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후 한류가 완전히 쇠락한 원인은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한한령을 내려 한국 연예인이 중국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한국 프로그램을 방영하지 못하게 했다. 중국에서 사드 배치는 중국 국익에 손해를 끼치는 일로 인식됐기 때문에 케이팝 팬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2008년 동방신기에 대한 공격에서 볼 수 있듯이 케이팝 팬은 오랫동안 매국노라는 비난을 들어왔다. 결국 케이팝 팬은 항복하고 애국주의 전선에 뛰어들어 소분홍의 중요한 ‘인적 자원’이 됐다. 소분홍은 2015년 이후 등장한 중국의 애국주의 네티즌을 말한다. 2016년 이후 혐한 사건 중 한국 연예인에 대한 비난이 늘어난 것은 케이팝 팬이 애국주의 대열에 합류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류의 퇴조와 함께 혐한도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정치적 사안은 쉽게 문화와 한류에 점화돼 혐한 사건으로 발화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공격이 있었고, 심지어 롯데 사탕이나 롯데 마크가 있는 사진을 올린 연예인이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쯔위가 방송에서 타이완 국기를 든 것은 타이완 독립을 지지한 것이라며 소분홍은 타이완 차이잉원 총통의 페이스북을 공격했다. 쯔위는 타이완 국적이지만 JYP 소속이기 때문에 중국 애국자들은 계속해서 JYP에 사과를 요구했다. 방탄소년단 밴 플리트상 수상 소감도 정치적으로 해석됐다. 방탄소년단이 한국 전쟁에 참여한 중국군에 감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며 중국 애국자들은 비난했고, 《환치우시보》는 이러한 내용을 보도했다.
전통문화는 여전히 갈등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됐다. 중국 애국자들은 계속해서 한국 문화가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했고, 최근에는 문화 속국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단순한 문화 기원 문제가 아니라 역사상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주장하기 위한 도구로 문화를 사용하고 있다.
--- 「1. 혐한 일지, 2004년~현재까지_ 문화 속국, 한국」 중에서
우한에 도착한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듣자 하니 강릉 단오제에 참가했던 한 교수가 중국으로 돌아간 후 자신이 강릉에서 며칠 관찰한 내용을 근거로 ‘한국 단오제는 초나라 사람이 멸망한 후 한국으로 가져간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했다고 한다. 이 학자는 “양국 단오제에서 유사성이 나타나고 후베이성과 한국에서 한강, 강릉, 태백, 양양, 단양 등 동일 지명이 등장하는 것은 초나라가 멸망한 후 초나라 사람이 한국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단오 논쟁이 문화 전파에 국한된 것이었다면, 우한의 단오 논쟁에는 초나라 사람의 한국 이주설까지 등장했다. 논란은 확대돼 결국 ‘한국인의 조상은 중국인이며, 따라서 한국은 중국에 속한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러한 주장은 현지 신문인 《후베이런민일보》뿐만 아니라 중앙의 《신화통신》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었고, 일반인은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필자에게 고향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한 사람까지 있었다.
--- 「3. 단오가 일으킨 파장, 신라인은 초나라 사람?_ 신라는 초나라 사람이 세운 국가?」 중에서
그렇다면 전통문화가 어떻게 문화 허무주의, 즉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일까? 전통문화가 문화 허무주의를 비판하는 사상적 무기로 사용되려면 다음과 같은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중국 사회주의와 전통문화는 동일체다.
둘째, 서구 문화와 민주주의는 동일체다.
이와 같은 논리가 성립되면 전통문화로 서구 문화, 특히 서구 자본주의 문화를 비판한다. 서구 문화에는 민주주의도 포함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민주주의 사상에도 오물을 덧칠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로 비판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민주화 세력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전통문화로 서구 문화를 비판하는 것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사회주의 문화로 민주화 세력을 비판한 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적 비약이 사회 대중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생각이 들지만, 애국의 깃발을 달면 이 또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 「6. 한중 문화 갈등의 원인_ 전통문화로 문화 허무주의를 비판하다」 중에서
최근 한국과 중국 사이에 새로운 문화 전쟁이 시작됐다. 2020년 말 한복과 김치의 기원이 중국이라고 주장하더니, 갓, 삼계탕 등 많은 한국 문화가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이제는 그 수를 세기가 힘들 정도다.
사실 최근 한중 간 신문화 전쟁이 시작된 것은 한국 언론이 중국 내 상황을 시시각각 보도하면서 시작된 면이 있다. 중국 네티즌이 한국 문화의 중국 기원론을 제기한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 언론은 왜 갑자기 중국 네티즌의 발언에 주목하게 된 것일까? 아마도 최근 중국 네티즌의 행동이 어느 나라에나 있는 일부 극우 집단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에서는 현재의 문화 갈등을 동북공정에 빗대어 문화공정이라 부른다. 동북공정은 중국 정부에서 주도한 역사 프로젝트다. 문화공정이라는 말이 성립하려면 한중 간 문화 갈등을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모습이 포착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중국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한국 문화를 중국 문화로 복속시키려 하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다. 따라서 문화공정이라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중국 관영 매체의 보도 태도나 네티즌의 공격 대상과 방식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 「7. 시진핑 시기 신문화 전쟁_ 한중의 신문화 전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