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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가녀장의 시대

리뷰 총점9.5 리뷰 79건 | 판매지수 40,239
베스트
한국소설 45위 | 국내도서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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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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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0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376g | 133*200*30mm
ISBN13 9788954688796
ISBN10 8954688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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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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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새 길로 걸어가는 이 시대의 딸들에게] 이슬아의 첫 장편소설. ‘늠름한 딸’이 주권을 가지는 이 소설은 기존 질서를 당연시해오던 뒤통수를 뜨겁게 만들기도 하고, 귀여운 이 가족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새 길을 걸어가는 대견한 이 시대의 딸들은 물론, 가족들과 ‘가녀장의 시대’가 오긴 할까 대화하고 싶어지는 소설. - 소설 PD 이나영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태초에 가부장이 있었다 7
이 집은 딸이 사장인가봐 12
역시 성공한 애는 달라 17
우리는 테레비나 보자 24
쫓겨나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 31
복희를 공짜로 누리지 마 37
아저씨의 아름다움 42
장군 말고 장녀 48
바깥양반의 아우라 54
안 부지런한 사랑 62
충분한 데이트 69
복희식 오류 79
아쉬운 대답 드려 죄송합니다 85
복희는 된장 출장중 93
낭독회는 김장중에 시작된다 100
로즈 시절 110
사장님의 사장님 118
이기고 싶은 사람이 있어 131
딸의 예술가 친구들 143
미란이는 불시에 찾아온다 149
인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158
책을 사랑하고 두려워하기 165
이유 있는 문학 174
복희는 생각한다 183
당근님들 192
가부장의 아침 201
걸레질의 왕도 207
직원 복지는 요가로 210
부엌에 영광이 흐르는가 219
남의 찌찌에 상관 마 237
혼란스러운 가부장 247
헷갈리는 식탁 예절 257
누가 여자 역할이에요? 266
어느 오후의 부녀 274
우리들의 신을 찾아서 282
출판사 지붕 위로 구름이 지나간다 298

작가의 말 310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父生我身 母鞠吾身
부생아신 모국오신

슬아는 야무지게 따라 썼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였다. 할아버지는 종이를 짚어가며 설명했다.
“아버지 내 몸을 낳으시고 어머니 내 몸을 기르셨느니라.”
먼 옛날 할아버지의 아버지도 이렇게 가르치셨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또한 그랬을 것이다.
슬아가 잠자코 듣더니 물었다.
“엄마가 저 낳았는데요.”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아빠 없었으면 너는 태어나지도 못했어.”
“하지만 직접 낳은 건 엄만데……”
그는 어린 손녀에게 차분히 설명했다.
“생각해봐라. 땅만 있으면 거기에서 곡식이 자라겠니? 씨앗을 심어야 자라잖아. 씨앗이 없으면 땅에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거야.”
“그치만 씨앗도 땅이 없으면……”
---「태초에 가부장이 있었다」중에서

복희 부부와 자식들이 모든 짐을 챙겨 떠나기 전날,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인 시아버지는 혼자서 맥주를 여섯 병이나 마셨다. 토끼 같은 손주들을 매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그는 손녀딸을 앉혀놓고 당부했다.
“기지배야, 나를 잊지 마라……”
아홉 살 슬아가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복희를 공짜로 누리지 마」중에서

스물두 살의 슬아가 작가로 데뷔했을 때 할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상인들의 집안에서 작가가 나왔다고 기뻐하였다.
“여류 작가가 되었구나.”
할아버지에게 작가란 기본적으로 남자였다. 슬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에요.”
슬아의 꿈은 개천에서 난 용이 되는 것이었다.
---「복희를 공짜로 누리지 마」중에서

