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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두려워하는

빛을 두려워하는

리뷰 총점9.4 리뷰 27건 | 판매지수 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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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top100 6주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440쪽 | 458g | 128*188*21mm
ISBN13 9788984374362
ISBN10 8984374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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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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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신념은 어떻게 폭력이 되는가] 『빅 픽처』, 『오로르』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장편소설. 화자인 브렌던은 우연히 목격한 화재 사건을 계기로, 임신 중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된다. 자신의 믿음만을 지키려는 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신념이 어떻게 폭력이 되는지, 긴장감 있게 그리는 책 -소설MD 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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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로 다른 길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 빌어먹을 GPS 좀 그만 들먹거려요. 지리도 모르면서 억지로 운전질을 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요.”
마음 같아서는 나도 욕설로 맞받아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항의 메일을 받게 될 테고, 결국 유일한 수입원인 우버 일을 그만두어야 할 수도 있었다. 나는 가까스로 화를 누르며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로스앤젤레스 토박이입니다. 이 도시에서 나고 자랐죠.”
“그런 사람이 하필 꽉꽉 막히는 길로 들어와 개고생을 해요?”
“사고가 나면 길이 갑자기 막히기도 하니까요.”
“결과적으로 당신이 길을 잘못 선택했잖아. 능력이 없어 운전질이라도 해처먹고 살려거든 지리라도 제대로 익혀둬야지. GPS만 눈이 빠져라 쳐다보고 있으니까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거야.”
나는 ‘운전질’이라는 말로 거듭 뺨을 맞고 나자 분노가 치밀었지만 그저 참는 수밖에 없었다. 뒷자리 남자는 ‘내가 이 세상에서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몰라도 너보다는 세 계단쯤 높아.’하며 거들먹거리는 부류가 분명했다.
--- p.10~11

테이블에 놓인 계산서 위에 6달러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오토바이 한 대가 엘리스를 내려준 건물의 철문 앞으로 다가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철문 바로 앞에서 오토바이를 멈춰 세운 남자는 헬멧을 쓰고 선바이저를 내리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남자가 문 옆에 붙어 있는 인터폰에 대고 뭐라 말하자 문이 열렸다. 남자는 문이 닫히지 않게 발로 막아서더니 백팩에서 병을 꺼냈다. 주둥이에 헝겊이 씌워져 있는 화염병이었다. 남자가 병을 한 번 흔들더니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주둥이를 막고 있는 헝겊에 불을 붙였다. 남자는 불이 붙은 병을 철문 안으로 던지고 나서 재빨리 오토바이에 올랐다. 오토바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골목으로 사라졌다.
그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데 5초도 안 걸렸다.
나도 모르게 오토바이가 사라진 골목에 대고 소리쳤다.
“무슨 짓을 한 거야?”
내 목소리는 건물 입구에서 울려 퍼진 굉음에 묻혀 버렸다. 건물에서 큰 폭발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 p.67

남자 손님은 내가 유일했다. 식탁에 차려놓은 닭고기 요리, 파스타, 참치 샐러드, 깍지콩을 먹으며 대화가 오가고 나서 테레사가 연설을 시작했다.
“밤새 ‘십자가 자매’인 아그네스카와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어 있었지만 조금도 겁먹지 않았고, 오히려 믿음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걸 느꼈습니다. 젊은 여성들의 마음속에 ‘내 몸은 나의 선택’이라는 진보주의자들의 불온한 생각이 깃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두려움 없이 싸워나갈 수 있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님의 뜻을 따르고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힘으로 임신 중절을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역사의 쓰레기장으로 처박아야 합니다. 젊은 여성들의 삶을 망치는 〈플랜드 페어런트후드〉 같은 사악한 단체들도 미국 사회에서 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멀리 쫓아내야 합니다.”
테레사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뒤이어 아그네스카가 무릎을 꿇고 묵주 기도를 시작했다. 나는 얼른 그 집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며 문을 향해 걸어갔다.
--- p.104

