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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 창비 | 2023년 03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76건 | 판매지수 10,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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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24g | 128*188*20mm
ISBN13 9788936439026
ISBN10 8936439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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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마음 속 그림자가 있는 모두를 위한 성장소설] 백온유 작가가 새로운 성장서사로 돌아왔다. 청소년기의 방황 끝에 어른이 된 주인공이 우연히 한 가출청소년을 돌보게 된다. 아이들의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은 채, 정해진 비극만 반복되고 있음을 목격하는데···. 어떤 경우에도 이해와 사랑은 누구에게나 절실함을 일깨워주는 소설. - 소설/시 PD 김유리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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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이는 게 쉬운 줄 알아? 특히 나 같은 애는 웬만해서는 안 믿어주거든.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겠어. 상대방이 납득할 만큼 내가 아파줘야겠지? 그쪽에서 의심할 수도 없고 반박할 수도 없게 내가 망가져야 되는 거야. 제대로 부러지고 제대로 찢겨야 사람들은 ‘사고를 냈구나’ 겁먹고 내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거든. 그래서 솔직히 나는 죄책감 같은 거 별로 안 들어. 나는 사람 속이려고 아픈 척 연기하지 않거든. 그 순간에 나는 진짜로 아파. 존나 아파서 죽을 것 같아.”
---p.27

성연과 다니며 건물 화장실이나 층계참에서 웅크려 자는 밤에는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뭘 해야 할까 고민했다. 곧 그런 고민들은 우리에게 사치이며 지극히 보통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할 만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p.61

경우는 안전한 공간에서 어른들의 예쁨을 받으며 지냈다. 경우와 지낼수록 나는 궁금했다. 특유의 신중함과 타인을 향한 예의를 과연 누구에게서 배운 것일까. 스스로 터득했다기에 그 태도는 너무도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이었다. 사랑을 받은 만큼 고결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면 나는 납득할 수 있었다. 내가 이 모양이 된 이유가 명백해지는 것이니까. 하지만 경우 같은 존재는 왜인지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p.101

내가 선택해서 집 밖에 나와 있는 거라고 믿었는데 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일찍이 내쫓긴 것을 나만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피어올랐다. 거실에 우뚝 서서 이상한 기분으로 그 순간을 마음에 새겼다. 거실 통유리로 한껏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 먼지와 함께 부유하는 고양이 털, 거실 벽에 걸린 아버지의 독사진, 발바닥에 느껴지는 온기.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도 그 순간을 곱씹어보면 섬뜩한 감정을 느꼈다.
---p.107~108

나쁜 일을 하지 않고 다들 어떻게 사는 걸까. 반복되는 일상을 저버리지 않고 평화를 일구는 법은 누가 알려주는 걸까. 그런 게 체득이 되는 인간들은 다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걸까. 동이 틀 무렵 창가에 어른거리는 고양이 그림자를 눈으로 좇으며 우리는 망했다고 홀로 중얼거렸다.
---p.198

당연히 내가 베푸는 입장에 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그 시절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이번에도 타인에게 의존하려 하고 있었다. 이호가 돌아온다면 황량한 거리에 내팽개쳐진 채 햇볕을 찾아 헤매는 꿈을 꾸지 않아도 되겠지. 그런 희망을 품으며 애써 눈을 감았다. 하지만 내 영혼은 이미 오래전에 동사한 것 같기도 했다.
---p.204~205

눈앞이 흐릿해지고 나서야 나는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물 콧물로 얼굴이 엉망이라는 것도. 소매가 축축해질 정도로 닦아내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았다. 경우였다.
“여기서 뭐 해. 집 가자.”
“어디가 우리 집인데?”
나는 새삼스럽게 물었다.
“우리가 지내는 곳. 지금은 거기가 우리 집이지.”
---p.221~222

경우를 향한 내 마음을 채반에 받쳐 거른다면 무엇이 남을까. 너무나 많은 불순물들이 섞여 있어 나조차도 내 마음을 제대로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p.228

하나만 묻고 싶다. 우리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니.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를 너무도 간단하게 묶어버리는 말. 어머니는 어느 정도 억울하고 비통해 보였다. 내 부모의 결정적인 실수는 무엇일까. 나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 어머니를 차단했다. 이제 우리를 이어주는 것은 없었다.
---p.247