“저 타투할까봐요.”
가녀장이 대답한다.
“하고 싶으면 하세요.”
그는 아직 고민이다.
“무슨 모양을 새길지 모르겠어요.”
슬아가 잠시 생각해본 뒤 말한다.
“세 보이려는 타투는 오히려 더 약해 보여요. 아름다운 아저씨가 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아빠 같은 중년 남자일수록 겸손한 귀여움을 추구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에요.”
며칠 뒤 웅이는 슬아가 직접 그려준 도안을 들고 타투숍에 간다. 몇 시간 후 오른팔에는 청소기를, 왼팔에는 대걸레를 새긴 웅이가 집에 돌아온다. 웅이가 즐거운 얼굴로 양팔을 내밀자 복희가 화들짝 놀란다.
“자기야! 너무……”
복희는 고민하며 할말을 고른다.
“너무…… 성실해 보인다!”
가녀장이 서재에서 내려온다. 웅이를 발견하고 한마디한다.
“섹시하네.”
---「아저씨의 아름다움」중에서

슬아는 개미처럼 글을 쓰면서도 된장은 담글 줄 모른다. 복희는 글을 쓸 줄은 알지만 그걸 하느니 차라리 된장을 담그겠다고 말할 것이다. 복희의 엄마 존자는 된장 담그기에 도가 텄지만 글을 읽고 쓸 줄 모른다. 각자 다른 것에 취약한 이들이 서로에게 의지한 채로 살아간다. 복희가 죽으면 어떡하지? 그것은 슬아의 오랜 질문이다. 복희는 영원히 살지 않을 텐데, 복희가 죽으면 된장은 누가 만들 것인가. 중년이 된 슬아가 노년의 복희로부터 된장을 전수받을 것인가. 아니면 마트에서 파는 된장을 사 먹으며 엄마와 외할머니를 그리워할 것인가. 그러다 목이 메어 눈물을 훔칠 것인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삼십대의 슬아는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채로 글을 쓰고 있다.
---「복희는 된장 출장중」중에서

복희가 책을 덮었다. 다 아는 이야기인데 웃음이 나고 울음이 났다. 이 자리에 모인 다섯 명은 그 세월을 같이 겪은 이들이었다.
“슬아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들인데.”
윤희가 말했고 영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겪지 않은 사람이 그 세월에 대해 가장 자세히 썼다는 게 신기했다. 존자는 좋아하는 드라마를 시청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들었다. 딸이 들려준 글은 딸의 딸이 쓴 문장이었다. 존자 혼자서 푸념처럼 늘어놓던 과거가 삼대를 거쳐 슬아의 버전으로 되돌아왔다. 그것은 존자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슬아의 기억과 복희, 영희, 윤희, 병찬의 기억이 뒤섞인 편집본이었다. 존자는 이야기의 주인이 여럿임을 알게 되었다. 존자의 삶은 존자만의 이야기일 수 없었다.

자신에 관한 긴 글을 듣자 오랜 서러움이 조금은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슬아의 해설과 함께 어떤 시간이 보기 좋게 떠나갔다. 이야기가 된다는 건 멀어지는 것이구나. 존자는 앉은 채로 어렴풋이 깨달았다. 실바람 같은 자유가 존자의 가슴에 깃들었다. 멀어져야만 얻게 되는 자유였다. 고정된 기억들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존자에 관한 여러 개의 진실이 시골집 거실에 차곡차곡 놓였다. 마당에서는 배추들이 절여지는 중이었다.
---「낭독회는 김장중에 시작된다」중에서

복희는 다시 태평하게 부엌일을 하러 간다. 호르몬보다 더한 무엇이 복희의 전신에 흐르는 듯하다. 그런 힘을 지니고도 그는 어쩐지 가모장 같은 것을 꿈꾸지 않는다. 가부장이든 가녀장이든 아무나 했으면 좋겠다. 월급만 잘 챙겨준다면 가장이 집안에서 어떤 잘난 척을 하든 상관없다. 남이 훼손할 수 없는 기쁨과 자유가 자신에게 있음을 복희는 안다.
---「이기고 싶은 사람이 있어」중에서

