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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 양장 ]
리뷰 총점9.9 리뷰 65건 | 판매지수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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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2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576g | 140*208*24mm
ISBN13 9791168120716
ISBN10 11681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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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망가진 책의 기억을 관찰하고, 파손된 책의 형태와 의미를 수집한다. 책 수선가는 기술자다. 그러면서 동시에 관찰자이자 수집가다. 나는 책이 가진 시간의 흔적을, 추억의 농도를, 파손의 형태를 꼼꼼히 관찰하고 그 모습들을 모은다.
--- p.5~6, 「내 직업은 책 수선가다」 중에서

책 수선이 끊어진 책과 사람의 관계에서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일은 그런 특별한 힘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 p.25, 「살아남는 책」 중에서

그 이유는 아마도 그들에게 낙서는 없애고 싶은 책에 대한 훼손이 아니라 기억이고 추억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책을 읽던 순간을 기억해내고, 책의 내용을 떠올리고, 더 나아가 본인의 어린 시절까지 추억할 수 있게 해주는 낙서들은 그 책을 읽는, 아니, 그 책을 경험하는 또 하나의 방법인 셈이다. 그 흔적들을 지우지 않고 간직함으로써 의뢰인만의 특별한 기억장치가 작동하는, 세상에서 단 한 권뿐인 책이 되는 일, 꽤 멋지지 않은가?
--- p.29, 「낙서라는 기억장치」 중에서

그래서 나는 이 《유리 구두》의 파손들을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단 종이가 갈색으로 변할 만큼 긴 세월 동안 잊지 않고 간직해온 사랑, 책등이 떨어져나가고 곳곳이 찢길 만큼 자주 펼쳐보았던 사랑, 곳곳에 이런저런 낙서를 했을 만큼 늘 가까이에 두었던 사랑, 그리고 아마도 좋아하는 과자와 함께여서 더 즐거운 독서 시간이 되었을, 그런 사랑들 말이다.
--- p.30~31, 「낙서라는 기억장치」 중에서

수선과 비슷한 의미의 단어로 ‘수리’도 있지만, 수리는 보다 기계적인 물건을 고치는 데 사용하는 말이고 수선은 천과 직조물을 고치는 데 적합한 표현이라고 한다. 씨실과 날실이 얽혀 한 장의 천을 만들어내듯 종이도 섬유질이 서로 얽힘으로써 한 장의 종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나는 ‘책 수리’보다는 ‘책 수선’을 고르게 되었다.
--- p.40, 「’수선’과 ‘복원’의 차이」 중에서

나는 책 수선의 이런 유연한 변화와 닮음이 좋다. 감쪽같이 마술을 부린 듯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복원 작업도 멋진 일이지만, 세월을 이겨낸 그때그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수선의 가능성에 더 흥미를 느낀다. 그런 흔적이 보다 아름답게 남을 수 있도록 각각의 책이 쌓아온 시간의 형태를 정돈하고 다듬어주는 일이 책 수선가로서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 p.48~49, 「’수선’과 ‘복원’의 차이」 중에서

찢어진 종이를 붙이고, 무너진 책등을 바르게 세우고, 사라진 조각을 채우면서 책이 잃어버렸던 기억을 회복시켜주고, 새로운 커버나 지지대, 혹은 케이스를 만들어주며 책에게 새로운 시간을 약속하다 보면 사람의 인생처럼 책에도 한 권 한 권 각자만의 책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사연들과 파손된 책과 주인의 추억, 그 책이 지나온 시간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 p.165, 「무너져가는 책의 시간을 멈추다」 중에서

앞으로 망가진 책이 생긴다면 마음속에서 책 수선이 한 번쯤 떠오르길, 우리 주변에 또 한 번의 새로운 기회를 가지는 망가진 책과 헌책들이 점점 더 많아지길 바라본다. 재영 책수선은 언제나 망가진 책들을 환영하며 기다리고 있을 테니.
--- p.266, 「우연히 만나 운명이 되는 책」 중에서

나는 책 수선은 책이 진화하는 방법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원본의 외형과 아주 똑같지는 않을 수 있지만, 비록 원본에는 없던 다른 구조가 덧붙을 수도 있지만, 파손된 부분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어서 다가올 앞으로의 시간들을 잘 견뎌낼 수 있게, 그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만드는 일. 그런 의미에서 나는 책은 수선을 통해 진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은 영원히 수선이 계속 가능한 건가요? 어느 시기까지 책 수선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라는 질문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대답한다면, 네. 책은 영원히 수선이, 아니, 진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책의 진화론을 믿는다면요.
--- p.271~272, 「책의 진화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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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책이 사물 이상이라는 것을 알지만, 결국 사물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아끼는 책이 예기치 않은 사고로 다치거나 우리의 숨결과 손길을 안고 낡아가는 모습을 보면 울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는다.
재영 작가는 그런 책을 꼼꼼히 관찰하고 책이 겪은 일들을 사려 깊게 되짚는다. 그리고 자신의 눈과 손과 목, 허리를 써서 사물인 책에게 제 모습을 찾아준다. 상처까지 새로워진 책이 의뢰인의 손에 되돌아갈 때 책은 사물 이상의 것이다.
이제 우리는 책 때문에 울어도 된다. 재영 작가가 우리 편이니까. 그는 우리가 책 속에서 보낸 시간이 정말로 있었다고, 우리가 실제로 그 책을 만졌다고 증명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파손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책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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