“임신한 지 얼마나 되었는데요?”
“벌써 10주나 지났답니다. 부모님이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에 살고 있는데 보수적인 분들이라 임신 중절을 극력 반대해 이야기를 할 수 없었나 봐요.”
“당사자도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아야 할지 망설이던가요?”
“아뇨. 임신 중절 수술을 받길 원했어요. 아이를 좋아하지만 너무 이른 나이에 강간으로 생긴 아이를 낳아 키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답니다. 여학생은 임신 중절 수술을 받은 뒤 회복실에서 쉬다가 갑자기 괴로워하며 울기 시작했어요. 임신 중절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겪은 일들이 떠올라 설움이 북받친 거예요. 심리적으로 괴롭고 힘든데 옆에서 위로해줄 가족이나 친구도 없으니 얼마나 서러웠겠어요. 옆에서 보고 있자니 정말 안쓰럽더군요.”
“그 여학생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
아직 병원에 있다면 당장 되돌아가 여학생을 집에까지 데려다주고 싶었다.
--- p.141~142

챈들러는 이혼 직후 켈러허가 자신에게 가한 신체적 감정적 학대가 이혼 사유였다고 주장했다. 그 반면 켈러허는 챈들러의 외도가 직접적인 이혼 사유였다고 주장했다. 켈러허는 챈들러와 두 편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던 동료 배우 제이슨 미스를 불륜 상대로 지목했다.
켈러허는 제이슨 미스를 ‘그다지 비범하지 않은 왕자 역으로 두 번이나 성공을 거둔 남자’라며 비아냥거렸다. 챈들러가 바람을 피우다가 발각되자 친자 검사를 회피하려고 고의적으로 아이를 지웠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아이 아빠가 켈러허인지 제이슨 미스인지 확인할 수 없도록 미리 지웠다는 주장이었다.
챈들러는 가당치않은 모함이라고 반박했다. 제이슨 미스도 챈들러와 불륜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챈들러는 동료 배우와의 불륜설이 널리 퍼지면서 인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챈들러는 이혼할 당시 위자료로 1천만 달러를 받았는데 켈러허의 자산에 대비해보면 교통 위반 범칙금 수준에 불과했다.
챈들러의 불륜사건이 언론에 떠들썩하게 보도된 이후 2년이 지나고 나서 챈들러는 제이슨 미스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 p.172~173

“차를 최대한 천천히 이동시키세요. 순교자가 되겠다는 듯 차를 향해 갑자기 달려드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려놓고 천천히 차를 이동시켰다. 경찰이 시위대 사람들이 저지선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시위대 사람들은 하나같이 빨간 장미를 들고 인간 방벽을 만든 가운데 구호를 외쳐댔다.
“임신 중절 수술보다 좋은 방법이 있다! 임신 중절 수술보다 좋은 방법이 있다!”
나는 병원 입구를 바라보았다. 제복을 입은 여경 두 명과 사복경찰 한 명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엘리스가 말했다.
“지금부터 어떻게 할지 설명할게요. 제가 병원에 있는 동료들에게 문자를 보낼 겁니다. 동료들이 나와 우리를 병원 안으로 에스코트하는 동안 경찰이 시위대를 막아줄 겁니다. 시위대 사람들은 우리에게 장미를 던지며 계속 구호를 외치겠죠.”
재키가 말했다.
“누군가 휴대폰 카메라로 제 사진을 찍으면 어쩌죠?”
“경찰이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제지해줄 거예요.”
“누군가 내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 큰일 나요. 임신 중절 수술을 받으러 병원을 방문한 내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면…….”
--- p.205~206