이런 상상을 해보기로 한다. 하루 두 편씩 글을 쓰는데 딱 세 사람에게만 보여줄 수 있다면 어떨까. 세 명의 독자가 식탁에 모여앉아 글을 읽는다. 피식거릴 수도 눈가가 촉촉해질 수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읽기가 끝나면 독자는 식탁을 떠난다. 글쓴이는 혼자 남아 글을 치운다. 식탁 위에 놓였던 문장이 언제까지 기억될까? 곧이어 다음 글이 차려져야 하고, 그런 노동이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반복된다면 말이다. 그랬어도 슬아는 계속 작가일 수 있었을까? 허무함을 견디며 반복할 수 있었을까? 설거지를 끝낸 개수대처럼 깨끗하게 비워진 문서를 마주하고도 매번 새 이야기를 쓸 힘이 차올랐을까? 오직 서너 사람을 위해서 정말로 그럴 수 있었을까? 모르는 일이다. 확실한 건 복희가 사십 년째 해온 일이 그와 비슷한 노동이라는 것이다.
---「부엌에 영광이 흐르는가」중에서

좋은 이야기를 쓰게 해주세요. 이 일을 계속 사랑하게 해주세요. 어딘가에 독자들이 있음을 믿게 해주세요. 용기 잃지 않게 도와주세요. 절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108배는 슬아가 글을 쓰기 전마다 반복하는 의식이 된다. (…) 밤이 깊어간다. 서로가 서로의 수호신임을 알지 못하는 채로 그들은 종교의 근처를 배회한다.
---「우리들의 신을 찾아서」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일간 이슬아〉 이슬아의 새로운 도전, ‘소설가 이슬아’의 눈부신 시작
용맹하고도 애틋한 딸이 경제권과 주권을 쥐고
자신과 가족과 세계의 운명을 바꾸어나가는 이야기


상인의 가문에서 태어난 어린 슬아는 모부母父가 가부장인 할아버지로부터 독립한 뒤 생계 전선에 뛰어드는 것을 보면서 자란다. 할아버지의 치하에서 독립하고 11인분의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되던 날, 엄마 복희는 솥뚜껑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을 꾼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가부장이 축적해놓은 터전 위에서 살던 모부와 두 남매는 이제 집과 밥을 온 힘을 다해 구해야만 한다. 그리고 “세상은 부를 타고 나지 않은 서민이 빚을 지지 않을 도리가 없게끔 굴러간다.”

웅이는 생계를 위해서라면 바다에도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 복희 역시 생계를 위해서라면 쓰레기 산에도 오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슬아는 모부가 거쳐온 지난한 노동의 역사를 지켜보며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란 노동을 감당하는 이들이었다. 어떤 어른들은 많이 일하는데도 조금 벌었다. 복희와 웅이처럼 말이다. 가세를 일으키고자 하는 열망이 슬아의 가슴속에서 꿈틀거렸다. (「복희를 공짜로 누리지 마」, 39쪽)

글쓰기로 돈을 벌기 시작한 이래로 그는 ‘낮잠 출판사’를 차리고, 지금까지 몸으로 하는 고된 노동을 지속해야만 했던 모부를 낮잠 출판사의 직원으로 전격 고용한다. 모부에게 딸 슬아는 집안의 가장인 동시에, 직장 상사, CEO이다. 그리고 딸 슬아는 기존 가부장제나 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임금과 보너스 시스템을 도입한다. 가부장제하에서 어머니가 식사를 준비하고 계절음식을 준비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으나, 슬아는 된장 보너스와 김장 보너스 등을 지급하고, 어머니의 집안일과 식사 준비에 합당한 임금을 책정해 철저하게 지급한다.

슬아의 모부 또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슬아를 존중하여 업무시간엔 깍듯하게 존댓말을 하고 슬아의 글쓰기와 출판,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보필한다. 가녀장은 어머니의 대체 불가한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고 모부의 노동이 헐값에 취급받지 않도록 스스로 고용하는 사람이 됐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지만, 이 집안에서 밥과 설거지, 청소는 때로 글과 책에 비해 사소한 일로 취급받곤 한다. 마치 가부장의 집안에서처럼.

이를테면 슬아는 마감을 할 때 엄마 복희가 정성껏 차려놓은 밥상이 귀찮다. 슬아를 기다리느라, 핸드폰에 고개를 박은 가족이 숟가락을 들길 기다리느라, 음식은 차갑게 식어간다. 밥 먹고 하라는 복희의 말에 가녀장은 짜증을 부린다. “왜 그렇게 재촉을 해. 국 좀 식으면 어때서.” 엄마 복희는 부엌에서 믹스커피에 위스키 반잔을 타서 붉어진 얼굴로 혼자 마신다.

