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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Chapter 1. 내가 사랑한 실망들 이상한 사람의 못된 행복 나는 심이다 관계 절취선을 찢고 나서 쌍방과실 성급한 과몰입의 실패 아낌없이 주는 나무(절망편) 프라푸치노를 엎지른 아기 내겐 너무 모자라거나 더부룩한 사랑 인생 개혁 프로젝트의 종말 I’m my fan 비 내리는 날 Chapter 2. 세계와 세계가 부딪치는 소리 욕설을 버리며 일기를 쓰자 미워하지 않을 용기 부모님은 어떤 분들인가요 루브르와 움막 사이 경찰서에서 만난 죽음 예비 거지와 백수와 돌싱 음주와 연애의 상관관계 인간에게는 모양이 없다 우울에 관하여 이웃을 세탁할 자유 Chapter 3. 먼 나랑 이웃 너랑 꼬마 트위터리안의 기쁨 규범적 무규칙주의자의 일상 시궁창 컴퍼니의 세 친구 너를 싫어하는 사람은 있을 수 없어 나의 ADHD 친구들 지금은 갓생방 중입니다 영주에게 망한 노래 연습 서른 판타지 우리 시대의 낭만 봄 고양이와 첫눈 |
저정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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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알지 못하니 가질 수도 없다. ‘나’와 ‘너’, ‘우리’의 경계에서 빈손으로 헤맬 뿐이다. 이것을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결핍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끝없는 가능성이라 말하고 싶다. 우리의 빈손은 잠시 악수를 나누는 동안 충만해진다고, 두 손바닥의 냉기가 맞닿아 온기가 되는 거라고 믿는다. 믿으려는 의지만으론 믿음이 생기지 않아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 p.7, 「들어가며」 중에서 스스로의 미침을 허용하는 인간만이 타인의 광기에도 조금쯤 유연할 수 있었다. 자기가 미쳤듯이 저 사람도 미쳤음을 이해하고, 그가 미칠 힘이 떨어져 제정 신이 되기를 기다려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나 한 몸 미쳐보는 일은 다시 가장 이타적인 행위가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미쳤다는 소리를 착한 일 스티커처럼 모으고 있다. 내 마음속 빈칸이 숭숭 뚫린 판이 다 채워질 때마다 수고한 나 자신에게 약간 비싼 무언가를 사 준다. 모쪼록 이해받지 못할수록 즐거운 삶이라 생각하면서, 즐거움은 고단함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고 얼버무리면서. --- p.20, 「이상한 사람의 못된 행복」 중에서 사랑이든 미움이든, 끓는 감정에는 기다림이 필요한 법이었다. 사랑이었다가 미움으로 둔갑한 마음이라면 더욱 그랬다. 두고 본 후에도 끓고 있다면 그때 온도를 확정해도 늦지 않았다. 그제야 ‘시간의 힘’ 옆에 ‘빌린다’라 는 동사가 따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시간은 내 것도 내 편도 아니지만, 언제나 나보다 힘이 셌다. 그리고 너그러웠다. 내가 빌리고자 한다면 이자를 붙이지 않고 여유를 내어줄 것이었다. --- p.31, 「관계 절취선을 찢고 나서」 중에서 “넌 내가 한 마디를 하면 열 마디 백 마디를 해. 제발 좀 고분고분할 수 없어?” 그때 나는 가여운 안구에서 그를 몰아내기 위해 눈을 감았다. 어제도 그제도 그끄제도?? 수없이 똥을 밟은 자리에서 이번에는 오바이트를 밟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자주 밟으면 이제는 길보다 밟는 이의 지성을 의심해야 할지 몰랐다. 이다지도 지루한 상황은 늘 약간의 욕설로만 새로울 수 있었다. ‘습자지 같은 자식?? 또 팔랑거리는군.’ 그러나 나는 그가 판단하는 것보단 세련되기 때문에 속마음과 다르게 입으로는 “자기야. 그건 네 빠그라진 자의식이 너 자신과 빚은 오해야. 근데 나와의 오해인 것처럼 말하면 너무 속상해”라고 울상을 할 줄 알았다. --- p.33, 「쌍방과실」 중에서 “너무너무 죄송해요, 실수로 그만??” “어우, 조심했어야지! 근데 너 이거 실수 맞지?” “그럼요. 어떤 미친놈이 이 드러운 걸 일부러 쏟겠습니까?” 나는 결백해 보이려고 어금니까지 입을 찢고 웃었는데, 어쩐지 다음 날부터는 애 성격 또라이 같다는 소문이 돌았다. 근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 p.50, 「아낌없이 주는 나무(절망 편)」 중에서 삶의 속내를 짐작하는 과정에서, 복수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꿈꾸는 복수는 죄다 범법이어서 이룰 수 없었고, 이루지 않는 게 나았다. 그렇다면 타인을 죽이지 않으며 제거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내 생각에 방법은 잊는 것뿐이었다. 망각을 용서의 개념으로 두면 해주기 싫기 때문에 두 가지를 분리했다. 나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으면서 다 잊었다. 아무것도 용서되지 않기에 더 열심히 잊어버렸다. (…) 최후의 내가 천사가 된 것은 아니었다. 난 그냥 인간이기 때문에 잊었다고 생각한 것들에 불시에 사로잡힐 때도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열 받네.” 혹은 “생각할수록 열 받아.” 연쇄적 데굴데굴 분노로, 여름에도 냉동고에 갇힌 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럴 땐 내 삶보다 내게 상처 준 사람들의 삶을 믿었다. 그들이 그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망쳐나갈 세월과 사건들을 기대했다. --- p.72, 「인생 개혁 프로젝트의 종말」 중에서 |