“강간당해 생긴 아이를 낳아야 할까요? 아기를 낳아도 함께 살 집이 없어 당장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는데 아이를 낳아야 할까요? 아이를 낳을 수 없어 임신 중절 수술을 선택한 여자들을 돕는 게 잘못일까요? 이 힘들고 위험한 세상에서 아이를 낳아 키울 만한 형편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임신 중절을 선택한 여자들을 돕는 게 왜 나쁘죠? 인간에 대한 연민도 없고, 남에게 친절을 베풀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기독교 교리에 집착해 임신 중절 반대운동을 벌이는 짓이야말로 반인권적인 행위라고 봐요. 쾌락을 위한 섹스를 했으니 징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건가요? 제가 또 쓸데없는 독설을 퍼부었군요. 아무튼 종교적 교리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치밀어요. 아무튼 브렌던 씨는 그런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집에도 들어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잖아요.”
“그런 사람들 가운데 제 아내도 포함돼 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브렌던 씨의 부인은 임신 중절 반대운동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거예요. 혹시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겠어요?”
“인생에 낙이 없으니 그러겠죠.”
“딸을 낳아 키우고 있는데 왜 인생의 낙이 없을까요?”
“아그네스카에게는 딸이 괴로움을 주는 존재죠.”
“정말이지 안타까운 인식이네요.”
“클라라는 나름 제 엄마랑 가깝게 지내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 반면 아그네스카는 좀처럼 여지를 주지 않죠. 엘리스 씨와 딸의 관계와는 정반대인 셈이죠.”
--- p.239~240

“사람들은 누구나 빛을 찾아요. 그렇죠? 빛을 찾으면 인생의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믿나 봐요.”
내가 말했다.
“인생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압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확실한 해답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
“브렌던 씨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죠. 빛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달라요. 우리와는 달리 확신을 갖고 있어요. 저는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확신이 두려워요.”
“그 사람들의 확신이 엘리스 씨가 인생에서 찾은 해답과는 달라서요?”
“그들이 찾은 해답은 일방적이죠.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 배웠어요. 자기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죠.”
--- p.314~315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1. 오로지 자신만이 옳다고 믿는 사람들 뒤에서 미소 짓는 악마를 본다!
- 《빅 픽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신작장편소설!

2010년 무려 200주 동안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빅 픽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2021년 신작장편소설 《빛을 두려워하는》이 출간되었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뉴욕 맨해튼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호주 멜버른, 아일랜드 더블린, 몰타 섬 등지에서 지내는 한편 60여 개국을 여행하며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소설은 생생하고 치밀한 묘사, 개성 있는 인물들, 통찰력과 지성이 돋보이는 스토리, 스피디한 전개, 의표를 찌르는 반전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한다. 현재 국내에 소개된 그의 소설은 모두 합해 16권이다. 새로운 소설을 출간할 때마다 크게 주목받았고, 모든 작품들이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빅 픽처》, 《모멘트》, 《템테이션》 등은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오랫동안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았다. 최근에는 《오로르》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조국인 미국보다는 오히려 유럽에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고, 2006년 프랑스에서 문화공로훈장을 받았고 《빅 픽처》, 《데드 하트》, 《파리5구의 여인》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지난 10년 간 국내 토털판매부수 7위(2019년 교보문고 집계)를 차지할 만큼 국내에서의 인기도 뜨겁다.
《빛을 두려워하는》에서 다루고 있는 임신 중절 문제는 이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되었다. 이 소설은 임신 중절 문제를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고,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하며 극한의 대립 양상을 보이는 임신 중절 반대론자들과 임신 중절 옹호론자들의 실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시대의 중차대한 과제로 떠오른 빈부 격차와 양극화 문제, 젠더 문제, 환경 문제, 세대 문제와 더불어 임신 중절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이는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다. 임신 중절 문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서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폭력과 테러를 서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독교는 교리에 따라 생명의 소중함을 앞세우며 임신 중절을 살인 행위로 규정하고 임신 중절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 반면 다양한 인권단체와 여성 단체들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원하지 않는 임신과 출산으로 고통 받는 현실을 호소하며 임신 중절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입장에 서있다. 양 진영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서로 추구하는 입장이 다른 양 진영 사람들이 비타협적 투쟁을 하며 치열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그리고 있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은 어떤 경험과 계기를 통해 맹목적인 믿음과 신념에 빠져드는지, 왜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폭력적이고 배타적인 입장에 서게 되는지 돌아본다. 아울러 광기어린 사회 운동에 빠져드는 사람들 뒤에는 어김없이 그들을 이용해 부와 권력을 다지려는 배후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욕망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농락하고, 영원한 성공을 위해 어떤 음모를 꾸미고, 수많은 희생자들을 양산하는지 드러내 보여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로스앤젤레스 최고의 자산가이자 악당인 켈러허가 임신 중절 반대운동 단체와 임신 중절 옹호 단체에 똑같이 거액의 기부금을 내고, 양 진영 사람들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켈러허는 미성년자를 납치 감금하고, 성폭행을 가해 아이를 임신하게 하고도 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무사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읽으면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


2. 빛을 찾았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세상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다.

