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최초’를 찾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최초를 만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 것으로 바뀌었다. 선사 시대에 일어난 여러 가지 발견과 발명을 알아갈수록, 나는 그것을 만든 사람들이 점점 더 궁금해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선사 시대의 재구성은 대부분 개인의 개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각각의 사람들이 아닌, ‘그 시대의 인류’로서만 다뤄졌다.
그래서 나는 인류 역사의 깊숙한 곳에 묻혀 있는 놀라운 사람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100명이 넘는 전문가를 만났고 수십 권의 책과 수백 편의 논문을 읽었다. 인터넷에서 흑요석을 주문해서 직접 면도도 해보고, 인류 최초의 예술 작품이 남겨진 장소에도 방문했다. 부싯돌과 황철석으로 불을 피우고, 고대 활을 따라서 만든 모형으로 화살을 쏴보기도 했다. 죽을 썩혀서 맥주도 만들었다. 그리고 외치의 사망 장소에서는 거의 외치를 따라갈 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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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사 시대에도 바보, 얼간이, 어릿광대, 배신자, 겁쟁이, 말썽꾸러기, 사악한 사이코패스가 살았던 것처럼 (몇몇은 이 책에서도 살펴볼 것이다) 다빈치와 뉴턴에 견줄 만한 천재들 또한 존재했다. 이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이미 확실하게 입증된 부인할 수 없이 명백한 사실이다. 프랑스의 동굴에 그려진 그림에서, 중동의 점토판에 새겨진 기호에서, 남태평양의 섬들에서, 러시아에서 발견된 네 개의 바퀴 위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뉴턴이 미적분을 발명한 것으로 존경받고 있다면 수학 그 자체를 발명한 사람은 얼마나 위대한가? 콜럼버스가 ‘실수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보다 500년 앞서서, 세계에서 가장 고립되어 떨어진 군도를 ‘일부러’ 찾아 나서서 발견한 사람들은 또 얼마나 대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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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적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진화한 이후의 30만 년을 24시간으로 보면, 기록된 역사는 그 하루가 끝나기 30분 전에야 시작된다. 나머지 23시간 30분은 약 150억 명의 이름 모를 사람들이 살았던 선사 시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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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의 발명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 독창성 때문이다. 초기 호미닌의 발명품은 거의 전부 자연에서 본 것을 흉내 낸 것이었다. 굴러가는 통나무를 보고 바퀴를 떠올렸으며, 물 위를 떠가는 물체를 보고 배를 생각했다. 나뭇가지가 창이 됐고, 덩굴 식물이 밧줄로, 바위가 손도끼로, 새가 비행기로 변했다.
이처럼 자연은 종종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인간은 거기에 착안해서 새로운 발명품을 설계했다. 그러나 활과 화살은 도무지 유래를 알 수가 없었다. 나뭇가지를 휘어서 생긴 에너지로 발사체를 쏜다는 생각은 자연에서 온 것이 아니라 인간이 독창적으로 떠올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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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거주민’이라고 하면 호랑이 가죽을 입고 먹이를 찾아다니거나 또는 먹이가 되는 이미지를 주로 떠올리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유럽이 얼음으로 뒤덮였던 시절의 수렵 채집인들이 예술에 이와 같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했었다는 사실은 쉽게 믿기 어려운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증거에 따르면, 우리가 그들에게 가진 선입견과 지식은 그냥 틀린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퇴보한 것이다. 장이 천재일 확률이 현대인보다 낮다고 생각할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장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 들이 지금보다 평균적으로 더 똑똑했다는 주장을 제안하는 증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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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먼지 위에 찍힌 발자국이나 고대 길가에 남겨진 바퀴 자국에 비교하면 마모된 말 이빨은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두 다리로 걷는 것보다 더 빠르게 땅을 가로질러 이동할 수 있게 됐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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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된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농담이 오늘날의 유머와 많은 공통점을 가진다는 사실은 심리학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마치 호모 사피엔스의 뇌 속 어딘가에, 유머에 대한 어떤 기본 적인 공식이 쓰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학자, 철학자, 코미디언, 작가들이 웃음과 유머에 대한 보편적 설명을 찾기 위해 고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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