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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데르베익호의 침몰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 양장 ]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시리즈-0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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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566g | 157*207*26mm
ISBN13 9791197652523
ISBN10 119765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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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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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이가 좋은 의도로 한 여인을 만나 결혼을 전제로 교제한 것뿐인데 그토록 비난받고 멸시를 당했다. 그러면서 정작 귀족의 호칭과 다툭, 족장의 지위를 가진 고귀한 이들은 어린 여자아이를 마음대로 첩으로 들이고 여기서 혼인하고 저기서 이혼해도, 그렇게 낳은 아이를 이 마을에 버리고 저 마을에 팽개쳐도 아무도 질책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고향으로 돌아온 아이는 정당한 혼인을 통해 태어났고 어머니는 예사 집안도 아닌 부기스족의 범상치 않은 믈라유 집안 여인이었음에도 외지인 취급을 당해야 했다. 그래서 마땅히 아들이 물려받아야 할 할아버지의 재산은 ‘전통과 관례’라는 이름으로 조카들에게 빼앗기고 찢어발겨졌다.
--- p.90, 「8. 출발」 중에서

“맙소사, 네가 사랑하는 이 사람 정말로 경건, 그 자체구나. 보아하니 그가 원하는 건 네가 얼굴에 숯검정을 칠하고, 바티푸 마을 사람들이 30년 전에나 입던 옷을 입고, 사룽을 등 뒤로 매듭짓고, 귀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 거기에 돌돌 만 사탕수수 잎을 넣어 구멍을 더 크고 넓게 키우고, 시리 잎을 먹어 이빨을 온통 새까맣게 물들이고, 뒤꿈치를 들고 사뿐사뿐 소리 나지 않게 걷고, 키와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건가 보다. 나중에 그 사람이랑 혼인하면 너는 운수대통이겠구나. 우선 종일 집 안에 갇혀 있을 테고 아랍 사람들 규범에 따라 햇볕도 맞으면 안되고 금요일마다 한 번 외출하게 되는 거잖아? 그리고 장식품처럼 그 사람 곁에서 걸을 때 다른 남자들이 네 얼굴을 보면 안되니 마차 끄는 눈가리개 하듯 너도 슬렌당으로 얼굴을 덮어야 하겠지. 그 사람이 외출할 때 집 열쇠를 가지고 나갈 테니 너는 종일 부엌에 갇혀 있게 될 거야.”
--- pp.127~128, 「10. 경마와 야시장」 중에서

하야티 집안의 어른, 다툭의 목소리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모깃소리처럼 그의 귓전에서 쉴 새 없이 앵앵거렸다.
‘이곳은 전통과 관례의 땅이다.’
그 목소리를 기억하며 자이누딘은 단호히 말했다.
“아니요, 하야티! 당신은 파당으로 돌아가야 해요. 나랑 함께 살 생각은 하지 마세요. 나는 근본이 없는 사람입니다. 미낭카바우는 전통과 관례의 땅이에요. 이번 월요일 수라바야에서 탄중프리옥을 거쳐 파당으로 가는 배가 있어요. 그 배를 타고 가세요. 당신 고향으로요.”
그렇게 말한 그는 밖으로 나갔고 방 안에는 하야티 홀로 남았다.
--- pp.296~297, 「24. 마지막 눈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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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은 개인이 세계와 갈등을 빚으면서 시작된다. 《판데르베익호의 침몰》도 그러하다. 판데카르 수탄이라는 호칭을 지닌 남자가 관습에 저항해 죄를 짓고 유배된다. 그의 아들이자 주인공 자이누딘은 이런 연유로 인해 부계와 모계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다. 그는 하야티를 사랑하지만, 미낭카바우의 전통과 관습, 그리고 그의 계급과 출신이 결혼은 커녕 관계의 시작부터 막아선다. 하야티 역시 전통과 현대 사이에 낀 여성으로서 고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녀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독자인 우리는 질문하지만, 이 질문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다. 그녀는 누구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선택된다. 보편적인 이야기다. 우리는 빠르게 전통과 단절하고 소위 근대라는 시간을 맞아들여야 했던 많은 나라들에서 이런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소설은 독자가 세계의 일반 법칙을 바꿔보려고 분투하는 인물들에 공감하게 하는 한편, 그 시절 인도네시아의 고유한 풍습과 풍경을 보여준다. 네덜란드와 일본, 자카르타와 경성, 구습과 모던, 그리고 삼각관계. 이 키워드들만으로도 이 작품을 읽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다.
- 한유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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