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달래고 재우기 위해 엄마가 부르는 자장가가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음악의 기원이 아닐까? 수십만 년 전부터 엄마들은 내 아이가 쌔근쌔근 편안히 잘 자기를 바라는 마음에 단순한 멜로디로 된 노래를 읊조리곤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기에 엄청난 과학적 비밀이 숨어 있었다. 자장가를 들려주는 동안 아이의 몸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할 만큼 중대한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그 호르몬이 영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던 시절 생사를 가를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래는 물리적인 신체 접촉을 대체하는 기능도 지니고 있다. 물론 직접적인 스킨십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익숙한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아이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엄마가 손빨래를 하면서 노래를 들려주면 누워 있는 아기는 어느 정도 편안하다고 느낀다. ---「지능 : 자장가를 듣지 않고 자란 사람은 없다」중에서
사실을 몰랐던 이들에게는 비보悲報일지 모르겠지만, 녹음한 목소리가 남들이 듣는 내 목소리가 맞다. 내가 말할 때 내 귀에 들리는 목소리가 아니라 녹음한 목소리가 바로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 모두가 듣는 내 목소리다.
그렇다면 왜 내 귀에만 내 목소리가 다르게 들릴까? 범인은 바로 우리의 두부頭部다. 살아 있는 한 언제나 목 위에 이고 다녀야 하는 머리는 마치 보스Bose 스피커처럼 작동한다. 내가 내는 목소리의 주파수를 증폭시키거나 목소리에 실제와 약간 다른 울림을 싣는 것이다. 구강, 비강, 후두부 등 각종 기관이 사운드에 영향을 미친다. 음파가 외부에서 귓속으로 들어오기도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서도 공명이 이루어진다. 즉 외부와 내부의 공명이 뒤섞이면서 귀에 들리는 소리를 진짜 자신의 목소리라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어색하게 느끼는 현상을 가리키는 심리학 전문 용어도 있다. 심리학계에서는 이러한 음성 직면voice confrontation 현상에 대해 무려 50년 전부터 수많은 연구와 설문조사를 진행해 왔다. 1967년에 실시한 어느 조사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단박에 인지하지 못한 이가 무려 전체 응답자의 62퍼센트에 달했다. 나머지 38퍼센트도 “어라? 많이 들어본 목소리 같긴 한데…” 정도의 반응밖에 보이지 않았다. ---「심리 : 욕실 안 콘서트로 긍정적 자기 인식을」중에서
콘서트를 간다는 것은 곧 인지력을 강화한다는 뜻이다. 공연장에 가기 전부터 이미 내가 만나게 될 밴드나 오케스트라 혹은 솔로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공연 포스터나 팸플릿도 공부한다. 공연장에 가면 생각할 것도 많고 누릴 것도 많다.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 뇌에도 발동이 걸리고, 음악이 주는 감동과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행복 호르몬 때문에 피로감을 느끼지 못한다. 지금 막 귀를 통해 뇌로 흘러 들어가는 음악을 처리하느라 우리 뇌는 분명 조깅을 하고 있지만, 그 사실을 의식할 필요 없이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바로 라이브 공연이 주는 인지력 강화 효과다 ---「소통 : 콘서트에 자주 가는 이들이 사회생활을 잘하는 이유」중에서
음악이 어떻게 이렇게 큰 기능을 발휘할까? 의학계에서는 우리 뇌의 멜로디나 가사를 저장하는 공간이 치매로 인한 타격에 한동안 공격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 말한다.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노래에 관한 기억만큼은 다시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그 부위가 다시 가동되면 뇌의 다른 영역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한 부위가 활성화되면서 이웃 부위들도 다시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음악은 그저 어렴풋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고 의학적으로 우리 뇌에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 ---「건강 : 음악이라는 천연 호르몬 치료제」중에서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의 연구팀은 300명의 참가자에게 헤드폰을 낀 채 초콜릿을 먹은 뒤 맛을 평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평가를 요청한 것은 실험의 의도를 숨기기 위한 속임수였다. 실험의 진짜 의도는 듣고 있는 음악의 템포에 따라 초콜릿 섭취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아주 느린 음악을 들은 그룹은 느린 속도로 초콜릿을 먹었고,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들은 참가자들은 빠른 속도로 초콜릿을 먹었다. 여기까지는 놀라울 게 없다. 그 다음 내용이 진짜 반전이다. 음악을 아예 듣지 않은 그룹이 초콜릿을 가장 많이 먹어치웠다는 것이다. 즉 빠른 음악을 들으며 무언가를 먹는다 하더라도 음악을 아예 듣지 않을 때보다는 섭취량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건강 : 음악이라는 천연 호르몬 치료제」중에서