이 소설의 화자는 우버 운전자 브렌던이다. 50대 후반 나이인 브렌던이 잠시도 쉴 틈 없는 근무 조건, 최저 임금, 반복되는 감정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우버 운전자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브렌던은 27년 동안 전기회사의 영업직에 종사한 인물이다. 회사는 매출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인원 감축을 내세워 브렌던을 해고한다. 브렌던은 노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회사에서 밀려났기에 어쩔 수 없이 우버 운전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생활비를 벌어야하기 때문에 당장 무슨 일이든 해야 할 형편인 그에게 우버 운전은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었다.
브렌던은 어느 날 은퇴한 교수 엘리스를 차에 태우게 된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목적지인 병원에 도착한 브렌던은 엘리스를 내려준다. 엘리스가 병원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 얼마 후 오토바이를 탄 괴한이 나타나 화염병을 건물 안으로 던진다. 이내 큰 화재가 발생하고 브렌던은 병원 내부에 있는 엘리스와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구조 활동에 나선다. 다행히 엘리스는 무사히 탈출하지만 그날 이후 브렌던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임신 중절 문제를 두고 빚어지는 갈등과 충돌의 중심부에 서게 된다. 엘리스가 임신 중절 수술을 받기로 한 여성들을 돕는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엘리스와 친밀해진 브렌던은 그녀가 임신 중절을 원하는 여성들을 돕기 위해 병원에 갈 때마다 태워주게 되면서 임신 중절 반대운동에 앞장서는 사람들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입장이 된다.
브렌던의 배우자인 아그네스카는 매일 성당에 나갈 만큼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다. 〈앤젤스 어시스트〉라는 입양 주선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고, 임진 중절 반대운동에도 열성적인 인물이다. 브렌던의 딸 클라라는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들을 돕는 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임신 중절 옹호론자이다. 브렌던의 가정에서도 임신 중절 문제는 심각한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아그네스카와 클라라는 의견 일치를 본 적이 없을 만큼 마찰을 빚고 있고, 브렌던은 딸의 생각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토더 신부는 임신 중절 반대론자이고, 아그네스카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브렌던의 어린 시절 친구이기도 한 토더 신부는 가톨릭 교단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인 동시에 로스앤젤레스 최고의 자산가인 켈러허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토더 신부가 설립한 〈앤젤스 어시스트〉의 재원을 마련해준 인물이 바로 켈러허이다.
이 소설은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켈러허와 임신 중절 반대운동을 이끄는 토더 신부가 어떤 이해관계에 따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들이 힘없는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고 필요 없어지면 가차 없이 외면하는지 잘 보여준다. 법과 언론은 언제나 켈러허처럼 힘을 가진 자의 손을 들어준다. 힘없는 사람들은 체스 판의 말처럼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이용당하다가 결국 내팽개쳐지는 운명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 소설은 언제나 생의 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브렌던과 그의 가족, 은퇴 이후 묵묵히 선행을 실천하는 엘리스, 임신 중절 반대운동을 이끌며 명성과 부를 쌓으려는 토더 신부, 늘 세상을 제멋대로 움직여온 켈러허를 대비시키면서 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는 불공정의 실상을 드러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임신 중절 문제는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황이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종교계와 일부 보수층에서는 여전히 임신 중절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교조적인 종교 단체, 과학과 이성을 도외시하고 맹목적인 신앙에 매달리는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에게 자신들의 주장과 신념을 강요하는 한편 정신적인 압박과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일부 보수 세력이 임신 중절 반대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보태고 있는 실정 또한 이 소설에 나오는 미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 소설을 통해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자산가가 악당인 경우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어떤 피해를 입고 어떤 고통을 당하게 되는지, 선행을 실천할 때조차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부조리한 상황은 어떤 연유로 발생하게 되는지 자세히 그리고 있다. 평생 교수로 일하다가 정년퇴직한 엘리스는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임신 중절 수술을 받으려는 여성들을 돕기 위한 자선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한다. 임신 중절 반대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어느 누구도 적대시하지 않는 엘리스를 적으로 규정한다. 단지 임신 중절을 받으려는 여성들을 돕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극심한 대립과 갈등은 필연적으로 희생자를 낳게 된다. 태아의 생명을 중시한다면서 테러를 저질러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이 소설은 서로 적대적인 양 진영 사람들이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극한 대립을 벌이는 상황을 이용해 언제나 이익을 챙기며 지배적인 위치를 누려온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 보인다. 아울러 이 소설은 브렌던 가족이 겪는 고통과 위기를 통해 사회적 갈등이 가정과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3. 왜 언제나 착한 사람만이 희생되어야 하는가?
- 《빛을 두려워하는》 줄거리

