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9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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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708쪽 | 930g | 148*219*35mm |
ISBN13 | 9791196925154 |
ISBN10 | 1196925151 |
발행일 | 2021년 09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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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708쪽 | 930g | 148*219*35mm |
ISBN13 | 9791196925154 |
ISBN10 | 1196925151 |
1부 어둠이 내린 뒤 응답하는 신들 13 2부 밤의 가장 어두운 부분 135 3부 300년 그리고 세 마디 말 253 4부 비를 맞아도 젖지 않는 남자 353 5부 미소 짓던 그림자와 미소를 되돌려준 여자 467 6부 이걸 사랑이라고 우기진 마 573 7부 난 당신을 기억해요 685 역자 후기 703 |
【 “오래된 신들은 위대할지는 몰라도 친절하거나 자비롭지는 않아. 물 위에 비친 달빛, 폭풍우 속 그림자처럼 변덕스럽고 불안정해. 그래도 꼭 그들을 불러내야 한다면 신중해야 해. 무엇을 부탁할지 조심스럽게 결정하고, 대가를 치를 각오도 해야 해.” 그녀가 아들린 쪽으로 몸을 기울이자, 그녀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진다. “그리고 아무리 절망스럽거나 암울하다 해도 어둠이 내린 뒤에 응답하는 신들에게는 절대 소원을 빌어선 안 돼.” 】 (p. 39)
이 소설은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어둠과 거래를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프랑스 비용에 살고 있던 주인공 아들린은 스물셋의 나이에 아이 셋 딸린 남자와의 결혼에 떠밀려지게 되자, 자신의 운명에 갑갑함을 느끼고 모든 것으로부터 달아나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에스텔처럼 오래된 신들에게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빌어보지만, 그녀의 기도에 답하는 존재는 딱 한 명. 어둠뿐이었다. 누군가에게 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기를 바라며 어둠과 거래를 하게 된 아들린. 그녀는 정말 자신이 꿈꿔온 삶을 살 수 있을까...
【 “나 자신 외에는 어떤 누구에게도 속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자유롭게 살고 싶고, 나만의 길을 찾고 싶고, 사랑하고 싶고, 그도 아니라면 혼자가 되고 싶어요. 적어도 이건 내 선택이길 바라요. 나는 선택권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 지쳤고, 내 발밑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 무서워요. 지금껏 살아온 대로 죽고 싶지 않아요. 그건 삶이라고 할 수 없어요. 나는ㅡ.” 】 (p. 66)
아들린은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삶을 위해 어둠과 거래했지만, 그것은 저주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기 위해 누구에게도 기억될 수 없는 아들린은 자신의 부모에게조차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녀는 무엇도 소유할 수 없고 존재했다는 흔적도 남길 수 없는 사람이 된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애초에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까.
【 잊히는 건 미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잊히는 사람은 무엇이 진짜인지, 자신이 진짜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결국 기억될 수 없다면 어떻게 진짜일 수 있는가? 숲속에서 쓰러지는 나무에 관한 선문답 같다.
아무도 듣지 않는다면 그것은 일어난 일인가?
사람이 흔적을 남길 수 없다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가? 】 (p. 157)
현실과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지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 때문에 책을 덮고도 한동안 소설이 남긴 여운 속에 잠겨 있었다. 오래전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한 선택을 한 뒤 뒤늦게 후회하며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아들린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서로에게 기억될 수 있고, 서로에게 속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감사한 일임을 느끼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또한 이 작품은 비극적인 운명에 처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끝없이 어둠과 싸우는 아들린의 모습을 통해, 주어진 것에 굴하지 않고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삶을 헤쳐나가는 용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이 소설은 내가 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내 삶을 만족스럽게 만들어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어둠과 거래한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가지지만, 자신들이 원했던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들의 삶은 이전보다 더욱 나빠진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을 몰랐기 때문에 그러한 결과를 맞이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내가 가지고자 욕망하는 것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지, 그것을 이뤄냈을 때 나는 진정으로 만족하게 될지, 그것으로 인해 내 삶은 전보다 더 나아질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게 되었다.