이호의 신발 끈이 풀려 있었다. 나는 쭈그려 앉아 운동화 끈을 묶었다.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뭐가.”
“누가 내 신발 끈 묶어주는 거요.”
나는 멈칫했다.
“어릴 때. 누군가가 묶어줬을 거야. 네가 기억 못할 뿐이지.”
---p.259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후회를 곱씹는 일에만 성실히 복무했다. 아무것도 갈구하지 않는 것으로 죄책감을 덜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삶에 애착을 가지지 않는 소심한 방식으로 사과를 건네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건 경우가 전혀 바라지 않는 방식일 테지. 죽은 자와 다름없는 삶이라고 내가 아무리 주장해봤자 나는 살아 있다. 아무리 떨어도 내 체온은 36.5도인 것이다. 이 반성 없는 몸으로 앞으로도 살아가겠지.
---p.261

어디선가 따듯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의 심연에서 바람이 휘돌며 서서히 내 몸을 녹였다. 이런 온기를 오래전부터 꿈꿔왔지만 막상 따스함을 느끼니 내게는 이런 안온함을 누릴 자격이 없는 것 같아 괴로워졌다. 하지만 익숙해지기를 바랐다. 부디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지기를. 햇볕을 쬐면 정화되기를. 경우 없는 세상에서도.
---p.261~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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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지독할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의 우리에게 바치는 편지


오늘도 옥탑방 곳곳에 그림자처럼 떠도는 귀신들이 보인다. 한여름임에도 살갗을 에는 듯한 추위가 엄습한다. 인수는 12년 전 감행한 가출과 그때 만난 가출팸,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다 벌어진 사건 때문에 지금도 환각과 환촉으로 고통받고 있다. 어느 날 인수는 지나가는 차에 몸을 던지고 사고를 가장해 운전자에게 돈을 요구하는 소년 이호를 만난다.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자지도 못한 채 위험천만한 자해공갈을 반복하는 이호를 보며 인수는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자수성가했지만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다정한 듯 보이면서도 결국 늘 자식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인수는 존재감 없고 특출난 것도 없고 언제나 주눅 들어 있는 소년이다. 부모의 무관심과 학대에 지쳐 충동적으로 집을 뛰쳐나온 인수는 PC방에서 동갑내기 가출청소년 ‘성연’과 얽힌다. 첫 만남 때부터 남의 지갑을 훔치던 성연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행동력으로 인수를 챙겨주며 둘은 함께 가출생활을 이어간다. 생필품을 훔치고 화장실에서 자다가 쫓겨나는 고달픈 나날을 보내는 이들에게 보육원에서 도망쳐 나온 ‘경우’가 합류하고, 인수와 성연, 경우는 집 나온 아이들이 드나드는 반지하방 ‘우리집’에 정착한다.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부터가 시련이고, 달콤한 호의에 속아 뼈 빠지게 일해도 돌아오는 것은 교묘한 노동착취와 물건을 훔친다는 의심, “너희 같은 새끼들”(130면)이라는 멸시와 손가락질이다.

소설은 이른바 가출청소년, 비행청소년으로 불리는 아이들이 미성년자라는 신분으로 겪는 처절한 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여기저기 이용당하며 위험한 일에 거리낌 없이 가담하는 노동현실부터 화장실과 폐건물을 전전하던 아이들이 모여드는 반지하방의 열악한 주거현실까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처절한 생존현실의 문제를 끊임없이 환기한다. 세계의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아이들의 일상도 점점 지독해져간다. 소매치기와 절도, 조건만남, 자해공갈… 바닥으로 바닥으로 가라앉는 아이들의 아슬아슬한 질주는 위험한 수위로 치닫는다. 이는 실제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이기도 한바, 그래서 백온유의 문장은 문학적인 동시에 사회적이다. 이 실감나는 핍진함은 또한 독자들이 『경우 없는 세계』에 빠져드는 이유이다.