슬아는 여성인데도 종종 복희의 부엌과 음식을 소외시키지 않았던가.

수많은 할아버지들처럼. 아버지들처럼.

우리 할아버지는 언제나 이것에 실패했지. 부엌일하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에, 언제나 실패했지. 복희가 차린 밥을 매일 대접받으면서도 그랬지. 슬아는 자신이 가부장의 실패를 반복했다고 느낀다. (「부엌에 영광이 흐르는가」, 233~234쪽)

가녀장은 큰 시스템을 혁신해나가고 흔들림 없이 생계를 책임지며 집을 장만하지만, 조그맣고 가까운 일에서 자꾸만 실패한다. 가녀장뿐만 아니라 슬아의 모부들도 마찬가지다. 복희는 낮잠 출판사를 방문한 레즈비언 커플에게 실례되는 질문을 던지고, 웅이는 이름 모를 식당 ‘아줌마’에게 친절하지 않다며 짜증을 낸다. 이 최초의 가녀장 집안 구성원들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 이들은 실수하고 넘어지고 서로 이따금 상처를 준다. 일상의 피로와 무심한 습관 속에서 누구나 조금씩의 잘못을 저지르지만, 이들은 끝내 회복하고 수정하고 바로잡으며,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등단문학’은 문학의 한 갈래일 뿐,
제도 바깥에서도 온갖 종류의 문학적인 작품이 탄생하고 있다.”


가녀장은 그저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지만, 집안 바깥에서 자주 전쟁을 치른다. 왜 ‘등단’을 하지 않느냐, ‘문학’을 해보고 싶지는 않느냐는 사람들의 집요한 물음에 가녀장은 일갈한다. ‘등단문학’은 모든 글쓰기의 한 장르일 뿐이라고. 그리고 문학에는 어떤 등급이나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며 자신은 이미 ‘문학’을 하고 있다고. 제도의 승인을 독자의 반응보다 고귀하게 여기던 시대는 가부장의 시대처럼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이 통쾌한 일갈은 작가 이슬아의 남다른 행보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최근 ‘등단문학’ 바깥에서 터져나오는 여러 재미있고 흥미로운 서사들을 응시하게 한다. 한편 가녀장은 방송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로도 출연하게 되는데, 촬영 직전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슬아에게 스태프들이 브라를 착용해달라고 요청하자 ‘무슨 짓’인가를 해버린다. 이렇듯 가녀장이 가는 길마다 파란과 파격의 행로가 이어진다.

“브라를 하고 말고는 제가 알아서 할 일인 것 같은데, 피디님 생각은 어떠세요?”
피디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맞습니다. 근데 이게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그럼 누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일까요?”
“아무래도…… 윗분들이 컨펌하지 않으실 거예요.”
슬아는 자신의 유두가 컨펌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게 웃겨서 푸하하 하고 웃어버린다. 슬아가 웃자 모두가 쳐다본다. (「남의 찌찌에 상관 마」, 241쪽)

소설의 주인공 이름은 ‘슬아’다. 이는 작가가 직접 ‘헤엄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일하고 모녀기업을 지탱하며 얻은 경험담에서 이야기의 힌트를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 소설에서 그간 써온 에세이의 에피소드를 넘어 새로운 가녀장의 상을 창조해내고, 동시대의 여성들과 지나간 시대의 어른들을 향해, 서로 생각이 너무 다르다고 느끼는 남성과 여성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가부장의 시대, 그다음은 무엇이냐고. 우리는 어떤 시대에서 서로 만나고 대화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하느냐고.

『가녀장의 시대』 표지에서 가녀장은 아버지들이 아침에 가장 먼저 집어드는 신문을 사뿐하게 왕관으로 접어 쓰고, 산맥을 머플러처럼 두른 채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전자담배를 요술봉처럼 흔들며, 자신을 가녀장이자 고용주의 자리에 올려준 글쓰기와 활자매체의 상징, 신문을 도도하게 왕관으로 올려쓴 가녀장은 누군가 자신을 뉴스로 선택하기 전에 스스로 뉴스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될 것이라 선언하는 듯하다.