<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는 흥미로운 소재와 매력적인 분위기 속에 여러 가지 질문들이 잘 버무려져 있는 소설이었다. 책 속에서 환상의 세계를 거닐고픈 이에게, 재미있으면서도 잘 짜여진 판타지 소설을 찾는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1968년, 애디는 아버지로부터 홀아비에 재취하여 남의 아이를 키우라는 강요를 받는다. 결혼식날 애디는 이렇게 살다 죽는다는 것에 견딜 수 없어 결혼식날 웨딩드레스를 입고 도망친다. 가족들은 그녀를 잡으러 쫓아온다. 급박한 상황에 뤽이라 불리는 어둠의 정령에 도움을 청하고, 도와주는 대가로 죽지 않으며, 사람들이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삶이 주어진다.
그녀는 300년의 세월동안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세상에 맞서 그녀만의 흔적을 남기고자 처절하게 애쓴다.
그런데, 2014년 뉴욕의 한 상점에서 그녀를 기억하는 한 남자를 만난다. 그의 이름은 헨리!
어느 누구도 헨리를 인정하거나 관심주려 하지 않는 평범한 인물이다.
뤽은 그에게 모든 사람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대가로 그의 시간을 가져간다.
한 여자는 잊히는 대신 무한의 시간이 주어지고, 한 남자는 관심을 받는 대신 시간을 빼앗긴다. 둘의 상반된 조건과 대가가 극적인 효과를 내며,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하게 만든다.
뤽은 그녀에게 그만 굴복하라고 강요한다.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삶도 삶인지 철학적인 질문도 주어진다.
하지만 애디는 그녀만의 인내심과 강인함으로 그녀만의 삶을 개척한다.
700페이지의 굉장한 벽돌책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문장과 세밀한 심리 묘사로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진 책읽기가 되었다. 몸이 안 좋아서 잠깐 쉬고 읽은 터라 중간 독서텀이 있었지만, 몸을 추스르고 바로 집어든 책이기에 기억이 되는 책이다.
어느 누가 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라고 했던가. 기억만 잘 되는구먼.
여성의 강인한 정신력이 돋보인 주인공 애디 라뤼를 어느 누가 사랑하지 않겠는가.
여성대 여성으로써 영원히 기억하고픈, 300년이라는 세월의 산증인 애디 라뤼라는 여자를 알게 된 계기가 참 뿌듯하다.
나에게 만약 죽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 여자가 된다 한다면 매일 방탕하게 살아봐야지 하는 음흉한 생각도 넌지시 해본다. 파우스트의 악마와의 거래인 영혼을 내어주는 대신, 기억되지 않는 대신 자유를 주는 조건이라면 과감하게 인정하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자유란, 생각만 해도 신나.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하는 애디 라뤼. 아무도 기억해 주지 못하는 인물을 실제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기억되지 못함으로써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이런 기발한 설정 자체만으로도 이 책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아무도 나를 기억해 주지 못하는데 삶을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란 생각이 내내 머릿속에 맴돌며 기억을 소재로 한 슬프고도 아름다운 한 편의 영화 같은 판타지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여성의 삶의 한정된 틀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던 아들린은 매번 신에게 그런 사소한 소망들을 빌어보지만 어떤 신도 그녀의 소원을 귀담아 들어주지 않았다. 1714년 23살의 아들린은 결국 원치 않는 결혼식이 예정된 날 평소 어둠이 내린 뒤 응답하는 신들에게 절대 소원을 빌면 안된다는 당부를 잊어버린 채 당장 결혼을 피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가늠도 하지 못한 채 신에게 소원을 빈다. 그녀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을 때 영혼을 가져가는 대가로 어느 누구에게도 귀속되지 않고 자유를 누리는 시간을 오래 가져보고 싶다는 아들린의 소원은 이루어진다. 이로써 그녀는 가족들에게도 존재하지 않은 사람이 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잠시 잠깐 그녀와 멀어지면 상대방이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자신의 이름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어 ‘애뒤’라 지칭하고, 아무도 기억해 주지 못하기에 겪는 상황들은 자유를 꿈꾸던 그녀의 예상을 벗어나 고통의 시간이 시작됨을 알린다.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조그맣고 정신 나간 듯한 소리가 그녀의 목구멍에서 흘러나온다. 그 안에 안도감도 있겠지만 공포감도 들어 있다. 그녀가 지금 막 깨닫는 굶주림이라는 진실에 대한 공포. 베이거나 상처를 입지는 않지만 지금 발에서 느끼는 고통에 대한 공포. 낫기 전 어깨에서 느꼈던 상처에 대한 공포. 어쩌면 어둠은 그녀에게 죽음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었지만 그런 자유는 주지 않은 것이다.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p.127)