흔들리고 위태로웠던 지난날
비로소 ‘나’를 만들어준 우리 모두의 ‘경우’에게


경우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어딜 가도 “구김살 없”(95면)이 구는 선하고 착실한 소년이다. 인수는 마치 “사랑받아본 아이처럼”(256면) 보이는 경우에게 점점 의존하게 된다. 동시에 경우의 존재는 끊임없이 인수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경우는 도무지 ‘우리집’의 아이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존재이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엉망진창 ‘우리집’을 청소하고 공과금을 납부하는 경우. 어리고 약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경우. 허드렛일을 할지언정 남의 돈에 손대지 않는 경우. 자신을 보육원에 맡기고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 함께 살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경우. PC방에 갈 돈은 천원도 빌려주지 않으면서 인수를 치과에 데려가 진료비를 내주는 경우. 선량하고 반듯한 경우의 존재는 한없이 이질적이고 어딘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소설은 경우를 무한히 신뢰하고 경우에게 의존하고 싶은 마음과 그런 경우의 올곧음을 깎아내리고 밀어내고 싶은 인수의 이중적인 마음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소설 속 경우라는 인물은 우리가 가장 힘들고 외로울 때, 언제고 한번쯤 있었거나 있었으면 좋았을 존재를 떠오르게 만드는데, 그 속마음은 간단하지가 않다. 그의 행동을 따라해서라도 닮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고, 잊고 싶은 과거를 대번에 상기시키는 불편한 인물이기도 하다. 백온유는 이처럼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입체적인 인물을 통해 소설을 읽는 누구나 떠올릴 법한 자신만의 ‘경우’를 소환한다. 가장 초라했던 시절 내 곁을 지켜줬던 각자의 ‘경우’를 상상하며 읽어나가는 재미 또한 이번 소설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압도적인 이야기로 마주하는 지난날의 너와 지금의 나
백온유가 어루만지는 우리 마음속의 그림자와 빛


인수와 경우,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모여 나름의 질서로 공동생활을 하는 ‘우리집’ 생활이 안정기에 접어들 무렵 위기는 갑작스레 찾아온다. 어느 한겨울 밤 자해공갈을 시도하다가 뺑소니를 당하고 만신창이가 된 가출청소년 A가 ‘우리집’의 문을 두들긴다. 이윽고 지금까지 아이들이 겪었던 무질서나 비행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아이들의 연대도 단숨에 산산조각난다.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모두가 패닉에 빠졌을 때, 합리적이고 올바른 선택지를 주장하는 경우의 의견은 겁에 질린 다수의 아이들에 의해 묵살당한다. 짓밟히는 경우를 외면하고 “세간의 평가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상식적이지 않은”(190면) 선택을 해버린 인수와 아이들. 인수의 몸과 마음은 죄책감과 후회로 망가져간다. 벌레가 피부를 기어다니는 듯한 끔찍한 환촉, 망령들이 주변을 떠도는 환상, 뼛속까지 파고드는 정체불명의 한기로 벼랑 끝에 내몰린다. 결국 나약하고 의존적인 마음으로 붙잡은 것은 경우의 손이다.

사건이 일단락된 후 인수는 부모도, ‘우리집’의 아이들도 철저히 외면한 채 도망친다. 경우와의 만남마저 회피하고 우연히라도 자신의 과거의 흔적을 마주칠까 두려워하며 고독한 새 출발을 결심한다. 하지만 한번 망가진 마음은 제대로 치유되지 않았고 여전한 환각과 한기가 십수년째 인수를 괴롭히고 있다. 이호는 그런 ‘어른이지만 어른이 되지 못한’ 인수에게 찾아온 실낱같은 희망이다. 자신조차 용서하지 못하고 살아온 인수는 이호가 자신과 같은 길을 걸을까 염려하며 보살피고, 그 과정에서 애써 잊어온 과거와 대면하며 속죄와 희망의 길을 발견한다. 저 멀리 밀어뒀던 경우의 존재를 마음속 깊이 받아들여간다. 죄책감과 수치심, 혐오와 불안이 씻겨 내려가기 시작한다.

