책 마주 이야기’」 중에서
그때 두더지가 연주하는 곡은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의 1악장이다. 평화로운 전원! 칼과 창을 들고 전진하던 병사들이 두더지의 연주를 듣고 무기를 버리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말에서 내려 적들끼리 서로 얼싸안는 장면을 연출할 때, 작가는 그림 속에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4악장을 그려 넣었다.
---p.123 「‘뮤즈가 들려주는 그림책 속 클래식 음악’」 중에서
“살다가 힘들 때 돌아가고 싶은 때, 돌아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엄마와 함께 책을 읽은 시간들이 ‘그때’를 만들어 주신 거예요. 힘들 때 가장 쉽게 스위치 오프를 할 수 있는 게 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독서는 즐겁자고 하는 것인데, 좋아서 읽는 독서의 목표에 가장 가까운 것은 어린 시절의 독서잖아요. 함께 그림책을 읽는 건, 아이에게 앞으로 사는 게 힘들 때 어떻게 하면 되는지 그 방법을 알려주신 거예요.”
---p.145 「‘그림책을 읽고 자란 그 아이 어떤 어른이 되었나?」 중에서
“처음 구상한 이야기에는 복수심 가득 찬 코뿔소 수단만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다른 동물 친구들이 나오고 펭귄까지 등장하게 되더라고요. 동물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뉴스를 좋아해서 아이디어를 얻는 데 참고가 되기는 했지만 어쩌다가 이 동물들이 등장하게 되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사전에 캐릭터와 스토리를 치밀하게 구상하고 쓰지는 못해서, 일단은 떠오르는 대로 시작을 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면 처음에 구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곳에 도착해 있을 때가 많아요. 처음 수단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 이야기가 바다까지 가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요. 저에게 글쓰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이야기가 저를 어디로 데려갈지 저 자신도 모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p.167 「『긴긴밤』 루리 작가 인터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