잊히는 건 미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잊히는 사람은 무엇이 진짜인지, 자신이 진짜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결국 기억될 수 없다면 어떻게 진짜일 수 있는가? 숲속에서 쓰러지는 나무에 관한 선문답 같다. (p.157)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그녀에게 어둠의 신 뤽은 그녀가 빨리 삶을 포기하길 종용하지만 삶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그녀는 끈질기게 버티며 그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는다. 그녀가 얻게 된 새로운 삶에선 죽을 수 없다는 점과 내 것을 가질 수 없지만 남의 것을 훔칠 수는 있다는 점을 이용해 나름의 생존 방법을 익혀나간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는 그녀를 기억한다. 어떻게? 어떻게? 질문이 그녀의 심장 박동과 함께 쿵 하고 크게 울리 지만 지금 이 순간 에디는 신경쓰지 않는다.
이 순간, 그녀는 다른 사람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자기 이름이 가진 소리에, 진짜 자기 이름의 소리에 집중하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p.243~244)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하룻밤을 보낸 여자로 취급당할 때의 그 당혹감과 상실감에 매번 상처를 받던 그녀는 뤽과 잠자리를 같이하게 되며 자신을 기억해 주는 유일한 이 존재를 사랑하는 것이지 단순한 관계인지 모호함 속에서도 그를 의지하고 그리워하기도 한다. 그렇게 300년이란 삶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오던 애디는 2014년에 드디어 자신을 기억해 주는 헨리를 만나게 되어 진정한 사랑을 꿈꾸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자신을 기억해 주는 헨리에게도 숨겨진 비밀이 있었으니 이 또한 애디에게는 꿈만 같던 행복의 끝을 예고한다. 애디는 자신을 기억해 주고 그녀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헨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뤽의 곁으로 가는 것을 선택한다. 겉보기에는 뤽에게 굴복한 모양새였지만 결코 순수히 굴복하지 않았던 애디의 이야기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
드라마 <도깨비>가 떠올랐던 이 불멸의 삶을 지닌 애디는 뤽이 짜놓은 또 다른 굴레의 나날들을 보내지만 결국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면모를 보여준다. 어쩌면 뤽과의 거래가 시작된 순간부터 그녀의 존재는 인간이 아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기에 그녀의 삶에 대한 애착이 때로는 미련스럽고 때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아무도 그녀를 기억해 주지 못했지만, 그녀의 존재가 예술로는 남겨질 수 있었기에 당대의 유명 예술가의 작품 속에 묘령의 여인으로 표현되어 후세에 전해질 수 있었다. 누구에게 귀속되지 않길 원했던 그녀가 결국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잊혀지고 싶지 않았던 점에선 인간의 진정한 자유조차 사랑 없이는 자유로울 수 없고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3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포기하지 않았던 삶 속에서 그녀가 진정으로 원했던 자유를 찾았다고 쉽게 결론 내릴 수 없지만 애디가 진정으로 찾아 해매던 건 진정한 자유를 넘어선 위대한 사랑이었을 거란 나만의 결론을 내려본다. 여성의 자유 그리고 사랑에 대한 300년의 대서사시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끝.
그것은 현재, 오로지 현재만을 사는 것이다. 그것은 계속 이어지는 문장이다. 헨리는 이야기의 완벽한 쉼표였고, 그녀가 숨을 고를 기회였다. 그것이 사랑이었는지, 혹은 그저 일시적 유예였는지 모른다. 만족이 열정과 경쟁할 수 있는지, 따스함이 열기만큼 강할 수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선물이었다. 게임이 아니고, 전쟁이 아니고, 의지의 전투가 아니었다.
정말 선물이었다.
우화 속에 나오는 연인들처럼 그것은 시간, 그리고 기억이었다. (p.697)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