이 시대의 딸들은 더이상 그 어디에도 기대지 않는다. 기댈 곳이 없다. 그리하여 이 시대의 가녀장들은 오래된 전통의 승인을 갈구하지 않고, 스스로 새 길을 개척해나간다. 이 소설은 자신과 가족과 세계의 운명을 바꿔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용맹하고도 애틋한 딸들의 서사다. 바야흐로 ‘가녀장의 시대’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완전히 사랑에 빠져버렸다. ‘나’에게서 ‘그’의 세계로 진입하는, 작가 이슬아 제2막의 시작.
- 김초엽 (소설가)
더 가녀장 라이즈! 히어로물처럼 웅장하다.
- 금정연 (서평가)
아름다운 아저씨가 되기 위해 애독중.
- 장기하 (뮤지션)
젊은 천재의 재능에 시기, 질투심이 피어오르다가도 어쩔 도리 없이 팬이 된다. 되고야 만다.
- 박상현 (독자)
낄낄거리며 웃었고, 삼대의 치열한 인생사 속에 드러난 사랑에 눈물지었다.
- 최경아Eugene (독자)
가부장적 질서를 목도하면서도, 질서에 순응하면서도, 균열을 내면서도, 그런 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초연하면서도, 결국 이건 대한민국 어딘가에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
- 제제 (독자)
누구와도 함께 읽고 싶은 글. 가벼운데 발끝을 돌아보게 하고, 맛있는데 혀끝이 알싸하게 아파오는 이야기들.
- artinlife92 (독자)
지금껏 읽어온 이슬아의 글들 중 가장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까지 살아오며 해왔던 수많은 아찔한 실수들이 떠올랐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그냥 사랑할까, 두려워하며 사랑할까.
- 변연서 (독자)

회원리뷰 (79건) 리뷰 총점9.5

혜택 및 유의사항?
가녀장의 시대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꿈*******자 | 2023.05.09 | 추천20 | 댓글3 리뷰제목
두 녀석이 성인이 되고 나서 진심으로 내 인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만약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나의 모습은 지금과는 다를 것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들을 키웠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지만 문득 쓸쓸함이 다가왔었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아챘을까? 큰아이가 군 휴가를 나와 해준 말이 고맙고, 감사하다. 군에 가보니 다양한 형태의, 자신;
리뷰제목

두 녀석이 성인이 되고 나서 진심으로 내 인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만약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나의 모습은 지금과는 다를 것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들을 키웠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지만 문득 쓸쓸함이 다가왔었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아챘을까? 큰아이가 군 휴가를 나와 해준 말이 고맙고, 감사하다. 군에 가보니 다양한 형태의,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가족 형태가 있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며 부모님이 자신에게 해준 사랑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는 큰 녀석. 엄마가 회사 다녔다면, 알지 못했을 수도 있을 그간 쌓은 엄청난 대화와 위로. 그 축적된 시간이 아이에겐 소중한 추억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말한다. ‘이젠 엄마 하고 싶은 것 다 하세요.’ 만약 내가 가녀장의 시대를 택했다면, 남편에게 회사를 그만두게 하고 내가 가장이 되는 일을 택했을까? 살아보니 그렇다. 가장의 시간도, 아이를 키우는 시간도 부모가 되는 그 순간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가녀장의 시대라는 책을 읽었다. 가부장, 할아버지가 힘을 발휘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여자아이 슬아. 그녀는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든 이 세상에서, 자수성가도 어려운 글쓰기로 집안을 일으킨 딸이자 경제 주권자다. 글을 써서 집을 마련했고, 출판사도 운영하고 부모님을 직원으로 채용한 사장이다. 엄마는 정직원이지만 아빠는 정직원이 아니다. 하지만 불만은 없다. 아빠는 직원으로 열심히 일한다. 가녀장 딸과 아내를 곁에서 보필한다. 낮잠 출판사 사장 슬아는 가부장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임금과 보너스 시스템을 도입하고 엄마의 집안일에 대한 합당한 임금을 지불 한다. 이들은 업무시간만큼은 서로에게 깍듯하게 존댓말을 하고 슬아가 글 쓰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 한다.