“갈등의 서투른 봉합이나 안이한 도식의 결말을 경계하는 백온유 소설”(해설, 백지연) 속에서 인물들의 고통은 섣불리 미화되거나 가벼운 성장통으로 치부되지 않는다. 고통은 여전히 아프고 상처는 흉터로 남지만 그 아픔을 직시하는 묵묵한 결말 속에서 오래도록 잊지 못할 여운이 퍼진다. 『경우 없는 세계』는 또한 개인의 성장담에서 한걸음 나아가 내 곁의 타인을 돌보고 우리 사회 전체를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사회적 사건 이후의 “깊은 파장의 시간” 속에서 고뇌하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지녀야 할 심성의 세계에 대해 예리한 질문의 추를 드리”(해설)운다. 질문에 대한 답은 열려 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과거와의 불편하지만 진솔한 대면, 망가진 일상을 회복하는 더딘 발걸음,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배려와 희생 끝에 반드시 감동적인 성장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소설은 묻는다. 이제 막 과거를 벗어나 오늘을 살아가기 시작한 인수에게, 또 현실의 무게를 이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우’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누군가에게 ‘경우’가 될 수 있을까.

지금 방황하고 있거나 그 언제고 방황했을 모두에게 『경우 없는 세계』는 오로지 백온유만이 전할 수 있는 속 깊은 위로로 읽힐 것이다. 잊고 싶은 과거를 마주할 용기를 얻고, 막막한 삶일지라도 끝끝내 살아낼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마침내 “한권의 소설이 이 비정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책을 덮고 조금 성장”했다며 “기꺼이 고개를 끄덕”(추천사, 정용준)일 것이다.

작가의 말

내가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고 애쓸수록 미숙함은 쉽게 들통난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저절로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길은 여전히 요원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이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을 가만히 멈춰서 살필 수 있는 시선을 주었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다는 말. 예전에는 그런 말들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양육자의 사랑과 신뢰를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너는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난다’는 말은 칭찬으로 다가올까, 상처로 남을까. 스스로 던진 이 질문의 답을 오래도록 고민했다.

배려를 받지 못한 아이, 좋은 어른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란 소년이 커서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청소년기에 가출한 경험이 있거나 소년원에 가본 경험이 있는 인터뷰이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또한 편견에 가득 찬 사람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 질문이 무례한 건 아닐까, 공격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을까, 그들이 내게 반감을 가져서 솔직한 대답을 해주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인터뷰 요청을 받고 나온 그들은 미리 준비해 간 내 질문에 성의껏 대답했다. 그러다가도 아, 이런 말 불편하시죠, 작가님은 좀 이해 안 되시죠,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변명이라는 것 저도 아는데요, 하고 어린 날의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며 난감해했다. 나는 아니요, 충분히 이해돼요, 저 같아도 그랬을 것 같아요, 솔직한 말씀 감사합니다, 저한테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하고 그들을 독려하며 조금 더 내밀한 이야기를 끌어내려 노력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이해했는지, 이해를 하면 얼마나 했는지,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도중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지는 않았는지…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서의 마음은 후련하기는커녕 매번 답답했고 그래서 자책하게 되었다.

소설을 다 쓴 지금, 내가 또 잘못 짚은 것이 없는지, 안일하게 처리한 부분이 없는지 곰곰이 떠올려보지만 지금 당장은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후회하며 깨닫겠지. (…)

2023년 3월
백온유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성장한 자는 잊었다. 자신이 어떤 시간과 사건을 뚫고 여기에 이르렀는지. 찢겼다 회복된 살. 부러졌지만 다시 붙어 크고 단단해진 뼈. 자기 자신을 성장시킨 어른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적이지만 남을 성장시키기로 결심한 이야기는 소중하다. 해피엔드의 주인공 되기를 포기하고 다른 이의 슬픈 하루를 기쁨의 내일로 바꾸려 애쓰는 각오가 좋다. 나의 성공으로 남의 절망을 함부로 대체하지 않는 마음이 좋다. 한권의 소설이 이 비정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책을 덮고 조금 성장한 나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 정용준 (소설가)

