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1. 고대 그리스 아테네를 무너뜨린 전염병 2. 중세를 뒤흔든 페스트 3. 신항로 개척 시대 무기가 된 천연두 4. 노예선을 따라 퍼져 나간 황열 5. 19세기 도시를 휩쓴 콜레라 6. 세균의 발견과 결핵 7. 세계 대전보다 더 독한 독감 8. 어린이들을 위협한 소아마비 9. 새로운 질병과 바이러스, 에이즈와 에볼라 10. 코로나19와, 미래의 질병을 막는 방법 작가의 말 용어풀이 |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으려면 포도주를 마시거나 잘게 부순 에메랄드를 드세요. 만약 그렇게 해도 효과가 없다면 돼지의 방광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워 겨드랑이에 넣으세요!”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싶을 거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질병이 박테리아나 미생물, 바이러스 등의 유기체로 인한 것이고 다양한 치료법들이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더라면 이따위 말들이 세상에 나돌았을 수도 있다. 얼마 전 소독약을 마시라는 괴담(?)이 돌았던 것처럼 말이다.
슬픈 얘기지만 요즘 아이들은 바이러스에 대해, 전염병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비책을 충분히 학습하고 있다. 아이들이 이런 질병을 아예 모르고 산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이들이 병에 대해 충분한 상식을 가지고, 그것에 대비할 수 있는 시대와 나라에 사는 것이 또 다행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질병에 대한 예방, 질병에 대한 상식, 세계사까지 한꺼번에 익힐 수 있는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계사'는 고대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세균이나 질병이 역사에 미친 영향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코로나도 지긋지긋한데 뭘 질병의 역사까지 공부하냐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 우리의 생각보다 질병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하니, 코로나 핑계로 이 책 한번 읽어두면 추후 아이가 세계사를 공부할 때 이해도를 높여줄 수 있다.
역병으로 초토화된 아테네의 전쟁을 서두로 히포크라테스,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첫 장. 이 책이 좋은 까닭은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스토리를 먼저 제시해주고 역사적 인물이나 의학상식을 제시하여 지식까지 채워준다는 점이다. 페스트 편에서는 최초의 의학참고서를 쓴 이븐 시나를, 천연두 편에서는 면역력의 작용을 이야기해준다. 또 노예선을 따라 퍼진 황열이나 19세기 도시를 휩쓴 콜레라 이야기를 통해 질병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보게 돕는다. 개인적으로는 '세계 대전보다 더 독한 독감' 편이 특히 흥미로웠는데 독감의 역사부터 전쟁을 위해 비밀에 부쳐진 사례 등은 질병이 역사와 언론까지 장악한 것이 근래의 일만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독감 편부터는 현대와 밀접한 소아마비, 에이즈, 에볼라, 코로나 등의 질병 이야기가 등장하여 한층 흥미를 높였다. 무옘베라는 이름의 '에볼라 바이러스를 발견한 숨은 영웅'을 새로이 알게 되기도 했고, 코로나의 위험성을 무시했던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등장해 현실적인 위험성을 또 한 번 되새기게 했다.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며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함과 여름철에 더 위험할 수 있는 각종 질병을 이야기해보았다. 사실 꽤 어려울 수 있지만 필요한 내용이었고, 익살스러운 만화와 삽화, 구어체의 설명 덕분에 딱딱하지 않게 내용을 잘 전달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단순한 질병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역사 속에 침투한 세균과 바이러스는 너무나 많고, 오늘날도 질병에 의해 달라진 세상을 사는 우리 아닌가. 그렇기에 이 책은 더욱 필요한 책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모기에 물린 뒤 단순히 모기약을 바르고 끝날 것이 아니라, 모기가 어떻게 세계지도를 바꾸었는지, 물을 마시면서도 물이 어떤 질병을 퍼트릴 수 있는지 등을 이야기한다면 아이의 세상은 더 넓고 다양해질 것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전염병 및 개인 면역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증가하였다.
요즘이야 신이 화가 나거나 공기 중의 나쁜 냄새 때문에 질병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만, 전염병의 원인 및 면역 작용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꽤 있다.
그래서 전염병과 유행병의 역사를 고대에서부터 현재까지 알아보는 것은 팬데믹을 경험한 아이들에게도
아주 흥미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세 대륙에 걸친 제국을 세웠던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장티푸스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처럼 전염병은 세계사의 여러 장면을 바꾸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유행병 중의 하나는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페스트인데,
고대 로마 시대의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은 당시 인구의 거의 절반인 2000만~5000만명이 사망했다고 추정된다니
정말 인류 전체가 멸종될 뻔한 전염병이라 불릴만하다.
이후 중세 유럽에서 오물을 그냥 길거리에 내던지던 위생관념이 전혀 없던 시절, 페스트는 급속도로 전파될 수
밖에 없었다. 까마귀 복장을 한 페스트 의사의 모습은 14세기 페스트가 휩쓸던 시기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수백 년 뒤에 착용하던 것이라고 한다. 페스트가 유행할 때 외국인과 유대인을 도시 밖으로 내쫓거나
죽이기까지 했고, 1800년대 후반 뉴욕에서 콜레라와 티푸스가 유행했을 때
동유럽에서 온 이민자들이 같은 취급을 받았다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아시아계를 상대로 한 혐오 범죄가 늘었던 것이 떠오르며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비난할 구실이 된다는 것이
역사 속에서 되풀이되고 있어서 소름이 끼쳤다.
전염병이 대유행할 때마다 편견과 증오, 차별도 함께 퍼져 나가는 것을 되풀이하는 것은 너무나 비극적이다.
았다. 과거의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전염병에 대한 합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예방하고 해결해나가야 하겠다.
인간이 유일하게 물리친 병인 천연두에 의해 아메리카 원주민이 정복당했다는 이야기는
<총 균 쇠>를 통해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다.
영국인들이 세균과 바이러스를 무기로 삼기로 마음먹고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에게 천연두 병원에서 빼낸 담요를 선물했다는 기록도 남아있으니
생물학적 무기는 정말 위험천만한 것 같다.
우두로 처음 백신을 실험한 사람이 에드워드 제너가 아니라,
그보다 20여 년 전에 벤저민 제스티라는 영국 농부가 우두 접종을 했다고 한다.
제스티가 의사도 과학자도 아니었기에 그 공로가 가려지고 의사인 제너가 유명세를 가져가게 된 것은
참 안타까웠다. 그리고 백신을 맞은 여성들이 들판에서 수소와 사랑에 빠질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퍼뜨린 사람이 실제 천연두를 이용한 전통 요법에 관여하던 의사라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벤저민 모즐리라는 의사는 제너의 우두 백신이 자신의 전통 요법보다 인기를 얻으면
돈을 더 이상 벌 수 없기 때문에 그런 헛소문을 낸 것이라니
참 인간의 욕심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치사스러운 것 같아 기가 찰 정도였다.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점, 백신의 원리, 세계사를 뒤흔든 유명한 전염병과 일화 등을
재미있는 삽화와 만화를 겻들여 아주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면역학이나 의학 분야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에게 추천해주기 안성맞춤인 책이었다.