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된 웃음의 힘과 위험과 미덕에 대해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사랑도 그에 비하면 우정이나 욕망, 또는 절망과 다를 바 없이 강력하지 않다. 앙투안과 루실은 초등학생 같은 둘만의 킥킥거림을 나누었다. 진지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발가벗겨지고, 갈망을 받는 그들 두 사람은 자기들이 어떤 식으로든 벌을 받게 되리라는 걸 인식한 채로, 연회장 구석에서 더는 참지 못하고 미친 듯이 킥킥거렸다. --- p.43
그가 차를 세웠을 때 그녀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가 그녀를 끌어안더니 격렬하게 키스했다. 그녀는 그도 자기만큼이나 떨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가 몸을 일으키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이 다시 다가와 이번엔 부드럽고, 엄숙하게 키스했다. 그는 그녀의 관자놀이에 이어 볼에 입을 맞추고는 다시 입술로 돌아왔다. 그녀는 자기 얼굴 위의 이 주의 깊고 온화한 얼굴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이 얼굴을 이제 자주 보게 될 것이며, 거기에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리라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를 이 정도로 욕망할 수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꿈은 꾸었으리라. 얼마 동안? 2년, 3년? 하지만 그녀는 다른 얼굴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녀의 머리칼 속에서 앙투안의 걱정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내가 왜 이러는 거지? 대체 내가 왜 이러는 거냐고…?” --- p.64
“당신은 내가 관대한 걸 싫어하잖소. 안심해요, 난 그렇지 않으니까. 그저 뭔가를 확인하고 싶었고, 그게 다요.”
“뭘 확인했는데요?”
“식당에 들어서는 당신의 표정, 당신이 그를 바라보지 않는 방식. 난 당신을 알아. 당신은 그가 마음에 든 거요.”
루실이 그에게서 몸을 떼어냈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서요?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으면서 누군가가 마음에 드는 건 정말로 불가능한 건가요? 난 결코 평화로울 수 없는 걸까요? 이게 대체 무슨 법이죠? 그래서 당신은 무슨 자유를 누렸는데요? 그러니까 무슨…” --- p.68
서로 간에 불꽃이 일어난 남자와 여자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 그들에게 일어났다. 순식간에, 그들은 예전에 알았던 쾌락을 더는 기억하지 못했고, 자신들의 육체의 한계를 잊었다. 수치심이라든지 담대함이라든지 하는 단어들이 그만그만하게 추상적이 되었다. 이제 한두 시간 뒤에는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그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이 부도덕하게 여겨졌다. 그들은 이미 상대의 어떤 동작도 결코 불쾌할 수 없으리라는 걸 알았고, 육체적 사랑에 관해 서툴고 유치한 날것의 언어들을 재발견하며 소곤거렸다. 그들은 주거나 받은 쾌락에 대한 자랑과 감사를 끊임없이 서로에게 돌렸다. --- p.70
많은 은밀한 관계들이 이런 식으로 침묵과, 질문의 부재와, 되짚지 않는 문장과, 작정하고 선택한 평범한 단어, 너무 평범해서 엉뚱해 보이는 단어에 의해 발각된다. 어쨌든 루실과 앙투안의 웃음을, 그 행복한 표정을 처음 보는 누구라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들도 이를 막연하게 짐작했고, 볼디니가 선사한 이 막간의 시간을, 그들이 마음 놓고 서로를 바라보며 설렘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 얼마간의 순간을 어쩌면 오만하게 누렸다. 그들이 부인할 수 없는, 클레르나 다른 이들의 존재가 그들의 기쁨을 배로 증폭시켰다. 그들은 젊어진 기분, 거의 어려진 기분이었다. 금지된 무언가를 저지르고도 아직 처벌받지 않은 아이들이 된 기분이었다. --- p.83
그녀는 이제 ‘사랑의 밤을 보내다’라는 표현이 의미하는 바를 알았다. 그들은 춤을 추러 갔고,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집으로 돌아와 햇살이 침대를 환히 비출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섹스를 하고, 담배를 피우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섹스를 했다. 과잉으로 인해 기진한 이 커다란 평화 속에서 말과 행동에 취했다. 그들은 이 밤, 이 격렬함 속에서 조금은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기적의 뗏목처럼 밀려온 잠에 기어올라 축 늘어져서 정신을 잃었다. 어쨌든 마지막 결속의 의미로 서로의 손을 살며시 잡은 채였다. 그녀는 돌아누운 앙투안의 옆모습을 관찰했다. 그의 목과 볼에 돋아난 수염과 눈 밑의 푸르스름한 다크서클을. 그녀가 그의 곁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서 깨어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처럼 여겨졌다. 그녀는 그가 낮에는 이토록 무사태평하고 몽상적이며, 밤에는 그토록 거칠고 정확한 것이 좋았다. 마치 사랑이 그의 안에서 잠자던, 오직 쾌락만이 확고 불변의 유일한 법칙인 무사태평한 이교도를 깨운 것처럼 --- p.129
루실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끊임없이 울먹거렸다.
“우린 시작부터 그렇지 않았으니까. 우린 오랫동안 숨어서 만나고, 사람들을 속이고 불행하게 만들었어. 우린 함께 속이고 쾌락을 즐기면서 통했지만, 함께 불행한 건 못해. 우린 좋은 것만을 보며 결합한 거야. 앙투안, 너도 잘 알 거야… 너도 나도… 남들처럼 생겨먹지 않았어.”
루실이 엎드리며 머리를 앙투안의 어깨에 기댔다.
“태양, 해변, 한가로움, 자유… 이게 우리가 누릴 것들이야, 앙투안.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고. 그게 우리의 정신에, 피부에 뿌리 박힌 걸. 어쩌면 우린 사람들이 타락했다고 말하는 그런 사람들일지도 몰라. 하지만 난 그렇지 않은 척할 때, 더 타락했다는 기분을 느껴.”
--- p.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