브렌던은 로스앤젤레스의 우버 운전자이다. 평생 일이 재미있어서 한 적은 없고, 가장은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그냥 당연하게 생각하며 일해 왔다.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조명 기사였던 아버지는 브렌던에게 반드시 대학에 진학해 전기공학을 전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달리 성실하게 일해 용케 살아남은 아버지였지만 배움이 짧아 겪은 설움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브렌던은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전기회사에 취직해 영업이사가 되기까지 27년을 일한다. 브렌던은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해주던 아그네스카와 결혼하고, 첫째 아들 카롤을 낳았지만 9개월이 되었을 때 유아 급사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으로 잃게 된다. 그 사건 이후 아그네스카는 가정보다는 성당 일에 깊이 매몰된다. 이후 딸 클라라가 태어났지만 아그네스카는 입양 주선 단체인 〈앤젤스 어시스트〉 일을 하느라 가정을 소홀히 한다.
매출 감소에 따른 인원 감축의 여파로 회사에서 밀려난 브렌던은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에 우버 우전을 시작한다. 브렌던은 나이가 많아 우버 운전 말고는 적당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우버 운전은 감정 노동에 시달리며 하루에 열여섯 시간을 일해도 최저 임금보다 조금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뿐이다.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를 쉬면 매달 지불해야 하는 고정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브렌던은 어느 날 은퇴한 교수 엘리스를 차에 태운다. 엘리스를 목적지인 임신 중절 병원에 내려주고,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던 브렌던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괴한이 화염병에 불을 붙여 병원 건물 안으로 던지는 장면을 목도한다. 괴한은 화염병을 던지자마자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 쏜살같이 사라진다.
병원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브렌던은 안으로 들어간 엘리스를 떠올리며 구조 활동에 나선다. 다행히 엘리스와 병원 관계자들은 무사히 탈출하지만 경비원의 몸에 불이 붙는다. 브렌던은 물이 나오는 호스를 가져와 불을 끄지만 경비원은 끝내 사망한다.
경찰과 소방대가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고, 사람들을 구하지만 임신 중절 병원 테러사건은 브렌던을 큰 충격에 빠뜨린다. 브렌던은 경비원이 불에 타 사망하는 화재 현장을 목도한 이후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는다. 그날 이후 브렌던은 엘리스를 임신 중절 병원까지 태워주고 일을 마치면 데려오는 일을 맡게 된다. 엘리스는 임신 중절을 원하는 여성들을 돕는 봉사를 하고 있기에 임신 중절 반대운동을 하는 단체의 표적이 되고 있다. 브렌던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임신 중절을 옹호하는 입장에 서게 되고, 부득이 그의 오랜 친구이자 사제인 토더 신부와 그의 아내 아그네스카와 적대적인 관계에 놓이게 되는데…….