“우리 사이에 적당한 빈틈이 있을 수 있다면…”
-늘 멀어서 아쉽고 가까워서 힘든 나와 당신의 이야기- ★『젊은 ADHD의 슬픔』의 정지음 작가 신작 에세이★ 우리를 미치게 하는 관계 가끔 우리는 누군가의 멱살을 잡고 싶을 때가 있다. 참다 참다 핀트가 나간 순간, 욕을 한 바가지 하고 싶고 주먹다짐을 하고 싶지만, 그나마 이성이 발동해 내적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하고 만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타인일 때도 있지만 결국 자기 자신일 때도 있다. 지금 타인 때문에 미치겠는 건지 나 자신 때문에 미치겠는 건지 잘 모를 때 말이다. 서로의 미침을 인정하는 순간, 이해할 여지가 살짝 생긴다. 그러니 우리 이렇게 말해보는 건 어떨까?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절망을 위트 있게 들려주는 작가, 정지음의 두 번째 책 첫 책 『젊은 ADHD의 슬픔』으로 에세이 분야에서 단숨에 열렬한 팬들의 지지를 얻은 정지음 작가가 두 번째 신작을 펴냈다. 『젊은 ADHD의 슬픔』은 우리 모두 정상이 아닌 지점을 갖고 있음을 깊이 공감하게 하면서, 한편으로 그 절망을 웃어넘길 수 있는 여지들을 위트 있게 들려줘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 두 번째 책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에서는 좀 더 ‘관계’에 포커싱해, 좋다가도 싫고 싫다가도 좋은, 그래서 미칠 듯한 우리 사이의 감정들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러니 너는 너고 나는 나일 밖에요 내가 뭘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게 많은 회사 생활, ‘아낌없이 주는 나무’ 전략으로 버티던 작가. 그는 어느 날 남들이 먹은 배달 음식 뒷정리까지 하게 되자, 쓰레기를 회의실 바닥에 냅다 패대기쳤다고 한다. 사람들이 달려와 도와주긴커녕 호들갑만 떨자 그도 수선만 피우며 이렇게 말했다. “너무너무 죄송해요, 실수로 그만??.” “나는 결백해 보이려고 어금니까지 입을 찢고 웃었는데, 어쩐지 다음 날부터는 애 성격 또라이 같다는 소문이 돌았다. 근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아낌없이 주는 나무(절망 편)’ 중에서) 남친이 아니라 제우스라도 되는 듯 “넌 너무 과해” “넌 내가 한 마디를 하면 열 마디 백 마디를 해. 제발 고분고분할 수 없어?”라는 헛소리를 시전하는 전 애인 이야기를 예로 들며 ‘왜 내 연애는 항상 이럴까’ 생각하기도 한 작가. 그럴 때 그는 차라리 비행기 속 프로페셔널한 승무원 흉내를 내보기도 했다고 털어놓는다. “비상구를 안내하듯이, 우리에겐 헤어지는 방법이 있으며, 사실 그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일러주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는 밀물 시간인지 모르다 파도에 철썩 얻어터진 꽃게처럼 거품을 물었다. 나는 그 입에 칫솔만 꽂으면 양치질 같겠거니 상상하면서, 대충 화해하거나 진짜로 헤어지거나 때에 맞는 결정을 내렸다.”(‘쌍방과실’ 중에서) 서로에게 유연해지기 위해서는 사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왜 늘 상대가 혹은 나 자신이 내 마음 같지 않아서 힘들까? 작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스스로의 미침을 허용하는 인간만이 타인의 광기에도 조금쯤 유연할 수 있었다. 자기가 미쳤듯이 저 사람도 미쳤음을 이해하고, 그가 미칠 힘이 떨어져 제정신이 되기를 기다려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 그래서 이제는 미쳤다는 소리를 착한 일 스티커처럼 모으고 있다. 모쪼록 이해받지 못할수록 즐거운 삶이라 생각하면서, 즐거움은 고단함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고 얼버무리면서.”(‘이상한 사람의 못된 행복’ 중에서) 그리고 관계에서 ‘성급한 과몰입의 실패’로 자신을 스스로 괴롭힐 때가 있지 않은가.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하며 쿨하다 여기지만 실상은 불가능해 보이는 타인들을 배제하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작가는 그 반대인 ‘느긋한 방치의 성공’을 목표로 노력해본 경험담을 풀어놓는다. “느긋하게 생각한다고 모두를 내 인연으로 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내를 들인 만큼 관계의 종결이 와도 편안하게 납득할 수는 있었다. (…) 나중에는 끝이라 확정지었던 인연들이 새로워지기도 했다. 완연한 끝이 아니라 휴식이 필요했던 관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놓기 위해 맹목을 발휘해야 했던 사람들이 우수수 떠올랐다. 그러자 머릿속을 헤엄치는 사람들 모두에게 장문의 안부 인사를 보내고 싶어졌다.” 당신과 나 사이, 빈틈에서 발견하는 기쁨들 작가는 이밖에도 우리 사이 거리감의 변화, 서로에게 필요한 질문들, 연대와 혐오 사이, 한 뼘 가까워짐으로 충분한 순간들 등 관계에 대한 여러 가지 감정의 결들을 담았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내가 사랑한 실망들’은 무엇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게 되고, 작가가 들려주는 ‘세계와 세계가 부딪치는 소리’들을 들으며 자신 또한 같은 소리를 경험했음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 ‘먼 나랑 이웃 너랑’ 사이에 느낀 소소한 기쁨의 순간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