 

이런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젠 사는 데 남자, 여자가 뭔 의미일까 싶기도 하고. 본의 아니게 전업주부를 했다. 이런 나를 보고 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네가 그렇게 살 줄 몰랐다.’라는 말을 했었다. 그 말의 뉘앙스는 집안일을 하는 주부에 대한 무시 같은 게 느껴졌었다. 전업주부를 집에서 노는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는 집에 있으면서 누워본 적이 거의 없다. 오죽하면 울 아이들은 엄마는 왜 매일 바빠? 이렇게 말을 했을까? 아이들이 집에 오면 아이들에게 집중했고, 아이들이 없을 때에는 집안일에 집중했다. 어차피 할 일이라면 나는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라 안 해도 되는 일을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기도 했다. 나는 시어머니와 함께 사니 게으름을 피울 여유조차 없었다. 누가 나에게 잔소리한 적이 없었음에도.

 

이젠 제2의 내 인생을 살기 위해 또 바빠졌다. 바쁘지 않은 날이 없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그리고 슬아의 인생을 생각한다. 그녀가 글쓰기로 자수성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고, 또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을까? 나 역시 한때 아이들 글쓰기 수업(우리 아이들 가르치는 게 주 목적이었지만)을 했었고,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지금도 내 나름대로 소소하게 글을 쓰고 있지만, 그 글이 돈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되게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이슬아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가 아니라 모부라고 말하는, 당당하게 가녀장이라고 말하는, 부모님을 직원으로 쓰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예전 같은 가부장 시대는 아니라고는 해도 지금도 여전히 가부장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음을 안다. 이런 생각의 틀을 깨는 것.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세상 모든 가녀장들. 그녀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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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새로운 시대의 도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민* | 2022.11.16 | 추천4 | 댓글0 리뷰제목
이슬아 작가는 「일간 이슬아」를 꾸준히 발행하며 ‘메일링 서비스’로 주목받았으며, 스타 작가로 떠올랐다. 꾸준한 인기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 시대 최고의 ‘놀람’을 만들고 있는 작가다. 그가 열한 번째 책이자, 첫 번째 소설인 『가녀장의 시대』로 또 한 번의 놀라움을 선사한 논픽션 소설이다.           그의 에세이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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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작가는 「일간 이슬아」를 꾸준히 발행하며 ‘메일링 서비스’로 주목받았으며, 스타 작가로 떠올랐다. 꾸준한 인기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 시대 최고의 ‘놀람’을 만들고 있는 작가다. 그가 열한 번째 책이자, 첫 번째 소설인 『가녀장의 시대』로 또 한 번의 놀라움을 선사한 논픽션 소설이다.      

 


 

그의 에세이집 『심신 단련』을 읽어서 내용이 생소하지는 않았다. 그 흐름의 맥락에서 쓴 소설이라서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정신력이 탄탄한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로부터 한학을 통해 효와 삶에 대해서 ‘조기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보통은 부모라고 말하고 쓰기도 하는데 이 소설책에서는 고집스럽게 ‘모부’라고 쓴다. 이슬아가 지칭하는 모부와 함께 ‘낮잠 출판사’에서 근무한다. 대표는 이슬아, 정식 직원은 복희씨, 비정규직 웅이씨가 있다. 실제로 ‘헤엄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엄마와 아빠와 함께 일하고 있다.      

 


 

「작가의 말」에서(311P)

길고 뿌리 깊은 역사의 흐름을 명랑하게 거스르는 인물들을 앞으로도 쓰고 싶습니다새로운 방식으로 관계 맺는 가족 이야기만큼이나 가족으로부터 훌훌 해방되는 이야기 또한 꿈꾸고 있습니다사랑과 권력과 노동과 평등과 일상에 대한 공부는 끝이 없을 듯합니다이 공부를 오래 할 수 있도록 길고 긴 세월이 제게 허락되기를 소망합니다.”라고 밝혔다.      

 


 

매일 요가를 하고, 야식은 먹지 않는다. 엄마에게 배울 것을 권유하며 요가를 함께 다니고, 훌라 댄스 학원도 다니도록 한다. 수고한 일들에 대한 수당을 철저히 지급한다. 식사 준비나 김장, 된장 담기 등 출판사와 숙소가 같은 곳이지만, 근무 시간에 서로 존댓말을 쓰며 존중한다. 아빠랑 맞담배를 피우는 것은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들은 쿨하게 그렇게 산다.    