《빛을 두려워하는》 해외 서평

케네디는 이 소설에서 첨예한 사회 이슈를 가정 문제와 창의적으로 결합시켜 변화무쌍하고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선보인다. - 옵저버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자들의 치열한 대립과 갈등 상황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려는 종교 원리주의자들과 자산가의 은밀한 커넥션! - 데일리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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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더글라스 케네디는 어떤 장르도 가능하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s*******z | 2022.09.2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빛을 두려워하는 - 더글라스 케네디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을 모두 읽은 빅팬인 나....그 중 가장 무거운 소재인 소설... 읽으면서 내 생각이 이쪽 생각이 맞다, 저쪽 생각이 맞다 흔들리면서 읽었다.책장을 덮고도 내 생각이 어지럽다. 빅픽처, 오로르, 더잡 등 스릴러부터 동화까지 다양한 소설을 쓰는 작가 더글라스의 고뇌가 느껴지는 책이다. 다시 읽으라고하면.... 마음의 준비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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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두려워하는 - 더글라스 케네디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을 모두 읽은 빅팬인 나....

그 중 가장 무거운 소재인 소설... 읽으면서 내 생각이 이쪽 생각이 맞다, 저쪽 생각이 맞다 흔들리면서 읽었다.

책장을 덮고도 내 생각이 어지럽다. 빅픽처, 오로르, 더잡 등 스릴러부터 동화까지 다양한 소설을 쓰는 작가 더글라스의 고뇌가 느껴지는 책이다. 다시 읽으라고하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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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정치 소설이 질문하는 법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t****************s | 2022.06.01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1. 소설이 사회적 '이슈'를 다룰 때, 그것은 종종 소설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소설 자체가 자신이 소설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거부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내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결정적인 사례는 한국에 있다. 2016년에 쓰인 조남주 작가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당시 나는 이것이 '소설임을 거부하는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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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이 사회적 '이슈'를 다룰 때, 그것은 종종 소설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소설 자체가 자신이 소설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거부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내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결정적인 사례는 한국에 있다. 2016년에 쓰인 조남주 작가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당시 나는 이것이 '소설임을 거부하는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82년생 김지영>에는 작품 중간중간에 통계가 삽입되어 있다. 주로 남녀 성별을 기준으로 발생하는 차별(언제나 여성이 피해자 쪽인 차별)을 근거하기 위한 통계가 제시되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그 수많은 통계 자료들이 과연 문학적으로 정당한 장치였는가를 두고, 그것들이 지나치게 자의적인 인용이며 통계의 왜곡된 해석을 유도하거나 잘못된 일반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등의 문제점들이 이미 지적된 바 있지만, 사실 내가 보기에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통계의 삽입 그 자체가 이미 문제라는 것. 소설의 본질이 타인에 대한 공부라고 믿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 소설이란 개인(인물)의 고유함과 단독성을 보여 주고 타인이 나와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를 공부하기 위한 것이지, 개개인을 하나의 범주에 가둬 놓고 그들과 내가 언제나 동일하다는 재확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전자가 유발하는 것이 인식 혹은 이해라면, 후자가 유도하는 것은 거의 강제에 가까운 공감이다. <82년생 김지영>에서 통계가 하는 역할이 바로 이것이다. 통계 안에 사람들을 가두고 이것이 현실이라고, 이게 진짜 세상이라고 강요하는 것. '김지영'이라는 한 인물의 고통스럽고 가슴 아픈 인생 서사로 읽을 수도 있는 것을, 이 작가는 굳이 통계 자료를 삽입하여 '김지영'이라는 고유한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로 일반화하려 했다. 덕분에 독자들은 이 이야기를 소설로 읽을 수 없게 됐다. 작품 속 모든 통계들이 이 소설이 소설로 읽히는 것을 거부하고 있으므로. 이제 소설은 더 이상 소설이 아니게 된다. '정치 소설'이 아니라 그냥 '정치'인 셈이다.

