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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 대하여

나주에 대하여

리뷰 총점9.5 리뷰 65건 | 판매지수 7,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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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top10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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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366g | 133*200*30mm
ISBN13 9788954688994
ISBN10 8954688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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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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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완성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좋았다. 어떻게든 완성이 되는 형태여야 하겠지만. 완성처럼 보이는 미완성이어야 하겠지만.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들이 좋았다. 이어지지 않은 것들은 끊어지지도 않으니까. 완성보다 미완성이 더 오래 지속되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종결되지 않은 것들이 내 주변을 행성처럼 돌고 있는 편이 더 행복하다고.
---「새 이야기」중에서

울면 진짜 이상한 거야. 나중에 떠올리면 너무 억울할 거야. 천희는 별생각도 없는데 혼자 운다는 건 진짜 자존심 상하는 일이야. 그렇게 랩 하듯이 되뇌다가 천희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갈 때(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다이소에 들러 대파 화분용 물뿌리개를 샀다),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에서야 다시 생각했다. 천희는 안 그랬을 거야. 내가 울어도 우스워하거나…… 뻐기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그저 천희가 떠난다는 사실에만 집중했다. 천희가 떠나서 나는 슬프다. 그 문장만을 생각하며 단순하게 슬퍼할 수 있었다. 단순하게 슬퍼할 수 있다는 게 그렇게 후련한 일이라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새 이야기」중에서

애정어리고 조심스러운 말에 사람이 무너지기도 한다는 것. 그것이 놀라웠다.
---「새 이야기」중에서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재인은 속으로 ‘해본 것’ 리스트에서 유독 도드라진 단어들을 읊었다. 독립, 절교, 파혼, 끊어진 관계들의 기록을. 그리고 생각했다. 그 리스트는 흉터가 아니라 근육이야. 누가 날 해쳐서 남은 흔적이 아니라 내가 사용해서 남은 흔적이야.
---「근육의 모양」중에서

마음속 쿠폰에 도장을 찍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아주 오랜만에 일어난 일이지만, 그래, 언제나 그런 일이 일어났다. 첫눈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는 일.
---「척출기」중에서

한 사람이 하나의 세계라서, 가끔 너무 무섭지 않니? 그것은 어느 날엔가 희재가 했던 말이었다. 중얼거림에 가까운 말. 습관적으로 동의했지만 그때 영은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몰랐다는 것을 지금에야, 주현의 문자를 두고 보면서야 아주 조금 깨달았다. 정말 무섭다, 희재야. 그런데도 이상하지. 주현의 이야기를 자꾸 듣고 싶고 묻고 싶었다. 그래도 부르면 나가고는 싶었다.
---「척출기」중에서

경주에 가면 꼭 무덤 속에 들어가보세요.
무덤 속이요?
눈을 동그랗게 만든 나에게 은주는 덧붙였다.
천마총이요. 들어가면 잠깐 경이로운데…… 돌아나오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과거를 아껴두려는 현재의 손길이 덕지덕지, 결국 현재만 남아 있어서. 저는 그게 참 위로가 되더라고요. 결국 지금이라는 것이. 그 얄팍한 게.
---「정체기」중에서

선배, 저는요…… 사실 사람들이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저를 좋아한다는 게 좋아요. 이런 걸 좋아한다는 사실이 너무 촌스럽고 의존적이고 속이 빈 것 같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가끔 이렇게 털어놓고 싶어져요. 저는 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가 저를 좋아하는 일이, 몹시 중요해요. 한없이 그쪽으로 몰두하면 좋지 않을 걸 알아서 계속 경계하고 그 외의 것들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해도…… 제가 하는 그 모든 일의 밑바닥에는 끈질기게 그 생각이 들러붙어 있어요. 본령처럼요.
---「쉬운 마음」중에서

우리는 우리가 숨고 싶을 때 숨을 수 있고 나타나기를 원할 때 나타날 수 있다. 나는 언제 어디에서든 사랑을 할 수 있다. 참 쉽고, 그 쉬운 것이 이토록 어렵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쉬운 마음」중에서

나는 늘 세선을 예측할 수 없었다. 왜 자리를 뜨지 않고 내 앞에 머물러 있는지도. 내 눈물을 닦아주던 세선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 같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너 울어? 하고 물었을 때 세선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었다. 네가 울지.
---「쉬운 마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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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나주에 대하여』를 읽으며 나는 나의 이십대가 얼마나 짧고도 긴 시간이었는지 떠올렸다. 작은 일에 울고 웃고, 새로운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주고, 타인과 자신에게 기대하고 실망하기를 반복하며 고군분투했던 시간. 김화진은 그 시간의 미묘한 순간들을 자신만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언어로 그려낸다. 그의 세계 안에서 속수무책으로 사랑스럽고 안쓰러운 인물들은 당장이라도 만날 수 있는 사람들처럼 살아 움직인다. 그들 곁에 다가가 말을 건네고 싶었다. 우리 사이에 할말이 많이 있을 것 같아서. 작가의 솔직한 태도와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그리는 재능이 작품 안에서 한데 어우러져 특별한 빛을 낸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자, 김화진의 다음 작품이 읽고 싶어졌다. 앞으로 기다려야 할 세계가 하나 더 내게로 온 것 같다.
- 최은영 (소설가)
실패 속에 있을 때만 우리는 사랑을 한다. 실패하는 여덟 편의 소설을 통해 작가 김화진이 쓴 것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지치지 않는 열정일 것이다. 그 열정은 우리를 애타는 마음의 온도보다 더 뜨겁고 깊은 곳에 데려다놓는다. 실패로서의 사랑과 그런 사랑을 선택하는 용기. 밑도 끝도 필요로 하지 않는 이 무모한 사랑의 주체는 언제나 타인의 마음을 읽는 중이다. 때로 천국이고 주로 지옥인 그곳을 무엇 하나 건너뛰는 법 없이 모두 읽어내는 이 완전한 짝사랑의 고백을 읽는 내 마음도 어느새 사랑이다.
- 박혜진 (문학평론가)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읽으며 참 잘 쓰는구나, 하고 혼자 감탄했다. 잘 쓰는 것도 잘 쓰는 것이지만, 마음도 잘 쓰고 있다. 아무리 사소한 관계일지라도 어느 순간 불쑥 깊이가 생길 때는 참 좋았다.
- 김연수 (소설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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