『체력 및 컨디션 연구 저널Journal of Strength and Conditioning Research』은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주기적으로 달리기 훈련을 하는 이들에게 한 번은 음악을 들으며, 한 번은 음악 없이 5킬로미터씩을 달리게 한 뒤 결과를 측정했다. 음악을 듣지 않은 경우 평균 27분 20초가 걸렸고, 음악을 들으며 달린 경우에는 평균 26분 45초만에 주파했다. 35초를 단축한 것이다. 나라면 그 35초를 가쁜 숨을 얼른 가라앉히는 데 쓰겠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
운동하는 동안 음악을 들으면 산소 공급이 원활해진다. 평소보다 여유로운 상태에서 심호흡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음악은 동기를 부여하는 동시에 진정 효과도 지니고 있다. 자세 교정 효과도 있다. 허리를 펴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것이 합쳐지면 신체 기능이 향상하고, 결과적으로 운동 효과도 높아진다. ---「성취 : 새해 목표를 연말까지 이어가는 위대한 음악 습관」중에서
음악의 장르와 가사도 소비자의 구매 행태에 영향을 미친다. 영국에서 이와 관련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2주 동안 슈퍼마켓 와인 코너에서 프랑스 음악과 독일 음악을 번갈아 틀었다고 한다. 아주 섬세한 방식으로 선곡을 한 건 아니었다. 단순하게 프랑스는 아코디언 음악으로, 독일은 금관 악기 음악으로만 구분했다.
조사 결과는 연구팀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연구팀이 프랑스풍이라 판단한 아코디언 연주를 틀어놓았을 때는 프랑스 와인이 더 많이 팔렸고, 스피커에서 금관 악기 소리가 흘러나올 때는 독일 와인의 판매량이 상승했다. ---「경제 : 프랑스 와인을 팔고 싶다면 프랑스 음악을」중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창의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달을 독일어로는 몬트Mond라 하고, 스페인어로는 루나luna라고 한다. 몬트는 남성 명사고 루나는 여성 명사다. 이런 미묘한 차이를 인식하며 우리 뇌는 자극을 받고, 그 자극을 통해 세상과 사물을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눈길을 음악 분야로 돌려도 비슷한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전자 음악에만 심취해 있는 작곡가보다는 재즈도 이해하는 사람이 더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음악은 국가가 허용한 유일한 마약”이라는 말이 있다. 나 또한 깊이 동의하는 바다. 음악은 듣는 것만으로 인간의 정신 상태를 바꿀 수 있다. 그것도 아무런 부작용도, 오남용의 위험도 없이 말이다.
나는 심리학자로서 음악이 사람의 심리에 얼마나 광범위하고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너무나도 잘 보아왔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와 미래에 대해 지니는 전망 등 모든 심리적 영역에서 단 하나라도 음악과 관련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인류는 음악을 통해서 문명을 발전시켜 왔으며 우리 개개인은 지금도 음악을 들으면서 성장하고 있다. 음악의 작동 원리를 모르는 것은 인간에 대해 모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음악이 인류에게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력을 최초로 총망라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음악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여전히 음악의 쓸모에 관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경험한 뒤 이를 유의미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그 경험에 관한 언어를 지니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인간이 어떠한 대상을 자신에게 이롭거나 발전적인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즉 쓸모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저 경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에 관한 말과 생각을 끊임없이 떠올려야 한다. 이러한 생각에 관한 생각을 심리학자들은 메타 인지라고 부른다.
그렇다. 이 책은 음악에 관한 메타 인지를 다룬 책이다. 나 역시 죽기 전에 한번 꼭 써보고 싶지만 어림도 없다. 이런 책은 전문적인 이론을 이해하면서도 현장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목격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음악에 있어서는 마르쿠스 헨리크가 바로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