서론이 길었다. <빛을 두려워하는>을 읽고 위와 같은 이야기를 떠올린 것은, 위의 사례에서처럼 소위 '정치 소설'이 흔히 빠질 수 있는 함정으로부터 이 소설은 꽤 영리하게 탈출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좋은 소설은 좋은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나쁜 소설은 나쁜 질문을 던지는가? 아니, 그들은 질문이 아니라 정해진 답을 던진다. 그럴 때, 소설은 소설로서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스스로 상실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더글라스 케네디의 열네 번째 소설도 정치 소설로 분류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이 그 모든 실패한 정치 소설들처럼 정해진 답만을 부르짖을 것이냐, 아니면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질문을 던지는 데 성공할 것이냐를 따져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후자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2.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임신 중절은 정당한가?" 모두 알다시피 미국은 51개의 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주마다 법률이 다르다. 텍사스 주 정부는 21년 9월에 임신 중절 금지법을 시행한 반면, 캘리포니아 주에서 임신 중절 수술은 합법이다. 임신 중절을 반대하는 단체의 저항이 거센 만큼, 임신 중절을 옹호하는 단체의 입장도 단호하다. 이렇게 임신 중절 찬성/반대의 층위로만 이 소설을 보게 되면, 소설은 매우 간단해진다. 강경한 임신 중절 반대 운동을 벌이던 단체가, 임신 중절 수술을 하는 병원을 테러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죽는다. 태아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도리어 살인과 테러를 벌이는 아이러니. 이렇게 시작된 소설의 스토리는 이후에 훨씬 복잡하게 전개되지만, 결국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임신 중절 문제를 놓고 치열한 갈등을 벌이던 사람들이, 끝내 대화하지 못하고 폭력에 도달하여 겪게 되는 비극의 이야기. 좀 더 쉽게 옮겨 볼까. 생각이 다르단 이유로 싸우다가 결국 서로 죽고 죽이는 이야기. 그렇다면 이쯤에서 물어보자. 이 소설은 자신이 던진 질문에 얼마나 충실하게 대답했는가? 소설은 임신 중절 수술을 둘러싼 상반되는 두 가지 입장을 보여주고, 그 두 입장이 얼마나 복잡한 문제로 얽혀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임신 중절 문제는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복잡한 개념들의 충돌이라는 것. 하지만 여기에 결론은 없다. (그래서 임신 중절이 옳은 거냐 잘못된 거냐?) 이 소설은 임신 중절이 정당하다고도, 정당하지 않다고도 말한 바 없다. 모르겠다고 말할 뿐.

그러나 여기까지 읽고 이 소설을 그저 무책임한 소설로 치부하지 말았으면 한다. 다른 층위에서 읽을 수도 있다. 질문을 바꿔 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 소설이, 임신 중절의 정당성을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의 정당성을 질문하고 있다고 말이다. 작중 '앨리스'의 대사 중 이런 것이 있다.

 

빛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달라요. 우리와는 달리 확신을 갖고 있어요. 저는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확신이 두려워요.

-422p

 

이 소설의 제목 '빛을 두려워하는'은 아마도 위 문장으로부터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임신 중절 찬성파와 반대파 두 축이 팽팽하게 대립하며 이 소설을 구성해왔다고 생각했다면, 아마도 위 문장에서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싸움은 임신 중절을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의 양방적 싸움이 아니다.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행사하는 일방적 폭력이다.

이 소설은 임신 중절이 도덕적으로 올바른지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작가 자신도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하지만 적어도 이 작가는, 정답을 알 수 없는 이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무엇이 도덕적으로 올바른 태도인지는 구별할 줄 안다. 폭력이 아니라 대화로, 무분별한 비난이 아니라 건설적인 비판으로 맞서야 한다는 식의 당연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오로지 내 말만이 맞다는 무조건적인 확신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 소설 속 인물들에서 악역을 찾아보자. 스토리 상으로 봤을 때 임신 중절 반대 운동을 하는 이들이 악역이다. 그들은 테러를 일으키고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다. 이들이 악역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러나 '임신 중절 반대 운동을 하는 이들이 악역이다',라고 적는다면 그것은 틀렸는데, 왜냐하면 그들이 악역이 된 이유를 잘못 암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임신 중절에 반대하기 때문에 악역인 게 아니라, 임신 중절 반대가 무조건 옳다는 자기만의 확신에 빠졌기 때문에 악역이다. 그 확신 때문에 그들은 무슨 일이든 벌인다. 그들이 테러를 일으키고도 반성이나 사죄가 아니라 "그래도 이건 옳은 일이었다"고 말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그 병적인 '확신' 때문이니까.

