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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염장이

대통령의 염장이

: 대한민국 장례명장이 어루만진 삶의 끝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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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58g | 145*210*18mm
ISBN13 9788934962335
ISBN10 89349623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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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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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아픔 없는 사연이 어디 있으랴. 비록 색깔은 저마다 다르지만, 내가 보내드린 모든 분의 삶과 죽음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가 있었다. 늘 그 무게와 마주하며 살다 보니,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낼 수 없게 된다. 고인을 고이 보내드릴 때마다, 아이러니하게도 참된 삶이란 무엇인지 가르침을 받고 있다.
--- p.13

세상에 대한 미련과 욕심은 의외의 것에서 발동된다. 돈, 부동산, 명예, 지위 같은 것들이 우리 삶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가장 큰 집착의 대상이 될 것 같지만, 의외로 죽은 이들의 손안에 든 것은 매우 개인적이고 사소한 것들이다. 스님이 손에 쥔 감나무 가지처럼 말이다.
--- p.65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는 지난 국장에서 펼치지 못한 내 뜻을 펼치고 싶었다. 먼저 유족에게 상장의 역사에 대해 설명드리고, 상례의 본의에 맞게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니 흔쾌히 승낙해주셨다. 상주의 왼팔에 완장을 채우는 대신 베로 만든 상장을 왼쪽 가슴에 달아주었다. 또 운구병들이 마스크를 쓰는 것도 군사문화 중 하나였기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게 했다.
--- p.105

길상사 근처 꽃집은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유명 인사들이 화환 배달을 주문한 것이다. 처음에는 꽃집에서 화환을 트럭에 몇 차례 싣고 왔다. 하지만 법정스님 유지대로 모두 돌려보냈다. 그 이후로는 꽃집에서도 화환 주문을 아예 받지 않았다. 펼침막조차 걸지 않았다. 위패에는 이런저런 문구 없이 ‘비구 법정’ 네 글자만 썼다. 이 모든 것이 법정스님다웠다.
--- p.130

그때 이재용 부회장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눈을 마주치니, 아버지 산소 일을 맡아주어 다시 한번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옆에 계시던 홍라희 여사도 이 일이 정리되면 따로 인사드리겠다고 거들었다.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을 하는 유족의 모습에서 예상치 못한 겸손함을 느꼈다. 유족에게서 감사 인사를 받는 건 으레 있는 일인데, 나는 왜 그들의 인사에 흠칫 놀란 걸까?
--- p.156

고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보다 정성껏 염해드리는 것이 나에겐 더 중요하다. 나는 그저 내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다. 그가 살면서 힘들었을 몸을 씻기고 마지막 옷 입혀서 가족들에게 보여드리고 편안하게 관에 모시면 되는 거다. 이 경험으로 인해 고인이 편히 가시라는 일념으로 염을 하게 된 듯하다.
--- p.190

소리 내어 우는 행위는 마음에 쌓여 요동치는 슬픔의 감정을 해소하는 통로가 된다. 감정을 정리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바탕 울고 나면 고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한 우울감도 어느 정도 극복이 되고, 비통에 빠진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어루만지며 ‘괜찮다, 이제는 괜찮다’라고 여기게 된다. 그러하기에 소리 내어 울며 애도하는 것은 필요하다.
--- p.203

연명치료는 가족들이 원해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식이 없는 노부모를 바로 떠나보내는 것이 자식 된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가족이 환자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해서 등의 이유로 죽음을 앞둔 이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한다. 살아 있는 사람 마음 편하자고 죽음을 앞둔 사람의 발목을 붙드는 격이다.
--- p.230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인생인데 우리는 ‘내일’이 당연할 줄 알고 살아간다. 나는 사고의 순간 까딱하면 ‘내일’을 맞지 못할 뻔했다. 후회 없이 산 인생이 잘 산 인생이라는데, 우리는 매일 후회할 일을 하며 산다. 죽기 전에는 후회할 일을 청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죽음의 기로에 서보니, 매일 후회할 일을 반성하지 않으면 죽기 전에 그 일을 청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p.249-250

자신의 장례식을 미리 생각해보고 죽음을 준비하라는 뜻은 비관적으로 죽음을 바라보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장례식의 주인은 자신이지 남겨진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아니다. 장례식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기획해놓으라는 의미다. 그래야만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보다 침착하고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 pp.262-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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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없는 인생은 없으니, 그 눈물을 지우고 말간 얼굴로 되돌리는 것은 결국 사랑밖에 없으리라.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온전히 인간 그대로 바라보는 마음. 국정을 다스린 대통령이라서, 중생을 깨우친 큰스님이라서,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자라서 따로 구분하지 않고 존중을 다 하는 마음. 자기를 비추어 오롯이 타인의 편에서 헤아리는 마음이야말로 사랑이 아니겠는가? 장례란 인간이 인간에게 지키는 마지막 예의. 사랑이라는 예법으로 고인의 마지막을 기리는 이를 통해서 내 삶의 희망뿐만이 아니라 죽음의 희망도 함께 보았다.
- 김완 (죽음현장 특수청소부, 『죽은 자의 집 청소』 저자)
나는 죽음의 경계에 선 사람들을 담당한다. 그들에게 사망을 선고하면, 그 뒤에 있는 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시 살아 있는 사람의 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내 손을 떠난 사람들이 극진한 대접을 받는 모습에 마음이 뜨거워졌다. 그가 망자를 대하는 태도는 우리가 살아 있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동일하다. 그의 그러한 자세가 그를 기품 있는 장인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같은 죽음의 담당자로서 평생 인간을 인간답게 보살펴온 장인의 존재가 의지가 되면서도 감사하다. 그가 있어 인간은 최후의 순간까지 존엄하다.
- 남궁인 (이화여자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 『만약은 없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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