 


  

가부장이 아니다. 딸이 살림을 일으키고 출판사의 사장이고, 모부가 고용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실권은 딸에게 있다. 여자가 가정을 이끌어가는 주도적 입장에 있기 때문에 가녀장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희생을 강요받으며 사는 것이 이 땅의 태어난 여자들의 오랜 숙명이었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다. 여자가 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높은 지위에 있을 수 있고, 남자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2005년에 호주제도 폐지가 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부가 공평하게 가사를 분담해야 한다는 조사에서 2010년에는 남성 31.2%, 여성 42.2%가 찬성했는데, 2020년도에는 남성 57.9%, 여성 67%로 가족 구성원 개인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증대되었다고 한다.      

 


 

「부엌에 영광이 흐르는가」에서(228P)

새삼스레 슬아는 미안하다고 느낀다하지만 미안함보다 민망함이 앞선다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때로 너무 어렵다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만큼이나라고 적었다. 매일 삼시 세 끼를 준비하는 엄마의 수고에 대한 마음이다. 그 수고를 감사하기보다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했던 자신을 반성하는 말이다.      

 


 

「헷갈리는 식탁 예절」에서(263P)

선생님은 먼저 선에 날 생이 합쳐진 말이잖아요먼저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죠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이런 말을 했어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어떤 삶을 먼저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모두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요.”라고 말한다. 식당에서 서빙하는 아주머니를 부를 때, ‘이모님!’이나 ‘아줌마!’로 부르는 것은 불합리하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식당에 가면 호칭이 늘 헷갈렸는데 ‘선생님!’ 이렇게 부르면 좋을 것 같다.      

 


 

「우리들의 신을 찾아서」에서(294P)

여전히 사람들은 좋은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슬아에게 그것은 흔들리지 않는 진리 중의 하나다사람들이 좋은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믿지 않았다면 어떻게 계속 쓸 수 있겠는가슬아는 자신에게도 좋은 신앙이 있었음을 알아차린다좋은 이야기에 대한 추앙과 문학에 관한 믿음으로 슬아는 움직여왔다신의 입을 빌려 기도하고 몸을 낮추듯슬아 역시 자기보다 먼저 살아간 작가들의 힘을 빌려 글을 쓴다.”라고 밝히고 있다. 좋은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마음과 문학을 믿는 마음, 문학을 시이라고 믿는 작가 이슬아이기에 더 믿음이 간다.    

 


  

시대적인 변화상을 반영하는 것이 문학이고, 또한 시대를 이끌어가는 것이 문학이라고 할 때, 이슬아는 일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출판사 경영과 책 쓰기, 글쓰기 지도, 원고 마감, 운동 등 자기 관리와 일에 대한 프로 정신으로 일인 다역을 해가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글에서 사람을 생각하는 따뜻함과 예절, 공평 등의 고집스러움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자유분방함과 재미가 있어서 이슬아를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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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바야흐로 '가녀장의 시대'가 도래한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m*******2 | 2023.01.17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가부장'이라는 말이 익숙한 어린시절을 지냈고 지금 역시 '가부장'적인 남자와 살고 있다. 실제로는 얼마전까지는 '가모장'의 가족이었다. 가족을 부양하는 주체에 따라 살아간다면 실제로도 '가녀장'의 가족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딸이기 때문에 어리기 때문에 가장으로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한 마디 할라치면 '돈 버는 유세'라는 말로 기를 죽이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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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이라는 말이 익숙한 어린시절을 지냈고 지금 역시 '가부장'적인 남자와 살고 있다. 실제로는 얼마전까지는 '가모장'의 가족이었다. 가족을 부양하는 주체에 따라 살아간다면 실제로도 '가녀장'의 가족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딸이기 때문에 어리기 때문에 가장으로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한 마디 할라치면 '돈 버는 유세'라는 말로 기를 죽이 시대를 살고 있다. 