회원리뷰 (76건) 리뷰 총점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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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경우 없는 세계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꿈*******자 | 2023.05.02 | 추천8 | 댓글2 리뷰제목
아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가출청소년, 비행청소년을, 4가지 없는 아이 탓으로 돌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가출하는 아이들, 나쁜 짓을 하는 아이들은 일방적이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사랑으로 키운다고 해도 사춘기가 되면 한두 번쯤 나쁜 짓을 하기도 한다. 호기심이라는 이유로. 다만 이때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은 달라질 수 있음을 이제는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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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가출청소년, 비행청소년을, 4가지 없는 아이 탓으로 돌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가출하는 아이들, 나쁜 짓을 하는 아이들은 일방적이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사랑으로 키운다고 해도 사춘기가 되면 한두 번쯤 나쁜 짓을 하기도 한다. 호기심이라는 이유로. 다만 이때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은 달라질 수 있음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울 둘째도 치열한 사춘기를 보냈고, 그때는 아이를 보며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제자리에서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고 있다. 가출청소년 혹은 비행 청소년이라 불리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책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읽다 보면 찹쌀떡 100개가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 답답함을 느낀다. 아이를 낳아놓고 나 몰라라하는 부모도 짜증 나고, 아이의 비행을 돈으로만 해결하는 부모도 짜증 나고, 자신의 인생을 위해 아이의 인생을 무시하는 부모도 짜증 난다. 그걸 거면 왜 아이를 낳아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 백온유 작가의 책을 만났다. 유쾌한 책은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예상한 것보다 더 우울하다.

 

주인공 인수는 오늘도 자신의 옥탑방 곳곳에 떠도는 귀신을 본다. 한여름에도 그는 매일 춥다. 인수는 12년 전 가출해 만난 가출팸, 그리고 그들과 함께 지내다 벌어진 사건 때문에 환각에 시달린다. 어느 날 인수는 지나가는 차에 몸을 던지고 사건을 가장해 돈을 요구하는 소년 이호를 만난다. 이호는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잠을 자지도 못한 채 위험한 거리 생활을 한다. 그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 인수. 인수는 이호를 자신의 집으로 이끈다.

 

인수의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집에서는 폭군이다. 엄마를 때리고 아들에게 따뜻하지 않다. 엄마는 아빠에게 맞으면서도 아들인 인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인수는 존재감 없고 특출난 것도 없으며, 항상 주눅 들어 있다. 부모의 무관심과 학대에 지쳐 집을 나온 인수는 피시방에서 동갑내기 가출청소년 성연을 만난다. 성연은 카리스마 있는 행동력으로 지갑을 훔친다. 하지만 돈이 매일 있는 것은 아니니 거리 생활은 힘들기만 하다. 그러다 보육원에서 도망쳐 나온 경우를 만나고, 집 나온 아이들이 드나드는 반지하 방 우리 집에 정착하게 된다. 이곳에서 인수, 성연, 경우는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지만, 세상은 이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때론 노동력 착취를 당하고,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기도 하는데.

 

군대에 간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에게 많이 듣는 말. ‘너는 사랑 받은 아이구나.’ 예전에는 그 말의 의미를 몰랐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도 다른 사람을 볼 때, 저 사람도 사랑받은 사람이구나. 이렇게 알 수 있다고 한다. 사랑받고 자란 사람. 그런 사람이 가진 마음의 여유.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난다는 말은 좋은 말 일까? 아니면 나쁜 말이 될 수도 있는 것일까? 아이를 키울 때 배려받은 아이로 키우려 했다. 그래야 아이가 남도 배려할 수 있을 테니까.

 

스물이 넘어 이제는 성인인 내 아이들. 하지만 내 눈에는 아직도 어려 보인다.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갈지 어수룩해 보인다. 스물이 넘은 내 아이도 그렇게 보이는데 미성년 아이가 가출해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세상 의지할 어른이 없다는 것. 그래서 자신의 행동이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 알려주지 않고, 때론 더 부추기는 어른들. 세상은 복불복이라고, 이 아이들이 그렇게 자라고 싶어 자란 건 아닐 텐데, 누군 태어나 보니 부잣집 아이고, 누군 태어나 보니 지독하게 가난하고, 누군 태어나 보니 부모가 자식을 돌보지 않는.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으니 아이는 억울할 수 있겠다. 가출해서 피시방이나 찜질방이 집이 되는 아이들. 화장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씻은 게 언제인지 모르는 아이들. 살기 위해 범죄를 저질러야 하는 아이들.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이들 역시 피해자인데, 이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가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우리나라는 초저출산국가라고 하는데, 태어난 아이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이 세상이 답답하다.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면 역시 부모 교육이 필요한 것이겠지. 세상 참 모르겠다. 악순환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 같고. 이런 책은 우울하고 씁쓸하고 답답하다. 하지만 부모라면, 어른이라면 읽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이 세상의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을 위해서.