따라서 이 소설에서 이분법은 이렇게 적용되어야 옳다. 임신 중절 찬성/반대의 이분법이 아니라, 스스로를 확신하고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이들과, 의심하고 검열하며 언제나 다른 가능성도 열어둘 줄 아는 이들. 이 소설의 제목대로 표현하면, 빛을 찾았다고 확신하는 이들과, 빛을 두려워하는 이들. 빛을 두려워하는(두려워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생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압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확실한 해답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

-316p

 

 

3.

다시, '정치 소설' 이야기로 돌아 오자. 앞서 <빛을 두려워하는>이, 많은 정치 소설들이 흔히 빠질 수 있는 함정으로부터 꽤 영리하게 탈출한 것처럼 보인다고 썼다. 이 소설의 핵심적인 소재가 '임신 중절 문제'인 것은 당연하고 분명하다. 그러나 꼭 임신 중절 문제여야만 했던 것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이 소설의 소재가 '동물의 권리문제' 였거나 '젠더 갈등 문제' 혹은 그 외의 다른 이슈로 대체되었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을 거라는 말이다. '어떤' 이슈를 다루느냐가 아니라 이슈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영리하다. 자신이 소설임을 잃지 않은 정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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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두려워하는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쉼* | 2022.03.25 | 추천4 | 댓글0 리뷰제목
2021년부터 우리 나라도 낙태죄가 헌법과 불일치한다는 판결에 합법화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냐? 태아의 생명권, 인권, 존엄성 등등 침해냐? 의견이 분분합니다. [빛을 두려워하는]에서는 첨예한 임신중절의 이슈가 의견이 아닌 폭력과 테러로까지 번지게 됩니다. "빛을 찾았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세상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다"  흔;
리뷰제목

2021년부터 우리 나라도 낙태죄가 헌법과 불일치한다는 판결에 합법화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냐?

태아의 생명권, 인권, 존엄성 등등 침해냐?

의견이 분분합니다.

[빛을 두려워하는]에서는 첨예한 임신중절의 이슈가 의견이 아닌 폭력과 테러로까지 번지게 됩니다.

"빛을 찾았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세상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다"

 흔히들 빛을 두려워하는 것 을 생각하면 범죄자처럼 웬지 세상에 떳떳하지 못한 사람일 것 같은데 역설적이게도 빛에 대한 강력한 확신이 있는 사람들이야 말로 귀를 막고 눈을 막는 다는 것이다.

브렌던은 20년 넘게 일한 회사에서 짤리고 구직할동을 했으나 여의치 않아서 우버 일을 하게 되었다. 소설 전 반부에는 우버의 실상이 리얼하게 나오는데 주 60시간을 일해도 딱 밥만 먹고 사는 수준의 벌이 밖에 되지 않음을 알려준다.

보상에 비해 패널티나 손님들의 스트레스가 극심한 직업인 모양이다.

돈을 내고 차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 갑질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배려, 나눔, 베품 같은 것이 절실한 요즘임일 드러낸다.

어느 날 우버 손님 중 불어교수를 하다 명퇴를 한 엘리스가 탄다.

엘리스는 임신중절병원에서 환자들을 케어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그날도 병원으로 가는 중이었고 내려주고 얼마 후 오토바이가 병원 건물 문을 열고 가방에서 무엇을 꺼내 병원으로 던지는 것을 브렌던이 목격한다. 바로 폭발음과 불길이 일고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지르면서 나왔다.

아이러니하게 아이가 돌연사하고 유산을 겪은 브렌던의 아내 아그네스카는 천주교가 지원하는 임신중절반대 모임의 일원이다. 점점 과격하게 치닫는 아내를 보면서 브렌던은 심각한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사건은 켈러허라는 재벌에게서 부터 발생된다.

각종 단체에 기부금을 지원하는 그의 실체는 어디가 끝인가?

뭐 대충  이런 내용인데 아주 촘촘하거나 극적이거나 하진 않다.

결말이 다소 엉뚱하긴 한데 무난하게 읽기 좋은 책이다.

들어도 모르겠는 공부를 하다 읽으면서 머리 식히기에는 딱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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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9건) 한줄평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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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g******d |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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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플래티넘 뗑**지 | 2022.03.30
구매 평점4점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m******0 |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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