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부족해.”
혼잣말처럼 아카시 과장이 중얼거렸다.
“사람이……요?”
“그래, 사람. 올해로 벌써 세 사람이나 나갔어. 흉부외과 전공의들이 계속 줄고 있지. 이대로 가다가는 협력 병원에 의사를 보낼 수 없게 돼.”
대학 병원 의국은 의사를 길러내는 교육기관일 뿐만 아니라 인재 파견 조직이라는 측면도 있다. 파견이라는 형태로 인력이 부족한 도심의 종합병원에 전공의들을 보내고 협력 병원으로써 그 병원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그런 기능을 유지하려면 당연히 일정 이상의 전공의들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준세이카이의대 흉부외과는 전공의 감소로 골치를 앓고 있다. 협력 병원 몇 군데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그런데 그게 나와 무슨 관계지?
당황한 유스케를 개의치 않고 아카시 과장이 말을 이었다.
“내일, 10월 1일부터 인턴 세 명이 우리 과에 오네. 이 년 차에 실시하는 선택 연수지.”
(…)
“자네가 그 셋의 지도의가 되어주었으면 하네.”
아카시 과장이 꺼낸 뜻밖의 말에 유스케는 어리둥절해졌다.
“네? 셋 다요?”
인턴을 지도한 적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여럿을 받은 적은 없다. 게다가 이전 인턴들은 외과나 순환기내과로 갈 사람들이라 흉부외과는 견학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셋 다 흉부외과를 지망하고 있다. 유스케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 너무 크다.
“저어…… 왜 전가요?”
--- p.14~16
유스케는 지침기를 움직여 절단된 인공 혈관에 바늘을 통과시켰다. 바늘귀에 달린 머리카락처럼 얇은 실을 조심스레 당기자 두 개의 고무관이 맞붙듯 다가왔다.
손목을 뒤집어 지침기 끝을 실로 감아 작은 매듭을 만들고 다시 실을 좌우로 당긴다. 매듭은 중력을 받은 듯 밑으로 내려가며 절단된 인공 혈관을 봉합했다. 남은 실을 가위로 자르면서 유스케는 목을 돌렸다.
‘의국’은 과장을 정점으로 대학병원의 각 과목마다 존재하는 인사 조직 혹은 의국에 속한 의사들의 대기실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의국 건물 5층에 있는 흉부외과 의국은 준세이의대 부속병원에 근무하는 흉부외과 의사들의 대기실이다. 그곳에 놓인 자신의 책상에서 유스케는 봉합 연습을 하고 있다.
어젯밤, 스와노와 대화를 나눈 뒤 이곳 의국 소파에 누웠다. 전날의 밤샘으로 피로했을 법도 한데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어떻게 하면 인턴들을 입국시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하염없이 들끓었다.
(…)
다시 지침기로 바늘을 잡아 인공 혈관에 가져갔다. 바늘 끝이 혈관 벽에 다가가자 뺨이 경직되고, 바늘이 살짝 떨렸다.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손목으로 가져간다. 크게 부풀어 오른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의 두 번째 관절, 그 부분에 아주 가벼운 위화감이 맺혔다.
유스케는 이를 악물고 예민해진 감각을 외면했다. 그러나 무시하려고 할수록 위화감이 더 깊이 파고들었다.
멈춰, 멈춰, 멈추라고…….
속으로 주문처럼 되뇌었으나 바늘 끝의 떨림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각오를 다지고 바늘을 고무관에 꽂으려는 순간, 뒤에서 “다이라 선생님”이라는 소리가 났다. 손이 크게 흔들리며 바늘 끝이 인공 혈관을 찢고 말았다.
얼굴을 찌푸리며 돌아보자 젊은 남녀 셋이 서 있다.
“혹시 자네들…….”
“오늘부터 흉부외과에 배정받은 인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p.30~31
“괜한 오지랖인 줄은 알겠는데 한마디만 더 할게요.”