 

나쁜 일을 하지 않고 다들 어떻게 사는 걸까? 반복되는 일상을 저버리지 않고 평화를 일구는 법은 누가 알려주는 걸까? 그런 게 체득이 되는 인간들은 다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걸까?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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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j********5 | 2023.06.07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경우 없는 세계경우가 그 경우인지, 그 경우인지맘이 참 불편해지는...중간 오싹하기도 했구어린시절 집도 참 좁은데...언니는 누구를 자꾸 데려왔다 내 눈에는 안보이는데 언니는 불쌍하고 갈 곳이 없어데려왔다며 하룻밤 재우고 밥도 먹이고가끔 물건이 없어졌다아끼던 옷이나 돈이 없어지면 화가 치밀었다어떤 날은 집안이 터진다.어이가 없는 날들.집이 터질것 같은 날들.그들은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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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없는 세계

경우가 그 경우인지, 그 경우인지
맘이 참 불편해지는...중간 오싹하기도 했구

어린시절
집도 참 좁은데...언니는 누구를 자꾸 데려왔다
내 눈에는 안보이는데 언니는 불쌍하고 갈 곳이 없어
데려왔다며 하룻밤 재우고 밥도 먹이고
가끔 물건이 없어졌다
아끼던 옷이나 돈이 없어지면 화가 치밀었다
어떤 날은 집안이 터진다.
어이가 없는 날들.
집이 터질것 같은 날들.

그들은 말은 안했지만 비슷한 사연들을 지녔다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때리는.
나가도 찾지않는다 한다.

견뎌라.
조금만 참으면 어른이다

읽는동안 잠시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여전히 자격없는 부모들은 참 많다.
가끔은 신이 있나 싶기도 하다.

부모는 어떤 존재인가 그런 생각을 해본다
어른이란 무엇인지?
나는 어른인가?

ㅡ.ㅡ;;


책 속의 인수가 잘 살아주길.
이호도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경우 없는 세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연* | 2023.06.25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엄마 친구인 미자 아줌마의 딸 정은이는 당시 유행했던 스톰 청바지를 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출을 했다고 했다. 두 어른은 모여서 정은이를 탓했지만 내 생각은 좀 달랐다. 사줄 수 없는 이유를 납득시킬 노력이나 해봤을까. 옛 영화의 제목처럼 어른들은 모른다.    내가 이제 어른이라 불릴 나이가 되고 보니 아이들은 너무 아이들이다. 지금만 지나면 괜찮을텐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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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친구인 미자 아줌마의 딸 정은이는 당시 유행했던 스톰 청바지를 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출을 했다고 했다. 두 어른은 모여서 정은이를 탓했지만 내 생각은 좀 달랐다. 사줄 수 없는 이유를 납득시킬 노력이나 해봤을까. 옛 영화의 제목처럼 어른들은 모른다. 

 

내가 이제 어른이라 불릴 나이가 되고 보니 아이들은 너무 아이들이다. 지금만 지나면 괜찮을텐데, 그 지금을 견디기가 너무 어려워 잘 닦여진 인도가 아닌 위험하고 바로 앞의 발밑도 보이지 않는 길을 선택하는 안쓰러운 아이들. 

 

아이들이 잘 견디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다 못해 오늘 재밌었던 일을 조잘조잘 떠들 수 있는 어른이 한 명이라도 옆에 있는 세상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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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0건) 한줄평 총점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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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4점
재미있는데 우울해요 책 읽고 나면 ㅠㅠㅠ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YES마니아 : 로얄 꿈*******자 | 2023.05.02
구매 평점5점
가슴아픈 지금 현재 가출청소년들의 이야기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골드 g*****7 | 2023.07.25
구매 평점5점
백온유 작가님이 쓴거라 무조건 구매! 유원 보고 재밌어서 작가님 책 다 읽어봐야지~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골드 두* | 20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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