워킹맘으로 가사와 육아, 직장 일을 병행하며 정말 억울할 때가 많았고 지금도 많다. 제대로 생활비 한 푼 벌지 않으면서 가사와 육아를 선택하는 그를 보며 내게 결혼이란 제도는 여자의 희생을 강요하며 여자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합법적이지만 불합리한 제도로 자리잡았다.  

또한 자식이기 때문에 부모를 부양하는 것을 낳아서 길러준 것에 대한 보답을 효도라는 이름을 붙여 의무로 부여한다. 더 우스운 것은 분명 내가 더 부모를 부양하는 일에 꾸준했고 결정적이었는데 아들에게 효자라는 타이틀을 지우는 나의 어머니를 비롯한 부모 세대에 꾸준한 의구심이 들었고 억울하고 분한 마음들이 쌓여가곤 했다. 비단 나만이 그렇게 살아온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딸과 엄마는 애증의 관계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나보다 9년이나 늦게 태어난 '이슬아' 작가는 내가 신세한탄만 하고 있을 때 현재 가족 제도가 가지고 있는 불합리하지만 전혀 바꿀 수 없을 것 같은 문제점들을 소설 속에서 유쾌하게 반박해나간다. 

'가녀장' 이슬아가 아버지 웅이와 어머니 복희와 가족의 형태에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형태를 더하여 가장으로서의 자신의 공로를 스스로 내세우지 않아도 되는, 부모로서 제공하는 노동력에 정당한 댓가를 지불함으로써 자식에게 얹혀사는 부모가 아닌 가족과 사회 공동체를 구성하는 노동자로서 역할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되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들어낸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모부'이다. 우리가 흔히 엄마아빠라고 부르는데 한자로는 아버지를 뜻하는 '아비 부'를 먼저 적는다. 엄마의 역할이 가정의 형태를 유지를 하는데 결정적인데도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부모'라는 물로 양친을 표현해왔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유지해온 가족 형태의 근본적인 문제를 이렇게 꼬집는 이슬아 작가의 위트가 참 맘에 든다. 5~6년 전쯤 전업주부의 노동력을 약 4천만원의 연봉으로 환산할 수 있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다면 현재 전업주부의 연봉은 4천 이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당시 14년~15년 차의 직장인이던 나의 연봉과 맞먹는 연봉임을 생각할 때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업주부의 노동을 너무 하잘것 없고 하찮게 여긴다. 대체할 수 없으면서도 말이다. 그런 어머니의 노동력에 물질적 가치를 부여하여 고용하는 살림 해본 '가녀장 이슬아'의 생각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었다. 

딸을 가장으로 인정하고 자신들의 노동력에 관한 댓가를 지불하는 고용주로서 존중하고 딸이자 고용주인 '슬아'에 대해 섭섭해 하지 않는 웅이와 복희에게서 어떤 어른으로, 모부로 나이들어가며 어떻게 자녀와의 관계를 유지해나가야 하는지 모델을 발견한다. 한편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며 부모의 도움 없는 것에 대해 서운해하고 친정 덕을 보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것을 깊이 반성한다.  

가장 가까운 관계이면서도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고 가정이 해체되는 현대사회에서 '가녀장의 시대'에 슬아와 웅이와 복희 그리고 웅이와 복희의 모부들과 연결된 가족의 모습은 보급이 시급한 가족형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간 이슬아를 발행하는 이슬아 작가의 성실함과 우직함에 그리고 직업 의식에 존경을 표한다. 꼭 먼저 태어나야만 배울 것이 있는 것은 아닐거다. 작가라는 직업으로 한정지었지만 사실 많은 직장인들의 애환과 부담을 가녀장 이슬아에 투영하여 볼 수 있었고 그 과정이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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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복제인가요... 이전 에세이와 겹치는 글들이 너무 많은데 이건 소설이 아니죠 ㅠㅠㅠ
2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3
b*********m | 2022.11.04
평점1점
에세이지 소설은 아니죠.. 헤엄출판사를 낮잠 출판사로 바꾸는 정도가 소설이라니..
2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3
j****n | 2022.10.18
구매 평점5점
신선하고 유쾌하고 너무 재밌다 사랑스런 가족
20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0
YES마니아 : 골드 여***이 | 20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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