스와노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인턴들에게 흉부외과의 안 좋은 면을 감추는 것은 선배에게도 부담이 될 겁니다. 게다가 그렇게 해서 인턴을 입국시켜도 속이는 형태로 데려왔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껴 스트레스를 더 받을 거고요. 그 점을 꼭 염두에 두세요.”
옳은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앞으로 한 달, 인턴들에게 이 가혹한 근무 실태를 계속 숨기는 수밖에 없다.
“……다이라 선생님.”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간호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심박수가 떨어지고 있어요…….”
유스케는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까지 맥박수를 늘려 간신히 온몸에 혈액을 보내던 심장이 한계에 다다랐다.
이제 곧 끝나겠구나.
의사로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죽음’에 입회한 경험이 그런 판단을 내리게 했다. 이제 곧 혈류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모든 장기는 산소 부족 상태가 되고, 마침내 심장도 그 움직임을 멈출 것이다.
“알겠습니다.”
어두운 목소리로 대답했을 때 출입구의 자동문이 열렸다. 무의식적으로 그쪽을 본 유스케의 입에서 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ICU에 들어온 것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인턴들이었다.
(…)
“저기 침대 환자죠? 조금 전에 차트도 확인했습니다. 대동맥해리 수술을 받고 상당히 위중한 상태가 이어졌다고요.”
마키가 침대를 가리켰다. 유스케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왜 알려주지 않으셨죠? 저희에게 다른 환자는 없다고 하셨잖아요?”
우사미의 뺨은 살짝 상기되었다. 유스케는 필사적으로 변명거리를 생각했다.
“아니, 저 환자는 내가 내내 보살핀 환자라…….”
“저희가 따라다니면 방해가 되나요? 아니면…….”
고노의 눈이 쓱 가늘어졌다.
“흉부외과의 힘든 면을 알면 저희가 겁을 먹고 입국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셨나요?”
--- p.51~53
“다이라 선생.”
시키시마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아, 네!” 허를 찔리고 서둘러 대답하려던 유스케의 목소리가 뒤집혔다.
“인턴인 마키 선생의 판단은 관상동맥 우회술이었는데, 주치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의사들의 시선이 몰렸다. 유스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서 ‘이의 없다’라고 하면 치료 방법은 히고 집도에 의한 관상동맥 우회술로 결정될 것이다. 아마도 다카하시 고로도 그 결정에 어쩔 수 없이 따를 것이다.
그래도 괜찮은 걸까? 그렇게 되면 나는 퍼스트 어시로 들어가지 못하는 비참한 상황을 피할 수 있고, 환자도 가장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가장 적합한 치료라……? 정말 그럴까? 환자가, 다카하시 고로가 가장 바라는 것은…….
유스케는 두 주먹을 꼭 움켜쥐었다.
“환자의…… 다카하시 고로 씨의 손녀분이 삼 주 뒤에 결혼합니다.”
(…)
“다카하시 씨는 유일한 손녀를 아주 사랑하셨답니다. 그래서 손녀 결혼식에 꼭 참석하기를 바라십니다. 참석할 수만 있다면 여한이 없다고까지 말씀하셨답니다.”
회의실 안을 둘러보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계속하세요!” 시키시마가 재촉했다.
(…)
회의실에 수런거림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데이터와 손녀의 결혼식을 보고 싶다는 환자 본인의 강한 희망을 고려하면 다카하시 고로 씨에게 우회술을 하는 것이 적합한지,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스케는 일단 말을 끊고, 완전히 말라버린 입술을 축이며 각오를 다잡았다.
“이에 근거해 카테터 치료를 한 다음, 혈당치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엄격하게 관리하여 재협착과 폐쇄를 막는다. 그것이 다카하시 고로 씨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의실 안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흉부외과 의사인 유스케가 우회술로 거의 결정된 케이스에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회의에 참석한 의사 대다수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키도 유스케를 돌아보며 신기한 짐승이라도 본 듯한 눈빛을 던졌다. 히고는 삶은 문어처럼 벌건 얼굴로 유스케를 노려보았다.
이제 당분간 수술실에는 못 들어가겠구나.
--- p.10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